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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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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24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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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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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7쪽

파견 근무 1)

DUMMY

며칠 후 평양감영에 청군의 공문이 도착했다.


하기자下記者의 북양군 파견을 요청함.

- 소속 : 조선국 사역원 평양지부

- 직위 : 정9품 역학훈도

- 성명 : 신경석


붉은 총사령 관인이 큼지막하니 찍혀 있다.

득시글대는 청군덕분에 사역원은 사방에서 찾는 바쁜 부서다. 그리고 역학 훈도는 그 사역원 평양지부의 책임자.

'그럼 감영의 역관 업무는 어쩌라고? '

감사는 뜨악했지만 상대는 위세등등한 승전군. 국왕조차 눈치를 보는 판이다. 협조 요청에 감히 토를 단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파견 명령서를 받아든 나는 곧장 청군 병영을 찾았다. 마구잡이로 세워진 복잡한 막사들 사이를 한참 헤매다 겨우 좌보귀 장군의 지휘 막사를 찾았다.

“오, 왔는가?‘

영문 초병으로부터 연통이 있었던지 작림도 이미 불려와 있다.

“드디어 한 식구가 되었군. 당분간 장 초관과 함께 지내며 이곳 생활을 익히도록 하게.“

이어서 작림에게 지시했다.

“신 역관을 사령부로 안내하게. 신고 요령도 교육시키고. 아, 장양병마 같은 건 빼게.”

껄껄 웃자 머쓱한 표정이 된 작림이 변발한 빡빡이 뒤통수를 긁는다.


섭지초의 인상은 군인이라기보다는 닳고 닳은 관리의 그것이었다. 윗전이 부르면 언제라도 납작 엎드릴 준비는 되어있지만 의견 따위는 없는 부류. 좌보귀의 뚝심만 아니었더라면 진즉 만주로 후퇴해 평양을 일본군에게 내주고 말았을 인간이다.

다만 아랫사람을 대하는 거드름 하나는 몸에 배어 있었다. 전입신고를 하는 나를 뱁새눈으로 살피는 모습이 영 꺼림칙하다. 신고를 마치고 영혼 없는 덕담을 잠시 듣고 있노라니 훤칠한 6척 장신의 사내가 들어온다. 잘됐다 싶어 일어서려는 나를 섭지초가 붙든다.

“그냥 있게. 어차피 안면을 익혀야 할 사이니.”

들어온 사내를 향한다.

“언젠가 말씀드렸던 조선역관 신경석입니다. 이번 전역에서 좌보귀 장군을 도와 혁혁한 공을 세웠지요.”

나를 돌아본다.

“조선주재 총영사를 맡으실 당소의 영감이시네. 인사올리게.”


후다닥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평양 감영의 역학훈도 신경석입니다. 금일부로 천군天軍 진영에 배속되었습니다.”

“음, 난 당소의네. 아직 어려보이는 데 출사하다니 재주가 뛰어난 모양이군.”

전형적인 광동어 성조. 귀동냥으로 대충 알기에 망정이지 북경관화만 배웠더라면 낭패할 뻔 했다.

“아닙니다. 대대로 역관 집안이라 일찍부터 배운 덕분입니다.”

“역관이라면 사실상 외교관이나 진배없지. 내 일도 그쪽과 비슷하다네. 어찌어찌 하다 영어를 배운 덕분이지.”

그동안 보아온 청국 관리들과는 달리 소국이나 아랫사람이라고 깔보는 기색은 어디에도 없다. 끄덕이며 온화하게 말한다. 게다가 외교관? 조선에서는 생소한 말이다. 나는 새삼 쳐다보았다. 상인은 아니라니...

“혹시 국비 유학생이셨습니까?”

“맞네, 역시 역관이라 이쪽 사정에 밝군. 미국 유학을 갔었지.”


