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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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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작품등록일 :
2017.11.08 15:47
최근연재일 :
2017.11.14 2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078
추천수 :
39
글자수 :
48,022

작성
17.11.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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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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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4. 첫 줄타기(1)

DUMMY

4. 첫 줄타기(1)



루안은 한동안 데일리 퀘스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데일리 퀘스트는 날이 가면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갔다.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모래주머니나 무장을 차고 뛰게 만들었다.

그것을 본 팔콘 용병단은 독종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열심히 하는구만······.”

“저걸 보니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네.”

몇몇 용병이 루안을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안을 따라갈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천천히 훈련량을 늘려온 루안과 갑작스럽게 시작한 이들에게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데일리 퀘스트를 여덟 번 성공했을 무렵이었다.

식사를 치르던 와중, 프리츠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오늘 훈련은 그만하고 짐 싸.”

“일입니까?”

“공작령 밖에서 귀족 한 명 데려오는 거야. 문제없지?”

“귀족? 의뢰비는 두둑하겠네요. 귀족들은 씀씀이가 크니.”

“첫 의뢰비가 5실버였다고 했던가? 그 몇 배는 받을 거야. 그때는 한 통 쏘라고.”

“술은 한동안 자제하겠습니다.”

루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의뢰 준비를 위해 방을 돌아갔다.

인벤토리가 있어서 짐을 들고 다닐 필요는 없었지만 인벤토리는 누구나가 욕심을 낼 수 있는 진귀한 아이템처럼 보일 것이었다.

그래서 루안은 한동안 인벤토리에 대한 걸 숨기기로 했다.

‘위장용으로 가방 하나 들고 다녀야겠네.’

공작령 밖으로 나간다면 긴 여정일 것이었다.

루안은 충분한 준비를 위해 가방에 차곡차곡 물건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잠입이 생각보다 빠른데? 사실 첩자가 천직 아니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아서자, 그곳에는 루안에게 지시를 내린 이비가 있었다.

이비는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천재적인 마법사니까.”

냉소와 함께 몸이 흐릿해졌다.

루안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손에 쥐고 있던 숫돌을 가볍게 던졌다.

숫돌은 이비의 몸을 통과하고 벽에 떨어졌다.

“눈썰미가 제법이야.”

“마법······ 입니까?”

“어떻게 들어왔는지 설명하러 온 건 아니야.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거야.”

루안은 직감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네가 속한 프리츠반이 의뢰 하나를 수행하게 될 거야. 멜빈 트리치라는 귀족을 공작령 밖에서 데려오는 것이지.”

방금 전에 프리츠가 말했던 의뢰인 듯했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멜빈 트리치를 호위하고 데려오는 와중에 죽이도록 해. 방법은 네 마음대로.”

“그거 참 억지 부탁이십니다.”

루안은 화를 내려다가 참았다.

호위 대상을 죽이라는 건 루안 보고 첩자임을 드러내고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사고사를 위장한다고 해도 제 평판이 떨어질 겁니다.”

“무얼 그리 화를 내고 그래? 어차피 이런 일 하게 될 거라는 거······ 각오하고 있던 것 아니야?”

냉정한 말이었다.

루안은 요 며칠 용병단에서 쌓은 입지를 버리는 것 같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비의 말도 맞았다.

루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방도가 없는지 고민했다.

“멜빈······ 멜빈 트리치에 대해서 알려주십시오. 정보가 필요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될 텐데 요구도 많군. 그래,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필요한데?”

“멜빈은 왜 죽이려는 겁니까?”

이비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멜빈 트리치는 황실의 외교부에서 일하던 인물이야. 그래서 외교 문제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지. 그런 인물이 공작과 접촉하면 황실로서는 약점이 잡히는 꼴이 돼.”

“단순한 이유로 공작령을 방문하려는 걸 수도 있잖습니까?”

“퇴직 신청도 했고 설사 네 말대로 라고 해도 공작이 가만히 두질 않을 거야. 좋은 방법이 안 되면 필시 사로잡아서라도 이것저것 캐묻겠지.”

