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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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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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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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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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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EP.24 미꾸라지 사냥( 3 )

DUMMY

[1부] EP.24 미꾸라지 사냥( 3 )


서예진은 온 힘을 다해 찌르기를 시전했다.

목봉이 마물의 몸통을 강타하자 콰직 하는 소리가 났다.

자이언트 머드피쉬가 켁 소리를 내며 약 2m 정도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진 마물이 입을 벌리고 축 늘어졌다.


“주, 죽었나?”


박영주가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주문을 외자 마물이 다시 펄떡거렸다.

깜짝 놀란 생존자들이 뒤로 크게 물러나며 비명을 질렀다.


“이게 아니야······.”


서예진은 자신의 목봉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방금 전의 찌르기 자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보다.

그녀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박영주를 불렀다.


“영주야, 한 번 더 가자.”

“으엑! 한 번 더요?”


박영주는 미간을 찡그리며 자이언트 머드피쉬를 힐긋 보았다.

마물은 매우 화가 난 것 같았다.

녀석은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듯 입을 쩌억 벌리고 코 옆의 검은 촉수를 마구 휘둘렀다.


“한 번만 더 해줘. 이번엔 될 거 같아!”

“후웁······, 이번에 꼭 끝내야 돼요!”


난 두 사람을 지켜보며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제한시간인 3분은 약간 지나있었지만 모른 척 넘어갔다.

서예진이 뭔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콰악!


박영주가 한 번 더 야구배트를 휘둘렀다.

거대한 생선이 공중으로 3m 정도 솟구쳤다.

서예진은 이미 기마자세를 취한 뒤 호흡을 정돈하고 있었다.


모든 생존자들의 눈이 서예진의 목봉으로 모여들었다.

그녀는 기마자세를 유지한 채 앞발을 강하게 내딛으며 봉을 내질렀다.

그러자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 생존자 ‘서예진’이 스킬 ‘진각’을 발동합니다. ]

[ 기마자세에서 시작된 모든 공격력이 1.5배 상승합니다. ]


여기까지는 똑같아.

솔직히 [진각]을 발동한 것만 해도 대단한데 뭘 더 보여주겠다는 거지?


난 서예진의 동작에서 아까와 다른 점을 찾기 위해 유심히 지켜보았다.

왼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으며 찌르기를 한다.

자세 자체는 동일하다.

그런데 뭔가 조금 달라진 게 보였다.


무릎이 90도보다 조금 더 구부러지면서 다리가 마치 알파벳 ‘M’처럼 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관절에서 푸른 아우라가 번쩍였다.


“저건······?”


순간 환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전에 연수희가 [왕의 흔적 쫓기]를 각성했을 때, 마현웅이 [사자후]를 각성하기 직전에 그랬던 것처럼 자동으로 그 스킬이 발동했다.


[ 스킬 ‘원작 출력’을 발동합니다. ]

[ 생존자 ‘서예진’이 ‘고유 스킬’ 각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 체내에 흐르는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


이런 타이밍에 고유 스킬?

당연히 이 다음에 나올 스킬은 [발경]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설마 하는 심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서예진의 몸 곳곳의 관절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딛는 발목이 바깥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목에서 시작된 회전은 무릎과 허리, 어깨, 손목으로 이어졌다.


[ 생존자 ‘서예진’이 고유 스킬 [진 발경]을 각성하였습니다. ]


모든 관절이 찌르기에 가장 적합한 각도로 돌아가며 움직임을 가속시켰다.


“하앗!”


서예진이 기합을 외치자 그녀의 발밑에서 기의 폭풍이 솟아났다.

발이 착지지점에 다다르자, 푸른색의 아우라가 그녀 주위를 감쌌다.

다리를 타고 올라온 돌개바람은 순식간에 그녀의 전신을 훑은 뒤 목봉의 타격지점으로 전해졌다.


투콰앙!


완벽한 기마자세에서 시작된 찌르기가 공중에 뜬 마물의 허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크뤠에엑······!


땅에 떨어진 자이언트 머드피쉬가 괴성을 지르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꿰뚫린 부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허억, 허억······.”


서예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덜덜 떨었다.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 3m짜리 대형 마물이 혀를 내민 채 죽어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생존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서예진이 만든 결과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이언트 머드피쉬의 몸 중앙에 지름이 20cm는 될 법한 큰 구멍이 뚫렸다.

500원짜리 동전만한 굵기의 목봉으로 찌른 상처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게 빨리 진 발경을 각성하다니······. 중국무술에 얼마나 진심인 거야?”


