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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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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작품등록일 :
2017.11.08 15:47
최근연재일 :
2017.11.14 20: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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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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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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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 팔콘(1)

DUMMY

3. 팔콘(1)



황실 기사의 시신을 수습하고 두 번째 육포를 꺼낼 무렵이었다.

숲속을 헤치고 남자 셋과 한 명의 여성이 나타났다. 네 명 모두 팔콘 용병단인지 같은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네 사람은 쓰러진 기사의 시체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맙소사. 죽어 있잖아?”

“그냥 포기했었는데······ 다행히 단장님께 혼날 일은 없어졌군.”

“누가 독이라도 쓴 거냐? ······그건 아닌 것 같고.”

“우리 말고 누군가가 처치한 것 같은데······.”

기사와 가장 가까웠던 루안을 향해 용병들의 시선이 모였다.

루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연과 실력이 겹쳐, 제가 처치했습니다. 혹시 생포해야 했습니까?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지, 네 사람 중 한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루안의 형색을 찬찬히 살폈다.

“아니. 어차피 죽여야 했던 놈이야. 오러도 못 쓰는 것 같은데 실력이 제법이네.”

“네 분이 모두 양념을 해주신 덕분이죠. 그게 아니었다면 손도 못썼을 겁니다.”

그 말에 여성은 씩 웃었다.

“이름이 뭐야?”

“루안, 동패입니다.”

“실력은 있는데 동패인 걸 보니 용병 생활이 짧은가 봐?”

“이제 하루 차입니다.”

“하하하. 완전 햇병아리잖아.”

여성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자신이 찬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루안에게 던졌다.

목걸이에는 이미 많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루안은 직감적으로 전 주인들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시간 나면 그거 들고 에버린의 우리 숙소로 와. 입단 시험 한번 치러 보라구.”

바라던 바였다.

루안은 입단하게 되면 더욱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뒤로 빼기엔 늦고 말았다.

이비가 건넨 약을 먹고, 기묘한 힘을 이용하고 있는 이상 루안은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난다면 말이죠.”

“거 참, 바쁜 동패님이시네.”

여성은 격려라도 하듯 루안의 어깨를 툭 치며 마을의 어딘가로 이동했다. 할 일이 끝났으니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자리에 남아 있던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베인만이 루안의 곁에 남았다.

“팔콘에 들어갈 거냐?”

“생각 좀 해보고요.”

“위험한 곳이다. 그만큼 큰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안전한 것만 찾다간 성공 못 합니다, 베인.”

베인은 루안을 설득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마음은 팔콘에 들어가기로 한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렇지.”

“어서 에버린으로 돌아가서 술이나 한잔합시다. 예상치 못한 소득도 얻었으니까요.”

“애송이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술 먹을 줄은 아는 거냐?”

“열다섯부터 마셨습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 어디 한번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마셔보자.”


[퀘스트 발생]

술내기에서 베인을 이기십시오.

보상: 베인이 더 이상 술 먹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됩니다.


루안은 처음으로 퀘스트에 실패했다.


* * *


이튿날.

루안이 정신을 차린 곳은 에버린의 길바닥이었다.

베인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런 일로 걱정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루안은 자기 몸부터 챙기기로 했다.

‘잃어버린 건······ 없나.’

에버린에 돌아온 직후, 적당한 여관을 잡고 소지품을 모두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래서 루안이 잃어버릴 만한 물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굳이 있다면 몸이나 옷뿐이었는데······.

‘신발이 어디로 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루안은 이내 누군가 자신의 신발을 벗겨서 훔쳐 갔다는 걸 깨달았다. 찾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기로 했다.

‘술 따위······ 다시는 안 먹을 테다.’

남정네라면 누구나가 한 번씩은 하는 다짐이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는 어지러움을 느꼈기에 루안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어제 새로 잡은 여관으로 발을 옮겼다.

여관에 맡겼던 로시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했다.

로시는 푸르릉거리며 건초를 씹어 먹고 있었다.

워낙 명마 혈통이라 도둑질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구간 근처에 가득한 혈흔과 부서진 울타리를 보아하니 앞으로 그런 걱정은 필요 없을 듯했다.

여급에게 하루치 숙박비를 더 지불하고 루안은 방에 들어갔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한숨 자고 나자 취기는 사라져 있었다.

루안은 멍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여관 밖으로 나갔다.

