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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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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7.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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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검 제9화--3

DUMMY

뚜벅, 뚜벅, 뚜벅.

누군가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백우는 상대가 최대한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백우의 앞까지 다가온 혈궁대원은 백우의 위에 놓인 시체로 손을 움직였다.

막 시체에 손이 닿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짤막한 외침이 들렸다.

“ 적이다!”

외침소리가 함께 백우 역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지독한 마기(魔氣).’

숲을 가득 채우는 듯한 지독한 마기, 백우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 드디어 마교의 등장인가?’

철개를 통해서 이미 마교의 부활을 알고 있었다.

천마쌍환은 마교의 신물, 그렇다면 이 음모에 마교가 빠질 수 없었다.

마교가 자신을 이용해 누군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꾸민 계략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마교의 계략이라면 천마쌍환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백우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자신을 이용한 음모, 하지만 이용당하는 것도 전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사혈성과 마교가 서로 충돌하는 것은 백우 역시 오히려 바라는 바였다.

백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백우의 주변으로 숨어있던 철검문의 네 명의 무인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너희들은 마차를 움직여 먼저 이곳을 빠져나가라.”

네 사람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 어째서 이 상황에도 마차를.........’

마차는 의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우는 마차에 연연하고 있었다.

다급한 상황,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네 사람은 일단 백우의 지시대로 마차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원경이 쓰러진 철검문의 깃발을 움켜쥐었다.

원경에게 철검문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점창파가 사혈성에 무너진 이후 원경은 천하를 주유했다. 그리고 정파의 하나인 철검문에 의해서 천살인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에 원경은 철검문을 찾았다.

철검문을 위해서, 철검문의 승리를 바래서 철검문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점창파가 무너질 당시 동료들과 함께 죽지 못했던 것이 내내 한스러웠던 원경이었다.

단지 떳떳하게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것뿐이었다.

“ 어차피 죽는다면 단 한명의 적이라............”

이런 원경이 지금 철검문의 깃발을 손에 쥐었다.

깃발, 단지 천조가리가 달린 막대기에 불과했다.

상징성을 가진 물건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언제나 물건 이상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철검문과 상관없는 원경이지만 원경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전율이 자신의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 철검문이라............”

마치 자신의 손에 철검문의 미래가 달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원경의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이리 주게, 그것은 내 몫일세.”

원경이 힐끔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우문강이 지그시 원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경 역시 다소 차가운 시선으로 우문강을 바라보았다.

‘ 과연 네게 철검문의 깃발을 손에 쥘 자격이 있는가?’

원경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원경을 향해 우문강이 다시 한 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이리 주게.”

원경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면서 우문강에게 깃발을 내밀었다.

깃발을 손에 쥔 우문강이 보란 듯이 깃발을 좌우로 흔들었다.

펄럭이는 깃발, 흔들리는 깃발을 바라보며 원경은 나머지 동료들의 시선을 확인했다.

‘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장의 한복판, 이제 철검문에서 출발한 사람들 가운데 백우를 제외하면 이 자리에 다섯 명만이 살아남은 듯했다.

잠시나마 한 편으로 위기를 경험한 탓일까?

원경이 보기에는 모두가, 심지어 사혈성의 출신인 우문강까지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은 어디까지나 단순히 기분일 뿐이었다.

원경이 깃발을 흔드는 우문강에게 재빨리 말했다.

“ 백총관께서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라 하셨소이다.”

원경의 말과 함께 우문강이 움직임을 멈추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의 주변에는 정확히 여섯 필의 말이 남아있었다.

빗발치던 화살을 생각하면 정말 명이 긴 말들이었다.

원경이 나서서 두 필의 말을 마차에 연결하고 마부석에 앉았다.

우문강 역시 깃발을 들고 말에 올랐다.

그리고 앞장서서 말을 몰았다.

그 뒤를 원경이 마차를 몰고 따랐고, 자연스레 나머지 세 사람이 말을 몰고 그 마차의 뒤를 따랐다.