[진 발경(震 發勁)]은 말 그대로 [진각]과 [발경]의 합체 스킬이다.

원래 이 둘은 각각의 스킬이며 하나로 이루어질 수 없다.

동시에 발동하더라도 두 스킬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진 발경]은 두 개의 스킬은 완벽한 하나의 흐름으로 아우른다.

[진각]으로 시작된 지구의 에너지가 전신을 감싸고, 수류처럼 자연스럽게 타격지점으로 모여든다.

그 경이로운 기술의 극치는 육체능력 레벨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자아낸다.


“이거, 이걸 제가······.”


서예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혼란에 빠진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자신이 뭘 해낸 건지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서예진이 우뚝 멈춰 섰다.

난 어이가 없어서 그저 웃어버렸다.

서예진의 방황하던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을 찾아갔다.


“1조 사냥 성공!”


훈련에 참여했던 생존자들이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박영주도 서예진을 일으켜주며 함께 축하해주었다.


“저 여자가 한 건가?”


유재하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녀석은 서예진이 처치한 마물의 상처부위를 바라보며 턱을 감싸 쥐었다.


“혼자서 물장구나 치고 놀더니 웬일이냐? 너도 훈련 도와주게?”

“내가 왜? 그냥 구경하는 거야.”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 이 자식아.

그나마 사고라도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못 써먹을 정도로 약골은 아닌가보네.”


유재하가 서예진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말 예진씨한테 직접 해줘. 너 때문에 화 많이 났더라.”

“화냈다고?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하여간 섬세함이라곤 1도 없는 놈이야.”

“······너, 그거 나 욕한 거지.”


유재하가 날 째려보며 물었다.

난 한숨을 쉬며 논을 가리켰다.


“야, 됐고. 아까처럼 물에 들어가서 한 마리 더 건져 올려.”

“난 작은 놈은 취급 안 해. 또 제일 큰 놈으로만 고를 거다?”

“상관없어.”


아무래도 주요멤버들을 내가 너무 얕본 것 같네.

조금 더 세게 나가도 되겠어.


“두 번째 조도 호명할 테니 앞으로 나오세요!”


난 서예진들이 잡은 자이언트 머드피쉬를 해체해 나눠주었다.

몸통 굵기가 직경 80cm에 달하다보니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2조엔 마현웅과 심할머니를, 3조엔 연수희와 김씨를 포함시켜 사냥 훈련을 진행했다.

처음엔 그들도 거대한 마물 앞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마현웅, 연수희가 앞장서자 다들 용기를 얻어 마물사냥에 동참했다.


마지막 훈련이 끝나자, 어느덧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다.

논에서 레드탈리스 20줄기를 꺾은 뒤 우린 공장으로 되돌아갔다.


***


훈련을 끝내고 공장으로 돌아오니 8시가 지나 있었다.

새벽의 어둠을 뚫고 아침 해가 높이 떠 있었다.

생존자들의 배에서 아침을 달라는 듯 꼬르륵 소리가 났다.


“프라이팬이나 냄비가 없는 게 아쉽네.”


이계로 급히 날아오느라 요리도구를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생선 모양이긴 하지만 마물 고기를 생으로 먹을 수도 없어 다들 고민에 빠졌다.


“그냥 꼬챙이에 꿰서 구워 먹으면 안 돼요?”

“그게 제일 편하긴 한데 그러다 타버리면 영양소 대부분이 날아가. 탄 고기는 건강에도 안 좋다고.”


하는 수 없지. 어차피 언젠가는 사야 했으니까.


“상점창.”


허공에 대고 외치자 눈앞에 상점창이 나타났다.

화면 왼쪽을 보자 식료품, 도구, 무기, 방어구, 소비 아이템 등의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 아래엔 각각의 항목에 맞는 상품들이 쭉 나열되었다.


좀비사태가 벌어진 초반에는 골드가 부족해서 상점을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특히 <대아시>의 식료품 가격은 악명이 높아서 10장짜리 식빵 한 봉지에 3만 골드, 생수 같은 건 종류에 따라 8만 골드에 달하는 것도 있다.


“애초에 먹을 건 직접 구해먹으라는 취지긴 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네.”


난 헛웃음을 지으며 그 밑의 ‘도구’ 항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검색창에 ‘요리도구’라고 검색했다.


“스테인레스 프라이팬 2천 골드에 질냄비 5천 골드······.”


재료와 종류에 따라 각종 요리도구가 진열대에 올라와 있었다.

이 역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식료품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난 몇 가지 중에서 고민하다가 지름이 2m에 달하는 철냄비를 구매했다.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눈앞에 대용량 철냄비가 땡그렁 떨어졌다.


