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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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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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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지옥도2

DUMMY

조자훈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류사를 흘낏 보았다. 그리고 느릿하게 말했다.


“ 나의 호의를 무시하려는 것인가? 이곳은 기루다. 돈을 받고 웃음을 파는 곳이다! 자네도 경험이 있을텐데 새삼 군자연하는가?”


류사가 냉소했다.


“ 이것은 폭행이지 풍류가 아니다. 너희들의 지옥도는 인간의 비굴함까지 파괴한다. 지독하구나! 육체만 탐욕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말살시키는구나!”


류사는 허리에 둘렀던 철쇄를 풀어, 양손에 감아서 장갑처럼 묶었다. 철쇄는 고기 비늘처럼 가죽위에 촘촘히 엮어 띠로 만든 어린갑(漁鱗鉀)이었다.


“ 그게 무어냐?”

조자훈이 안고 있던 여자를 밀쳐버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류사가 다 묶고나서 조자훈을 올려다보며 일어섰다.


“ 이건 주왕의 호신갑인데 여러 가지로 사용이 가능하다! 오늘은 지옥도를 징치하는데 쓰기로 하지!”


어린갑은 주왕의 옥으로 된 상이 가슴에 두르고 있던 흉갑이었다. 쇠가 한철(寒鐵)로 된 합금이어서 단단하면서도 유연했다. 그것을 류사는 동굴을 떠나오면서 띠로 만들어 몸에 두르고 다녔던 것이다. 호신도 되고, 손에 감아 무기로도 쓸 수 있었다. 조자훈은 류사를 만나면 설득하여 자신 앞에 데리고 오라는 조화종의 지시를 들었으나, 말로는 안되리라 생각했다.


“ 아무래도 자넨 좋게 이야기해서는 말을 듣지 않겠군! 어디 한번 자네의 수를 구경해 볼까?”


조자훈이 그 자리에 서서 오른손을 올리자 어느 틈에 준비가 되어있었는지 북을 치던 악사가 일어나 검 한 자루를 그의 손에 바쳤다.


“ 자네의 칼이 날카로워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내 솜씨도 한번 보겠나? ”


류사가 주먹을 쥐었다 펴며 응수했다.


“ 기녀와 하인들은 내보내고 제대로 싸워보세! ”


조자훈이 검을 뽑아 아래로 휙 내리긋고는 호기롭게 지시했다.


“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라! 염라녀. 자네도 물러가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청 안으로 월하빙인이 얼후와 비파를 안고 들어왔다.


“ 손님을 버려두고,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구만! 월하 빙인이라 하오! ”


염라녀가 악사와 기녀들을 눈짓하여 내보내고 자신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류사가 성큼 대청으로 나가자 월하빙인과 조자훈이 품자 형태로 둘러쌌다. 월하빙인은 지난번에 류사와 겨뤄 본 적이 있어서 방심하지 않았다.


“ 월하빙인이 류대협을 뵙소!”


류사의 온몸에서 경기가 뭉클 솟아나왔다. 흑암같은 기운이 양 날개처럼 일어나며 요동쳤다. 격렬한 감정의 파도가 기의 흐름을 폭주했다.


‘듣던바 대로 대단한 기도이군!’


조자훈과 월하빙인은 감탄하면서 자신들의 기를 발출했다. 그러다 월하빙인이 얼후와 비파줄을 동시에 뜯으면서 가늘고 뾰족한 음파를 쏘아 보냈다.


‘띠디딩“


악기 소리가 울리며 월하빙인의 탄주신침이 단속적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소리가 끊겼다 들렸다하면서 류사의 귀를 멍하니 마비시켰다. 정신이 잠깐 흐트러지는 틈을 타서 조자훈의 검이 비스듬히 베어들어왔다. 류사는 슬쩍 몸을 틀어 피하면서 조자훈의 몸 경계 안으로 돌진했다.


