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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763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03 23:46
조회
3,493
추천
75
글자
7쪽

평양 전투 4)

DUMMY

1894년 9월 15일 아침.

평양성의 보초는 주야간을 막론하고 조선군 몫이다.

“지형지물에 익숙한 토박이.” 라는 이유로 고달픈 보초 근무를 도맡아야 했다.

새벽녘의 대동강을 내려다보던 초병은 서서히 밝아오는 대안에 길게 눕혀진 통나무들을 발견했다. 사방이 두루 평탄해 평양이다. 그런데 어제까지 평평하던 모래톱에 난데없는 장애물들이 하룻밤 사이에 솟아났다. 그리고 장애물 뒤로 일본군들이 빼곡이 숨어 있었다.

“이런 간나아 새끼들, 날도 밝기 전에 ...,”

성가퀴 뒤로 몸을 숨긴 보초는 냅다 꽹과리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좌우로 이어진 초소들이 호응했고 요란한 꽹과리 소리는 순식간에 성안 곳곳으로 이어졌다. 막사에서 뛰쳐나온 병사들은 성벽 뒤에 잘 모셔두었던 제옹 병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외다리 짚 인형이지만 성가퀴에 가려 상체만 보이니 멀리선 구분이 쉽지 않을 터.

이게 과연 통할까? 조마조마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어이, 거기, 허수아비들 조금씩 움직이라. 꼼짝달싹 앙이하면 외레 이상하잖네?”

엎드린 병사들은 제옹의 외다리를 잡아 흔들었다.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작전 몽땅 망치는 거이야, 알간?”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제옹은 오히려 병사들이 더 아낀다. 이게 없으면 제 몸으로 때울 판이니까. 그렇게 조마조마 지켜보며 날이 밝았다. 그때까지 빤히 마주보면서 한 발도 쏘지 않았다. 청군은 작전상 선제공격을 삼가했고 실탄을 아껴야하는 일본군은 상대가 확실히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강 건너편에는 평양의 명물 십리장림十里長林이 있다. 평양의 별명은 버드나무 우거진 서울이란 뜻의 유경柳京 이다. 우거진 버드나무 길에서 보이는 버드나무와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은 일품, 운치 있는 길이라 해서 십리장림이었다. 그 십리장림으로 엄폐한 일본군 포병대에서 울린 포성이 전투시작 신호가 되었다.

포탄 물보라가 한발 한발씩 대동문을 향해 탄착군을 좁혀갔고 무라타 소총의 둔탁한 총성도 여기에 합류했다. 총탄은 대부분 성벽에 튕겨 나갔지만 인형을 맞추는 명중탄도 나왔다. 명중 당하는 순간, 병사들은 재빨리 제옹을 자빠트린다. 피탄 충격으로 튀어 오르는 동작까지 연출해가며... 빈자리에는 다른 인형을 세우고 바로 망가진 인형수선에 들어간다. 찢어진 짚단들만 다시 묶어주면 재활용 준비 끝.


일본군의 사격은 수준급이었다. 본격적인 사격이 시작되자 인형들은 여기저기서 픽픽 쓰러졌다. 망가진 짚 인형을 손보며 이쪽도 짬짬이 쏘기는 쏘는데 도무지 무성의하기가 짝이 없다. 그건 적들이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시늉만 내라는 명령 탓이었다.

“쪽발이들이 신바람 내게 비실대는 모습을 보여라. 30발만 다 쏘면 놈들은 황천행이다.”

이보다 더 신나는 명령이 달리 또 있겠는가?!


하지만 포병 쪽은 상황이 달랐다. 포격을 위장포대로 유도해야하는데 적은 오로지 성문에만 집착한다. 지켜보던 좌보귀는 십리장림의 일본 포대 쪽으로 야포와 개틀링 기관포 사격을 지시했다.

