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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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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작품등록일 :
2017.11.08 15:47
최근연재일 :
2017.11.14 2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085
추천수 :
39
글자수 :
48,022

작성
17.11.11 18:15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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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3. 팔콘(2)

DUMMY

3. 팔콘(2)



루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애써 웃기만 했다.

사람 목이 떨어지고 그 시체에 칼질을 한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황실 기사가 아닌 용병이 된 루안이 앞으로 자주 볼 장면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당황했던 게 티가 났는지, 술기운에 취한 팔콘 용병 한 명이 루안에게 말했다.

“어이, 낯선 얼굴인데? 여기는 무슨 용무냐?”

대답은 루안을 여기까지 끌고 온 여성이 했다.

여성은 180㎝가 넘는 거구를 가지고 있어, 거친 용병들 사이에서 어색하지 않았다.

“신입. 이번에 한 명 주워왔거든.”

“신입이라고? 오늘 내기는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우리의 프리츠가 새로운 희생양을 데리고 왔군! 저 빌어먹을 시체는 치워라!”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익숙한 글이 나타났다.


[퀘스트 발생]

팔콘 용병단 입단 시험에서 살아남아, 승리하십시오.

보상: 용병단 입단, 용병들의 관심.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루안은 흘러가는 상황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 기색을 읽었는지, 함께 온 여성이 루안의 등을 툭 쳤다.

“어차피 우리 용병단에 들어올 생각이었잖아? 냉큼 실력을 보여주고 와. 너도 분위기를 봐서 알겠지만 피와 비명이 클수록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적당히 굴러봐.”

“크하하하하! 프리츠가 신입 교육 제대로 시키는군!”

여성의 이름은 프리츠였던 모양이었다.

루안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며 용병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의 시험에서 승리한 용병은 피 맛을 본 탓인지 얼굴이 붉었다.

근처의 팔콘 용병들은 그런 그에게 맥주를 붓거나 조언을 하며 싸움의 분위기를 가중시켰다.

루안은 그와 싸우기에 앞서, 주머니를 뒤적거려 20실버를 꺼내었다.

그리고 근처의 용병에게 건넸다.

“이건 뭐냐, 애송이?”

“어차피 싸움 내기잖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저 자신에게 20실버를 걸겠습니다.”

“자신만만하구나! 나쁘지 않은 마음가짐이다! 그러니 한 가지 조언을 해주지······. 이기고 난 뒤에 사지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잘 확인해라!”

“당연한 말씀을.”

루안은 옷이 찢어질 걸 염려하고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제대로 단련된 루안의 몸을 본 용병들은 거센 휘파람을 불었다.

“프리츠, 몸종 데리고 온 거냐? 아서라. 네년의 거구에 어울리는 남자는 아닌 것 같다.”

“몸종?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루안이 방패와 롱 소드를 들자 상대가 다가왔다.

심판 역할을 맡은 용병이 큰 소리로 말했다.

“뒤진 녀석은 신의 곁으로 갈 것이고 벌레처럼 살아남은 녀석은 술통에 빠져 조만간 뒤질 것이다! 후회 없는 싸움을 하도록!”

심판의 손에서 상처 투성이 금화 하나가 튕겨졌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전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루안은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상대는 루안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

금화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롱 소드를 내질렀다.

“저 새끼가 살아남는 법을 아는 군!”

규칙을 어겼으나 관중들의 반응은 좋았다. 심판도 제제하지 않았다.

루안은 아찔한 심정을 느끼며 방패를 들었다.

상대의 롱 소드는 방패에 막혔다.

캉!

가벼운 충격이 전해져왔다.

루안은 곧장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상대는 악에 바친 얼굴로 방패를 들었고 루안의 검 또한 막혔다.

그러나 루안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루안은 마치 공격이 막힐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상대의 방패를 향해 앞차기를 시도했다.

“으억!”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던지, 상대는 루안의 앞차기에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앞서 있었던 공방으로 자세가 불균형했던 탓이었다.

물론 루안의 각력이 강했던 것도 한몫했다.

루안의 상대가 넘어지자 구경하고 있던 팔콘 용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단번에 실력 차가 드러난 탓이었다.

