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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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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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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부] EP.20 히든 퀘스트 완료( 2 )

DUMMY

[1부] EP.20 히든 퀘스트 완료( 2 )


“익숙하네, 이 분위기.”


병사들이 날 끌고 간 곳은 거대한 궁전의 알현실이었다.

곁에는 같이 끌려온 유재하, 레갈리스, 라케르토가 서 있었다.

우리 모두 등 뒤로 손이 묵인 채 넓은 궁전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한가운데의 왕좌에서 왕이 불안한 눈으로 날 힐끔거리고 있다.

예전엔 내가 한소리 한 것 때문인지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 같다.


“근데 네가 웬일이냐? 순순히 잡혀오고?”


유재하 성격상, 자신을 잡으러 오는 병사들을 죽이고 왕궁으로 쳐들어갔어도 이상하지 않다.

녀석은 하품을 길게 뿜어내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다 죽여 버리고 싶다. 특히 저 뚱땡이 귀족들. 너무 시끄러워.”

“농담이라도 그러지 마······.”


넌 정말로 그럴 놈이라 불안하다고.


“난 농담 안 해.”

“······, 어쨌든 너 정도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잖아?”


긴 전투로 인해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녀석의 육체능력은 70레벨.

기사단장급이 아니면 건드릴 수도 없을 거다.


“네가 여기서 뭔갈 해결해야 된다고 했으니까.”

“고작 그 말 때문에?”


너 같이 막무가내인 녀석이?

< 대아시 >원작에서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근처 생존자 소굴을 전멸시켰던 네가?


“난 너만 따라다닐 거야. 같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거든.”

“제발······. 그것만은 농담이라고 해줘.”

“농담 안한다니까 나는. 큭큭큭.”


눈을 응시하며 쿡쿡대는 유재하를 보자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난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거기엔 같이 잡혀온 레갈리스와 라케르토가 비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인간은 역시 한심해.”


레갈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토벌대를 결성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벌써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듣던 대로 충동적인 종족이야.”

“저런 놈들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


물론 인간이란 생물이 대부분 그런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똑같이 취급하진 않는다.”

“뭐?”

“너희들과 함께 싸우면서 나도 느낀 게 있었으니까. 인간, 엘프, 도마뱀 같은 종족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는 것. 나 또한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봤었다는 거겠지.”


고지식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마음 같아선 지구로 데려가고 싶은데······, 따라올 리 없겠지.

토벌대도 엘프의 숲을 지키기 위해 지원한 거였으니까.


“너 또 도마뱀이라 했지, 엘프 자식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건 한 주먹 거리야. 알어?”


도마뱀이란 단어에 꽂힌 라케르토가 화를 냈다.

분명 20분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지쳐서 비틀거리던 놈이 펄펄 뛰고 난리였다.

나처럼 종합의료키트를 쓴 것도 아닌데 벌써 체력을 회복한 것 같다.


“야생동물은 역시 체력이 넘치는군. 안 그래도 머리 울리니까 좀 조용히 해라, 도마뱀.”

“야, 야! 너 이 자식······!”


“닥쳐라, 죄인놈들!”


병사들이 창으로 위협한 뒤에야 라케르토는 목소리를 줄였다.

그러나 날카로운 창날을 앞에 두고도 구시렁대는 건 멈추지 않았다.


“크윽, 애초에 왜 우리가 잡혀 와야 하는 건데······!”


궁전 알현실엔 우리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내가 귀족자재를 때리고 재판을 받았을 때보다 3배는 많은 것 같았다.


20m 전방의 왕좌에 앉아 있는 국왕은 턱을 괴고 머리를 감쌌다.

좌우로 나뉜 기사단과 귀족세력이 우릴 보며 옥신각신 떠들어대고 있었다.

벌써 10분 째 설전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것 같다.


“토벌대를 지원하겠다고 떠난 대신관의 마령석이 깨졌습니다. 대신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알현실 전체가 울릴만큼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귀족대표 옆에 콕 붙어있는 뚱보 귀족이었다.

녀석 뒤에 숨은 귀족자재 놈이 날 보며 이죽거렸다.

루카한테 발길질을 하다나 나한테 맞았던 놈이었다.


“대신관님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도 못한 지금, 토벌대원을 의심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합니다.”


