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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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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작품등록일 :
2017.11.08 15:47
최근연재일 :
2017.11.14 20: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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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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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수 :
48,022

작성
17.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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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 첩자 생활(3)

DUMMY

2. 첩자 생활(3)



말도 얻고 퀘스트로 인한 성장도 순조로웠다.

베인과 떠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루안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오러는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 거지?’

어제 허수아비를 박살 내고 오러를 얻었지만 루안은 어떻게 해야 오러를 쓸 수 있는지 몰랐다.

만약 기사 아카데미에 남았거나 어딘가의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교관, 혹은 선임 기사가 알려줄 테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루안에겐 그런 존재가 없었다.

‘실력 좀 있는 용병에게 물어봐야 하나?’

팔콘 용병단이라도 들어가면 배울 기회가 생겨날 것이었다.

루안은 우선 아랫배에 모인 오러를 의식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자 곧 베인이 나타났다.

베인은 루안이 데려온 말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아이기스 흑마잖아? 그 비싼 말은 어떻게 구한 거야?”

루안은 베인에게 말을 얻은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아아, 시장에 있다는 그 미친 말이었구나······. 기사는 물론 용병 여럿이 발로 차인 걸로 유명하지.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조심히 다뤄.”

“그렇지 않아도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귀하신 말이니까요.”

“이름? 뭔데?”

“로시······ 제 동정딱지 떼 준 여사제님 이름이죠.”

“첫 상대가 술집 여자도 아니고 여사제라······ 그거 재미있겠는데? 레이크 마을까지 가면서 이야기 좀 해봐. 스스로를 고결하게 여기는 분을 어떻게 꼬셨는지.”


* * *


잡담을 나누다 보니 금방 레이크 마을에 도착했다.

베인은 레이크 마을의 북쪽 입구에 섰다.

그곳에는 이미 먼저 도착한 용병 다섯이 있었고 길이 좁은 숲이 있었다.

베인은 입구의 근처에 자리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본래 의뢰는 의뢰인을 만난 뒤에 자세한 사정을 듣는 게 순리이긴 한데······ 이번 의뢰인은 내 지인이야. 그러니 그 과정은 넘어갈게.”

첫 의뢰를 수행하는 루안을 위해 이것저것 설명해 줄 모양이었다.

루안은 잠자코 그의 말을 귀담아 듣다가, 자신을 훑어보는 다른 용병들의 시선을 느꼈다.

‘저건······.’

고아의 삶은 치열했다. 그래서 루안은 저 용병들이 어떤 시선으로 자신과 베인을 살피는지 알 수 있었다.

빼앗을 건 없는지, 수준은 어떠한지 살피는 것이었다.

‘조심해야겠는 걸······.’

여기서 믿을 건 자신과 베인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베인이 어째서 자신을 데리고 온 건지 알 수 있었다.

베인 또한 이곳에 올 때 아는 사람을 데리고 올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어딜 가나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군.’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긴장감이 몸에 감돌았다.

루안은 그때부터 말을 아꼈다.

베인도 같은 생각인지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숲속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숲속에 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과 동시에 높이 솟은 나무가 쓰러졌다.

레이크 마을에 있던 모든 용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숲속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시작인가?”

“한두 그루 쓰러지는 게 아니야. 최소 엑스퍼트급의 싸움이다.”

“설마 우리보고 저것들을 막으라는 건 아니겠지?”

“빠지려면 지금인 것 같은데······.”

오러 엑스퍼트.

오러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전사의 계급을 말했다.

이때부터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으며 용병으론 금패에 해당했다.

루안은 엑스퍼트가 상대라는 걸 알게 되자 두려움이 생겨났지만 적이 도망자라는 걸 상기하곤 평상심을 되찾았다.

‘지쳐 있을 거다. 거기다 쫓는 사람도 엑스퍼트일 테니까······ 승기는 있어. 나는 어디까지나 발만 막으면 된다.’

마침 오러의 사용법을 익히고 싶었던 루안은 앞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러자 팔짱을 끼고 있던 베인이 의외라는 눈으로 루안을 보았다.

“도망칠 줄 알았는데 저놈들 보다는 났군.”

“첫 의뢰부터 도망가면 뭐가 됩니까?”

“그거야 그렇지.”

베인은 그때서야 방패와 무기를 꺼내 쥐었다.

방패는 상체를 가리기에 충분했고 나무 위에 금속 철판이 얇게 깔려 있었다. 무기는 손도끼.