“역시 구이나 볶음 요리엔 이게 최고지.”


철냄비는 모든 냄비들 중 열전도율이 가장 높아 요리 중 쉽게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빠르게 겉면을 구울 수 있으니 고기나 생선 등에서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와, 엄청 크다!”


박영주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생존자들도 엄청난 크기의 철냄비에 놀라워했다.

손잡이가 있다는 점을 빼면 시골집에 있는 솥뚜껑과 닮은 모양이었다.


“아저씨, 사람들 몇 명 데려가서 장작 좀 구해주실래요?”

“이런 데에 장작이 있을까······?”

“저쪽에 철제 계단 올라가는 곳 보이죠? 그 뒤쪽에 보시면 각목 같은 거 쌓아뒀을 거예요. 앞으로 사흘간 써야 하니까 3개만 갔다 주세요.”

“하루에 1개 가지고 되겠어?”

“그건 걱정 마세요. 힘 좀 써야 되니까 영주랑 현웅 아저씨도 데려가요. 아, 근처에서 상자도 10개 정도 가져오시고요!”


명령을 내리자 김씨가 생존자들을 데리고 철제 계단 쪽으로 향했다.

난 그 사이에 생존자들로부터 남은 생수를 모조리 모았다.

다 모아도 1L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양이었다.


“앞으로 사흘은 어떻게 버티지······. 논에 있던 물은 마시면 배탈 나겠죠?”


서예진이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끓이면 마실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요. 내일이면 비가 내릴 테니까.”


날씨는 이계에 오자마자 모두 체크가 끝났다.

생존에서 물의 존재는 필수적이니까.

레드탈리스에서 추출한 향신료에 염분도 있으니 소금 걱정도 없다.


“수희랑 다른 사람들 데리고 이것 좀 잘라주실래요?”


난 꺾어온 레드탈리스 20개를 건넸다.

겉보기엔 줄기가 조금 굵은 2m짜리 갈대처럼 보였다.


“여기 보시면 20센티미터 간격으로 마디가 나눠져 있을 거예요. 각 마디마다 칼집을 내서 손으로 비비면 알갱이가 나오니까 한 곳에 모아주세요.”

“아, 저 손수건 있어요. 거기에 모아올게요.”


서예진은 레드탈리스 20개를 가지고 생존자들을 불렀다.

곧 네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긴 줄기에 칼집을 내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가져왔네!”


김씨와 사람들이 투박하게 생긴 목재 3개를 질질 끌고 왔다.

이 공장에 있는 것들처럼 각목 하나가 통나무처럼 굵고 길었다.


난 커다란 각목으로 다가간 뒤 손날로 몇 번 두드렸다.

그러자 나무가 4분의 일 크기로 잘게 쪼개졌다.


“우와······.”


생존자들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난 그들에게 장작으로 쓰기 적당하게 더 잘게 쪼개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근처에 있었는데······.”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벽면으로 다가가니 어제 봐둔 벽돌이 쌓여 있었다.

높이 30cm에, 길이는 무려 60cm나 되는 벽돌이었다.

그것들을 가져와 디귿자 모양으로 쌓으니 훌륭한 간이 화덕이 완성되었다.


“시작해볼까.”


난 대형 철냄비를 벽돌 화덕에 올렸다.

그 밑에 장작을 깔고 불을 붙인 뒤 잘라둔 뼈 채로 자이언트 머드피쉬를 냄비위에 올렸다.


“기름이 없는데······, 타진 않을까요?”


서예진이 철냄비 위에서 익어가는 생선살을 보며 염려했다.


“이 녀석은 어류형 마물 중에서도 기름기가 많은 놈이에요. 불에 올려두기만 해도 기름이 배어나오죠. 삼겹살 굽는 거랑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말하기 무섭게 자이언트 머드피쉬의 살점에서 번쩍이는 기름이 흘러나왔다.

곧 맛깔 나는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생선살이 익어갔다.

식칼을 이용해 2번 정도 뒤집자 겉면이 연한 갈색으로 노릇노릇해졌다.


“배고픈 사람?”


난 생존자들을 향해 물었다.

배고프지 않을 리가 없을 거다.

아침 일찍부터 논까지 왕복한데다가 사냥훈련까지 했으니까.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난 피식 웃으며 한 명씩 돌아가며 생선살이 붙은 뼈를 집어주었다.

