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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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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60

작성
11.06.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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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귀검 제6화--4

DUMMY

철검문의 후원에 위치한 연무장.

이곳은 누대로 철검문의 후기지수들을 위한 수련장이었다.

철검문에 몸담은 누구라도 반드시 한번은 이곳을 거쳐야만했다.

철검문의 주인인 위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받기 전까지는 누구나 이곳에서 수련을 해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문주가 된 위지겸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 하나 예외라면 바로 철검문의 소속이 아닌 남궁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철혈검법(鐵血劍法), 도합 삼십육 초의 검식이다.

베고 찌르고 휘두르는 일련의 동작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검의 흐름을 느끼고 익힐 수 있도록 안배된 검식으로 철검십이식의 바탕이 되는 검식이다.

흔히들 검법과 보법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철혈검법은 이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초식으로 만들었다.

검초와 함께 그에 걸맞은 보법마저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철혈검법의 화두는 빠름이었다.

상대를 현혹시키는 화려한 움직임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둔 검식이었다.

“ 건성으로 백번 검을 휘두르기 보다는 한번을 휘두르더라도 정확하게.”

백우의 외침에 위지겸이 이를 악물었다.

이미 위지겸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몸을 빙그르 회전하면서 한발로 몸을 지탱하고 검을 앞으로 내뻗었다.

내뻗은 검 끝에 나이답지 않은 경쾌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백우는 빠르게 위지겸의 옆으로 다가가 위지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위지겸의 팔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 정확하게 하라고 몇 번을 말해야 되는가?”

지금 위지겸은 한발로, 그것도 발뒤꿈치를 살짝 든 상태였다.

이 자세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곧바로 다음 동작으로 연결해야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백우가 위지겸의 연결동작을 막자 위지겸은 이를 악물고 자세를 유지했다.

‘ 벌써 몇 번째인가?’

백우가 붙잡았던 위지겸의 팔을 놓았다.

“ 잠시 그 자세를 유지하도록.”

위지겸의 검과 내뻗은 팔, 허리까지 모두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자세에서 한발로, 그것도 발뒤꿈치를 살짝 든 상태에서 발가락의 힘만으로 균형을 유지하기란 웬만큼 숙달된 무인들도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의 위지겸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 때론 일촌(一寸)의 길이가 승부를 좌우하는 법, 완벽한 동작이 그 일촌의 길이를 확보할 수 있음이니, 지금은 그 차이를 몰라도 좋다.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반드시 완벽하게 취하도록.”

백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지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위지겸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있었다.

“ 일어나서 다시 처음부터.”

백우의 말에 위지겸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백우의 시선이 위지겸을 떠나 남궁혜에게 향했다.

“ 내 내공을 운용하지 말라고 그토록 일렀거늘, 아직도 조막만한 내공에 의지해 검을 움직이느냐.”

백우의 호통에 남궁혜가 인상을 찌푸렸다.

“ 하지만..........”

무언가를 항변을 하려는 남궁혜, 백우가 이런 남궁혜의 말을 막았다.

“ 보타암의 남해삼십육검은 유(柔)와 다변(多變)의 무학이니 빠름을 바탕으로 하는 본문의 무학보다 오히려 더 정확한 움직임을 요하느니라. 내력은 검의 위력을 더 하는 것이지 내력으로 검의 형태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느냐? 검의 위력을 더 해야 할 내공을 이용해 검의 형태를 갖춘다면 그 검이 어찌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

남궁혜가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움직였다.

채 일초식도 제대로 펼치기 전에 백우의 호통이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 틀렸어!”

남궁혜는 힐끔 백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시 검을 움직였다.

백우는 이어지는 남궁혜의 움직임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참다못한 남궁혜가 움직임을 멈추고 백우를 향해 따지듯 말했다.

“ 본암의 검법을 제대로 알기나 하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백우의 입가에 살짝 비웃음을 번졌다.

“ 네 사부이신 정연신니께서는 한 올의 내공조차 실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금 네가 보여주는 변화보다 현란한 변화를 선보였느니라. 부드러움과 현란한 변화 속에서 때때로 번뜩이는 예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심코 탄성을 자아내도록 만들 정도였거늘, 지금 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정연신니께서 선택한 후계자라고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구나.”

정연신니까지 언급하는 백우의 비아냥거림에 남궁혜가 삐죽이 입을 내밀었다.

“ 말로는 누군들 못할까?”