한바탕 두들긴 다음 급조한 짝퉁 야포들을 보란 듯이 성가퀴에 걸어놓았다. 5군데의 위장포대마다 옮겨 다니며 집중포격을 반복하자 이윽고 위장포대로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명중탄에 짝퉁포가 박살나자 적들의 함성이 들린다. 하지만 명중탄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수십 발을 쏘아야 한두 발 정도.

가뜩이나 탄약부족에 시달리는 일본군에게는 도무지 수지가 안 맞는 장사이리라. 하지만 잠잠해지면 청군은 다시 집중포격으로 도발해 약을 올렸다. 성문부터 부셔 돌격기회를 만든다는 오오시마의 작전에는 차질이 생기고 있었다.


신임 초장 장작림의 소속부대는 기마부대다. 둥베이 부대인 봉군의 장기는 기마유격전. 그러나 평양성에서는 그 장기를 살릴 기회가 없었다. 성벽의 인형놀이를 지켜보던 장작림은 답답했다.

“이거야 원, 싸우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잔뜩 찌푸리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보게 장 초장, 왜 그렇게 인상 쓰고 있나?”

홱 돌아보니 전선 시찰을 나온 좌보귀 장군이다.

“초장 장작림 장군님을 뵙습니다. 장양병마.”

화들짝 놀란 김에 나온 인사가 오발탄이었다.

“장양병마라... 우리가 마적인가?” 어이없다는 표정.


『축건강 제형, 장양병마 長養兵馬』는 만주의 마적들끼리 나누는 상투적 인사말. 갑자기 높은 분을 만난 작림이 엉겁결에 마적시절의 대사를 읊어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장군님.”

“뭐, 그것도 좋지. 모름지기 장수라면 장양병마에 신경을 써야겠지.”

껄껄 웃는다. 작전대로 돌아가는 전황에 몹시 흡족한 눈치. 일자무식이지만 눈치 하나로 버텨온 작림이다. 그의 장기는 기회를 낚아채는 재주였다.

“전투는 작전대로 풀리고 있습니다. 장군님. 이미 이긴 싸움입니다. 소관이 감히 사후 처리에 대한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좌보귀는 전형적인 무장. 이기면 그뿐이지 뒷일 따위는 원래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애송이 군관은 이긴 다음을 말하고 있었다.

‘일개 병졸에서 벼락출세한 주제에 감히 전장의 대국을 논해...?’

호기심이 동한 좌보귀는 말에서 내려 퍼질러 앉았다.

“어디 한번 들어보세.”


지금 벌이고 있는 건 사격전이다.

이겨봐야 어차피 사상자 몇 백 정도의 전과로 끝나기 마련.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그 정도로 그친다면 아쉬운 일이다. 이참에 몽땅 포로로 잡아 저들의 기세를 확 꺾어놓아야 한다. 성을 에워싼 일본군 모두에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저들의 보급부대는 남쪽에서 오는 중. 남쪽만 차단하면 보급이 끊긴 북쪽과 동쪽의 적들은 자멸할 것이다.


들어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 어라, 이눔 봐라...!

“그래 어찌하면 좋겠나?”

작림은 경석이 들려준 계책을 내리엮었다.

“전에 말씀드린 조선인 역관이 말하기를 대동강 상류에 말이 건널 수 있는 얕은 여울목이 있다 합니다. 그쪽으로 우회해 적군 후방에 매복했으면 합니다. 기마부대는 어차피 수성전에는 쓸모없으니 전력 차질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소관이 그 역관과 함께 향도를 맡겠습니다.”


포격과 총성으로 귀가 먹먹한 전장 한복판에 백기를 든 청군 기마부대가 불쑥 나타났다. 돌발 상황에 헷갈린 일본군은 사격을 멈추었고 상황을 파악 못한 지휘관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포위망을 돌파한 기마부대는 순식간에 모란봉 쪽으로 사라져갔다.

“뭐지? 저것들 지금 도망치는 거 아냐?”

“성환에서도 그랬었지. 뭐 짱꼴라들이 다 그렇지, 별 수 있겠어.”

반나절의 공방전 끝에 겁먹은 청군 일부가 도주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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