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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세기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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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7.03.15 15:21
최근연재일 :
2017.04.19 23:57
연재수 :
8 회
조회수 :
547
추천수 :
9
글자수 :
25,814

작성
17.04.15 22:08
조회
62
추천
1
글자
9쪽

2장, 천지개벽(天地開闢) (2)

DUMMY



"허억...... 허억!"

"고작 잠깐 뛴 것 가지고 그렇게 몰아쉴 정도였나?"


많이 힘겨워 보이는 청년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저런 반응이 나올 줄을 몰랐다. 겨우 2분을 달린건데 저렇게 몰아쉬는 것을 보면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머리를 푹 숙이더니,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 우우......"

"우?"

"우에에에엑......"


아, 속까지 게워낸 것일까. 나는 그의 옆에 서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허억...... 허억......"

"일단 힘들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끔씩 저런 사람들이 보이거든...... 뭐, 지금이 시기상 가장 불안할 때니까. 저런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을 보며 한 숨을 쉬었다. 힘들 때 일수록 가장 많이 의존하는게 종교...... 아니, 믿는 것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이 청년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른다면 '전설 속의 인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그마치 '현자'.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던지, 우월한 기술력을 알고 있다던지. 마을, 아니. 세계의 기술력을 진보시켜주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의 호칭을 달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그저 하늘에 떨어진 것만 보고 그렇다, 그렇다 하니까 믿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마을의 이장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이. 이 청년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청년은 크게 숨을 내뱉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안색이 조금 좋지 않아 보이지만 나에게 말을 걸으려 하는 것 같았다.


"저, 저기."

"그래, 뭘 질문하고 싶지?"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간단한 질문이었다. 이건 답해주는 것이 좋겠지.


"여긴 <태극(太極)>이라는 대륙에서 <백하(白河)>라는 마을이야."

"태극...... 백하?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네요."

"그래?"


그럼 이쪽에서 역으로 질문해야겠다.


"그렇다면 청년은 어디에서 왔어?"

"저요? 저야 전...... 어라? 내가 어디 살았더라?"


응?

저 청년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당연하듯이 자신이 살던 곳을 말하려다, 갑자기 잊어버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런가."


속이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는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일단 압박을 주면 분위기가 더 꼬일테니, 다른 걸 물어볼까?


"그렇다면 이름은 어때?"

"이름이요? 백지수 입니다."

"백지수...... 지수라고 불러도 되겠지?"

"얼마든지요, 그런데 그쪽의 이름은......."

"아,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구나. 내 이름은 '하세기(河世氣)' 세기라 불러주면 좋겠네."

"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날 아니?"

"아뇨, 기분 탓이었나봐요."


흐음, 일단은 이런 상황에 대해선 넘어가고. 그럼 이번에는 다른 걸 물어보도록 할까.


"그렇다면 잘 하는 것이라던가?"

"잘 하는 것......? 전 평소에 설렁설렁 하는 사람이라 그런 건 잘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뭔가 장점이라는 게 있을거 아냐."

"으음......"


지수는 무엇이라도 짜내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역시나라는 듯이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대답하기 힘들면 나중에 말해도 괜찮은데."

"그, 그럴까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거든요...... 갑자기 사람들이 절 뭐라 부르질 않나, 갑자기 절 잡아서 이쪽으로 끌고오지 않나. 차에 묶여서 끌려다니는 것 같았다니까요."


말은 잘하는 것 같았다. 횡설수설하는 것만 빼면 묘사력이 꽤나 좋았다. 그만큼 자신이 무슨 처지에 놓여있는지 아는 거겠지.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이 근처에 살고 있던 어르신이 자주 쓰시던 장기 세트가 놓여있었다.

일단 저 녀석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먼저 장기로 승부를 벌려고 했다. 장기야말로 작은 전쟁터나 다름없으니까, 잘만 한다면 꽤나 좋은 책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장기 세트를 끌어와 지수와의 거리를 두며 사이에 놓고는 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장기라도 한 판 하지, 청년. 혹시 장기 할 줄 알아?"

"장기? 초등학교 시절에 조금 하고 그만뒀는데......"

"꽤 예전에 했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두는 법은 알아요."

"그렇다면 시작하지. 선공은 양보하겠어."


말 정리가 모두 끝났다. 이제 이것은 나와 지수의 작은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다.

천천히 대화를 이어가면서, 지수의 책략을 시험해보겠다.

지수는 졸(卒) 하나를 집어 옮기기 시작했다.


자아, '현자'라고 불리우는 청년이여.