기사단 쪽 설전 대표는 듀란이었다.

녀석은 기사단장 대신 앞으로 나서서 열심히 우리에 대해 변호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내 쪽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한쪽 눈을 찡끗하는 것만 아니면 나름 고마운 녀석이다.


“10여년 만에 처음 돌아온 토벌대입니다. 대신관님께서 사라진 것은 의문이다만, 토벌대의 첫 귀환은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듀란은 자신의 발언이 마음에 드는지 또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난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눈을 피했다.


귀족과 기사단의 싸움은 갈수록 격해졌지만, 정작 왕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는 듀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귀족 측의 반박에 움찔 놀라곤 했다.


중심이 되야 할 왕이 저 모양이니 끝이 안 나지.

이러다간 하루 종일 싸워도 답이 없어.


“퀘스트 창.”


난 알림창을 열어 히든 퀘스트의 달성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옆에서 한 번 더 하품을 뽑아내던 유재하가 내 쪽을 힐끗 보았다.


“뭘 그렇게 봐?”

“아무 것도.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 대아시 > 세계관의 ‘생존자’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은 알림창을 볼 수 없다.

옆에 서 있는 레갈리스와 라케르토도 허공을 보며 눈을 게슴츠레 뜨는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지켜보았다.


“소메트 도적단 소탕, 토벌대 뒤에 숨겨진 흑막 확인······.”


남은 달성 조건은 이제 하나군.

난 히든 퀘스트의 마지막 달성 조건을 다시 읽어보았다.


[ 제국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라. ]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드는 퀘스트야.”


리제넨 제국에서 수행한 히든 퀘스트 내용은 내가 쓴 게 아니다.

< 대아시 >에서 언급한 부분은 ‘제국은 소메트 도적단에게 고통 받고 있다.’ 정도였다.

도적단을 막강하게 만들어준 불가사의 한 힘, 폭주.

그리고 대신관과 소메트 도적단의 관계성은 그레고리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설정이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대신관이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 대아시 >에도 대신관과 비슷한 사유를 가진 빌런들은 많다.

1차원적인 잡배들이 아니고서야, 모든 악역들은 그들만의 사정이 있으니까.


글을 쓰던 당시, 난 빌런들의 사연을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비참하게 만들지만 고민했다.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는······, 솔직히 고려하지 않았다.

글 속의 캐릭터일 뿐, 현실이 아니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야기가 현실이 되자 그들의 고통이 피부로 느껴졌다.


핍박 받는 게 두려워 화려한 옷으로 몸을 감싸고 똑같이 신관을 따돌리는 제국 주민들.

대신관의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귀족들.

그러나 거기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왕과 기사단.


신을 모시던 대신관이 소메트 도적단의 수장이자 악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건 더 이상 글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지루한 재판과정을 지켜보던 유재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열 받아서.”


대신관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일들.

그리고 그녀 같은 악역의 사연을 그저 흥미로운 소재로만 보던 과거의 나.

작품 속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최경호 작가.

스쳐지나가는 일련의 생각들에 분노가 치밀었다.


난 고개를 들고 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이 내 진입을 막았다.

20여 개의 창날이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난 다시 한 번 히든 퀘스트의 마지막 달성 조건을 확인했다.


[ 제국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라. ]


악역은 사연이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라고들 하지.

진실이라······.

진실이라는 건 이렇게나 기분 더러운 거였구나.


“죄인은 물러나라! 더러운 발로 감히 어딜 걸어오느냐!”


병사들은 창을 들이대며 위협했다.

그들의 불안한 눈빛처럼, 창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날 위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

우린 자신들은 건드리지도 못한 도적단을 소탕한 토벌대니까.


너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돌아온 영웅을 살인자로 몰면서 권력놀음에 심취한 저 돼지들이 문제지.


“하하하! 저 놈이 돌아도 단단히 돌았군. 폐하, 이전에도 보지 않았습니까? 국왕의 권위는 무시한 채 행동하는 저 놈을 당장 사형시켜야 합니다. 저런 놈을 살려두면 제국 주민들이 평생을 불안에 떨며 살게 될 겁니다!”


귀족들은 내 돌발행동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유일하게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귀족대표는 내 눈을 피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좀비 사태가 벌어지고 대략 2주쯤 지났나?

