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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세기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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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7.03.15 15:21
최근연재일 :
2017.04.19 23:57
연재수 :
8 회
조회수 :
545
추천수 :
9
글자수 :
25,814

작성
17.04.05 00:03
조회
51
추천
1
글자
12쪽

1장, 전생체험 (2)

DUMMY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드디어 올스탯 S라는 기이하고도 완벽한 캐릭터를 뽑아냈다.


"크흐흐흐....... 47번의 환생 끝에 드디어 나와주는구나."


나느 폐인처럼 게임 화면에 몰입하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어내었다. 몇 십 시간을 투자한 것이라 그러는 걸까? 왠지 모르게, 게임 내에서는 S급 캐릭터에게 아무런 이펙트가 없는데도, 나에게는 그저 후광이 밝게 비추어져 보이는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계속해서 마지막 히든 보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누군가가 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나는 몇 시간째 같은 자세만 취한 몸이 뿌득거리는 것을 고사하고 문 앞에 다가갔다.


"누구세요."


"나야, 윤소라!"


"사칭이지?"


"아니거든, 빨리 나오기나 해! 약속 시간이잖아!"


문을 열어주려는 순간, 멈칫. 사고가 마비되기 시작했다.


'뭐......?! 언제 약속시간이 된 거지?!'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뿔싸, 토요일 아침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이 떨어뜨린 열쇠고리를 찾아보려고 돌아다니는 줄 알고 이렇게 가져오기까지 했는데, 기습적인 훅 어퍼에 맥을 못추리는 사람처럼,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어....... 지수야? 빨리 안 가면 줄 기다릴텐데?"


".......잠깐만 기다려, 금방 준비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녀석들에게 어울려줘야 그나마 일요일을 탈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가장 먼저, 계속 입고 있었던 교복을 벗어던지고 그대로 왼쪽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T셔츠와 캡을 쓰고선 휴대용 게임기를 챙겼다.


"뭐...... 가는 길에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고리를 열어제끼며 밖으로 나섰다.


"으윽......"


문을 열자마자 눈부신 햇빛이 내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때, 옆에서 한 숨이 들려왔다.


"저기, 해 방금 떴거든?"


"모르는 소리 마, 원래 밤에서 아침으로 들어갈 때, 햇빛이 가장 눈부신 법이라고."


"네에, 네. 어서 가기나 하자, 지우가 기다리고 있어."


소라는 내 손을 잡아 끌면서 억지로 달리게 만들었다. 힘도 힘이지만, 지금 나는 거의. 아니, 완전히 밤샘을 한 상태라 체력과 머릿속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어느 한 공원, 그 곳에서 지우가 한 다리를 꼬면서 우리 둘을 기다리는 듯, 팔짱을 끼고 있었다.


"미안! 늦었지?"


"아니야, 이 정도면 빨리 온 거지. 만약 내가 갔으면 한 시간 공방전이 벌어졌을 걸."


"그 정도야?"


"......그건 네가 억지로 문 열고 들어올려고 해서 그런 거였잖아."


"약속을 했으면 지켰어야지! 그것 때문에 한정판도 못사고."


"어휴....... 그래, 일단 이 이른 아침부터 향하는 곳은 어디야?"


"바로 저기!"


소라는 조금 낡아보이는 건물을 가리켰다. 건물에는 크게, '전생 체험'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져 있었다. 나는 보나마나 무당이 굿이나 다른 무언가로 전생을 보여준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내뱉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 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자, 어서 가자!"


".......야! 야! 아파! 팔 끌지 마!"




전생 체험 때위, 그저 미신을 믿는 무당이 하는 말인 줄 알았더니, 어째선지 건물에 들어서자, 근미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온 몸을 흰 색 옷으로 입고 있는 과학자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것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우와.......! 멋지다!"


평소 기계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우가 콧김을 훅훅 내뱉으면서 주변을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라는 어제 보여준 쿠폰을 한 과학자에게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전생 체험을 하러 왔는데요. 여기 쿠폰......"


"아, 손님이셨군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과학자는 소라가 건네준 쿠폰을 낚아채듯 가져가더니, '준비실'이라고 불리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 나하고는 상관 없으려나 싶어, 주변 의자에 자리잡아 챙겼던 게임기를 꺼내 하기 시작했다.


"지우는 원래 저렇다 쳐도....... 너도 참 여전하구나...... 곧 있으면 우리가 상상도 못할 체험을 할 텐데, 그렇게 게임이나 하고 말이야."


"게임하는 사람에게 뭐라 하지 마."


"알아, 그렇지만 넌 특히 심하잖아."


"......."


툭툭,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집에서 얻은 S급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노가다를 하던 중 방금 보았던 과학자가 이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손님은 전부 세 분이시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벌써요? 우와, 빠르네요!"


"손님이 조금 일찍 오신 것 뿐이랍니다. 자, 어서 들어가시죠."


"지수야, 가자!"


"너 먼저 하고 와, 난 지금 이것 때문에 바빠."


나는 툭툭, 버튼을 두드리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소라는 갑자기 내 게임기를 잡더니, 그대로 뺏어버렸다.


"아앗?!"


"정말이지, 게임만 하지 말라고!"


"젠장! 돌려줘!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황천행이란 말야!"


나는 어떻게든 게임기를 탈환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보지만, 게임만 하던 내 몸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이 체험이 끝나면 바로 돌려줄게!"


"젠장......! 내 캐릭터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다 네 책임이야!"


"알았으니까, 어서 가자고."