내게 네 책략을 보여주려무나.




"......"

"......"


어라, 왜 내 진영에 저 녀석의 말이 수두룩한 거지? 그리고 내 말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손을 뻗어 '차(車)'를 왼쪽으로 보냈지만, 지수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마(馬)'라고 쓰여있는 말을 들어 내 말을 물리쳤다.


"......잘하네."


진형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장기판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 마을에서는 꽤나 자부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질 줄은 몰랐다.


"으음, 세기 씨가 잘 못하는 것 같은데요."

"......."


그 말을 듣자, 도리어 미소가 지어졌다. 지수는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대로 장기판의 끝을 들고선 그대로 위로 들어올려 놀이판을 확 뒤엎어버렸다.


"젠자앙ㅡ! 장기 뭣 같이 두네!!"

"흐이익?!"




"흠..... 흠...... 미안해, 내가 사소한 감정에 대한건 좀 약하거든."

"마음이 약한 걸 고사하고 제 얼굴이 장기판처럼 평면으로 밀릴 뻔 했는데요?!"

"자자, 장기 이야기는 그만하고, 한 가지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을?"

"너, 내 일을 좀 도와주지 않겠어?"

"이, 일? 혹시 막노동이라던가 새우잡이 같은......"

"그런 게 아냐! 그런 걸 시킬거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게 나았겠지! 게다가 난 그런 막노동 같은 거,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목을 가다듬고선 지수의 손을 맞잡고선 고개를 숙였다.


"너의 '지혜'가 필요해. 세계를 다시 원래대로 뒤집어 놓을만한 '힘'이."

"......그런가요."


지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말로 전설에 나오는 '현자'인걸까? 하지만 그는 이대로 수긍하기는 힘들거라 생각한다.


"네 말에 따라서,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정말로 만약에 '흑(黑)' 녀석들이 이 녀석을 보낸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 아니, 어쩔 때가 아니다. 그저 이쪽으로 편입할 수 밖에 없다. ......그 녀석도 찾아봐야 하고, 이 청년이 '첩자'라던지, '현자'라던지, 그저 '길을 잃은 청년'인지는 앞으로 가서 알아봐야할 것 같았다.


"알겠......어요."


지수가 입을 열어 내 제안을 수락해주었다.

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조금 더 고민해 본다는 말은 없었다. 그저 살짝 생각만 했을 뿐이지, 거리낌 없이 이쪽에 대한 일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일단은 장구에 맞춰줘서 북을 두드릴 시간인 것 같았다.


"좋아, 혹시 필요한 것이라도 있어?"

"혹시, 휴대폰 같은 거 없나요? 아, 이쪽은 혹시 예전 시대라던가 그런건가요? 으음......"

"......? 휴대폰?"


갑자기 휴대폰을 찾는 지수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넘겨주었다. 꽤나 낡은 듯한 폴더폰이지만, 그대로 키가 몇 번 먹통이 되는 것 빼고는 잘 돌아간다.


"어라?! 있어요?!"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아, 아니. 말하는 투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최신 기술하고는 거리가 먼 곳이라 생각해서......"

"무슨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그것 좀 빌려주세요!"


지수는 내 휴대폰을 건네밭더니 갑자기 내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저장 조차 되어있지 않은 번호'일 텐데 전화번호의 위쪽에 알 수 없는 문자가 떠 있었다.


"저, 지수야? 그거 누구야?"

"아, 이거...... 잠깐만요."


지수는 통화버튼을 눌러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대체 누구지?


작가의말

몇 백년 전으로 떨어진 줄 알았어?

아니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마 제가 이번 시험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봅니다. 글 쓰는게 너무 재미있어...... 멈출 수가 없어......


아, 하지만 공부 빼고 남은 시간에만 쓰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7.04.18 01:23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 사칙연산
    작성일
    17.04.18 07:4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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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2장, 천지개벽(天地開闢) (3) +2 17.04.19 114 1 10쪽
» 2장, 천지개벽(天地開闢) (2) +2 17.04.15 63 1 9쪽
6 2장, 천지개벽(天地開闢) +2 17.04.10 32 1 7쪽
5 1장, 전생체험 (3) +2 17.04.06 42 1 7쪽
4 1장, 전생체험 (2) +2 17.04.05 52 1 12쪽
3 1장, 전생체험 +4 17.03.31 91 1 6쪽
2 프롤로그, 무지(無知)한 현자(賢者) +2 17.03.23 72 2 4쪽
1 세상(世)의 기운(氣) +2 17.03.18 8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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