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무지(無知)한 현자(賢者)
마을 중앙에 흰 옷을 차려입은 이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던 날, 마을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명 현자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면서 잔뜩 흥분한 채, 현자에게 각종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하늘에서 떨어진 '현자'라는 작자는 이 곳이 어디인지도, 혹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무지(無知)'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여긴...... 어디죠?"
이들은 단 한 치의 의문도 없이 이 마을의 이름을 대면서, 계속 들리지도 않을 질문을 해대었다. 나는 보다못해, 사람들을 해산시키면서 중앙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마을 근처에 외곽진 원두막으로 끌고 와 앉혔다.
처음에는 그저 호구조사 같은 질문을 하면서 캐오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 또는 자신이 어떻게 이 곳이 온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이름과 알 수 없는 용어들 뿐이었다.
이렇게 되니, 분위기는 더욱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자, 원두막에 있었던 장기판과 장기돌을 각자의 자리에 두어 판을 만들었다. 그 때, 그는 무언가 반응이라도 하는 듯이 움찔거리다가,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장기를 시작했을 때, 마치 모든 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동작으로, 내 말들을 하나하나 잡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말을 몇 개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외통수를 당하고 끝나버렸다.
"......실력이 좋네."
"아니, 그 쪽이 못하는 것 같은데......"
......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지만 참아내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내 소개를 올리면서, 손을 잡아내었다.
지금은 '전략'에 대한 인재가 필요한 시기였다. 만약 실제로 행했던 이 장기처럼, 훌륭한 책사일 것 같아 그를 잡아내었다.
"우리에게는 너 같은 인재가 필요해. 우리 종족을 위해서 힘 써주지 않겠어?"
"......뭐, 그렇다면야. 딱히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 따라갈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감격하지는 않아도 기분은 좋았다. 이로서 전력을 하나 얻은 셈이니.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 지수야."
-지수-
손을 맞잡았다. 꽤나 따뜻한 감촉이 손을 타고 전달되었다. 그녀는 기쁘다는 듯 손을 맞잡아 흔들면서 횡설수설 이야기해대었다. 아직까지도 머리가 새하얀 종이처럼 아무런 소리가 머리에 박히지 않았다.
눈을 떠 보니, 나는 마을 중앙에 이상하게 생긴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연애나 문제에 관한 질문만이 쏟아졌을 뿐이었다. 게다가 내가 누구였는지도 이름 말고는 딱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뭔가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진행 될 것이다. 라면서 스포일러를 해대는 것 처럼 느껴지기에.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도 그저 무덤덤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한 소녀가 내 손을 잡고 끌고 온 곳이 이 원두막. 처음에는 그나마 현실적인 질문을 하던 그녀가 갑자기 분위기를 깨겠다고 장기를 두는 순간, 나는 내 몸 안에 무언가의 감각에 따랐을 뿐이었다. 그냥 한 마디로, 쉬웠다. 한 번 움직이면 그녀가 당황해 했고, 두 번 움직이면 그녀의 진영 말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겼더니 이런 상황이었다.
마을을 위해 힘써달라고? 으음, 그보다는 내가 사는 것이 먼저인 것 같은데. 뭐,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서 홀로 움직이느니, 이런 곳을 아는 것 같은 애에게 붙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살고 봐야지.
- 작가의말
프롤로그는 이제 끝! 언제 이을 지 모르겠지만 다음 화부터는 1화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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