그렇다면 이비의 말대로 죽이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이었다.

하나 루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공작가와 황실, 두 조직을 만족시키며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방법이 있었다.

‘······요즘 퀘스트 덕분에 잔머리만 늘어나는 것 같네.’

갑작스럽게 루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이비는 의심어린 눈초리로 말했다.

“이상한 꿍꿍이 꾸미지 마.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루안은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을 숨겼다.

“알겠습니다. 멜빈 트리치를 제 나름의 방법으로 살해하겠습니다.”

“······흥.”

이비의 모습이 사라졌다.

루안은 말로만 듣던 환영 마법의 일종인가 생각했다.

‘카인에 대해서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이비와 만날 기회는 또 찾아올 것이었다.

루안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 *


루안을 포함한 팔콘 용병단의 프리츠반은 곧장 호위 대상을 만나기 위해 에버린을 떠났다.

그 인원에는 놀랍게도 베인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베인? 팔콘이었습니까?”

“네 일 소개시켜준 게 나라는 걸 잊었냐?”

생각해 보면 팔콘 용병단과 연결점을 만들어 준 게 베인이었다.

루안은 이번 의뢰에서도 그와 함께 움직일 수 있게 되자 크게 기뻤다.

“반갑습니다. 베인은 팔콘에 들어오지 말라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기쁘네요.”

“흥······. 와 봐야 위험한 일만 할 테니 오지 말라 한 건데.”

베인은 혀를 차더니 루안에게 선물한 자신의 방패를 살폈다.

“제대로 수리했군. 그래도 철판이 얇은 편이니까 크게 의지하진 마라. 볼트나 화살 정도라면 충분히 막겠지만.”

“돈 좀 모이면 장비 싹 다 바꿔야지요.”

“그 날, 불로소득이 좀 있었을 텐데?”

기사의 수중에서 얻은 금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루안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리를 지키는 베인이 어떤 성품인지 또 다시 알게 되었다.

“비루한 차림새의 용병이 갑자기 장비를 바꾸면 의심 받잖습니까? 그래서 좀 아끼고 있습니다.”

“그 돈, 내가 모두 술값으로 나가게 해주지.”

“하하, 그건 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자 프리츠가 다가왔다.

“베인이 갑자기 의뢰 껴달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네 탓이었구나?”

“제 탓이라니요?”

“베인은 안전주의자라 큰일은 끼지 않거든. 그래서 한동안 용병 길드에서 허드렛일만 했지.”

“거 반장······ 옛일은 꺼내지 맙시다. 크흠.”

베인은 프리츠의 말을 막았다.

프리츠도 더 이야기할 건 없는지 화제를 바꾸었다.

“인사는 가면서 하도록 하고······ 우선 공작령을 벗어날 때까지 전속력으로 간다! 다들 말 관리 잘했기를 빈다!”

프리츠의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말들이 울었다.

루안은 그녀의 뒤를 따라 로시의 배를 찼다.

로시는 아이기스 산 명마 출신이라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루안은 의도치 않게 모든 용병을 지나쳐 선두에 서고 말았다.

그런 행동이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었을까.

용병들과 그들의 말이 한 마음이 되어 루안과 로시의 뒤를 따라오려 애썼다.

하지만 루안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예상보다 빠르게 공작령을 벗어나고 말았다.



* * *


에버린에서 출발한 지 5일째였다.

“이제부터 좀 천천히 가자.”

프리츠의 말에 로시는 기가 차다는 듯 푸르렁거렸다.

하지만 루안도 동감했다.

말을 타고 달리는 건 말뿐만이 아니라 탑승자도 피로를 느끼는 일이었다.

호위 임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도 전에 피로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죠.”

속력을 늦추자 루안은 한동안 무시했던 데일리 퀘스트를 시작했다.

남들은 말을 타고 뛰는데 루안만은 두 다리로 뛰었다.

