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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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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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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0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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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검 제9화--2

DUMMY

남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수목이 울창한 숲이 있었다.

백우는 숲의 초입에서 말을 세웠다.

그리고 찬찬히 숲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 숲이 숨을 쉬지 않는다.”

우문강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숲이 숨을 쉬지 않는다?’

말인 즉은 그럴듯했다.

그 흔한 풀벌레 소리도, 새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지나치게 고요한, 그래서 오히려 이상한 숲의 전경이었다.

“ 말에서 내리도록.”

백우가 말에서 내리면서 주변의 무인들에게 말했다.

우문강 역시 말에서 내리려했다.

그러자 백우는 우문강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 자네는 마차와 함께 그대로 이동하도록.”

우문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소 껄끄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백우의 의중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차를 호위하는 무인들은 일종의 미끼라는 것을 말이다. 우문강의 신호로 마차를 따라오던 무인들 가운에 아홉 명이 말에서 내린 백우등을 대신해 말에 올랐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처음부터 이런 용도였는가?’

굳이 마차를 끌고 올 이유는 없었다.

표물인 천마쌍환은 백우의 팔목에 있었다.

사마보가 마차에 남겼다는 경비는 대륙 최고의 전장(錢莊)인 은하전장(銀河錢莊)이 발행한 전표였다. 전표 역시 이미 백우가 수중에 챙긴 상황이었다.

기동력을 위해서라면 마차를 버리는 편이 옳았다.

굳이 눈에 띠는 마차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런 용도를 위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우문강을 비롯해 마차와 함께 이동할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표물이라고 해봐야 작은 상자, 이렇게 많은 무인을 대동할 필요는 없었다.

역시 기동력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면 철검문에 남겨두고 오는 것이 옳았다.

물론 위지겸의 옆에 이들을 남겨두기에 꺼림칙했을 수도 있었다.

어찌되었건 지금은 미끼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미끼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철검문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는 우문강 자신이 가장 위험했다.

‘ 어째서 내게 깃발을 맡긴 것일까?’

우문강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쉽게 두 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나는 백우가 그만큼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도 철검문의 깃발만은 꺾이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사혈성의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죽어도 아깝지 않다는 뜻이다.

두 가지 이유 중 어느 쪽이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문강은 자신이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러했지만 자신이 철검문의 일원이라는 자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우문강을 힐끔 쳐다보았다.

내면을 후벼 파는 것 같은 백우의 시선에 우문강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우문강이 다시 한 번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우문강은 이런 백우의 미소가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문강은 지금 백우의 표정처럼 백우가 어느 정도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백우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좀처럼 간파할 수 없었다.

상대는 자신을 알지만 자신은 상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누구라도 결코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우문강은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 젠장.’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다 떼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우문강을 남겨두고 백우를 포함한 아홉 명은 길을 벗어나 몸을 숨겼다.

우문강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을 몰았다.

철검문의 깃발을 든 우문강을 선두로 일행은 천천히 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우문강은 숲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누군가가 이동하는 소리를 감지했다.

백우의 말처럼 숲은 숨을 쉬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리 내어 움직이는 모든 것이 적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결코 짐승들이 함께하지 않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살기가 이런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우문강은 애써 이들을 무시하며 곧장 길을 따라 이동했다.

반면 그와 함께 이동하는 무인들은 얼굴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휘~익~”

고요한 숲의 적막을 깨뜨리는 휘파람 소리, 이를 신호로 슝~슝~슝~ 사방에서 화살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문강은 깃발을 재빨리 왼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황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 마차를 중심으로.........”

우문강의 지시에 철검문의 무인들이 마차를 에워쌌다.

마차를 등짐으로써 적어도 배후의 화살은 걱정할 염려가 없었다.

모두가 무기를 손에 쥐고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거나 막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을 노리는 화살이 곳곳에서 날아왔다.

삽시간에 마차는 고슴도치가 되었고, 벌써 두 사람이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우문강 역시 허벅지를 스치는 화살을 확인하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빌어먹을, 일단 흩어져야하나.’

