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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생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미딛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5
최근연재일 :
2021.08.23 12: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217,037
추천수 :
3,387
글자수 :
492,368

작성
21.08.17 12:00
조회
1,082
추천
48
글자
11쪽

84. 노인의 지혜 1

DUMMY

84. 노인의 지혜 _1


몇 년 만에 보는 둘째 아들임에도 강신묵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본가로 내려오는 차안에서 몇 번이나 대화 시뮬레이션을 해 봤지만, 막상 아버지와 마주 앉으니 강래원도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말문이 막힌다.


“둘이 앉아서 지금 뭐들 해요?? 난 하도 조용해서 둘 다 서재에 없는 줄 알았네!”


다과를 들고 들어온 김옥분 여사는 조용한 서재에 들어서며 한마디 한다.


김옥분 여사가 아버지 옆에 자리 잡고 앉자 강래원은 입을 연다.


“아버지. 서우 아시죠?”


강래원의 첫 마디에 김옥분 여사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강신묵은 별 반응이 없다.


“저 군대 갔을 때, 만삭인 서우가 아버지 은행으로 찾아갔었대 매요. 근데 왜 저한테 한마디도 안하셨어요?? 아니... 저한테 물어볼 수도 있지... 아니 그 여자애가 누군지 물어보셔야하는 거 아니에요??”


“왜... 정말 걔가 니 애를 임신했었던 거냐??”


“아버지!!!”


예상은 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강래원은 이해할 수가 없다.


“네!! 맞아요!! 그 여자애가 제 애를 임신했고요. 그 애가 지금 벌써 7살이에요. 저는 제 아들이 있는 지도 몰랐는데, 아들이 저를 아빠라고 찾아왔어요!”


“흠...”


“서우가 군대 간 저랑 연락이 안 되니까 유일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아버지를 찾아간 거였대요. 근데 아버지는... 도대체 왜 저한테 한 마디도 안하셨어요??”


“해봤자 뭐하냐...”


“아니... 해봤자 뭐하냐니요...”


“그런 여자애들이야 뻔하지...”


“그런 여자애들이요?? 아버지... 서우... 형 다닌 대학 합격한 공부 밖에 모르던 애에요. 그런 애를 아버지 둘째 아들이 죽자 살자 매달리고 매달려서 꼬드겨 낸 거에요!!”


“꼬드긴 놈이나... 거기에 장단 맞춰 넘어간 애나 내가 보기엔 다 똑같다.”


“아버지!!!”


강래원은 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잠깐잠깐!!!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야?? 그러니까... 서우가 만삭일 때 당신을 찾아갔어요??”


“흠...”


김옥분 여사의 추궁에도 강신묵은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근데 만삭의 그 어린 것을... 뭐?? 래원아 아버지가 어떻게 했다고??”


기가 막힌 김옥분 여사는 묵묵부답 강신묵 대신 강래원에게 물어본다.


“은행 주차장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서우를 아버지가 뭐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면서 뭐 너 같은 애한테 줄 돈이 없다고 그랬다고...”


“래원아. 너 잠깐 거실에 좀 나가 있어라.”


갑자기 냉기가 서린 김옥분 여사의 말투에 강래원은 흠칫 놀란다.


“엄마 말 못 들었니? 거실에 좀 나가 있어!”


“알았어요. 두 분 말씀 끝나시면 부르세요. 저도 더 할 이야기 남았어요.”


강래원은 거실로 나간다.


서재에 남은 강신묵과 김옥분 여사 사이에는 시베리아 벌판보다 더 냉랭한 한기가 흐른다.


“내가 이제까지 당신과 함께 살면서 그래...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도, 성실하고 가족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당신이 대 놓고 호원이랑 래원이를 차별할 때도 그래... 뭐 당신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으니 당연히 래원이가 당신 눈에 차지 않아서 그려러니... 내가 래원이를 더 다독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이 내 남편이니까 그렇게 이해하며 산거지... 만삭의 스무 살 된 여자애를 뭐... 어떻게 대했다고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김옥분 여사는 강신묵에게 재차 묻는다.


“뭐 지난 이야긴 할 필요 없고! 그 애가 확실히 래원이 애가 맞으면 애만 데리고 오고, 그 여자애는...”


“강신묵씨...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뭐...? 애만...? 그럼 애를 자기 엄마랑 생이별을 시키자는 이야기에요??”


“그럼 어디 근본도 모르는 여자애를 집안에 들이겠다는 거요??”


여전히 강신묵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


“이보세요. 강신묵씨!! 사람이 이제 70을 넘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에요. 뭐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거지. 당신이 만약에 내일 죽는 다고 생각하면... 지금 하는 생각대로 꼬맹이만 우리 핏줄이라고 자기 엄마랑 생이별 시키고, 이제까지 차별받으며 살아온 래원이한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게 그게 맞아요?? 그게 좋겠어요??”


