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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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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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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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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12화--2

DUMMY

이튿날 아침 진조범은 원중도와 함께 이영륜등을 거느리고 맹주전으로 향했다.

과거 수하들을 뽑는 행사 이후 거의 삼년 만에 나들이 다소 흥분이 될 만도 하건만 진조범은 너무나 차분한 표정으로 천조각을 나서고 있었다.

반면 이영륜등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잠입한 목적은 이곳의 세력과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위해 지난 삼년의 시간을 천조각에서 진조범을 호위하면서 보냈고, 마침내 오늘에서야 그 첫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 그들이 향하고 있는 맹주전은 그들이 반드시 파악해야할 검마맹의 고수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슈~우~웅! 슝! 슝!

진조범이 천조각을 나서기가 무섭게 진조범을 향해 일단의 비도가 날아왔다.

비도를 확인한 원중도의 얼굴이 차갑게 변함과 동시에 이영륜등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먼저 원중도가 앞으로 나서며 날아오는 비도를 막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했다.

순간 진조범이 가볍게 오른손을 들며 그런 원중도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진조범을 향해 날아온 십여 개의 비도는 보란 듯이 진조범의 앞길에 박히면서 하나의 글자를 만들었다.

“ 회(回), 발길을 돌리라는 뜻인가?”

진조범은 가만히 바닥에 박힌 한 개의 비도를 집어 들었다.

“ 좋은 향기로군. 그렇다면 삼사저인가?”

진조범은 과거 의사당에서 보았던 설야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렇게 설야연을 떠올리던 진조범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당시 설야연의 분위기와 지금 비도에서 풍기는 향기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 그새 취향이 바뀌었는가?”

그리고 원중도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 일단 비도를 모두 회수해 보관해두도록 하게.”

진조범의 말에 원중도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비도를 뽑아 강일운에게 맡겼다.

순간 진조범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그나저나 벌써부터 내가 천조각을 나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진조범은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는 곧장 맹주전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갑작스런 비도의 출현 때문이었을까?

일행의 모두의 얼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영륜은 곳곳에 보이는 흉흉한 살기와 삼엄한 경계를 느끼면서 이곳이 진정 용담호혈(龍潭虎穴)임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진조범과 일행들이 맹주전에 도착했다.

맹주전 외곽을 빙 둘러싸고 있는 무인들의 기세는 실로 범상치 않았다.

이영륜등은 이런 무인들의 기세만으로도 검마맹이 어떻게 지난 20년의 세월을 서북의 패주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비단 이영륜 뿐만이 아니었다.

강일운을 비롯한 호위들 대부분이 이런 분위기에 다소 주눅이 든 듯 어느새 조금씩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돌연 진조범이 발걸음을 멈추고 무심한 시선으로 뒤돌아 이들을 훑어보았다. 이런 진조범의 시선을 대한 이영륜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 어째서일까?’

이영륜은 진조범의 무심한 시선을 대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위축된 기분이 일거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진조범이 그런 이영륜을 향해 씨~익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단순히 이영륜을 향해 지은 미소가 아니었다.

자신을 호위하는 강일운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미소였다.

비로소 모두가 천천히 어깨를 펴며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안정을 되찾자 비로소 진조범이 다시 발자국을 옮기기 시작했다.

‘ 크다!’

이영륜은 갑자기 눈앞에서 움직이는 진조범의 뒷모습이 크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진조범을 단순히 천조각에 웅크린 겁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미 어제의 일로 진조범을 다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모두의 시선이 또 한 차례 변하고 있었다.

‘ 우리는 어쩌면 왕신림이 아닌 저자에게 주목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저자를 보호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왕신림의 나이 어느덧 육순을 넘어 칠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진조범의 나이 스물이었다. 진조범이 차기 대권을 잇는다면 중원은 왕신림의 검마맹이 아닌 진조범의 검마맹을 상대해야하는 것이었다.

지금 진조범의 모습에서 이영륜은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순간 잠영대주 방징이 이들의 앞을 막아서며 진조범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공자님.”

진조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방징의 인사에 화답하며 말했다.

“ 사부님께서는 안에 계시는가?”

방징은 우선 진조범의 뒤에선 원중도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취하고 다시 진조범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 기별을 받으시고 이미 오공자님을 기다리신지 오랩니다. 어서 안으로 듭시지요.”

방징의 안내를 받으면서 진조범이 전각 안으로 몸을 움직이자 원중도가 그런 진조범의 뒤를 따랐다. 순간 방징이 발걸음을 멈추고 힐끔 원중도를 쳐다보았다.

“ 죄송합니다.”

원중도는 방징의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그 어떤 불쾌한 내색도 하지 않고 방징의 요구대로 발걸음을 멈췄다.

잠영대주라는 자리는 오로지 맹주의 명만을 받드는 자리, 지금 방징의 행동은 모두 맹주의 뜻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방징에게는 섭섭할 것이 없었지만 솔직히 맹주에게 조금 섭섭하기는 했다.

지난 이십년, 원중도는 일심으로 그를 섬겼었다. 비록 지금 진조범의 휘하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도 맹주의 명령, 때문에 한번쯤은 맹주가 자신을 찾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섭섭함도 잠시 뿐이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는 진조범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원중도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 이제는 저분이 나의 주군이시니.”


지난 4년의 시간동안 원중도는 지하의 수련장에서 수차례 진조범과 비무를 가져왔다.

때문에 원중도는 누구보다도 진조범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6개월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3년 6개월 전 원중도는 그 이전의 6개월 동안 진조범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진조범에게 3년의 시간만 허락된다면 어쩌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년의 세월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원중도의 예상대로 진조범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이미 6개월 전 진조범은 검마맹내의 최고고수중의 한사람인 원중도의 경지에 육박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6개월, 진조범은 더 이상 원중도와 비무를 가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제는 진조범이 어느 정도까지 그 실력을 끌어올렸는지 원중도로써도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 단순한 재능의 차이였을까?’

흔히들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원중도는 진조범과 지난 4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 자신의 무공에도 적지 않은 진보를 보았다.

검을 든 무인으로써 누가 천하제일의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과거 왕신림을 만나 그의 검에 무릎을 꿇을 당시에도 원중도는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분명 좌절은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좌절은 좌절일 뿐 포기가 아니었다.

20년 전 원중도는 20살 남짓의 청년에 불과했고, 왕신림은 이런 원중도보다 2배 이상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때문에 원중도는 언젠가는 왕신림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반밖에 살지 않은 진조범이 자신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었을 때 원중도는 다시 한 번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원중도는 이제 그런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는 없었다.

최고로 가는 길, 그것이 자신의 몫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이 자신의 실력에 근접했을 때 원중도는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히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그 최고로 가는 길에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런 원망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 맹주, 이제는 지금의 주군께 저를 보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오이다.”

원중도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맹주전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원중도에게 진조범은 단순한 주군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 진조범은 그의 제자였으며 또한 희망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 원중도는 이제 자신의 꿈마저도 진조범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었다.

강일운과 이영륜등이 이런 원중도의 행동을 다소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옛 주군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일까?’

두 사람은 그저 이런 생각으로 원중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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