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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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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9,310

작성
20.07.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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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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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칠절산수(七絶傘手)

DUMMY

류사가 발길을 옮겨 설세웅에게 다가가니, 그는 피거품을 뿜어내며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두려움에 가득 찬 절정산장의 위사 몇이 주춤거리며 창을 들이대었으나, 류사는 간단히 창 끝을 분질렀다. 그의 수도(手刀)는 마치 예리한 칼날 같았다. 겁을 먹은 위사들이 뒤로 물러나자 류사는 설세웅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 너희 점창은 배교의 수하들이 아닌가? 절정산장과는 언제 다시 손을 잡았느냐?”


설세웅이 겁을 먹고 눈동자를 수축시켰다.


“ 배교의 무간나찰녀도 도망가는 판에 지킬 의리가 어디 있느냐? 비선 한상자는 전일 파문당한 우리파의 장로이다. 그가 멸문할 뻔한 우리를 구해주었다. 절정의 팔선을 이길 문파는 어디에도 없어!”


어쩔수 없이 절정에 굴복했다는 설세웅의 말을 류사는 부정했다.


“ 명문 정파가 살기 위해 의를 버린다면 그런 명문정파가 무슨 소용이냐? 너를 살려둔들 백성만 괴롭힐 뿐”


류사가 냉혹한 눈초리로 설세웅을 바라보았다.


“ 흐으윽! 살려다오! ”


설세웅이 간절히 호소하는데, 겨우 깨어난 설진표가 바닥에 떨어진 판관필을 주워들고 살금살금 다가와 류사의 등을 향해 내질렀다. 그러자 류사의 온몸에서 맹렬한 경기의 파동이 일어나며, 어느새 돌아선 류사의 오른 주먹이 그의 명치를 깊숙이 강타했다. 온 천지가 가라앉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설진표는 시커먼 피를 토해내었다.


“ 으으으! ”


설진표는 짐승처럼 울면서 죽어갔다. 설세웅이 그 모습을 보고 뒤로 기었다.


“ 살려주오 ! 류 대협”


류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주방 쪽에서 점소이가 난감한 얼굴로 나타났다.


“ 손님! 가신 줄 알았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하고 이맛살을 좁혔다. 그의 어깨 근육이 살짝 딱딱해지는 것이 류사에게 느껴졌다. 평범한 기의 흐름이 아니었다. 주왕의 무덤에서 열목어를 잡은 이래로 류사의 전신은 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류사의 어둠이 날개처럼 퍼졌다.


“ 너는 누구냐?”


“ 헤헤헤!”


점소이가 웃었다. 그의 웃음은 비어있었으나, 그 속으로 살기가 흘렀다.


“ 나는 점소이지 달리 무엇일까? 비선 한상자의 제자 점 소이! 태허도관의 류 대협에게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점소이의 기도가 완연한 고수의 풍도를 보였다. 그의 뒤로 왕파가 나타났다. 그녀는 머리를 쪽지어 위로 올리고, 붉은 색 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짧게 받쳐 입었다. 그녀는 점소이를 힐끗 보더니, 수건을 품에서 꺼내 쓰윽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자 주름진 노파의 얼굴이 사라지고 중년 미부의 풍만한 얼굴이 드러났다.


눈꼬리를 길게 그려 강한 인상을 주었고 윤기흐르는 피부며 홀쭉한 볼살이 매혹적인 미인이었다. 그녀가 점소이를 꾸중했다.


“ 소쌍아! 너 혼자서는 류사를 당해내지 못한다! 내가 도와주마!”


점소이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 류사와 같이 좋은 적수를 만나는 게 쉽지 않으니, 사저는 양보해 주시오! 나의 칠절산수(七絶傘手)를 시험해 보고 싶소!”


그리고는 류사에게 손을 모아 인사했다.


“ 칠절수(七絶手) 지소쌍(池小雙).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소!”


하고는 탁자를 ‘탁’ 소리가 나게 두들겼다. 그러자 쇠 젓가락들이 통에서 튀어 나오며 지소쌍의 어깨 양편으로 늘어섰다. 류사는 흠신 긴장하며 등 뒤에 매었던 수월도를 신속히 뽑아 비스듬히 낙안세(落雁勢)를 취하였다. 지소쌍이 손을 앞으로 모아 기를 운행하자 쇠 젓가락들이 수평으로 늘어섰다.


