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w북스

나 혼자만 퀘스트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거진
작품등록일 :
2017.11.08 15:47
최근연재일 :
2017.11.14 2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083
추천수 :
39
글자수 :
48,022

작성
17.11.14 20:00
조회
348
추천
5
글자
12쪽

5. 양자택일(1)

DUMMY

5. 양자택일(1)



프리츠반 용병들의 의심은 남아 있었지만 루안은 평소처럼 지냈다.

안절부절 떠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런 상태로 에버린에 도착하고, 프리츠는 곧장 단장에게 보고를 올리러 갔다.

루안은 의뢰 자체는 실패했지만 공작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문책은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그 생각은 맞았다.

따지고 보면 프리츠반의 의뢰는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팔콘 용병단의 명성을 더럽힌 죄는 묻지 않았고 오히려 포상금을 받게 되었다.

“의뢰인이자 호위 대상인 멜빈은 죽었는데,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루안은 모든 전후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프리츠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몰라도 돼. 너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거야.”

프리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루안은 공작가에서 내려온 것이라 생각했다.

멜빈 본인은 죽었지만 두루마리의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공작가에겐 이득이었다.

그래서 내리는 포상금.

대외적인 명목은 멜빈 트리치의 주검을 수습했으니 트리치 가문에서 주는 것.

루안은 열심히 움직인 보람을 느꼈고 퀘스트의 내용대로 상황이 흘러가자 미소를 지었다.

“첫 보상금이다, 신참. 본래는 선배들에게 한 통 쏘는 게 우리 반의 전통이지만······ 너는 이미 입단시험에서 쐈으니 넘어가지······ 그걸로 무얼 할 거냐?”

게일의 말이었다.

게일은 저번에 과거를 캐물어본 뒤로 루안의 체취를 자주 맡았다.

마치 정체를 확인하는 듯이.

루안은 자연스럽게 응대했다.

“갑옷도 사고 석궁도 사야죠. 검 손잡이도 헤져서 좀······.”

“술과 여자는?”

“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용병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루안은 용병이 가장 좋아하는 게 뒈질 때까지 마시는 술과 매춘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용병의 업무 특성상 죽을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즉, 뒈지기 전에 가진 돈을 모두 누리고 뒈지겠다는 정신이 용병다운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루안의 시원시원한 답에 게일은 씩 미소를 지었다. 의심이 거둬지지 않아서 더 무서운 미소였다.

“그렇다면 내가 좋은 곳 추천해 주지.”

“게일이 추천하는 곳이면 일단 향기는 좋겠네요. 구역질 나면 게일의 코가 못 버틸 테니.”

“그래, 외모는 어떨지 몰라도 깨끗한 곳이다.”

루안은 한동안 용병단 막내 노릇에 충실히 하기로 했다.

게일이 소개해 준 곳은 그의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루안은 팔콘에 들어온 날처럼 질펀하게 놀았다.

술이 늘긴 늘었는지, 그 날은 정신을 잃지 않았다.

루안은 만취 직전까지 가고 물러났다.

“더 먹지 그러냐?”

“실은 제 취향인 분들이 없어서.”

“너······ 설마, 프리츠 같은 거구가 취향이냐?”

“그럴 지도요.”

루안은 둘러대며 술집에서 빠져나왔다.

에버린의 밤거리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교역과 문화의 도시인 까닭에 밤에도 상인들의 흥정소리로 가득했고 사람이 좀 모였다 싶은 곳에는 노랫소리가 들렸고 곳곳에서 연극이 행해지고 있었다.

루안은 술을 많이 먹어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고자 적당한 길거리 극단 앞에 앉았다.

그러자 극장에 고용된 어린 노예가 다가와, 돈으로 가득 찬 주머니를 내밀었다.

“돈을 내셔야 해요. 20코퍼.”

“20코퍼? 앞 사람들 10코퍼씩 내는 거 봤는데? 나한테만 엿 먹이는 거냐?”

용병들과 있다 보니 용병 말투가 튀어 나오고 말았다.

어린 노예는 주눅 드는 한편, 할 말을 당돌하게 꺼내었다.

“뒷 분이랑 일행 아닌가요?”

그 말에 루안은 뒤로 돌아섰다.

거기에는 로브를 뒤집어 쓴 여성이 한 명 있었다.

