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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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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8.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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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귀검 제13화--3

DUMMY

출구의 끝은 실내의 연무장이었다.

연무대 위로 올라간 황제현은 다짜고짜 검을 빼어들었다.

무인은 검으로 말한다.

검의 대화, 하지만 백우는 대화를 거부했다.

백우가 검을 뽑지 않았음에도 황제현은 움직였다.

민첩한 움직임, 부드러운 검로, 차가운 눈빛, 일렁이는 검기, 일로삼변(一路三變), 한 번의 움직임이 세 가지 변화를 만들고, 세 가지 변화가 다시 연결된 움직임을 통해서 다시 아홉 개의 잔영을 만들었다.

백우는 슬쩍 좌우로 두어 걸음씩 움직이면서 황제현의 검로에 대처했다.

백우의 옷자락에 황제현의 검이 그 흔적을 남겼다.

백우를 지긋이 바라보는 황제현, 이래도 검을 뽑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백우는 그저 황제현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황제현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동일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백우는 역시 슬쩍 좌우로 두어 걸음씩 움직이며 이에 대응했다.

백우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 좋구나.’

미소 짓는 백우의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검에 살짝 긁힌 정도의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다.

똑같은 움직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단지 황제현은 검의 거리가 일촌(一寸)정도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내력을 이용한 검기가 아닌 정확한 동작 하나하나로 검의 거리를 넓혔던 것이다.

자신이 위지겸에게 가르쳤던 것이고, 또한 위충이 자신에게 가르쳤던 내용이었다.

‘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인가?’

백우가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황제현은 또 다시 이래도 검을 뽑지 않겠냐는 듯 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백우 역시도 이에 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귀검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아직은 귀검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허나 상대가 황제현이라면 사정이 달랐다.

누구나 인정하는 절정의 검수,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교의 검마나 혈궁대주와도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귀검은 격렬하게 자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귀검의 유혹을 벗어날 자신감은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그런 자신감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황제현이 다시 검을 움직였다.

똑같은 동작, 역시 좌우로 슬쩍 두어 걸음을 움직여 이에 대응하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로다변(一路多變), 그리고 살기(殺氣), 살기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뽑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 백우는 몸을 뒤로 물리면서 검을 뽑아들었다.

연이어 십여 차례의 충돌음이 연무대를 뒤흔들었다.

“ 챙, 챙, 챙, 챙, 챙.............”

짙은 살기와 싸늘한 귀기가 연무대 주변을 가득 메웠다.

삼장가량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황제현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 단순히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 아니었는가?’

황제현의 짙은 살기에 백우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인검(死人劍), 황제현이 펼친 검법의 명칭이다.

살혼검법과 함께 천살문의 삼대검법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같은 삼대검법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사인검이야 말로 천살문 최고의 검법이기도 했다.

사인검이 만들어내는 살기는 살혼검법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견사(一見死), 일단 사인검이 펼쳐지면 반드시 피를 불렀다.

때문에 상대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펼쳐서는 안 되는 검법이기도 했다.

황제현이 이런 사인검을 펼쳤다는 자체만으로도 단순한 비무의 성격을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황제현이 내뿜는 살기가 이를 방증하고 있었다.

사혼기공(死魂氣功),사인검을 펼치기 위해 반드시 완성해야하는 심공이다.

말 그대로 영혼이 죽은 자만이 익힐 수 있는 심공, 이를 펼치는 순간 이미 인간의 마음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황제현은 이 사혼기공을 이용해 계속해서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온화한 표정 뒤에 숨어있었던 야차의 얼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반드시 상대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두 동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점차 짙어지는 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백우 역시 공력을 끌어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철혈무극심공(鐵血無極心功), 철검문의 철혈심공과 무당의 무극신공을 결합해 스스로 창안한 백우가 아는 한 최고의 기공이다.

철혈무극심공이 만들어내는 기운이 백우의 몸을 감쌌다.

이에 발맞춰 사이한 귀기가 백우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귀기는 철혈무극심공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아니었다.

백우의 몸에 잠들어있는 귀검이 깨어나면서 만들어내는 변화였다.

얼마 전 숲을 뒤덮었던 귀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렬한 귀기였다.

내력을 끌어올리면 올릴수록 귀기 역시 이에 호응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황제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백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는 귀기에 대응해 계속해서 공력을 끌어올렸다.

이미 황제현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만큼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살기는 귀기에 반응해 더더욱 강해졌고, 이런 살기에 다시 귀기가 반응해 더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 마치 벗을 만난 듯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백우가 입을 열었다.

“ 더 이상은............”