백우가 무심한 시선으로 남궁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제대로 정확한 동작을 펼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거라.”

남궁혜가 재빨리 이에 화답했다.

“ 제 동작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해요. 제가 펼치는 검식이 바로 본암의 남해삼십육검이예요.”

남궁혜의 목소리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다시 위지겸을 향해 시선을 돌리려던 백우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남궁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어이없군. 그 자리에 검을 두고 연무장 밖으로 물러나도록.”

백우의 요구대로 남궁혜가 그 자리에 검을 내려놓았다.

계속해서 백우가 위지겸을 향해 말했다.

“ 너도 일단 연무장 밖으로 물러나거라.”

위지겸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나마 쉴 시간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연무장의 한쪽에서 두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백우는 남궁혜가 내려놓은 검을 손에 쥐었다.

검을 쥠과 동시에 스산한 기운이 일어났다.

백우는 이런 자신의 기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불편한 기색을 지우고 검을 움직였다.

보타암은 여승들의 절이었다.

속가제자들까지도 모두 여인으로 받아들였다.

모두가 여인이었기에 보타암의 무공은 여인에게 적합한 무학일 수밖에는 없었다.

남성들의 압도적인 힘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타암이 택한 것은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의 원리, 그리고 그 유능제강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서 속도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

쾌를 다변으로 제압하기 위해서는 그 변화가 능히 상대를 현혹시킬 수 있어야만했다.

백우가 검을 움직이자 남궁혜의 눈빛이 번뜩였다.

백우는 자신의 주장처럼 한 올의 내공도 끌어올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발출되는 저 스산한 귀기의 정체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남궁혜가 놀란 것은 아니었다.

백우는 그야말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남해삼십육검을 시전하고 있었다.

정확한 한 동작, 한 동작이 이어졌다.

한순간 연무장 위가 화려한 검의 잔영으로 가득 찼다.

남궁혜는 물론 위지겸의 눈에도 그것이 단순히 한 개의 검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 설사 사부님께서 펼치신다고 할지라도 저 정도는............’

남궁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검의 잔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내 남궁혜의 얼굴에 아쉬움이 번졌다.

조금 더 백우가 펼치는 남해삼십육검을 감상하고 싶었다.

불현듯 남궁혜는 백우의 검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하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백우는 남궁혜의 이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바닥에 검을 내려놓았다.

백우를 에워쌌던 스산한 기운이 삽시간에 그 자취를 감췄다.

백우는 자신을 다소 멍하니 바라보는 남궁혜를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 보았느냐?”

남궁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는 없었다.

백우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나는 열일곱의 나이에 단 한 번 정연신니께서 펼치시는 남해삼십육검을 보았을 뿐이다.”

남궁혜가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 잘났군.’

남궁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에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백우는 단지 한 번 보고 흉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백우의 움직임이 내력까지 이용해 펼치는 자신의 남해삼십육검보다 더 정확했다.

지금 백우의 말은 조금 전 자신 있게 스스로의 동작이 정확하다고 말했던 남궁혜를 질책하는 것이었다.

남궁혜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백우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 계속하거라.”

남궁혜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백우의 시선이 위지겸에게 향했다.

위지겸이 알았다는 듯 재빨리 연무장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를 확인한 이후에 비로소 백우는 한쪽 옆에 서있는 두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두의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그때 보았던 그 남해삼십육검의 재현입니까?, 정말 멋지군요.”

이렇게 말하는 두의의 얼굴에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단지 옆에서 한 번 지켜보았을 뿐이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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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귀검 제13화--1 +2 11.08.15 3,629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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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귀검 제9화--4 +4 11.07.07 4,781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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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귀검 제8화--2 +2 11.06.23 5,136 41 13쪽
22 귀검 제8화--1 +2 11.06.22 5,317 38 9쪽
21 귀검 제7화--3 +2 11.06.21 5,505 41 10쪽
20 귀검 제7화--2 +4 11.06.20 5,645 43 16쪽
19 귀검 제7화--1 +3 11.06.18 5,668 45 9쪽
18 귀검 제6화--5 +3 11.06.17 5,496 48 7쪽
» 귀검 제6화--4 +3 11.06.16 5,717 45 10쪽
16 귀검 제6화--3 +2 11.06.15 5,823 48 7쪽
15 귀검 제6화--2 +3 11.06.14 6,008 48 10쪽
14 귀검 제6화--1 +3 11.06.10 6,231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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