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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04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14 12:21
조회
2,749
추천
70
글자
7쪽

톈진 天津 2)

DUMMY

톈진으로 바뀌었다. 여순은 가지 않는다.

변경 사유는 개선군 환영행사. 이상이다.“

“지시내용은 그 뿐이었습니까?“ 좌보귀 장군이 지휘관 전원을 기함으로 소집했다. 말단 부관인 나와 작림도 뒷줄에 끼어 있었다. 여순항 도착까지는 아직 두 시간 이상 남은지라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웅성거린다. 이윽고 참모들을 거느린 좌보귀 장군이 풍신아 상교와 함께 나타났다.

“지루한 항해에 고생들 많다. 중당中堂 (재상에 대한 존칭, 이홍장을 가리킴) 각하의 지시로 행선지가

누군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열병식도 있다 했네. 개선군 환영행사라니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전혀 긴장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에 나는 아연 긴장했다. 개선식이라면 철저히 정치적인 행사. 야전군 출신인 좌보귀는 이걸 높은 분들의 생색내기 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동안 당하기만 하며 절치부심 하던 청국이 이번 승전을 계기로 열강들 앞에서 단단히 체면을 세워보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엄을 과시해야 한다.

하지만 격식 차리는 의전儀典은 둥베이 출신인 봉군이나 단련군에게 생소하리라. 모처럼 체면 세워보려다 오히려 비웃음을 사기라도 한다면...? 이홍장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말단이지만 나는 좌보귀의 부관. 상사의 위기를 좌시할 수는 없다.


지휘관들이 해산한 다음 나는 좌보귀를 찾았다.

“장군님, 멀미나 불편하신 데는 없으신지요?”

“아냐, 기분이 좋아 그런지 힘든 줄도 모르겠어.”

활짝 웃는다. 우려한 대로 천진에서의 행사 걱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행선지 변경에 관한 건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괜찮아, 자네 말이라면 우정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들어야지.“

흔쾌히 승낙한다.

“열병식이 자주 있던 행사인지요?‘

봉군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은 작림에게서 이미 들었다.

“아니, 첨이지. 그냥 서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역시 개념이 없다. 열병 분열의 의미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는 차분히 설득을 시작했다. 이는 승전국의 위엄을 열강 앞에서 과시하려는 행사다. 국가의 체면이 걸려있다. 중당 각하는 물론 자금성의 만세야나 태후 합하 역시 예의 주시할 것이다. 따라서 위엄 있게 치러 체면 살리기에 성공하면 큰 공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지난 전공마저 물거품이 되거나 심하면 처벌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야 한다. 웃는 표정으로 듣던 좌보귀는 차츰 심각한 얼굴로 변해 갔다.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안이했었군. 과연 자네 말대로야. 자, 이걸 어쩐다?”

일단 궁리해보겠다며 물러났다.


비록 오래 전이지만 장교로 복무했던 나는 열병 분열의 개념을 안다. 문제는 기마부대의 그것은 모른다는 점. 나는 작림과 의논해보았다. 그가 말을 어느 정도로 다룰 수 있는지, 또한 부대원들의 기마실력은 어떤지 등등.

그들의 기마 실력은 생각 밖으로 우수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오와 열을 맞추어 정렬하고 행진하는 훈련뿐.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리라.


드디어 장군의 승낙이 떨어졌다. 다시 소집한 봉군과 단련군 지휘관들에게 장군은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의 반응 또한 장군과 다르지 않았다. 자칫하면 신세 망친다는 점에서 전투나 진배없는 사태니까. 그들의 우려를 읽은 좌 장군이 다독이듯 말했다.

“신 부관이 대책을 준비했는데 좋은 거 같더군. 일단 들어보게. 신 부관은 중당 각하의 의중을 정확히 헤아린 인물이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게. 지켜보겠네.”

나는 일어나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지휘관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고집으로 똘똘 뭉친 만만찮은 인상. 이들을 해병대 훈련처럼 굴리려면 어떻게 겁을 주어야 할까?


“열병 준비의 기본은 용모와 복장단정입니다. 당일만 단정하면 되지 않겠느냐? 착각입니다.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새는 법이니까요. 복장관리 다음은 도보 제식훈련. 이게 되지 않으면 기마 상태에서는 더더욱 어렵겠지요.

우선 개개인의 반듯한 자세와 절도 있는 동작을 익히고 이어서 오와 열을 맞추는 훈련에 들어갑니다. 오와 열을 맞추고 위엄 있는 부동자세로 있기는 생각보다 어렵지요.

일단 여기까지 성공하면 다음은 행진 연습. 바른 자세로 오와 열을 맞추며 힘차게 걷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원이 한 사람처럼 일사불란 움직이려면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다음 단계는 표정관리. 사기충천한 환한 표정을 지어야 함니다.

힘든 훈련을 받다보면 아무래도 찡그리거나 표정이 좋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러면 보는 이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날 참관자들이 누군지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잘못하면 다 쑨 죽에 코 빠뜨리는 격이지요.

이런 훈련들을 모두 마치면 그때부터 말과 함께 연습에 들어갑니다. 도보 제식훈련에 익숙해지면 주요 수칙이나 동작은 자연스레 몸에 배기 마련입니다. 기마훈련 역시 같은 요령이고 말이 함께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를 게 없을 테니까요.“


긴 설명이었지만 지휘관들은 집중해 듣고 있었다. 이 시대 군인에게 제식훈련 개념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방진을 짜고 싸우던 고대라면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 그것도 기마병에게 그걸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일단 지휘관들은 납득시켰으니 다음은 조교선발. 톈진 도착 전일지라도 할 수 있는 건 서둘러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훈련 기간이 빠듯할 것만큼은 분명하니까.

나는 작림과 함께 복장수칙을 정리하는 한편 개인장비, 야포와 개틀링 기관포 정비를 좌 장군에게 부탁했다. 일본군에게 노획한 장비와 함께 평양의 일본군 포로들을 톈진으로 이송할 수 있는지도 알아봐 달라 했다.

아군의 위엄을 드러내는 한편 일본군의 정예함까지 보여주면 개선식의 효과는 두 배로 늘어나리라. 인간적으로는 차마 못할 짓이지만 이 또한 전투, 전투에서 인정 따위는 일단 잊어버려야하니까.


조교들 앞에 선 나는 목이 쉬어라 떠들고 있었다.

“부대를 정렬하고 검열 받는 게 열병이다. 전투태세 점검이 목적이지만 군대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실시한다. 이번 열병식은 완전 무장해 정렬할 뿐 검열은 없다. 대신, 사열과 분열 행진이 포함된다. 사열은 정지상태의 부대가 이동하는 참관자에게 예를 표하는 거고 분열은 참관자가 정지된 상태에서 부대가 이동하며 예를 표하는 거다.“

이론교육과 정신교육, 그리고 속성 제식훈련을 몰아서 하는 중이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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