조자훈의 검이 다시 위로 올라오는데 류사의 왼 손이 검의 등을 누르고, 오른 주먹이 조자훈의 옆구리로 들어갔다. 알고도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공격이었다. 조자훈은 허리를 눕히며 왼편으로 돌았다. 류사의 주먹이 조자훈의 옆구리를 스치며 옷을 찢었다.


마치 칼과 같이 날카로운 쇠비늘이 조자훈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월하가 류사의 공격을 저지했다. 그의 얼후가 춤추듯 휘저으며 류사의 등을 급습했다. 류사는 빙글 몸을 돌리며 왼 손으로 들어오는 얼후의 옆면을 쳐서, 방향을 돌린 후 오른발을 올려찼다. 월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으나 류사의 발은 그의 아랫배를 스쳤다. 흉흉한 기운이 월하를 두들기자 그는 비척대며 몇 발자국 밀려났다. 류사의 연속되는 공격은 빙인이 저지했다.


그의 비파가 뿌려낸 강침이 류사를 향해 쏟아지자, 류사는 부득이 손을 휘저어 강침을 떨어뜨렸다. 월하빙인과 조자훈은 류사의 무위에 은근히 놀랐다. 조자훈이 검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류사를 질타했다.


” 어디서 방문사도를 배워 무림을 어지럽히려 하느냐? 지금이라도 위태감을 따른다면 살길을 열어주겠다.“



류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너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절정산장을 없애려고 할 따름이다. 그 말을 대장주에게 전하라!“


” 네깟 놈의 재주로 그게 가당키나 할까? “

월하가 얼후 줄을 뜯어내어 채찍처럼 휘둘렀다. 휘두르는 바람결에 촛불이 꺼졌다. 빙인이 비파의 소리통을 철퇴처럼 휘둘러 류사의 등을 공격했다. 조자훈의 검 역시 류사의 왼편을 찔렀다.


” 쉬이악!“


류사의 입에서 괴이한 소리가 나오며, 몸이 솟구쳤다. 얼후줄을 왼손으로 잡아채며 반공 중에서 월하에게 오른발을 돌려찼다. 시커먼 경기가 날개펴듯 펼쳐지며 강력한 기운이 조자훈을 덮었다. 어느결에 조자훈의 검은 류사의 오른손에 잡혀 끌어당겨졌다.


조자훈은 검을 놓으려하였으나 알수 없는 흡인력에 의해 끌려갔다. 빙인의 비파는 류사의 왼 주먹이 소리통을 파괴했다.


” 빠지직 !“


소리와 함께 비파가 부숴지며 빙인의 몸은 류사의 경기에 타격을 입어 나뒹굴었다.


” 컥“


소리와 동시에 빙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류사의 경기가 빙인의 방어막을 뚫고 내장에 침투하였다. 월하 역시 류사의 오른발에 격타당하여 주저앉아서 피를 한 모금 토하였다.

조자훈은 류사에게 끌려가다 검을 앞으로 쑥 밀어버리며 팔을 비틀어 회전시켰다. 그러다가 검신이 우측으로 치올랐다. 류사의 오른손이 검의 등을 잡아채서 앞으로 밀었다. 검은 기운이 조자훈을 덮었다.


” 제법이구나! 조자훈 ! 그 수법은 곤륜의 것이 아닌데 혹시 대장주의 것인가?“


조자훈이 류사의 기운에 눌려 버둥거리며 답했다.


” 천하에 어찌 대장주만 있겠느냐? “


류사가 냉소했다.


” 그렇다면 위충현의 수법이로구나! 너는 위 태감의 사람이니 한 두수 정도는 가르침 받았겠지!“

그러면서 류사가 반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경기는 마침내 안개처럼 사방을 덮어왔다. 류사가 그들을 바라보자 새빨간 빛이 눈동자에서 뻗쳤다. 월하가 그를 바라보고 기겁을 했다.


