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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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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1.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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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3화--4

DUMMY

지난 6개월 진조범에게도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번번히 담야수가 진조범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로인해 진조범에게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평소에는 담야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담야수 뿐이었다.

유중이 그 자리를 떠나자 담야수와 진조범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두 사람의 문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시체를 노리는 사람들 사이에도 나름의 규칙은 있었다.

특히 낭인검 유중처럼 은자를 내놓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더구나 이 은자 10냥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실제로 낭인검 유중은 자신의 수중에 있는 은자 모두를 탈탈 털어서 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죽은 막병청의 품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은자 10냥이냐 아니면 막병청의 품에서 나오는 유품이냐, 이것을 한 사람이 선택해야만 했다.

물론 그 선택권은 담야수에게 있었다.

그리고 담야수는 안전하게 은자 10냥을 선택했다.

담야수가 은자를 선택한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막병청이 입고 있는 옷가지들이 너무 허름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검이 외관상으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고작해야 고철 값이나 받으면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보였던 것이다.

막병청은 수련도중 부친의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곧장 낭인검 유중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품안에 가지고 있는 은자는 고작 2냥에 불과했다.

이점에서 담야수의 선택은 옳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의 경우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담야수가 은자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유중과 막병청의 대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막병청은 단 일검에 유중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런 무공이라면 그다지 대수롭게는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점에 대해서는 진조범의 생각도 담야수와 다르지 않았다.

진조범은 처음에는 막병청의 무공이 실로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 풍기는 기도나 처음으로 접하는 뛰어난 경공으로 볼 때 뛰어난 고수일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 사람의 대결이 너무 싱겁게 끝났다.

진조범 역시 두 사람의 대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발만 빠른 인물정도로 막병청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진조범에게 선택권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담야수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렇듯 두 어린 소년에게는 조금 전 대결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담야수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리고 때론 이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법이었다.

담야수는 이렇게 평생에 다시없을 천재일우의 기회를 진조범에게 스스로 양보하고 말았다.

외관상으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던 막병청의 검, 그것은 실제로 그 가격조차 제대로 책정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명검이었다.

또한 막병청의 품에서 나온 한 권의 무공비급, 월광검보(月光劍譜) 역시도 단순히 돈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렇게 각자의 몫이 정해졌다.

각자의 몫이 정해지자 다시 두 사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우선 시체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 시체를 바칠 나무와 덩굴 등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진조범은 막병청의 수중에서 나온 은자 2냥을 만지작거렸다.

‘ 빌어먹을. 차라리 한 푼도 없을 것이지. 하필이면 은자 2냥이라니.’

진조범의 생각처럼 하필이면 은자 2냥이었다.

담야수가 유중에게 은자 10냥을 받았기에 반드시 좋은 관을 써야만했다.

장의사에게 좋은 관을 주문하면 정확히 은자 2냥이 들어갔다.

통상 시체에서 은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은자는 담야수가 지불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시체에서 관 값을 지불할 은자가 나온다면 진조범이 관 값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진조범에게는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담야수를 바라보았다.

‘ 지독하게 재수 좋은 놈.’

진조범의 이런 표정에 담야수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미소로 화답하고 있었다.

“ 밤이 깊어가니 서두르자.”

담야수의 재촉에 진조범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석 냥도 아니고 딱 두 냥이라니.’

너무나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조범은 담야수와 함께 막병청의 시체를 운반하면서 손에 쥔 막병청의 검과 품안에 갈무리한 월광검보를 떠올렸다.

‘ 흑상(黑商)에게 팔면 값이 얼마나 나갈까?’

흑상은 무림의 상황이 어수선해지자 새롭게 등장한 상인들이었다.

바로 죽은 자들의 물품을 사는 상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흑상은 진조범과 같은 이들이 가져온 물품을 싸게 구입해 이를 새롭게 꾸며서 되파는 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통상 무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철 값의 절반 정도 밖에는 지불하지 않았다.

무공비급의 경우는 몇몇의 검증절차를 거처 값을 매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팔 때는 비싼 값을 쳐서 팔았고, 장소팔이 구한 무공비급도 이런 흑상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이것이 진조범이 무공비급을 찾아 돌아다니는 이유였다.

흑상은 진짜 쓸 만한 무공비급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위해 팔았고, 그런 무공비급은 결코 장소팔이 돈으로 구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은 서안의 장의사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지만 장의사는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만큼 성업 중이라는 뜻이었다. 시절이 수상한 만큼 장의사는 쉴 틈도 없었다.

담야수는 먼저 장의사에 관을 주문한 이후 묏자리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담야수가 풍수지리에 능통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담야수는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 온갖 상식을 떠올리며 적극적으로 묏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는 진조범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담야수는 사사건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던 재수 없는 녀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담야수의 모습은 사뭇 달라보였다.

좋은 관을 사용한 이상 담야수가 대충 시체를 아무 곳에나 묻는다고 할지라도 이를 책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시체를 대충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담야수는 나름 유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유중의 부탁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제대로 묻어주려 하는 것이었다.

진조범은 이런 담야수의 모습에서 그가 제법 신용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담야수가 선택한 장소는 서안의 변두리에 위치한 동산이었다.

주변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제법 좋은 장소였다.

장소를 찾기가 무섭게 담야수는 장의사에게 빌려온 곡괭이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 서 있는 진조범을 향해 담야수가 말했다.

“ 좀 돕지.”

담야수의 말에 진조범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함께 삽질을 시작했다.

늦은 밤 달빛아래 두 소년은 열심히 땅을 팠다.

어느 정도 땅을 판 이후에 진조범은 이 정도면 되었다는 생각으로 삽질을 멈췄다.

지금까지 진조범이 지켜본 바로는 그 정도면 통상 다른 사람들이 시체를 매장하는 수준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담야수는 달랐다.

대충 시체를 감출 정도로 땅을 파는 것이 아니었다.

진조범이 삽질을 멈춘 이후에도 담야수는 진조범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비지땀을 흘리면서 너무나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이런 담야수의 모습이 진조범에게는 또한 새롭게 보였다.

진조범이 빤히 자신을 쳐다보자 담야수가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진조범은 재빨리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담야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녀석, 힘들면 옆에서 쉬고 있으려무나.”

이렇게 말하면서 담야수는 계속해서 땅을 파고 있었다.

결국 진조범도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계속해서 담야수를 도와 땅을 팠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둘은 다시 장의사로 돌아가 막병청의 시체를 그곳으로 운반했다.

매장을 끝내자 어느덧 동이 터오고 있었다.

담야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진조범의 손에 은자 2냥을 쥐어주었다.

“ 녀석, 고생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담야수는 진조범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은자 2냥을 받아든 진조범은 다소 감격스런 표정으로 담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담야수가 입가에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두고 봐라. 이 담야수, 언제까지 이렇게는 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 내가 출세하면 네 녀석에도 한자리 떼어주마. 함께 밤을 지새운 인연을 생각해서 말이다.”

이런 담야수의 말에 진조범 역시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은자 2냥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담야수의 모습에서 마치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이날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한동안 함께 행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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