“만약에 내일 안 죽을 거니까... 그렇게 하자는 거지.”


“내가 이때까지 당신을 남편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걸 이해하고, 참으며 살아왔지만... 내가 이제까지 돌땡이한테 사람 되라고 헛짓거리를 하고 살았네... 뭐... 누굴 탓하겠소. 내 탓이지. 저기... 강신묵씨. 혼자 진지하게 생각 좀 하시오. 내가 강신묵씨 혼자 있을 시간을 좀 주겠소!”


김옥분 여사는 결국 완강한 강신묵을 벌컥 화나게 만들었다.


“아니... 근데 왜 자꾸 강신묵씨라고!!”


“지금은 나도 강신묵씨랑 할 이야기가 없으니!! 조용히 하시고! 다음번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김옥분 여사는 뒤도 안돌아보고 서재를 나간다.


“무슨 다음번에...”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도발 아닌 도발을 감행한 김옥분 여사에게 강신묵은 분노한다.


거실로 나온 김옥분 여사는 그대로 강래원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한다.


이 분위기는 무엇???


공기로 전해지는 냉기에 어리둥절한 강래원은 다시 서재로 들어가기 전에 김옥분 여사에게 상황을 묻는다.


“엄마. 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분위기가... 나 다시 서재로 들어가서 아버지랑 마저 이야기해도 돼요??”


“야. 이거 반찬은 다 쌌으니까 일단 차에 실고 있어. 엄마도 같이 서울 올라갈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엄마도 서울 간다고??”


“어! 왜? 가면 안 되냐?? 뭐 아버지는 좀 혼자 둬~ 너도 나중에 다시 내려와서 아버지랑 이야기해. 오늘은 그 정도 이야기 했으면 됐어~ 저 양반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뭐 한꺼번에 폭탄 터뜨려서 쓰러트릴 일 있냐??”


“무슨 폭탄을 터뜨린다고...”


“암튼... 이거 먼저 차에 다 실어놔~”


갑자기 서울행을 감행하는 김옥분 여사도 개인 짐 싸기 바쁘다.


***


김옥분 여사는 강래원의 차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한동안 말이 없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하셨길래...”


“어른들 일에 궁금해 하지 마라~”


한 평생을 함께 살아왔던 남편이지만, 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니...


자기 남편의 정떨어지는 모습과 마주한 김옥분 여사도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했다!”


하지만, 김옥분 여사는 한평생 강신묵과 살면서 터득해온 기분전환 노하우를 발휘해서 빠르게 이너피스를 찾았다.


“뭘요?”


“뭐긴!! 너랑 서우랑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 에이그... 기특하네...”


어느새 강래원도 기분이 풀린 김옥분 여사의 장단에 맞춰 농담을 시전 한다.


“내가? 아님 서우가??”


“둘 다! 잘했어! 애도 있는데~ 철천지원수 진거 아니면... 웬만하면 이해하고 같이 살아야지... 그래서 뭐 프러포즈는 잘 해줬냐??”


“프러포즈는... 무슨... 계획했다가 다 망했지...”


“왜??”


“아니... 케이크랑 꽃다발이랑 인형이랑 딱 준비해서 내 방에 잘 숨겨뒀었거든~ 근데 이 강훈이!! 이 녀석이... 어떻게 알고는!! 저녁 먹고 갑자기 케이크를 먹자면서 내 방에 숨겨놨던 케이크를 떡 들고 나오는 거야.”


“아하하하하!! 아이고요!!! 똑똑하기도 하지! 하하하하!! 그래서??”


“아~ 뭐 그래서야~ 그렇게 케이크 꺼내오니까... 그 케이크가 그냥 케이크가 아니라 내가 문구를 주문해서 만든 거거든. 거기에 ‘나랑 평생 살자’ 이렇게 써 있으니까 뭐 다 들통 난거지~ 그래서 뭐 그냥 꽃다발 주고, 인형 주고...”


“인형??”


의아해 하는 김옥분 여사에게 강래원은 허세를 부리며 이야기한다.


“훗... 또 이 엄마 아들이 로맨티스트 아니오!! 그 인형이 서우가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캐릭터거든~ 내가 또 비상한 기억력으로 그걸 딱!!! 기억해내가지고서는 인형을 준비했지.”


“그래서... 그게 다냐??”


“그럼요. 그렇게 했지.”


“그랬는데... 서우가 좋다그러디??”


“그럼. 당연히 좋다 그러지...”


강래원은 김옥분 여사 질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너 서우 다시 만나서 선물 뭐 해준 거 있냐??”