루안은 그의 옆에 서며 황실 기사 아카데미 입학 기념으로 고아원에서 선물 받은 롱소드를 뽑았다.

고아원에서 친하게 지낸 동생들과 원장이 돈을 모아 한 자루 장만해 준 것이었다.

‘기사가 되면 보답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루안은 과거를 돌이키며 전방을 주시했다.

수풀이 흔들리며 말을 타고 거세게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가죽 위에 철판을 덧댄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장은 다채로웠다.

석궁에 방패, 창과 검.

루안은 왠지 모르게 그 사내의 차림새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저건······.’

도망자의 팔뚝에 새겨진 엠블렘을 보는 순간, 루안은 그 정체를 알아챘다.

‘······황실 기사?’

루안의 꿈과 같았던 존재였다.


[긴급 퀘스트 발생]

도망치는 황실 기사를 살해하십시오.

보상: 베인의 방패, 팔콘 용병단 입단 시험, 데일리 검술서.


‘데일리 검술서?’

데일리 검술서의 명성은 루안도 들어본 적 있었다.

황실 기사가 되면 무조건 배우는 검술 중 하나로, 검술서에 적힌 내용을 매일 실천하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루안은 그러한 검술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기뻤지만, 동시에 갈등도 했다.

사정을 따지고 보면 루안과 황실 기사는 동료였다.

루안은 황가를 위해 첩자 생활을 시작했고 황실 기사는 황가를 따른다.

서로 돕는 것이 순리이고 정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옳은 일인가 하면······ 아니었다.

상황은 황실 기사에게 좋지 않았다. 그와 협동하게 되면 자신 또한 용병과 추적자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괜히 기사를 도와 함께 죽는 것보단, 어차피 죽을 황실 기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그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공작의 밑에 들어가는 것이 이로웠다.

‘내키지 않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첩자 제안을 받았을 때, 이번 일과 같은 상황을 예측했어야만 했다.

요르하 공작의 곁에 서기 위해선, 그의 적을 처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의 적은 자신이 몸을 담고 싶었던 황가.

‘황실 기사를 죽이면 죽일수록 위로 올라가는 건가······.’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루안은 갈등을 버렸다.

도망치는 황실 기사는 마을에서 용병들이 기다리고 있자, 거침없이 석궁을 꺼내 들어 당겼다.

볼트가 살벌한 소리를 내며 선두에 있던 루안에게 달려들었고, 베인은 방패를 앞세워 루안을 보호했다.

탕탕!

방패와 볼트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루안은 정신을 차렸다.

‘추적자가 쫓아올 때까지 시간만 벌면 된다······. 도와줄 사람은?’

황가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출신이라 비교적 풍요롭게 자랐지만 그래도 고아의 삶은 치열했다.

루안은 그런 과정 속에서 익힌 눈치로 주변을 살폈다.

함께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던 용병들은 기사가 살기등등한 기세로 오자, 각자 말을 타고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루안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기사는 지쳤다! 전신이 상처투성이고 오러는 바닥이 드러났을 터! 전원 둘러싸!”

그 말에 도주하려던 용병들이 황실기사를 살폈다.

그들은 빠르게 계산을 마쳤고 곧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황실을 향해 검을 휘두르게 될 줄이야!”

“이런 개 같은! 엑스퍼트를 상대하는 걸로 고작 5실버라니! 50실버를 줘도 안 하는 건데!”

“의뢰 달성률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지.”

살기등등했던 황실 기사는 용병들이 자신을 철벽처럼 둘러싸자 당황했다.

하지만 그에게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앞의 용병보다 뒤의 추적자가 더 두려웠기에, 그는 강행돌파를 택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기사가 선택한 무기는 창이었다.

창두에 푸르스름한 기운, 오러가 깃들었다.

오러를 막을 수 있는 건 같은 오러뿐이었다. 강철로 만든 방패도 무기도 오러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기사를 둘러싼 용병들은 곧장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나 루안은 아니었다.

오러가 무서운 건 루안도 마찬가지였지만 루안은 창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기사 지망생으로서 당연한 지식이었다.

‘더군다나 시간만 벌면 된다면······.’

루안은 기사에게 달려드는 척 하다가, 적이 공격할 낌새가 보이자 뒤로 물러섰다.

창의 장점은 압도적인 사거리로 상대를 농락한다는 점이었지만, 적이 창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장점을 살릴 수가 없었다.