입술 옆에 있는 점으로 루안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이비였다.

루안은 하는 수없이 노예의 주머니에 20코퍼를 넣었다.

그러자 이비는 루안의 옆에 앉았다.

“직접 오시다니, 무슨 볼일이십니까?”

“잔머리를 꽤나 굴렸기에 칭찬하려고 왔어.”

황실의 지시는 멜빈 트리치를 죽이는 것이었다.

루안이 죽이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성사되었기에 황실이 원하는 건 이뤄졌다.

그리고 동시에 공작가의 원하는 바도 이뤄졌다.

루안이 크게 한 일은 없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루안이 제대로 줄타기에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비는 루안을 만나러 왔다.

결국에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루안은 양쪽의 호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앞으로도 첩자로서 기대가 되는 행동이었다.

루안은 사실 얻어걸린 거라는 걸 말하려다 말았다.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용당하고 있으니 이쪽도 이용할 건 이용해야 했다.

“뒈지고 싶지 않아서 노력했습니다. 어느 한쪽 요구만 들으면 결국 죽게 될 테니까요.”

“소모품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솔직히 말할까? 이번 일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죽을 것 같아서 충원 요청을 했어. 하지만 덕분에 취소해야겠네.”

루안은 속으로 분노를 삼켰다.

지금 여기서 곧장 분노를 폭발시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거미······ 거미가 되어야 한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번 일과 같은 게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른다.

그걸 버티기 위해선 양측 세력 속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상대가 안으로 들어오면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거미줄을 만들어야 했다.

수풀 속에서 다가오길 기다리고 물어버리는 뱀만으로는 부족했다.

거미가 되어야 했다.

루안은 그런 속내를 숨기며 말을 이었다.

“쉽게 죽을 것 같습니까? 5년 뒤에는 시골 영지의 아리따운 처녀와 황금빛 밭이 저를 기다리는데.”

“그때 가서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네.”

이비는 로브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래를 부르는 무희의 연기는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지만 이비는 거리낌 없이 자리를 떠났다.


* * *


루안과 이비가 만나고 있던 시각.

팔콘 용병단의 숙소에선 언제나처럼 입단 시험이 치러지고 있었다.

투기장에 온 것처럼 서로 피를 튀기는 용병들.

그것을 보며 술을 먹고 돈을 거는 이들.

하지만 팔콘의 모든 용병이 그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일부는 1층에서 피 튀기는 소란을 위장삼아 남이 엿들으면 안 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에는 프리츠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에 두통을 느끼는 한편, 이번 의뢰에서 보았던 루안의 행동들에 대해 말했다.

“의뢰 자체는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만, 행동은 굉장히 노련미 넘치는 용병이었습니다, 단장.”

팔콘 용병단의 단장, 하켈은 한쪽만 남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호오······. 그 말은 황실의 개일 수도 있다는 말로 여겨도 되나?”

“황실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체계적으로 배운 느낌은 확실하게 납니다. 승마도 익숙하고 기사 샌님 같은 느낌에, 평민이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전술도 배운 것 같았습니다.”

그 말에 프리츠와 마찬가지로 반장의 직위에 있는 안테스가 말했다.

“그냥 처치합시다, 단장. 더 고민 해봐야 골치만 아픕니다.”

용병다운 말이었지만 단장 하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고민 없이 처치만 했다간 쓸 만한 녀석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안테스. 어중이떠중이만 받고도 계속 공작가의 휘하에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생각이 짧았습니다, 단장.”

프리츠는 두 사람의 말에 동조하는 한편, 루안이 자신을 구했던 광경을 떠올렸다.

불편하고 고민되는 것이 있으면 간단히 치워버리는 게 용병의 습성이었지만, 프리츠는 그때 보았던 광경을 되새기며 루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뒷조사를 시킬까요?”

“거추장스럽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켈은 검지로 테이블을 두들기다 말했다.

“저번에 배신자를 찾아냈던 그 방법을 쓰도록 하지.”

“그 방법이라면 확실히······.”

안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법을 쓰면 루안의 정체가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 * *


이튿날.

숙소에서 깨어난 루안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루안의 소속을 변경하겠다는 말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었어. 저번 의뢰로 저쪽 반에 인원이 크게 비어서.”

단장의 지시로 루안은 프리츠반에서 맥스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프리츠에게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루안은 남정네만 있는 맥스반 구성원을 보고 프리츠가 그리워졌다.