그동안 수행한 퀘스트 속 악역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날 이용해먹으려던 박진호, 서예진을 납치하려던 불량배들, 선량한 얼굴로 사람들을 속였던 주선생, 자신의 세계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싸운 케리크로우.

그리고 자신을 파멸로 이끈 제국을 증오한 대신관, 피에스타.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도 있었지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삶을 살았던 캐릭터들도 있었다.

예전의 나에게, 그들은 그저 처치해야 할 적이자 퀘스트의 목표였다.


그러나 숨겨진 사연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지금의 태도로 살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긴 희망 따윈 없어져버린 아포칼립스 세계지만, 그런 비극적인 세계관 또한 작가인 내 손에서 탄생한 이야기들이니까.

빌런들의 고통을 완전히 책임지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대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고개를 들고 왕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 알현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난 입을 열었다.


“대신관님을 죽게 만든 건······.”


***


“아직도 준비할 게 더 있어?”


궁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유재하가 발을 동동 구르며 날 재촉했다.


“오늘 안에 출발한다고 했잖아.”


지구에 데려간다고 한 거 갑자기 후회되네······.

스토리상 어차피 따라오게 될 거긴 하지만.


“오늘 안에 언제?”

“트롤 시체를 있는 대로 챙겨야 돼. 동굴에 잠깐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내가 왜 회복약 1개로 버티면서까지 인베토리를 비워왔는데.

마물의 뼈와 가죽은 무기나 아이템 제작 모두에 쓰이는 귀한 재료!

특히 트롤은 초반 시나리오에서 등장하지 않는 놈들이라 엄청 귀하다고.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야지.


“아까 그 놈들 시체만 챙기면 출발하는 거지?”


유재하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광장 한가운데의 구멍으로 달려갔다.

녀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동굴 속으로 떨어졌다.


“인간.”


레갈리스가 날 불러 세웠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자신의 활을 건넸다.


“메디리스나무로 만든 활이다. 엘프의 숲에만 서식하는 정령들의 쉼터지.”

“나······, 주는 거야?”


포션 줬던 건 급박한 상황이라 이해되지만 자기 무기를 직접 준다고?


“우린 메디리스나무의 가지를 절대 꺾지 않아. 정령들이 화를 내거든. 그래서 고목이 되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만 이용하지.”


< 대아시 >원작에서 엘프의 활을 사용하는 생존자는 없었다.

집필 당시 메디리스나무로 만든 활은 설정만 만들었을 뿐, 실제 작품에는 써먹지 않았었으니까.


“내 목숨을 구해준 것, 그리고 엘프들의 원수를 갚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어렴풋이 처음 레갈리스와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인간들을 혐오하고 자기중심적이었던 엘프전사.

엘프족 외엔 인정하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지금 내게 자신의 무기를 주고 있었다.


“무기 없이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 대신 내 걸 주지.”


난 인벤토리에서 목검을 꺼내 레갈리스에게 건넸다.


각자의 무기를 교환하는 것.

그것은 엘프들이 서로를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일종의 관습이다.

그들에겐 친구나 동료란 개념이 없다.

가족 외엔 모두가 배척대상.

그렇기에 레갈리스의 행동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족으로 인정한 인간은 지금까지 딱 두 명이다. 너와 또 다른 여자가 있었지. 그녀도 너처럼 강했고 엘프들을 지켜줬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악에 관계없이 모두를 진심으로 대했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

“넌 제국의 악, 대신관을 직접 처치했어. 그러나 재판에선 그녀를 옹호하고 제국의 우민들을 비판했다. 인간들은 모두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럽더군.”


마지막 인사를 한 레갈리스는 남은 포션이 든 자루도 건네준 뒤 자리를 벗어났다.

안을 살펴보자 주황색 포션 십여 개가 들어있었다.

떠나가면서 그는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낯 간지러운 엘프 자식, 뭔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해? 그냥 솔직하게 고맙다고 하면 될 걸 가지고.”


라케르토가 떠나는 레갈리스를 보며 툴툴댔다.

그는 내 쪽을 보며 입을 뗐다가 다시 다물었다.


“너도 못하면서 누굴 욕 하냐?”

“그, 그런 거 아냐 고블린 자식아!”

“너, 솔직히 내 이름 까먹었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중요하지.”


