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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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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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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귀검 제8화--2

DUMMY

“ 저는 동산도(東山島)의 상인인 사마보라고 합니다.”

백우가 무심한 시선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용건은?”

짧고 다소 불쾌한 어조였다.

그러나 사마보는 이에 개의치 않고 말했다.

“ 이 상자를 아합랍달합택산(雅合拉達合澤山)까지 호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사마보는 품안에 든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백우는 상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아합 뭐시기 산?”

“ 아합랍달합택산까지입니다.”

백우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자 사마보가 재빨리 말했다.

“ 청해성 중부에 위치한 산입니다.”

백우가 다소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했다.

“ 청해성!”

복건성에서 청해성은 대륙의 끝에서 끝이었다.

백우는 아직 복건성조차 떠난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그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조차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백우의 시선이 천천히 우문강에게로 향했다.

“ 자네가.........”

순간 사마보가 백우를 향해 말했다.

“ 백우님께서 직접 호위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백우가 지그시 사마보를 바라보았다.

백우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마보는 백우님이라고 자신을 칭하고 있었다.

사마보가 재빨리 이런 백우의 시선에 화답했다.

“ 복건성 일대에 백우님의 위명이 자자하거늘 제가 어찌 백우님을 모를 수 있겠습니까?”

백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직접?”

사마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있는 두 명의 호위무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보의 신호에 두 호위무사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체 없이 상자의 문을 열었다.

상자에 몸을 숨겼던 황금이 빛을 번쩍이며 황홀한 자태를 드러냈다.

사마보가 재빨리 백우를 향해 말했다.

“ 천 냥의 황금입니다. 이 정도의 황금이라면 백우님께서 직접 나서주시리라 생각됩니다만, 또한 운송에 필요한 제반 경비는 모두 제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백우가 허락의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가 너무 쉽게 승낙하자 사마보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사마보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철검문의 사정상 백우가 쉽게 자리를 비우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백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제반 경비는 모두 그대가 부담한다고 했으나 인원이 많아져도 상관이 없는가?”

사마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안전을 위해서 오히려 제가 환영하는 바입니다.”

백우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소란, 너는 문주님을 모시는 두 시비와 함께 철검문을 지키도록.”

백우의 말에 소란이 반색하며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

“ 우문강, 자네는 지금 즉시 철검문의 모든 사람들을 소집하도록, 소란과 두 시비를 제외한 철검문의 모든 사람들을 이번 원행에 대동한다.”

우문강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

우문강은 그 즉시 사람들을 소집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힐끔힐끔 이런 우문강을 살폈다.

‘ 저자도 함께 간다는 뜻인가?’

모두의 시선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문강은 스스로가 사혈성의 소속이었음을 밝혔다. 그런 우문강을 대동한다는 것은 이번 원행을 사혈성에게 알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 사혈성을 지나치게 의식함인가?, 아니면 사혈성이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가?’

이런 백우의 결정에 사람들은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을 향해 백우가 다소 큰소리로 말했다.

“ 모두 원행을 준비하도록.”

백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가 일단 각자의 처소로 향했다.

백우는 천천히 앞마당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사마보의 호위무사들이 내려놓은 상자를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 대단하군.’

사마보가 감탄하는 시선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물론 웬만한 무인이라면 내공을 끌어올려 한손으로 상자를 들어 올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백우는 너무 쉽게 이를 행하고 있었다.

“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백우는 이렇게 말하고는 곧장 상자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사마보의 호위무사 하나가 힐끔 사마보의 눈치를 살폈다.

‘ 쫓아가 볼까요?’

이렇게 묻고 있었다.

사마보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한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사마보를 바라보았던 호위무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황금 천 냥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쌀로 환산한다면 2천석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들은 유사시에 이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만일 백우가 황금을 철검문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황금은 철검문 내부에 있을 것이기에 회수하기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백우가 황금을 밖으로 가져나가자 호위무사는 물론 사마보까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나 비록 황금 천 냥이 큰 금액이기는 해도 일단 황금은 둘째 문제였다.

일각의 시간이 흐르자 백우는 물론 철검문의 사람들이 모두 앞마당에 집결했다.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까지 모두 각자의 무기를 소지하고 모였다.

백우가 이들을 확인하고 사마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가시지요.”

백우의 말에 사마보가 앞장서서 철검문의 현관을 나섰다.

철검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백우는 손에 든 깃발을 펼쳤다.

철검위진천하(鐵劍威震天下).