당연히 속도는 부족했고 용병들에게 추월당했다.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로시를 타고 좁혔다.

그런 훈련에 프리츠반의 용병들은 혀를 내둘렀다.

“미친 자식.”

“노력하는 놈이 오러를 얻는 법이지······. 너라면 시샘하지 않고 응원해 주마.”

“관절 나간다. 이거 먹으면 괜찮아진다.”

그렇게 데일리 퀘스트를 하며 의뢰장소에 도착하자, 결국 오러 관련 퀘스트가 성공했다.


[퀘스트 성공]

보상으로 오러 엑스퍼트가 됩니다.


아랫배의 오러가 늘어나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 외의 것은 평상시와 같았다.

루안은 어떻게 해야 다른 기사처럼 오러를 무기에 불어넣고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프리츠에게 물어봐야 하나?’

지금 프리츠에게 오러를 배우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의뢰가 끝나고 에버린으로 돌아간 뒤에 오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급한 건 아니었으니 루안은 의뢰에 집중하기로 했다.

“호위 대상은 언제 온답니까?”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멜빈 트리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리츠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바람 맞았나? 이미 의뢰금은 지급 되어 있던데.”

“귀족들이 뭐 그렇죠. 돈 많으니 아까운 줄 모르고.”

어느 용병의 말이었다.

루안은 그 말에 수긍하는 한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깐, 저거 아닙니까?”

마을 멀리서 마차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프리츠는 휘파람을 불었다.

“눈도 좋네, 저게 보이고.”

프리츠는 호위 대상이라 여기고 의뢰 수행 준비를 했다.

용병들은 각자의 무기를 굳게 쥐며 의뢰 대상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루안은 마차가 가까워지자 눈을 크게 뜨며 떴다.

“마부가 죽어 있는데요?”

“뭐?”

말들은 이미 화살세례에 당한 듯했다. 여기까지 달려온 게 용한 상태였다.

말들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다 쓰러지며 마차를 뒤집어 엎었다.

우당탕!

프리츠는 혀를 찼다.

“시작도 전에 의뢰 실패했네······. 아아, 단장한테 무슨 변명을 해야 하나.”

프리츠가 주검을 살피기 위해 부서진 마차 사이로 다가갔다.

루안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기름? 프리츠! 피해요!”

루안은 서둘러 프리츠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직후, 마차에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귀가 멀었다.

루안은 프리츠가 무어라 말하는 걸 듣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다행히 둘 다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베인과 동료 용병들이 루안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프리츠는 루안 덕분에 별일 없는지 폭발한 마차 주변을 살폈다.

루안은 그사이에 청각이 회복되는 걸 기다렸다. 고막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뭐, 발견한 흔적이라도 있습니까?”

“벌써 회복했네. 도와줘서 고마워.”

“우리 반의 홍일점이신데 다치게 둘 수야 없죠.”

그 말에 프리츠의 얼굴이 붉어진 것 같았다. 마차의 불길 탓일 수도 있었다.

“웃기는 소리는 그만해. 그사이에 술 먹었어?”

냉담한 말에 루안은 쓰게 웃었다.

“잔해에 시체는 있었습니까?”

“있긴 하지만 우리 호위 대상은 아닌 것 같아.”

“근거는?”

“귀족이라면 가문을 상징하는 반지나 신분패가 있게 마련이거든.”

“이 일을 꾸민 개 같은 녀석들이 훔친 걸 수도 또는 숨긴 걸 수도 있습니다만.”

프리츠는 마차가 달려온 길을 보았다.

“그걸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가벼운 호위 임무이긴 해도······ 이런저런 사정이 섞인 중요한 일이거든.”

프리츠는 멜빈 트리치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듯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단 후 첫 의뢰부터 고생이네요.”


[퀘스트 발생]

마차의 흔적을 추적하여 멜빈 트리치를 찾으십시오.

보상: 용병단 공헌도 상승


공헌도는 또 무엇일까.

루안은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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