프리츠도 여자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어서 와라. 내가 맥스다. 지금 당장은 우리 셋뿐이지만 조만간 충원 될 거다.”

맥스반의 나머지 한 명은 베인이었다.

베인 또한 루안과 함께 옮겨지게 되었다.

“반갑네요, 베인. 앞으로도 쭉 함께하죠.”

“징그럽다. 떨어져.”

말은 그래도 베인은 루안을 보며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프리츠한테 오러 다루는 법 배워야 하는데······’

반이 다르니 그러기가 애매했다.

프리츠는 더 이상 루안의 상관이 아니었다. 맥스가 아닌 프리츠한테 가서 가르침을 요구하면 맥스의 기분이 상하는 건 물론, 밉보일 수도 있었다.

루안은 퀘스트 보상을 받지 못해 우울해졌다.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나름 반장 생활을 해온 맥스는 루안의 속내를 물었다.

“표정이 어둡군. 프리츠의 몸종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이제 그러지 못해서 아쉬우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오러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한테 싹이 보인다고 하셨거든요. 첫 의뢰 끝나면 가르쳐 주시기로 했었는데······.”

“밤 기술이 아니고?”

맥스는 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루안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럼 나도 조건 하나 거마. 프리츠 밑에서 첫 의뢰 잘해냈다지? 다음 의뢰도 잘한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러를 가르쳐 주마.”

무언가 당하는 느낌이었지만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력을 다해드리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회가 찾아왔다.

반을 옮긴 지 며칠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맥스반은 5명인 상태로 의뢰 하나가 주어졌다.

“간단한 일이다. 공작령 밖으로 향하는 마차 하나 호위하는 거다.”

“무슨 마차입니까?”

“귀족들을 위한 약이라고 하더군.”

무슨 약인지 몰라도 귀족들을 위한 것이라면 보석류와 맞먹는 값이 나갈 것이었다.

루안은 그런 고가품을 고작 다섯이서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도······ 공작령 안이니 별일은 없겠지?’

황가와 권력 싸움을 벌이는 공작의 명성은 둘째 치고, 그의 통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공작령 안에선 산적이 매우 드물었다.

의뢰 자체도 공작령 경계까지만 호위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섯 명만 있어도 호위는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일정이 짧긴 해도 용병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그러니 준비 빡세게 해.”

“예.”

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뢰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이비는 전에 보여준 환영 마법으로 루안의 숙소에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용병단에 의뢰 하나가 들어갈 거야. 약품 하나를 운송하는 건데······ 꽤 큰 건수니깐 프리츠를 꼬드겨서 네가 맡도록 해.”

용병단 소식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루안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맥스반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받은 의뢰가 약품 운송인데······ 이비가 말하는 거랑 같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아마 같을 거야.”

“제가 할 일은?”

“내부의 첩자가 할 일이라면 정보유출 정도지. 어떤 경로로 공작령을 빠져나갈지 알아내. 그리고 호위 병력도.”

그 부분 또한 루안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루안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비가 원하는 정보를 내어주었다.

이비는 손쉽게 정보가 들어오자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첩자 같네.”

할 말은 끝인지 이비는 곧장 사라졌다.

루안은 첩자로서 처음으로 정보를 유출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의뢰는 곧 출발이지만 산뜻한 기분은 들지 않을 듯했다.


[퀘스트 발생]

약품 마차를 공작령 경계까지 호위하십시오.

보상: 50실버, 맥스의 가르침.




선호작, 추천, 댓글에 큰 힘을 얻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만 퀘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나 혼자만 퀘스트'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17.11.13 283 0 -
» 5. 양자택일(1) +2 17.11.14 349 5 12쪽
8 4. 첫 줄타기(2) 17.11.13 288 4 14쪽
7 4. 첫 줄타기(1) 17.11.12 344 4 12쪽
6 3. 팔콘(2) 17.11.11 370 3 12쪽
5 3. 팔콘(1) 17.11.10 448 5 13쪽
4 2. 첩자 생활(3) 17.11.09 472 5 13쪽
3 2. 첩자 생활(2) 17.11.08 451 5 14쪽
2 2. 첩자 생활(1) 17.11.08 498 3 12쪽
1 1. 프롤로그 17.11.08 859 5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