낯 간지러운 대사로 치면 네가 더 심각한 거 같은데······.


“아무튼 고······, 고, 고맙다. 나도 리자드맨 종족을 대표해서 감사를 표하지.”

“넌 뭐 줄 거 없어?”

“이 창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가보라 줄 수 없다. 대신 이걸 주지.”


라케르토는 두 손을 불끈 쥐더니 스쿼트 자세를 하며 힘을 줬다.

멀리서 보면 똥 싸는 걸로 오해할 것 같군······.


“핫!”


라케르토가 기합을 외치자 녀석 뒤에서 무언가가 쿵 떨어졌다.


“받아라. 리자드맨 전사의 긍지다.”


라케르토가 건넨 건 충격적이게도 본인의 꼬리였다.

청록색 비늘로 덮인 1m 길이의 꼬리가 내 손에 올려졌다.


“우리 리자드맨은 꼬리를 교환함으로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지.”

“으악, 이거 아직도 꿈틀거려!”

“내 꼬리는 생명력이 강해서 분리되고도 하루 동안 움직일 수 있지. 하하하!”


아니 줄 게 없으면 차라리 그냥 말을 해.

이걸 뭐에 쓰라고······.

아니지, 리자드맨도 엄밀히 말하면 마물이니까 무기 재료로 쓰면 되겠다.


“근데 너네는 이걸 뭐에 쓰려고 교환 하냐?”

“그런 건 없다! 전사의 증표!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


하아······, 일단은 너도 고맙다.


라케르토는 잘린 꼬리를 씰룩이면서 떠나갔다.

난 녀석들과 헤어진 후 광장 분수대 근처의 구멍으로 향했다.

구멍을 통해 동굴 아래로 내려가자 유재하가 환히 웃고 있었다.


“다 모았어. 빨리 가자!”


녀석은 모든 트롤 시체를 한 곳에 모아 놓고 날 불렀다.

7m크기의 트롤킹 위에 20여 마리의 트롤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쓰레기장을 연상시키는 악취에 난 코를 부여잡고 작업을 했다.

모든 시체를 인벤토리에 넣자 딱 한 칸이 남아있었다.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해냈네.”


난 길게 기지개를 펴고 허공을 바라보며 그레고리를 불렀다.

세 번쯤 불렀을 때 녀석이 답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나셨군요.”

“변수가 좀 있었거든.”


유재하가 없었으면 예상대로 일주일쯤 걸렸겠지.

귀찮은 녀석이긴 하지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그럼 일주일 뒤에 예약했던 게이트는 소멸시키고 새로 열어드리겠습니다. 예약 취소 수수료는 2,000골드입니다.”

“뭐? 야, 나 돈 없어. 여기 이계라서 토벌 보상도 못 받았다고.”

“지구로 돌아가면 히든 퀘스트 보상이 한꺼번에 정산될 겁니다. 그때 2,000골드를 차감하겠습니다.”


쪼잔한 새끼······.

게이트 한 번 열어주는 거 가지고 취소 수수료까지 받아내냐.

돈독이 오를 대로 올랐네, 아주 그냥.


“그쪽 분은 유재하님이군요.”


유재하가 허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레고리를 보자 화가 났다.


“유.재.하.님이군요?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누가 합류할 거였으면 미리 귀띔이라도 했어야지!”

“유재하님과는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말은 잘해요.

정식계약이든 뭐든 어차피 생존자로 데려올 거였으면서.


“두 분 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구에서 소란이 조금 있었지만······. 뭐, 직접 보시는 게 좋겠죠.”

“소란이라니?”

“가 보시면 압니다.”


저게 무슨 소리지?

두 번째 시나리오 퀘스트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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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1부] EP.26 공장 지하의 비료저장소( 1 ) 22.01.12 15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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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1부] EP.25 염동(念動)( 2 ) 22.01.08 17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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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부] EP.21 이변( 2 ) 21.12.21 363 8 15쪽
71 [1부] EP.21 이변( 1 ) 21.12.18 398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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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부] EP.19 소메트 도적단( 5 ) 21.12.14 383 7 16쪽
66 [1부] EP.19 소메트 도적단( 4 ) 21.12.06 454 8 12쪽
65 [1부] EP.19 소메트 도적단( 3 ) 21.12.03 463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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