술과 분위기에 취하긴 했어도 팔콘은 이 근방에서 가장 뛰어난 용병집단이었다.

루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지?’

‘프리츠가 괜찮은 녀석을 데려온 것 같군.’

루안은 곧장 이 싸움을 끝내려 했다. 죽이는 게 가장 깔끔할 것이었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긴급 퀘스트 발생]

죽이지 않고 승리하십시오.

보상: 용병단 입단, 용병들의 신뢰, 첩자로 의심받지 않게 됩니다.


‘죽이지 않고 승리하라니······.’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보상이 탐이 났다. 용병들의 관심이 용병들의 신뢰로 바뀌었다.

첩자로 의심받지 않게 되는 것도 중요했다.

루안은 빠르게 긴급 퀘스트를 수행할지 말지 결정을 내렸다.

‘싱겁게 죽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차피 용병들이 이 자리에서 원하는 것은 폭력이었다.

루안을 퀘스트와 유흥을 위해 두 손에 쥐고 있던 무장을 떨어뜨렸다.

구경꾼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어서 루안이 취한 자세를 보곤 술이 넘실넘실거리는 잔을 테이블에 두들겼다.

“저 새끼는 물건이다!”

“쥐방울만 한 놈이 제법이군!”

무기를 든 상대로 주먹을 휘두른다.

루안이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결정한 행동이었다.

자신이 얕보였다는 사실을 알아챈 상대는 이를 갈며 루안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나를? 단번에 죽여주지!”

정면으로 검 내지르기.

찌르기만큼 위협적인 공격도 없지만 피하기도 쉬웠다.

루안은 몸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검을 쥔 손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끄악!”

상대는 검을 놓쳤다.

하나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방패 째로 루안을 쳤다.

둔탁한 충격이 루안을 강타했으나 그리 큰 피해는 없었다.

무기를 잃은 상태로 방패만 들고 있어봐야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상대는 루안처럼 무장을 해제하고 두 주먹을 들었다.

상황이 난타전으로 이어지려 하자 구경꾼들은 환호성을 더욱 거세게 내뱉었다.

“후려 패라! 저 주둥이를 찢어버려!”

“잘생긴 새끼들은 코와 턱을 날려 버려야 해!”

“머리채를 뜯어버려!”

루안은 선공을 날렸다.

뒤로 뻗은 주먹이 시원하게 상대의 턱을 후려쳤다.

상대는 퉤, 피가 섞인 침을 내뱉더니 주눅 들지 않고 루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루안은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부러 맞고, 그 분노를 담은 반격을 날렸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난투전.

살기등등한 기세가 커질수록 팔콘 용병단이 먹는 술의 양도, 내기에 걸리는 돈도 늘어났다.

“주먹을 제대로 쥐어라!”

“손목 꺾지 마, 병신새끼야!”

고함이 절정에 달았을 무렵, 승패는 정해졌다.

승자는 루안이었다.


[퀘스트 성공]

보상으로 팔콘 용병단 입단과 용병들의 신뢰를 받습니다. 첩자로 의심받지 않게 됩니다.


승자가 결정되자 용병들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거구의 여성, 프리츠는 곧장 루안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들겼다.

“네 본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루안. 너는 이제 팔콘이라고 해도 손색없어.”

“충분하다니 다행입니다.”

루안에게 돈을 건 용병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갑작스레 어깨동무를 하거나 헹가래를 하며 신입을 환영했다.

“쓸 만한 주먹이던데······ 프리츠! 이 새끼 나한테 넘겨라!”

“개 같은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내 주먹에 맞을지도 몰라.”

프리츠는 미녀이긴 해도 거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주먹을 들며 위협을 하니 루안을 가져가겠다던 용병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어이 신입! 내기금 받아라!”

용병들 사이에서 돈 주머니 하나가 날아왔다.

안을 보자 실버가 제법 가득 들어 있었다.


[긴급 퀘스트 발생]

불로소득을 베푸십시오.

보상: 아무도 당신을 무시하지 않게 됩니다.