찬바람을 마시자 기분이 좀 나아졌고 곧 신발을 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신발도 한두 푼 하는 게 아니었지만 루안에겐 황실 기사의 수중에서 얻은 2골드가 있었다.

루안은 이 돈으로 적당한 신발을 산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비싼 걸 사고 싶지만······.’

이번 첫 의뢰를 하고 느낀 건데, 달랑 검 한 자루 가지고 있는 걸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장비도 새로 구하고 약도 사야 했다.

루안은 우선 적당한 신발을 구입했다.

바닥에 철판이 깔린 튼튼한 것으로 구입했다.

누군가 사용하던 것인지 흠집이 잔뜩 났고 왠지 모르게 피 냄새도 났지만 루안은 괘념치 않았다.

이후로도 이것저것 볼일을 마쳤다.

도중에 퀘스트 몇 개가 발생했다.

흥정을 하라느니 신음을 내지 않고 고통을 참으라느니 그런 의미 없는 퀘스트였다.

보상은 내용에 걸맞았고 카인이 먹다 남긴 쿠키 하나를 얻었다.

‘매일 하나는 주는 것 같네.’

먹다 남긴 쿠키이긴 했어도 맛은 좋았다.

거기다 의외의 효과 하나를 발견했는데······.

쿠키를 먹자 팔에 난 상처가 아물었다.

‘정말······ 대단하군.’

이쯤 되자 루안은 이 능력의 출처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쿠키에 항상 적혀 있는 ‘카인’이라는 인물이 만들었을지도 몰랐다.

루안은 다음에 이비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카인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능력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할 일도 마치고 배도 차고 상처도 아물자, 루안은 그때서야 황실 기사를 쓰러뜨리고 얻은 검술서를 꺼내 들었다.

데일리 검술서.

황실 기사단에 입단하게 되면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질적으로는 시중에 풀린 검술서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시중에 풀린 것만 배운 루안으로서는 데일리 검술서에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내용일까?’

깊은 기대를 하며 책을 펼치자 루안의 눈에 익숙한 글이 떠올랐다.

또 퀘스트였다.

‘책을 완독하십시오.’ 같은 퀘스트를 주려는 걸까?

아니었다.


[데일리 퀘스트 발생]

팔굽혀펴기 300회

윗몸 일으키기 300회

40㎞ 달리기

하루 세끼 챙겨먹기

보상: 강해짐, 탈모가 올 수도 있다.


“뭐 이런 씨······.”

절로 욕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런 주제에 보상은 뭔가? 카인이 먹다 남긴 쿠키나 인벤토리 같은 신묘한 힘을 준다면 열심히 할 생각이 있지만······ 그냥 강해짐과 탈모 가능성이라니.

‘그래······ 저대로 하면 강해지기야 하겠지.’

루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퀘스트를 바라보다, 데일리 검술서를 살폈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술서의 내용과 퀘스트 내용이 일치하고 있었다.

“황실 기사단은······ 매일 이런 걸 하고 있던 건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훈련 내용이었다.

루안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곤, 퀘스트를 수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황실 기사를 목표로 하고 있던 몸이었다.

공작의 밑에 들어가려면 훈련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하자. 퀘스트 덕분에 동기부여도 되고······ 설마 진짜 대머리가 되진 않겠지.’

루안은 곧장 데일리 퀘스트를 수행했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세끼 챙겨먹기는 어렵지 않았다. 횟수가 많긴 했지만 나눠서 해도 조건은 충족되었다.

이미 지친 상태라 달리기가 문제였는데 루안이 30㎞ 정도를 달렸을 즈음, 엄청난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로시!”

루안은 곧장 여관으로 돌아가 루시를 타고 에버린 외곽을 돌았다.

퀘스트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허수아비와 황실 기사 건을 참고해서 떠올린 건데 다행히 먹혔다.


[데일리 퀘스트 성공]

보상으로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알림과 동시에 아랫배에 모인 오러가 더욱 묵직해졌다.

루안은 오오, 신음을 내뱉었다.

“퀘스트······ 끝내주는데.”

아무래도 ‘강해짐’이란 신체 능력 상승에 오러도 포함되어 있던 모양이었다.

“이런 퀘스트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 편법을 쓰긴 했지만 간만에 제대로 운동했으니.”

이로써 일과는 끝났다.