” 마왕이다! 마왕!“


빙인 역시 소스라치며 엉덩이를 뒤로 끌었다. 조자훈 역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류사의 기도는 점점 짙어지며 어둠 속에서 크게 류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동자가 일렁였다.


” 쉬이악!“


류사가 거칠게 숨을 쉬었다. 심연 속에서 울려나오듯 류사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 한상자는 어디 있느냐? 말하라!“


월하는 주저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류사는 조자훈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모른다! 나는 절정산장의 사람이 아닌데 어찌 알겠느냐?“


조자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체념하듯 답했다. 류사는 덤덤히 받아들였다.


” 그렇다면 빙인이 알겠구나!“


류사의 오른손이 들리자 빙인이 비명을 질렀다.


” 살려주오 ! 그는 여기 없소! “


그 때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며 염라녀가 무사들을 이끌고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앞에 칠절산수가 두 손을 포개고 서 있었다.


” 류대협! 놀러 오셨으면 조용히 놀다 가시지, 소란을 피우시면 어떡합니까?“


하면서 월하빙인을 눈짓으로 불렀다. 그러자 월하빙인과 조자훈이 류사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대청을 빠져나갔다. 칠절산수가 미소지었다.


” 인정을 베풀어주어서 감사하오! 우리 스승은 이곳에 없으니 내가 모시도록 하지요!“


그의 왼팔에 연노가 달려있고 허리춤에 뇌전 화살통이 달려 있었다. 뇌전이라함은 짧지만 뭉툭한 촉을 가진 화살이었다. 오른손에는 짧은 갈고리 형태의 검을 들고 있었다. 칠절산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떠서 류사를 바라보았다.


” 류대협! 우선 우리 아이들의 재롱을 몇 수 받아보시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에 방패를 들고 창을 든 무사가 넓적한 도끼를 든 무사와 합세하여 돌격해 왔다. 류사는 도끼를 든 자의 옆으로 스치며 팔목을 붙잡았다. 그 다음에 팔굽으로 어깨를 치며 무릎으로 명치를 찍었다. 그와 동시 도끼가 큰 소리를 내며 방패를 갈랐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무거운 힘이 방패수를 무릎끓게 했다. 두 사람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이번에는 들어온 장한 여섯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류사는 들어오는 창 한자루를 붙잡아 풍차돌리듯 두들겨팼다. 찌르는 창검은 창대로 두들겨 손에서 떨어뜨리고 주먹과 발이 노도같이 차고 때리며 순식간에 다치고 죽었다. 칠절산수는 다가오는 류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사문이 어디인가?“


” 태허도관의 류사!“


류사가 짧게 답했다. 칠절산수가 고개를 저었다.


” 도가의 무공이라 하기에는 너무 흉폭하구나!다시 말하라! “


류사가 우울하게 말했다.


” 나 자신도 이제는 잘 모르겠구나! 스스로 맞춰보려무나!“


칠절산수가 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뇌전을 쏘았다. 빠른 화살이 ’웅‘ 하는 소리를 내며 류사의 가슴을 향해 날았다. 류사의 철쇄가


’쩡‘


하는 소리를 내며 화살을 막았다.


” 칠절수 제 일식 절명칠시(絶命七矢) “


칠절산수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화살이 연속해서 날아왔다. 화살 둘이 수평으로 날아오다 갑자기 하나가 가라앉으며 아래를 향했다. 류사는 몸을 흔들어 피하며 앞으로 나갔다. 화살 두 대가 다시 쏘아지며 칠절산수는 몸을 비스듬히 숙여서 류사의 배후로 돌았다. 그리고 연속하여 옆과 뒤를 향해 쏘았다. 류사의 몸이 그림자처럼 사라지면서 앞에서 쏘는 화살을 피하고 뒤와 옆구리로 들어오는 화살은 잡았다.