잠시간의 갈등, 그 와중에도 대기를 가르는 화살 소리는 계속해서 주변을 어지럽혔다.

이내 우문강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무언가 이상하군.”

당연한 의문이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무수한 화살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변으로는 더 이상 화살이 날아오지 않고 있었다.

“ 적이다.”

숲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백우등은 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계속되는 화살소리로 미루어 보건데 저들을 위협하는 적이 백우등은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매복을 노리는 또 다른 매복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복을 노리고 움직이는 백우 일행 역시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 악.” “ 윽.” “ 으악.”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뒤를 노린 이들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후의 상황은 과연 어떻게 될까?

우문강은 서둘러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우문강이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 산개(散開).”

일단 화살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고 보자는 뜻이었다.

숲으로 들어선 우문강은 근처의 시체를 확인했다.

시체의 사인은 가슴에 적중된 붉은 화살이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우문강에게는 다소 익숙한 화살이었다.

“ 혈시(血矢), 그렇다면 혈궁대(血弓隊), 어째서 이런 곳에 혈궁대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혈궁대는 사도구문의 하나인 적혈문(赤血門) 소속이다.

소림을 무너뜨린 이후 사제 천가현은 천살구문에게 임의로 대륙의 지배권을 나눠주었다.

동시에 각자의 영역을 각자가 평정하도록 명했다.

강서, 절강, 복건은 천살문의 영역이었다.

천가현의 허락 없이는, 그리고 천살문의 양해 없이는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혈문의 혈궁대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자칫 이것이 사혈성에 내분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문강 역시도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우문강은 사혈성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혈궁대가 독자적으로 이곳에 왔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 사실을 숨기려 할 것이다.

설사 자신이 사혈성의 사람임을 밝힌다고 할지라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까지도 제거하려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방극근이 미쳤구나.”

우문강은 적혈문주 방극근의 모습을 떠올리며 뿌드득 이를 갈았다.

사혈성이 천하를 장악한지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자신의 할당지역을 평정하고 안정을 찾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공성(攻城)보다 수성(守成)이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지금 사혈성에게는 딱히 정해진 적이라는 것이 없다.

바꿔 말하면 모두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직 군림의 기틀이 채 다져지기도 전에 내분의 위험을 자초하다니,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고작해야 천마쌍환에 본성이 이렇게까지 흔들리는가?”

우문강에게 천마쌍환은 “고작해야” 정도였다.

하지만 방극근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 젠장, 일단은 살고 봐야겠군.”

우문강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서둘러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자신이 판 땅에 몸을 누이고 그 위로 조금 전 확인했던 시체를 끌어당겼다.

시체로 자신을 덮은 이후에 일단 호흡을 멈췄다.

심장의 박동까지 정지시키고 체온을 떨어뜨리면서 귀만 열어두었다.

이렇게 우문강은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치면서 혈궁대원들이 제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만을 바랐다.

어떻게 해서든 혈궁대와의 충돌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백우를 떠올렸다.

‘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인물이 아니거늘.’

천살인검대를 단신으로 도륙한 백우였다.

상대가 혈궁대라고 하여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져야 했거늘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그 시각 백우 역시 우문강과 마찬가지로 몸을 숨기고 귀식대법을 펼치고 있었다.

마차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숲으로 이동하던 백우는 마차를 노리는 일단의 무리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하려는 찰나 뒤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삽시간에 혼전의 양상이 벌어졌다.

뒤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의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마차를 공격하려던 일단의 무리들은 힘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줄을 이었다.

우선은 몸을 숨겼다.

그때 이미 백우와 함께 숲을 선택했던 무인 여덟 명중 네 명이 숨을 거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우문강처럼 단순히 충돌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궁(弓)은 원거리 무공이었다.

굳이 힘들여 먼 곳의 적을 찾아 제거하기보다는 일단 적을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살아남은 네 명의 무인들 역시 백우와 마찬가지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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