루안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초침과 분침이 서로 겹쳐지는 순간.

또 다른 퀘스트가 나타났다.


[데일리 퀘스트 발생]

팔굽혀펴기 500회

윗몸 일으키기 500회

60㎞ 달리기(오직 두 다리로 달려야 함)

하루 세끼 챙겨먹기

보상: 강해짐, 탈모가 올 수도 있다.


“이런 미친······.”

어제보다 더 높은 난이도로 퀘스트가 찾아왔다.

루안은 어쩌면 ‘데일리’라는 뜻이 매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단 한숨 자자.”


* * *


새로운 데일리 퀘스트는 쉽지 않았다.

안 할 수도 있었지만 ‘강해짐’이라는 단순한 글자가 루안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강해짐, 그 안에는 루안이 꿈처럼 여기던 오러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러만 있다면······.’

첩자 생활이 끝난 뒤, 기사 작위를 아무런 문제없이 받고 어느 귀족가에 들어가 봉급과 봉토를 받고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 것이었다.

머무는 마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아내로 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고 구체적인 구상은 없었지만 루안은 오러를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용법은 몰라도 확보해 둬서 나쁠 건 없는 건 분명하니.

이튿날, 데일리 퀘스트를 모두 수행했을 땐 오후가 훌쩍 지나간 뒤였다.

루안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여관으로 돌아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1층으로 내려갈 기력도 없어 아껴둔 카인의 쿠키를 먹었다.

쿠키를 먹자 삼시세끼를 챙겨 먹어 데일리 퀘스트가 달성되었다.

이번에도 오러가 늘어났다.

손톱 정도였던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된 것 같았다.

거기다 쿠키 덕분인지 없었던 기력이 샘솟고 피곤이 사라졌다.

마치 방금 자고 일어난 것 같았다.

루안은 쿠키의 효용성에 혀를 내둘렀다.

“카인은 대체 무얼 하는 사람일까.”

만난다면 충성 맹세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력이 돌아오자 루안은 퀘스트를 하느라 미뤄왔던 일을 하기로 했다.

‘팔콘 용병단 입단 시험을 치러야지.’

설마 이렇게 빨리 입단 시험을 치르게 될 줄은 루안도 몰랐다.

처음에 이비에게 지시 받았을 때, 용병으로 경험과 명성을 쌓다가 팔콘에 영입되는 흐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입단 기회가 루안에게 찾아왔다.

역시 세상은 모를 일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첩자로서 성과를 거두면 자신에게 돌아올 것도 많을 것이었다.

루안은 그렇게 믿고 움직였다.

팔콘 용병단의 숙소는 용병 길드 근처에 있었으며 가장 큰 석조 건물을 쓰고 있었다.

안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왔다.

루안은 그 소리를 귀담아 듣다가,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싸우고 있었다.

용병단의 내전인가?

들어가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루안은 입단 시험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오! 이제야 왔구나!”

오크통 하나를 들고 다가오는 여성이 있었다. 엊그제 만나서 루안에게 시험 기회를 주었던 그 여성이었다.

“안 오는 줄 알았지 뭐야. 어서 와. 딱 좋을 때에 왔네!”

이미 술에 취했는지 가까워지자 술 냄새가 났다.

루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숙소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만······.”

“아. 저 싸우는 소리? 입단 시험 중이라 그래.”

“시험? 실전인 겁니까?”

“왜? 무서워?”

루안은 웃음으로 대답을 피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단의 숙소는 예상대로의 상태였다.

안에는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

용병들은 테이블로 경기장을 만들어 각자의 술잔과 돈 주머니를 흔들었다.

싸움 구경에, 내기까지 걸린 듯했다.

곧 앞서 싸우고 있던 두 사람 중, 승자가 결정되었다.

패자는 몸을 크게 회전하다가 그대로 목이 잘렸다.

목을 잃은 몸이 빙그르르 돌며 쓰러졌다.

내기에서 승리한 팔콘 용병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돈을 잃은 자들은 우우, 비명을 내지르며 시체에 대거를 푹푹 찔렀다.

루안은 평상심을 유지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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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팔콘(2) 17.11.11 3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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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첩자 생활(3) 17.11.09 472 5 13쪽
3 2. 첩자 생활(2) 17.11.08 450 5 14쪽
2 2. 첩자 생활(1) 17.11.08 49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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