일련의 움직임은 지나치게 자연스러웠다.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마치 자연스레 그 서열을 정하는 느낌이었다.

마차가 다시 출발하던 그 시각 백우는 천천히 숲을 살피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돌연 백우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순간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백우를 향해 활시위를 놓고 있었다.

화살이 대기를 가르고, 도약하던 백우가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화살은 백우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백우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곧장 상대를 향해 접근했다.

상대는 자신을 노리고 뛰어오른 백우의 반대편으로 몸을 던졌다.

동시에 그의 소매가 살짝 흔들렸다.

소매 속에 숨어있던 두 자루의 비도가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야말로 민첩한 일련의 동작 하지만 백우의 움직임은 그보다 더 민첩했다.

상대는 백우를 향해 비도를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

이미 백우가 빠르게 그의 앞까지 다가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번뜩이는 검날, 찰나의 싸늘한 귀기, 상대는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이 정확히 둘로 갈라지고 있었다.

미처 던지지 못한 비도 역시 여전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바닥에 내려선 백우는 상대의 시신을 확인하지 않았다.

어느새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그저 무심한 시선으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기는 했지만 검을 쥔 백우의 몸에서 귀기가 발출되었다.

특단의 변수가 없었다면 많은 이들이 이 귀기에 반응을 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주변에는 특단의 변수가 존재했다.

짧은 순간 발생하는 귀기정도는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섬뜩한 마기가 바로 그것이다.

계속되는 백우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혈궁대의 시선은 외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을 노리고 조여 오는 적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백우는 이렇게 신경이 분산된 혈궁대의 배후를 마음껏 유린하고 있었다.

기척을 죽이며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백우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을 쥐는 순간 일어나는 귀기를 스스로도 자제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자연스레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숲을 뒤덮는 마기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외부로 집중된 혈궁대의 시선이 또한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궁(弓)은 원거리의 무기였다.

당연히 혈궁대원들의 시선은 좀 더 먼 곳으로 향해 있었다.

적들은 이들의 시야를 피하기 위해 가급적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먼 곳에서 접근하는 적의 신속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사도구문의 하나인 적혈문의 주력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혈궁대의 집중력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이 탁월한 집중력이 또한 백우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제는 곳곳에서 요란한 교전소리가 들려왔다.

궁의 장점을 무력화 시킬 만큼 상대가 접근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혈궁대가 단순히 궁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 백우를 상대했던 혈궁대원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근접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비도를 사용했다.

핏빛 비도(飛刀), 사람들은 혈궁대가 사용하는 이 비도를 혈비(血匕)라고 칭했다.

혈비는 혈궁대의 상징인 혈궁(血弓)과 함께 혈궁대의 삼신병(三身兵)중의 하나였다.

혈궁대가 비도로 접근하는 적의 진로를 일단 멈춰 세운 이후에는 삼신병중 최후의 무기인 허리에 찬 핏빛 연검, 혈검(血劍)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혈궁대의 가장 위력적인 병기는 혈궁이었다.

상대에게 근접전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이미 상대에게 어느 정도 기선을 제압당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혈검이 모습을 드러낼 즈음에 백우는 이미 이십 여명의 혈궁대원들을 도륙한 상태였다.

전장의 중심에 다다른 백우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잎이 무성한 나무 위에 몸을 숨기가 차분하게 주변을 살폈다.

붉은 옷에 가슴에 혈(血)자가 수놓인 옷을 입고 있는 것이 혈궁대였다.

이들을 상대하는 이들은 검은 옷에 가슴에 선명한 마(魔)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마교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마교를 자처하는 이들, 이들의 몸에서는 확실히 마기(魔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마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급조된 어설픈 마기, 결코 제대로 마공을 익힌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백우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마교를 자처하는 이들의 무공에서 보이는 정파의 흔적, 급하게 익힌 마공으로는 오랜 세월 몸으로 익혀온 정파 무공의 흔적을 완벽하게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세상이 미처 돌아가는구나.’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다.

누구는 귀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십년을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누구는 스스로 마(魔)를 몸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결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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