목소리는 백우가 더 없이 인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우의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이한, 그리고 백우의 눈가에 일렁이는 광기가 이런 사이한 분위기를 가일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귀검이 혀를 날름거리며 속삭이고 있었다.

‘ 가라, 죽여라, 놈의 심장을, 놈의 피를............’

황제현의 얼굴에 다소 놀란 기색이 번졌다.

‘ 이런 상황에서도 입을 열수 있단 말인가?’

지금 황제현은 극한의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 대응해 귀기를 번뜩이면서도 백우는 자신에게 경고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자신과는 달리 아직도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백우의 손에 쥔 승룡검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백우의 얼굴에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황제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백우의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우의 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현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백우의 발걸음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황제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생애 두 번째의 치욕이었다.

백우가 자신의 왼손을 검을 쥔 자신의 오른손으로 옮겼다.

순간 강렬한 기운이 황제현을 덮치듯 밀려왔다.

황제현은 성난 파도에 휩쓸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검을 고쳐 잡았다.

황제현의 검이 움직인다.

동시에 백우가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섰다.

검과 검이 움직이고, 살기과 귀기가 검과 호흡을 같이했다.

두 사람의 기가 서로를 향해 부딪치려는 순간 강렬한 두 개의 기운이 두 사람을 향해 덮치듯 날아오고 있었다.

백우가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두 개의 기운이 황제현이 아닌 자신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콰쾅.”

연이은 두 차례의 굉음, 백우는 우뚝 선 상태에서 황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백우의 손에는 이미 승룡검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반면 황제현은 검을 든 상태에서 아직까지도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백우가 검을 거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황제현은 공력을 거두며 검을 검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황제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 나로도 부족하다는 뜻인가?’

이런 황제현의 표정해 호응하듯 백우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바로 결전의 순간 백우를 향해 날아온 두 개의 기운의 주인들이 위치한 장소였다.

두 기운은 그야말로 정심(正心)했다.

한 올의 살기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며, 또한 맑은 기운이 가득했다.

그 위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지공(指功)의 위력이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

백우가 아는 한 이런 기운과 위력을 갖춘 기공은 세상에 두 가지뿐이었다.

불문의 탄지신공(彈指神功)과 도가의 일양지(一陽指)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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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검 제13화--3 +5 11.08.18 3,624 40 9쪽
40 귀검 제13화--2 +3 11.08.16 3,821 42 8쪽
39 귀검 제13화--1 +2 11.08.15 3,629 43 9쪽
38 귀검 제12화--3 +6 11.08.10 3,862 40 11쪽
37 귀검 제12화--3 +5 11.08.08 4,013 43 15쪽
36 귀검 제12화--2 +3 11.08.05 3,765 38 13쪽
35 귀검 제12화--1 +3 11.08.04 3,716 36 9쪽
34 귀검 제11화--3 +3 11.08.03 3,968 35 8쪽
33 귀검 제11화--2 +4 11.07.29 3,974 35 14쪽
32 귀검 제11화--1 +6 11.07.26 4,207 35 10쪽
31 귀검 제10화--3 +6 11.07.22 4,135 35 8쪽
30 귀검 제10화--2 +4 11.07.21 4,128 37 10쪽
29 귀검 제10화--1 +6 11.07.08 4,622 39 10쪽
28 귀검 제9화--4 +4 11.07.07 4,782 36 15쪽
27 귀검 제9화--3 +5 11.07.06 4,623 38 10쪽
26 귀검 제9화--2 +4 11.07.05 4,794 35 11쪽
25 귀검 제9화--1 +5 11.07.04 4,937 37 9쪽
24 귀검 제8화--3 +3 11.06.24 5,433 40 14쪽
23 귀검 제8화--2 +2 11.06.23 5,137 41 13쪽
22 귀검 제8화--1 +2 11.06.22 5,323 38 9쪽
21 귀검 제7화--3 +2 11.06.21 5,507 41 10쪽
20 귀검 제7화--2 +4 11.06.20 5,647 43 16쪽
19 귀검 제7화--1 +3 11.06.18 5,669 45 9쪽
18 귀검 제6화--5 +3 11.06.17 5,501 48 7쪽
17 귀검 제6화--4 +3 11.06.16 5,723 45 10쪽
16 귀검 제6화--3 +2 11.06.15 5,825 48 7쪽
15 귀검 제6화--2 +3 11.06.14 6,009 48 10쪽
14 귀검 제6화--1 +3 11.06.10 6,235 44 11쪽
13 귀검 제5화--3 +4 11.06.09 6,519 4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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