접시가 없어서 맨손으로 뼈를 잡고 뜯어야했지만 다들 그런 건 상관없는 듯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박영주가 자이언트 머드피쉬 몸통 구이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녀석은 몇 번 우물거리더니 곧 눈을 번쩍 뜨고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경호형, 이거 진짜 맛있어요! 생선 같은데 살이 바스라지지도 않고.”

“알겠으니까 좀 천천히 먹어······. 먹을 게 어디 도망 가냐?”

“이거······, 쩝쩝, 우와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미꾸라지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쩝쩝 맛은 장어 맛이 나요!”


박영주는 곧 수박만한 생선살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었다.

그러다 목에 가시가 걸렸는지 켁켁 거렸다.


“에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좀 천천히 먹으라니까.”


서예진이 손바닥으로 박영주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두 번 내리친 후 세 번째로 휘두를 때 알림창이 울렸다.


[ 생존자 ‘서예진’이 스킬 ‘발경’을 발동합니다. ]


“위험해!”


난 재빨리 손을 뻗어 서예진의 손을 잡았다.

팔목을 통해 [발경]의 찌릿한 에너지가 전해졌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손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제, 제가요?”

“아뇨, 영주가요.”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앞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자신의 알림창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이게 왜 자동으로 발동하지······?”

“‘발경’은 그냥 외치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스킬과 조금 달라요. 오랜 연습을 통해 체득하고, 완벽한 동작을 취해야 발동하죠. 그러다보니 우연히 발동될 때도 있어요.”

“그럼 발동시키지 않으려면 어떡해 해요?”

“음······, 예진씨는 너무 발경에 익숙해진 것 같으니까 발동할 때의 감각을 피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뭔가 관절이 빠르게 회전하는 느낌이 있을 거예요.”

“관절이 회전한다고요?”


서예진은 어깨랑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발경]은 연습을 하더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이 완벽하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는 건데······.


“예진씨.”

“네?”

“혹시 예전에 그 중국무······, 아니 액션영화 같은 거 얼마나 많이 봤어요?”

“저 퇴근하면 매일 한편씩은 봤어요, 히히. 주말엔 연속 3편 본 적도 있고!”


서예진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자주 보면 싫어도 머릿속에서 무술동작이 그려지겠군.

이미지트레이닝 훈련은 따로 안 해도 되겠어.


“그리고······, 저 이제 괜찮으니까 그냥 말하셔도 돼요. 어렸을 땐 그것 때문에 괴롭힘 당하긴 했지만, 이젠 옛날 일이니까.”

“정말 괜찮겠어요?”

“아, 아직 부끄럽긴 하지만 우리 주 멤버들끼리만······.”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속닥속닥 해요?”


갑자기 박영주가 끼어드는 바람에 나와 서예진은 들고 있던 뼈를 놓칠 뻔 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말했다.


“영주 너 혹시 중국무술영화 같은 거 좋아하니?”

“당연히 좋아하죠! 성룡 나오는 취권을 10번 이상은 봤을 걸요?”

“성룡도 멋지지만 역시 무술영화의 시작은 이소룡이지. 정무문은 너무 많이 봐서 대사까지 외웠어.”


서예진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관심분야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굉장히 신나보였다.


“난 개인적으로 견자단이 출연한 엽문 영화 팬이야.”


난 엽문의 영춘권 자세를 흉내 내며 이야기 끼어들었다.

우리 셋은 각자 좋아하는 무술 동작을 하며 깔깔 웃었다.

서예진의 밝은 미소를 보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


7구역의 설화윤은 다리를 꼬고 발을 까딱이며 기다렸다.

잠시 후 공장 안으로 세 명의 생존자가 뛰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조사 중에 마물이 달려들어서······.”


짜악!


설화윤은 셋 중 한 명에게 따귀를 날렸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꽤 늦으셨네요?”


설화윤은 꼰 다리를 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명의 조사대원은 움찔 놀라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보고하세요.”

“아······, 예! 해가 뜨니까 거대 미꾸라지들이 확실히 약해졌습니다. 논을 건너는 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설화윤은 보고를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눈을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침식사 시간 10분 드리겠습니다. 마치는 즉시 출발할 테니 곧바로 준비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원들은 늦을세라 인벤토리에 넣어둔 물과 음식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설화윤이 제시한 시간보다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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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1부] EP.26 공장 지하의 비료저장소( 1 ) 22.01.12 15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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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1부] EP.25 염동(念動)( 2 ) 22.01.08 17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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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EP.24 미꾸라지 사냥( 3 ) 22.01.06 193 2 17쪽
83 [1부] EP.24 미꾸라지 사냥( 2 ) 22.01.05 20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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