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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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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1.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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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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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
글자
8쪽

월야공자 제2화--1

DUMMY

제2화 꿈꾸는 점소이


“ 어서옵쇼.”

어린 점소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손님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그저 반사적인 인사에 불과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손님을 확인한 점소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와, 예쁘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모습이 이러할까?

점소이를 이렇게 감탄하게 만든 손님은 아직 여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린 소녀였다.

하지만 화용월태(花容月態)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야말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점소이는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디 비단 점소이 뿐이겠는가?

객점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의 시선마저도 자연스레 그녀에게 향할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출중했다.

“ 짝.”

객점을 울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점소이의 눈앞에서 별이 번쩍였다.

“ 어디서 천한 것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녀의 갑작스러운 일격과 독설에 점소이는 자신의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 빌어먹을 성깔하고는. 어이구, 내가 이걸 확.’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단지 쳐다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시에 찔린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점소이는 기분 같아서는 이 버릇없는 소녀의 낯짝을 후려치고 한바탕 쌍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생각뿐이었고, 현실은 눈을 내리까는 것이었다.

‘ 빌어먹을 나라고 언제까지 점소이로 끝날 줄 아느냐?’

점소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얼굴에 다시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흥.”

미소녀는 이렇게 점소이를 향해 가벼운 콧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점소이에게 자신의 용무가 모두 끝났다는 듯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오히려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점소이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점소이는 자신의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순간 그녀의 일행으로 보이는 청년이 점소이를 향해 가벼운 비웃음을 흘렸다.

“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는 게야, 어서 자리나 안내하지 않고.”

사과의 말 한마디 없는 미소녀도 짜증났다.

하긴 사과를 할 정도의 인간이라면 애초에 뺨도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고소하다는 듯 자신을 비웃는 청년의 모습은 점소이를 더더욱 분노케 만들고 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온 지 어언 3년이 지났다.

성공을 위해 열 살배기 소년 진조범은 겁도 없이 북경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청해성에서 북경까지는 어린 소년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거리가 아니었다. 아니 세상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가슴팍에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홀로 길을 가는 어린 소년, 그야말로 몇몇 사람들에게는 다시 찾을 수 없는 행운의 먹잇감이었다. 그리고 그 먹잇감을 노획한 운 좋은 당첨자는 산적이었다.

그렇게 진조범은 운 좋은 산적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땡전 한 푼 없는 소년 진조범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런 진조범을 수렁에서 구해준 사람이 바로 이곳 청양객점의 주인 장소팔이었다.

장소팔을 만난 것은 진조범의 일생에서 더 없는 행운이었다.

이곳 청양객점의 점소이는 대부분 진조범과 같이 나이 어린 고아들이었다.

물론 이들의 임금은 쌌다.

그래서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소팔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장소팔이 임금이 싸다는 이유로 고아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었다.

장소팔이 이들을 고용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장소팔은 아이들에게 낮에만 일을 시켰다.

또한 사흘만 일을 하고 사흘씩은 쉬도록 하는 배려까지도 잊지 않았다.

더구나 쉬는 날이면 아이들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거처에 책과 목검 등을 구비해 두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지난 3년간 진조범은 한 번도 손에서 목검을 놓은 적이 없었다.

일이 끝난 저녁은 물론 쉬는 사흘 동안에도 언제나 목검은 진조범의 벗이 되었다.

이런 진조범을 객점주인인 장소팔은 누구보다 아끼고 있었다.

장소팔 역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장소팔이 이렇듯 번듯한 객점을 운영하기까지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장소팔에게 진조범의 노력하는 모습은 너무나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진조범은 이곳에서 3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제 겨우 13살의 나이였지만 접객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을 대하기 마련이었다.

진조범은 이런 경험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에 진조범은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본적이 있었다.

무릇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 글귀를 대한 이후에 진조범은 항상 일하는 와중에 손님들을 관찰해왔다.

아직은 벗과 함께 나누었던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것은 훌륭한 장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일신의 무력만으로는 훌륭한 장수가 될 수 없었다.

훌륭한 장수가 되기 위해서 일신의 무력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나아가 부하들을 얼마나 잘 통솔할 수 있는지 그 역량 또한 중요한 것이었다.

부하들을 제대로 통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이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진조범은 여기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좀 더 먼 훗날을 위해서 일을 하는 가운데에도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노력에는 어느 정도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지난 3년의 세월 이런 노력으로 이제는 나름대로 어느 정도 사람의 인상을 통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진조범의 착각이었다.

오늘의 일남일녀가 바로 이런 진조범의 착각을 깨어주고 있었다.

소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동행한 청년 역시 준수한 얼굴에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은 안하무인(眼下無人), 한마디로 개차반이었다.

역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는 법이었다.

그래도 이들의 용모로 보건데 제법 행세깨나 한다는 명문가의 자제들임이 분명했다.

통상 명문가의 자제들이 점소이를 깔보는 일은 허다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처럼 노골적으로 이를 겉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람들이 많은 객점에서는 거드름을 피우며 나름대로 점잖게 행동하거나, 애써 겸손함을 가장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 하긴 가식적인 것 보다는 솔직한 것이 나을지도.’

진조범은 애써 이렇게 두 사람을 좋게 생각하려 했다.

그리고 공손히 일남일녀의 뒤를 따랐다.

성깔이 더러워도 손님은 손님이었다.

객점주인 장소팔의 은혜를 생각해 진조범은 언제나 이렇듯 손님을 대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가식적인 행동이지만 얼굴에는 한껏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어휴, 내 진짜 성질 같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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