철검문을 상징하는 깃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 우문강.”

백우가 자신을 부르자 우문강이 흠칫 놀라는 시선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 설마?’

이런 우문강을 향해 백우가 손에든 깃발을 내밀었다.

모두가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백우와 우문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철검문을 상징하는 깃발, 그 깃발을 백우가 설마 사혈성 출신인 우문강에게 맡기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 대체 무슨 의미인가?’

깃발을 받아드는 우문강까지도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우는 무심한 시선으로 우문강을 향해 말했다.

“ 이번 원행에서 내가 자리를 비운다면 자네가 나를 대신하도록.”

백우의 말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우문강이 화들짝 놀라면서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

한 대의 마차, 사마보의 몫이었다.

열 필의 말, 백우를 비롯한 호위무사들의 몫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경공으로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달리는 말의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이를 경공으로 따라오는 사람들의 무공은 확실히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게 한 대의 마차와 열 필의 말, 그리고 철검문의 사람들이 철검문을 떠났다.

그 시각 철검문에 남은 수란은 시비들과 함께 문주인 위지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위지겸은 물론 남궁혜와 두노까지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무슨 뜻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란과 시비들, 그리고 서로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 너희들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피도록.”

수란의 말에 두 시비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명을 받들겠습니다.”

두 시비가 몸을 움직이자 수란은 재빨리 지필묵을 찾아 천에 글을 써내려갔다.

- 물건 확인불가, 목적지는 청해성 아합랍달합택산, 강아지는 잠적, 길 잃은 고양이도 함께 잠적, 추후 지시요망. -

“ 휘~익.”

수란이 창가에서 휘파람을 불자 하늘에서 매 한 마리가 아래로 내려왔다.

수란은 재빨리 매의 다리에 천을 묶기 시작했다.

순간 싸늘한 기운이 그녀의 전신을 옭아맸다.

수란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녀를 향해 두 개의 머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재빨리 몸을 피하는 수란, 수란과 마찬가지로 화들짝 놀라면서 날개를 펄럭이던 매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수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백총관!”

백우가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백우는 천천히 수란의 옆을 스치고 지나쳤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매의 다리에 묶여있는 천으로 손을 옮겼다.

수란이 재빨리 그녀의 검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수란은 감히 검을 뽑을 수 없었다.

백우는 오른손으로 그의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고, 그런 백우의 등 뒤로 강렬한 귀기가 수란을 위협하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귀기는 그녀에게 “ 움직이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쥔 상태에서 백우는 왼손으로 천을 손에 쥐었다.

‘ 미친.’

지금 백우는 태연하게 자신에게 등을 보인채로 천을 확인하고 있었다.

‘ 지금이 기회이거늘.’

수란의 이성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능이 그녀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이성과 본능의 싸움, 순간 수란은 자신의 주변을 뒹구는 두 개의 머리를 확인했다.

‘ 결코 나를 살려줄 위인은 아니다.’

불신의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뜬 두 시비의 눈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동시에 강렬한 귀기가 그녀를 엄습했다.

어느새 백우는 돌아서 있었다.

그녀를 엄습했던 귀기는 삽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의 팔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백우는 여전히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대체 언제 검을 뽑았는가?’

수란은 제대로 백우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만큼 백우가 빨랐다는 뜻이다.

‘ 이자, 소문 이상이다.’

수란이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백우가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 소속은?”

수란은 재빨리 혀를 깨물려고 했다.

어느 틈에 백우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가지고 있던 천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 소속은?”

백우는 수란의 목을 놓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지필묵을 힐끔 쳐다보았다.

글로 쓰라는 것이었다.

수란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우려 했다.

결코 백우에게 대항하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왼팔이 바닥을 뒹굴었다.

백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나지막이 말했다.

“ 소속은?”

이렇게 말하면서 백우는 천천히 수란의 버선을 벗겼다.

수란이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런 수란을 향해 백우가 옆에 있는 지필묵을 바라보았다.

발로 글을 쓰라는 뜻이었다.

이를 거부하는 듯 수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수란은 안도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수란이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내 절망하는 시선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팔이 잘려나간 상황, 출혈로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히 지혈할 방법이 없었다.

수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이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얼마 후 백우가 다시 본대에 합류했다.

“ 잊으신 물건은 찾으셨습니까?”

우문강의 말에 백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강은 백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 냄새를 맡았다.

우문강의 본능이 백우가 위험한 상대라는 것을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우문강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 확실히 만만한 상대가 아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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