“선물?? 뭐... 이번에 프러포즈할 때 케이크, 꽃다발, 인형... 아!! 그리고 저번에 츄파츕스 한다발... 쪽지 음... 그 정도??”


“그런데도 서우가 좋다 그러니??”


“아~ 왜~ 서우는 좋다는 데 뭘 그렇게 물어봐요??”


김옥분 여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쉰다.


“서우가 참... 마음이 넓구나...”


강래원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을 못 잡고 있다.


“야!! 이 녀석아!! 서우가 지금 고등학생도 아니고!! 인형, 츕파츕스... 으이그... 이래놓고 뭐 여자가 많다는 둥... 여자의 마음을 다 안다는 둥... 아이고... 래원아!!!”


“아~ 왜요??”


“빤짝빤짝!! 작고 빛나는 거 모르냐!! 꽃다발 속에 반지하나! 아니면 목걸이! 넌 로맨틱 영화도 안 봤냐!!!”


김옥분 여사의 타박에 강래원은 항변한다.


“아! 엄마!! 서우는 그런 거 바라고 그런 거 좋아하는... 그런 애 아니에요!!”


“야!! 여자가 주얼리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당연한 거지!! 으이그... 내가 남편이고 아들이고 헛키웠어... 쯧쯧쯧...”


혀를 끌끌 차며 김옥분 여사는 목걸이에 끼워진 반지를 꺼내 보여준다.


“야!! 나는 니 색시감을 위해 이 반지를 아주 예~~~~~~~~~전부터 준비 놨다!!”


“어? 그거 형수 결혼할 때 엄마가 형수 해준 반지랑 똑같네??”


“그래! 내가 호원이랑 하영이랑 결혼할 때 니 색시 생기면 줄려고 똑같이 하나 맞춰놨지!!”


“크어~ 우리 어무이 준비성 철저하네~”


“그럼!!”


김옥분 여사는 반지를 다시 옷 속에 집어넣는다.


“그럼 그거 이번에 서우 주는 거요??”


“야!! 결혼식장 들어가야 주는 거지~ 너 결혼 이야기 오고 간다고 다 결혼 하냐!! 뭐든 식장 들어가 봐야 아는 거야!!”


“어?? 우리는 결혼식 안하기로 했는데??”


이 대목에서 김옥분 여사는 운전하는 강래원의 등짝을 안 칠수가 없다.


“아!!! 엄마!! 나 지금 운전 중이야!!”


“야 이누마!! 7년을 미혼모를 만들어놨으면!! 번듯한 결혼식을 해줄 생각을 먼저 해야지!! 무슨 스리슬쩍 그냥 데리고 살려고!!!”


“아니야~ 서우도 결혼식 필요 없다 그랬단 말이야!!”


“야잇!! 서우가 싫다 그래도 니가 서우 손 꼭잡고 웨딩드레스 입혀준다 그래야지!! 여자가 평생 한 번 입는 건데!! 그걸!! 아이고... 헛똑똑이!!!”


애써 이너피스를 유지했던 김옥분 여사의 마음에 벌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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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노인의 지혜 3 +4 21.08.19 1,107 43 12쪽
85 85. 노인의 지혜_2 +4 21.08.18 1,067 45 12쪽
» 84. 노인의 지혜 1 +10 21.08.17 1,083 48 11쪽
83 83. 프러포즈 2 +10 21.08.15 1,162 48 13쪽
82 82. 프러포즈 1 +4 21.08.14 1,123 38 14쪽
81 81. 진로 찾기 3 +6 21.08.12 1,128 47 13쪽
80 80. 진로 찾기 2 +6 21.08.11 1,126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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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 다시 사랑 1 +7 21.08.04 1,480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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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나에게 달렸어 2 +4 21.07.31 1,548 33 13쪽
71 71. 나에게 달렸어 1 +8 21.07.29 1,737 41 15쪽
70 70. 믿는 도끼에 발등 2 +6 21.07.28 1,745 39 12쪽
69 69. 믿는 도끼에 발등 1 +6 21.07.27 1,774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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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엄마의 인생 1 +4 21.07.24 1,878 27 12쪽
66 66. 나를 찾아서 2 +6 21.07.22 1,823 24 14쪽
65 65. 나를 찾아서 1 +6 21.07.21 1,844 29 12쪽
64 64. 다시 만난 세계 2 +4 21.07.20 1,883 24 14쪽
63 63.다시 만난 세계 1 +4 21.07.18 2,199 39 12쪽
62 62. 공든 탑 2 +2 21.07.17 2,039 30 14쪽
61 61. 공든 탑 1 +6 21.07.15 2,160 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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