류사의 경기가 맹렬히 회전하면서 허공으로 치올랐다. 칠절산수는 침착하게 바닥에 무릎을 반쯤 끓은 자세로 갈고리 검을 위로 향했다. 칠절산수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기운이 류사의 검은 기운과 마주치는데 그 가운데로 쏜살같이 뇌전 두 대가 날아왔다. 칠절산수는 고개를 젖히고 맴을 돌면서 갈고리검 으로 두 대를 쳐내었다. 그의 입에서


” 우우우!“

하는 늑대의 울음이 울리더니


” 칠절수 제 이식 낭아표(狼牙標)!“


그가 양손을 모았다가 펼치자 작은 철환들이 류사를 향해 쏟아졌다.


” 쉬이악!“


류사의 두 손이 원을 그리며 철환들을 가두었다. 시커먼 경기가 물결처럼 넘실대며 철환을 바닥에 우수수 떨구었다. 칠절산수는 당황하지 않고 품속에서 녹색의 병을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 칠절수 제 삼식 유사하(流沙河) “


녹색 병이 허공으로 올라가서 잠시 정지하였다가, 칠절산수의 기합소리와 함께 기울면서 류사를 향해 모래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물보라처럼 자욱하게 퍼지더니 류사의 경기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류사가 두 손을 앞으로 밀었다. 경기가 모래를 한쪽으로 몰았다.


” 파파파!“


모래가 벽에 부딪치며 퍼렇게 물들였다. 독액이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벽에 퍼져나갔다.


” 지독한 놈! “


류사가 호통치며 칠절산수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바닥에서 주운 부러진 창이 칠절산수의 아래위를 노렸다. 칠절산수는 침착하게 갈고리 검으로 막아내었다.


” 칠절산수 제 사식 원앙 연쇄검 “


갈고리 검으로 류사의 창을 막으며 칠절산수가 창대를 타고 들어왔다. 그의 신법은 뱀처럼 매끄러웠다. 류사가 왼 손으로 검 끝을 잡으려 하자 검이 촤르륵 갈라지며 여러 개의 검으로 나누어졌다. 류사는 흠씬 놀랐다. 검은 류사의 정면에서 나누어지더니 속도를 달리하여 찔러왔다. 얇은 종이장 같은 면검이 잇달아 들어오자 류사는 창대를 회전시켰다.


창 그림자가 회전하면서 면검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서로 떨어져서 숨을 골랐다.


”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대단한데! 류사!“


빈정대는 것이 아니었다. 칠절산수는 류사의 수법에 감탄했다.


” 자네도 평범한 솜씨는 아니군! 그러나 지금부터는 조심하게!“


류사가 담담히 말하면서 경기를 날개처럼 폈다. 경기가 파동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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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지옥도 1 +4 20.08.03 450 6 13쪽
94 양려 +2 20.08.01 414 9 12쪽
93 칠절산수(七絶傘手) +3 20.07.29 445 10 12쪽
92 어둠의 천강 +2 20.07.27 430 9 12쪽
91 장진인 +2 20.07.25 439 9 12쪽
90 금의위 조자훈 2 +2 20.07.22 446 8 13쪽
89 금의위 조자훈 1 +2 20.07.20 438 9 14쪽
88 혼원천강정 2 +2 20.07.18 410 10 14쪽
87 혼원천강정 1 +2 20.07.15 430 8 13쪽
86 조국구 2 +2 20.07.13 396 6 15쪽
85 조국구 1 +2 20.07.08 434 5 14쪽
84 아름다운 대나무 3 +2 20.07.06 449 6 13쪽
83 아름다운 대나무 2 +2 20.07.04 457 8 14쪽
82 아름다운 대나무 1 +2 20.07.01 483 8 12쪽
81 어룡첨 +2 20.06.29 457 6 13쪽
80 결투 +2 20.06.27 426 5 13쪽
79 절명고독(絶命蠱毒) +2 20.06.24 445 5 14쪽
78 화승권총 +2 20.06.20 443 8 13쪽
77 수정궁 +2 20.06.17 462 7 16쪽
76 비사문(毘沙門) +4 20.06.15 4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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