당소의唐紹儀의 집안은 신흥 상인계급인 매판買辦(외국 기업의 대리인) 이다. 양무운동 덕분에 12살에(1874년) 미국으로 가 7년을 지냈다. 돌아와 제물포 해관방판(세관장) 뮐렌도르프의 비서가 되었는데 갑신정변 당시 해관공서로 피신한 친청파 고관을 보러왔던 원세개는 무장하고 문을 지키던 당소의의 영준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2세의 당소의와 26세의 원세개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조선에 계속 근무하던 당소의는 청일전쟁 후 조선주재 청국 영사가 된다. 33세였다.


좌보귀 막사로 돌아오니 어느덧 점심때다.

“이참에 장교 식당도 둘러볼 겸 같이 가세.”

앞장 선 좌보귀를 부관과 작림, 나까지 셋이 따라가는 데 사방에서 경례가 날아든다. 식당에 들어서자 일제히 부동자세를 취하는 장교들을 향해 좌보귀는 손을 흔들었다.

“편히들 먹게. 편히들, 내 이래서 식당에 잘 안 오게 된다니까.”

사병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쪽 식사를 내온 건 사병만이 아니었다. 노지심처럼 투실투실한 여장부가 쟁반을 든 사병 둘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사병들이 늘어놓는 그릇들을 가지런히 정돈하며 수다를 떤다.

“우정 찾아뵈려던 참인데 마침 오셨네요. 장군님 덕분에 요즘 식자재 풍년입니다요. 듣도 보도 못하던 좋은 재료들까지. 일본군 녀석들은 뭘 그리 잘 먹는대요. 글쎄.“

“살다보니 내가 대 이랑한테 공치사 듣는 날도 다 있구먼.”

좌보귀가 웃었다.

“근데 이 준수한 젊은이는 누구래요? 복장을 보니 이곳 사람 같은데?”

“오늘부터 우리랑 함께 할 사람이지. 신 역관도 인사 나누게. 우리 장교식당의 따꺼大哥(맏형), 대이랑이라네.”

“오머, 따꺼라니? 난 엄연한 샤오지에小姐 라구요.”

옆 자리에서 밥 먹던 녀석들이 킬킬 댄다.

“어이, 거기. 내가 얼굴 다 봤어.”

대뜸 인상을 쓴다. 킬킬대던 장교들은 일제히 꾸벅 한다.

“아이쿠, 샤오지에 누님, 좀 봐 주십시오.”

“그 상판을 하고 봐달란 소리가 나와? 적어도 이쪽, 어.. 이름이 뭐라고..?”

“신경석입니다.”

“그래, 이쯤은 돼야 봐줄 맛도 나지. 어따 저팔계 상판을 들이대!”


*** ***


“이 녀석이 그런 꼬락서니가 된 건 안 먹어서였습니다. 도통 여물에 입을 대려 하지 않더군요.”

비루먹은 말을 미끈한 준마로 환골탈태시키는 신기를 발휘한 돌쇠가 설명했다.

“이 말을 고른 건 낙인 때문이었습니다요. 부대별 낙인이라면 대개 ◎나 ∽식으로 단순하기 마련인데 아, 이 녀석은 그게 글자더라구요.”

궁둥이 부분을 살피니 과연 「大島」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이런 게 부대 표식일 리는 없으니 집에서 타던 말이겠지요. 귀염 받으며 자랐던지 주인과 헤어진 상심이 컸나 봅니다. 여하튼 자기 말을 데리고 출정할 정도면... 상당한 고위급 장교 아닐까요?”

콩을 삶아주고 홍당무로 달랬더니 입을 대기 시작하더라 했다. 어쩌면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돌쇠에게 마음을 연 것인지도 몰랐다. 그 증거로 씻기고 솔질한 털에 윤기가 흐른다. 며칠 사이에 몰라볼 만큼 건강해진 것이다.


대도大島라면... 오오시마(おおしま) 아닌가? 그건 대동강 남쪽을 공략하던 부대장 이름인데... 그럼 이 녀석이 바로 오오시마 소장의 애마란 말인가!? 나는 미래 지식을 더듬었다.

훗날 관동군의 3 괴怪, 이시와라 간지, 아마카스, 그리고 오오시마는 만주국을 주무른다. 그 오오시마가 혹시 이 자의 아들은 아닐까?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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