적도 공격할 수 없게 되는 게 문제였지만······ 어차피 루안이 직접 황실 기사를 쓰러뜨릴 필요는 없었다.

‘허수아비 건으로 타인이 죽여도 퀘스트 달성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요컨대, 공격하는 시늉만 하며 시간을 벌다가, 추적자가 오길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황실 기사는 자신의 공격을 루안이 모조리 피하자 이를 갈았다.

“쥐새끼 같은 놈.”

기사가 자세를 낮췄다.

루안에게 돌진하려는 것이었다.

루안은 옆으로 피하려다가, 베인이 던지는 물건 하나를 받아냈다.

방패였다.

루안은 방패와 롱 소드를 쥐고 기사에게 마주섰다.

기사는 폭발적인 각력으로 루안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야말로 활시위에서 놓아진 화살 같았다.

루안은 심호흡을 하며 몸과 방패를 틀었다.

방패는 오러가 담긴 창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막으며 방향을 바꿔주었다.

덕분에 루안은 몸을 꿰뚫리지 않고 방패를 쥔 팔이 조금 다치는 걸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거기다, 기사의 품으로 파고 든 상태.

“이익!”

황실 기사의 얼굴이 당황으로 가득 찼다.

루안은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차며 검을 휘두를 간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황실 기사는 녹록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창을 포기하고 루안의 팔을 붙잡아 땅바닥에 엎어 던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루안은 하늘이 노래지는 충격을 받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역시 기사는 기사였다. 무기와 오러만 잘 쓴다고 기사는 아니었다.

“제법이었다만······.”

기사는 허리춤에 매달아둔 브로드 소드를 꺼내었다.

폭이 넓은 검, 방패와 함께 백병전에 주로 쓰이는 한손 검이었다.

기사는 브로드 소드를 곧장 휘둘러 루안을 베어내려 했다.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루안은 또다시 자신을 도와주는 존재를 발견했다.

추적자가 뒤따라 온 건 아니었다.

루안은 찰나의 시간이라도 벌기 위해, 흙을 움켜쥐고 던졌다.

“큭! 끝까지!”

흙이 눈에 들어갔는지 기사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름다운 흑마가 그를 걷어찼다.

퍼어어어억!

숱한 사건 사고를 통해 사람의 어디를 차면 죽는 건지 깨달은 것이었을까?

흑마는 정확하게 기사의 머리를 찼다.

루안도 들을 수 있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고, 기사는 목이 꺾이며 절명했다.


[퀘스트 성공]

보상으로 베인의 방패와 팔콘 용병단 입단 시험, 데일리 검술서가 주어집니다.


히이이이잉!

루안의 흑마, 로시는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듯이 앞다리를 들고 허우적거렸다.

그러더니 쓰러진 루안의 옷을 입으로 물어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살았네, 로시.”

로시는 푸르렁거리며 루안의 다친 팔을 살폈다.

그때서야 고통을 느낀 루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네.’

상처를 살피고 있자, 놀란 표정의 베인이 다가왔다.

그는 대뜸 박수를 쳤다.

“햇병아리 하나 주운 줄 알았더니 거물을 주웠구나. 세상에. 오러도 안 쓰고 기사를 잡을 줄이야.”

“베인의 방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겁니다.”

“도망쳐서 미안하다. 설마 네가 그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어.”

“말했잖습니까? 첫 의뢰부터 도망 갈 순 없다고.”

베인은 씩 웃더니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방패를 주워들었다.

“구멍이 났지만 대장간에 맡기면 싸게 고칠 수 있을 거야. 덕분에 사고 없이 의뢰에 성공했으니 그건 선물로 줄게.”

루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용병들은 루안의 눈치만을 보았다. 어차피 이름도 모르고 오늘 하루 보고 말 사이였기에 루안은 그들을 흘낏 보고 말았다.

그사이, 베인은 죽은 기사의 시체를 살폈다.

“뭐하시는 겁니까?”

“노획품 챙겨야지······ 에이, 식량밖에 없네.”

베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기사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루안에게 던졌다. 그러나 가방은 식량만 들었다고 하기에는 묵직했다. 루안은 흘낏 보며 안을 살폈다.

그곳에는 데일리 검술서와 금화 둘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용병에게 빼앗길까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 같았다.

루안은 베인만 보이게 윙크했다.

연기를 이어갔다.

가방 속에 있던 마른 육포 하나를 꺼내 입에 넣으며 가방을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럼 남은 보상은······.’

팔콘 용병단 입단 시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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