루안은 퀘스트를 보자마자, 원금만 챙기고 나머지 금액을 술통 위에 올렸다.

“모자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있는 돈만큼,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


[퀘스트 성공]

보상으로 용병들 사이에서 당신의 이름이 각인됩니다.


“건방진 자식!”

“오늘은 신입을 위한 날이다!”

“모두 잔 들어!”

루안은 술을 다신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걸 까맣게 잊고,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 대가를 치렀다.


* * *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루안은 근래 들어 정신을 잃는 일이 잦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술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게, 저번처럼 길가에 쓰러져 있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 신발도 훔쳐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쓰러진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주위에는 루안과 마찬가지로 술을 먹다 쓰러진 남녀들로 가득했다.

어제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팔콘에는 여성 용병도 제법 있었다.

욕심이 생겨 찬찬히 얼굴을 살피고 있자, 익숙한 목소리가 루안의 귀에 들려왔다.

“일어났으면 이야기 좀 할까?”

자신을 용병단에 입단시킨 거구의 여성, 프리츠였다.

루안은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너는 우리 식구니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줄게.”

일어나자마자 일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그랬지만 아쉬운 건 루안이었다.

“예.”

“의뢰 내용이야 때에 따라서 다르니 넘어가고······ 우리 용병단은 72명 제한이야. 빈자리가 생기면 채우는데 그 이상 넘어가진 않아.”

“그래서 어제 저와 그놈을 싸움 붙이신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다들 술기운에 저질러 버린 거지. 생각해 보니 그놈 조금 아깝네. 엊그제 네가 마무리친 기사 놈 잡느라 여럿 죽어서 인원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거든.”

그 말에 팔콘 용병단의 상황과 운영방침이 이해되었다.

루안은 취기를 몰아내며 대화를 이었다.

“어제 다른 분들이 프리츠에게 저를 달라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72명이 동시에 움직이진 않고, 분대나 조 단위로 나뉘어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기술도 있고 말재간도 있고 눈치도 빠른 걸. 맞아. 너는 내가 데려왔으니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거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할 것까지야······. 내 개인적인 부탁으론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네. 인원 다시 채워 넣는 것도 일이거든.”

프리츠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전에 줬던 목걸이 돌려줘. 네 이름을 새겨야 하니까.”

목걸이를 건네주자 프리츠가 품에서 나이프 하나를 꺼내어 루안의 이름을 새겼다.

나이프의 끄트머리에는 오러가 깃들어 있었다.

루안은 기사의 상징이라 불리는 오러를 용병이 쓰고 있자 놀랐다.

“오러를······ 쓸 줄 아시는 겁니까?”

“살아남다 보니 그리 되었네. 왜? 흥미 있어?”

“전사로서 오러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프리츠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루안의 몸을 살폈다.

“너······ 오러의 기미가 보이긴 하네. 죽지 말고 애써 봐. 그럼 알려줄 테니.”


[퀘스트 발생]

데일리 퀘스트를 열 번 성공하십시오.

보상: 오러 엑스퍼트


흥미로운 퀘스트였다.

루안은 눈을 부릅떴다.

“그 말, 잊지 않고 기억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원이 잘 돼서 나쁠 건 없지. 이른 나이에 오러를 쓸 줄 아는 게 조금 얄밉긴 하지만······.”

프리츠는 목걸이를 루안에게 건넸다.

루안은 날카로운 글씨체로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다가, 목에 걸었다.

“당분간은 자기개발을 하든, 여자 끼고 술을 마시든 알아서 놀고 있어. 무얼 하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소집에는 제대로 응하도록 해.”

“당연한 말씀을······.”

“숙소에 있는 방은 적당한 걸 써. 네 목걸이에 새겨진 사람의 방을 찾아서 쓰면 될 거야. 그 녀석들은 모두 뒈졌으니까.”

용병단에 들어감으로써 여관비도 굳게 되었다.

루안은 싱글벙글 웃었다.

“할 말은 끝이야.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는 차차 부딪치면서 알아가도록 해.”

프리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루안은 새로운 목걸이를 매만지다가 숙소 밖으로 나갔다.

데일리 퀘스트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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