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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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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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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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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5화--4

DUMMY

검마 왕신림, 그는 사십 여 년 전 스무 살의 나이에 무림에 출도(出道)했다.

청년 왕신림은 신강성 천산산맥의 동쪽 끝, 박격달봉(博格達峰)의 남쪽에 위치한 넓은 투루판분지에 펼쳐진 오아시스 마을 토로번(吐魯番)에서 그 장도를 시작했다.

당시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달랑 검 한 자루가 전부였다.

그런 왕신림이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그가 무림에 입문한지 10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당시 서역상인들을 괴롭히며 타클라마칸사막(塔克拉瑪干沙漠)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마적단(馬賊團) 두목 가얼단을 단신으로 제압하면서 왕신림은 비로소 세상에 그 이름을 알렸다.

가얼단을 제압한 왕신림은 가얼단이 이끌던 마적단을 휘하로 흡수 본격적으로 무림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다시 10년, 마지막으로 청해성의 성도 서녕에 버티고 있던 백가장의 장주 백인호를 제압함으로써 마침내 신강과 청해성을 아우르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니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검마맹이다.

그렇게 검마맹이 탄생한지도 벌써 20년,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검마맹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고 했던가?

그것은 향후 중원의 패권을 위한 인내의 시기였다.

그리고 중원을 향한 그 첫걸음이 바로 왕신림이 서안 유가장 방문이었다.


“ 그 아이는 자신의 처소로 갔는가?”

왕신림의 말에 원중도가 고개를 숙였다.

“ 그렇습니다, 대공자가 직접 오공자를 그의 처소로 안내했습니다.”

왕신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낙천이가 직접 그 아이를 안내했단 말이지.”

원중도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왕신림이 그런 원중도를 향해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왜, 본좌가 그 아이의 존재를 미리 다른 사람에게 알렸는지 그 의도가 궁금한 것이냐?”

원중도가 재빨리 이를 부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감히............”

왕신림이 그런 원중도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자네와 만난 지도 어언 20년 세월이 흘렀는가? 그동안 자네는 정말 변함이 없구먼, 일말의 의구심도 내보이지 않는 맹목적인 충성, 만약 검마맹의 모든 사람들이 자네만 같았더라면 이미 20년 전에 중원을 도모할 만도 했건만.”

원중도는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고개를 숙였다.

“ 주군, 과분한 말씀 거두어주십시오.”

왕신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 아니야, 자네야 말로 나의 진정한 충신이라 할 수 있겠지.”

왕신림은 좀처럼 칭찬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칭찬은 원중도로서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원중도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 이미 내 나이 육십을 훌쩍 넘었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이 말라빠진 늙은이가 지금에 와서 다시 거사를 시작해도, 다시 뜻을 세워도 될 성 싶은가?”

원중도는 감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20대의 나이에 왕신림의 눈에 들어 그의 측근으로 지난 20년을 살았다.

그런 와중에 원중도는 왕신림의 지금과 같은 모습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적도, 감히 상상조차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왕신림이 늙었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 이 순간 불현 듯 눈앞의 왕신림이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설마 주군께서 한계를 느끼시는 것인가?’

고개 숙인 원중도를 지켜보던 왕신림이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 어떤가? 이제 자네도 한번쯤 내 품을 벗어나 보는 것이.”

왕신림의 말에 원중도가 바닥에 머리를 쿵 내리찧었다.

“ 제가 주군의 뜻을 거스르기라도 한 것입니까? 어찌 저를 내치려 하십니까?”

원중도의 말에 왕신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거참, 그 급한 성격 좀 죽이라고 내 그렇게 누차 이야기했거늘, 그래, 이번에 동행한 그 아이는 어떻던가?”

원중도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 오공자 말씀이십니까?”

왕신림이 고개를 끄덕이자 원중도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 과연 주군의 안목은 정확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가 지켜본 오공자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신 분입니다.”

왕신림이 흡족한 표정으로 원중도를 바라보았다.

“ 좀처럼 칭찬을 하지 않는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그렇게 모자란 놈은 아니라는 뜻이로군, 하지만 과연 그 아이가 이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왕신림의 질문에 원중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왕신림은 진조범을 제외하고도 제자만 스물네 명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진조범은 그의 다섯 번째 제자였다.

물론 얼마 전 이무경이 왕신림의 손에 죽었지만 원중도가 알기로는 실제로 왕신림의 손에 죽은 제자는 이무경이 유일했다. 결국 그동안 이무경을 제외한 열여덟 명의 제자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었다.

이런 와중에 제자로 받아들인 진조범, 이제 그의 나이 고작 16세였다.

단순히 재능만으로 앞으로의 위기를 넘기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이 아닐 수 없었다.

원중도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왕신림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 어떤가? 자네가 그 아이를 좀 도와주는 것이?”

원중도가 의아한 표정으로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 그 말씀의 뜻은?”

왕신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자네도 향후의 일들을 조금은 생각해야하지 않겠는가?”

원중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 주군.”

왕신림이 그런 원중도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 뭘 그리 놀라는가?, 어찌되었건 내 다른 뜻이 있으니 당분간 자네가 그 아이를 옆에서 돌봐주도록 하게.”

원중도가 계속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왕신림은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원중도에게 한권의 비급을 내밀었다.

“ 그 아이에게 전해주게, 명색이 그래도 사부가 아닌가?”

비급을 받아든 원중도가 놀라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마검삼식(魔劍三式).”

원중도가 이렇게 놀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왕신림이 자신의 최고절기인 마검삼식을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마검삼식은 왕신림이 최근에 이르러서야 완성한 것으로 단 한번 다른 제자들에게 선 보였을 뿐 그것을 아직 직접 전한 적은 없었다.

‘ 주군께서는 왜 이제 와서 그것도 오공자에게 마검삼식을 전하시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비급을 받아들고 있는 원중도를 향해 왕신림이 나직이 말했다.

“ 이 일은 당분간 나와 자네 그리고 진조범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 세 명만의 비밀로 간직하도록 하지, 또한 앞으로 자네는 나의 말보다 우선해서 그 아이의 명을 따르도록 하게나. 그럼 이만 물러가보게.”

원중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품안에 비급을 갈무리하고 맹주전을 벗어났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왕신림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 그나저나, 소림이라.”

왕신림은 공공대사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왕신림은 천애고아였다.

그런 그에게 형제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형제가 없는데 조카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이십년 전 그의 아들 왕망이 죽고, 지금은 손녀인 왕다련이 유일한 혈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신림은 자신의 조카를 죽였다는 명목으로 서안의 유가장을 찾았다.

이런 왕신림의 진정한 목적은 바로 공공대사에 있었다.

중원을 가슴에 품고자 한다면 소림은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할 거대한 산이었다. 때문에 왕신림은 먼저 소림을 알고자 했다.

그래서 소림의 차기 방장으로 손꼽히는 공공대사를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이 유가장으로 가는 것을 세상에 알렸고, 또한 그의 의도대로 공공대사가 유가장을 방문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비무, 그 짧은 비무를 통해서 왕신림은 소림의 힘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비록 공공대사가 차기 소림의 방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확정되지 않은 차기일 뿐이었다. 아직 공공대사를 능가하는 전 항렬의 고수들이 소림에는 무수히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대사의 실력은 자신과 일전을 겨루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비단 소림뿐이겠는가?

무당과 아미를 비롯해, 이곳 청해성의 곤륜을 제외한 8파1방이 아직 건재했다.

또한 무수한 고수들이 중원에 버티고 있음을 왕신림은 공공대사를 통해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40년의 노력으로도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인가? 결국...............”

왕신림은 다소 허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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