소라는 등을 툭툭 치더니, 과학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기계 구경을 마친 지우도 합류하면서, '준비실'에 발을 들였다.




준비실에 선 우리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람의 크기만한 돔이 우우웅, 시끄러운 기곗소리를 내고 있었다. 짧은 치마에 흰 가운을 걸치고 있던 여성 과학자가 박수를 치면서 우리를 주목시키며 입을 열었다.


"전생 체험 코스에 오신 여러분들, 환영해요! 저는 이 곳의 담당자인 최인화이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오늘,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생은 어땠는 지, 체험하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럼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이나 모자, 팔찌,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모두 빼 캐비넷에 넣어주세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모자를 벗고선 바구니 안에 넣었다. 그 때, 소라가 내 게임기를 자신의 바구니에 넣는 것이 보였다.


"소라, 그건 줘야지."


"싫어, 이거 들고 도망갈지도 모르잖아? 끝나면 돌려준다니까."


"......칫."


우리는 소지품을 모두 캐비넷에 넣었다. 그런뒤, 잠시 앉아 또 다시 과학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전생이란 영적인 관계로, 무당과도 같은 '신격'같은 걸 숭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것이 '론'을 합치게 된다면, '환생론'이 된다고 해요. 하지만, '전설'로만 전해지던 '론'을 우리는 '과학적'으로 해석해, 자신의 전생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발명하기에 이르렀죠. 이 장치는......"


하암, 하품이 나기 시작했다. 언제 설명이 끝날까. 지금 저 과학자가 지껄일 시간을 계산해 본 결과, 장장 40분 째다. 이 쯤 되면 거의 수업이나 마찬가지일게 뭔가. 하지만 저 둘은 신기한 건지, 저 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멍청한 건지 모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과학자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저, 저 과학자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못 알아들을 뿐이었다. 환생이 대체 뭔지, 전생이 뭔지. 알고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그것을 '선악의 차별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길래~'라는 소재는 정말이지 식상하기도 짝이 없었다. 결국 흥미를 잃은 나는 결국 밤샘의 후유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눈이 감기면서,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졸기 시작했다.




...


......


......나.


일......나.


"일어나."


누군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고 싶었다. 친구도 아닌 녀석들에게 억지로 끌려온 것이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설명충의 시간이라던가. 밤샘으로 피곤한 몸을 더욱 더 피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잘 안깨네."


그냥 가면 됩니다 손님. 왜 자꾸 졸리는 사람을 깨우려고 그러십니까.

나는 제발 깨우는 사람이 나를 포기한 채, 그냥 가만히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귓 속으로 파고 들어가다 못해 뚫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지. 왜 이렇게 목이 서늘한 거지? 뭔가 내 목이 뎅강하고 날아갈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아, 살며시 눈을 떴다. 흰 빛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아니. 어느 소녀가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들어 뒤로 당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거면 깨려나?"


재빨리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몸이 붙은 듯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소녀는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강하게 내려찍으며 외쳐내었다.


"일ㅡ어ㅡ나!!"


"마괂괋삺팕?!!!"


깜짝 놀란 나는, 그대로 이상한 언어를 내뱉으며 일어났다. 눈을 떠 보니, 그 소녀는 온데간데 존재하지 않았고, 화가 난 듯한 소라가 코 닿을 거리로 가까이 얼굴을 대며,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수야ㅡ! 언제쯤 정신 차릴 거야!!"


"끄응...... 시끄러워. 어제 잠을 못잤단 말이야."


"나랑 지우는 벌써 체험 다 했단 말이야! 네가 자는 걸 터치 안했다가는 여기서 아주 살 것 같아서 깨워줬더니, 뭐? 시끄러워? 시이끄러워어어?!"


소라는 불 같이 화를 내면서 내 두 볼을 잡아 찢어낼 기세로 주욱 당겨내었다.


"으브브브브!!"


"언제쯤 그 정신을 고칠까? 응? 네 전생은 나무 늘보냐?!"


폭주하는 소라를 막아세운 과학자는 일단 그녀를 진정하게 만들었다. 소라의 두 손이 떠나간 자리에는 두 배 이상 퉁퉁 불은 것 같은 볼이 욱신 거렸다. 과학자는 그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자아, 그럼 마지막 손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면 체험하시겠어요?"


"......."


나는 슬그머니 준비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 게임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일찍 끝나겠지. 라고 생각한 나는, 입을 열었다.


"체험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네, 그럼 이쪽으로."


과학자 누나는 나를 돔 안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나는 뒤에 쏟아지는 소라의 따끔한 눈초리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돔에 들어가니, 푹신한 시트와 베게가 들어가 있었다.

머리를 베니, 깨질 것만 같았던 두통이 한 층 나아진 것 같았다. 그 때, 우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돔의 문이 닫히면서, 과학자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아, 백지수 군이었나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


"......없어요.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요."


"하하, 금방 끝나니까요, 그낭 잠깐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거에요. 그럼 리인카 32호(REINCA-032)의 가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그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몸의 긴장을 늦추었다.


그 순간, 과학자 누나의 소리도, 돔 안에 비추고 있었던 소라와 지우의 모습도, 혹은 거울처럼 비치던 내 모습도 모두 사라진 채, 오직 검은 공간 만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일인가 당황하며,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이 마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진 듯, 아니면 내 스스로 몸이 따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검은 공간 속에서......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작가의말

전생 시스템, 작동!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7.04.05 14:59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 사칙연산
    작성일
    17.04.05 20:13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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