“ 가라!”


지소쌍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젓가락들이 아래위로 류사의 전신을 향해 폭사되기 시작했다. 류사의 검은 경기가 물결치듯 일렁였다. 그러더니


‘챙챙챙!’


하는 소리가 연이어서 나며 수월도가 빛살처럼 빠르게 젓가락을 튕겨내었다.


“ 파파파!”


젓가락들이 튕겨났다가 다시 달려들자, 류사는 수월도를 공중에 늘어세웠다.


“ 비사문! ”


거대한 칼진이 허공에 세워지자 젓가락은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지소쌍은 입술을 깨물더니 곧 옆에 있는 탁자를 발로 차서 류사에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탁자들은 밀고 밀리며 파도처럼 류사에게 덮치기 시작했다.

그 틈으로 지소쌍의 발길질이 날아들어왔다. 바위 덩어리처럼 강력한 폭발력이 공기를 쪼개며 탁자들 사이로 들어오자, 류사는 황급히 왼손으로 밀어쳐서 방향을 바꾸었다.


“ 엇차!”


지소쌍이 공중에서 뱅글 돌며 등 뒤의 쌍도를 뽑아 위에서부터 직폭했다. 이번에는 류사의 수월도가 수평으로 ‘쩡’ 하는 소리를 내며 쌍검을 제쳤다. 칠절산수 지소쌍은 연속하여 변화하였다. 이번에는 탁자를 툭 밀어차면서 뒤로 피하였다가, 류사의 몸 주위를 돌면서 쇠꼬챙이를 가득 뿌리기 시작했다.


수월도가 허공에 그림자를 첩첩히 세우더니 그 속에서 류사의 왼 주먹이 갑자기 튀어나와 지소쌍의 아랫배를 후렸다. 경기가 마구 파동쳤다. 지소쌍은 옆으로 비키면서 쌍도를 휘둘렀다. 류사의 주먹이 장으로 변하며 덥석 칼등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 지소쌍은 당황하지 않고 한쪽 칼을 잡힌 채로 무릎을 세워 류사의 배를 올려 찼다. 그러자 류사는 잡은 칼등을 아래로 내렸다. 황급히 지소쌍이 무릎을 피하긴 했으나 칼은 허벅지를 스쳐서 살점을 갈랐다.


“ 어이쿠!”

지소쌍이 피를 흘리면서 오른 손에 든 칼로 류사를 내리쳤으나 수월도는 강하게 맞받았다.


‘징’하는 소리를 내면서 지소쌍의 칼이 손아귀에서 떨어졌다. 그 다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류사의 주먹이 지소쌍의 허리에 푹 박혔다.


“ 으아아!”


지소쌍은 아픔을 참으며 쌍도를 류사에게 집어던졌다.


“괴물 같은 놈 ! 죽어라!”


그 소리와 함께 ‘펑’ 하는 굉음이 울리며 흰 연기가 자욱해졌다. 류사는 쌍도를 떨어뜨리고 앞으로 나갔으나, 눈앞이 흐려져 잠시 주춤거렸다. 그 때 왕파를 자칭하던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쫓지마라! 류사. 움직이면 아이와 여자를 모두 죽이겠다!”


연기가 걷히면서 왕파가 아이와 설귀인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설세웅과 지소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네가 쫒지 않아도 우리가 너를 찾겠다! 절정산장을 건드렸으니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겠지!”


“ 시끄럽다!”


류사가 호통쳤다.


“ 너희 팔악과 조화종은 내 칼을 기다리라고 전하라! 한 놈씩 모두 처단하겠다!”


“ 큰소리는 친다만 어디. 얼마나 가나보자!”


그러면서 왕파는 설귀인과 아이를 왈칵 류사에게로 밀었다. 그리고 여러개의 붉고 푸른 천들이 길게 류사를 공격했다. 류사의 수월도가 천을 쪼개며 앞으로 나갔다.


“ 호호호!”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어느새 바깥 담 위에 여자가 섰다.


“ 류사! 언제든 너에게 찾아오겠다. 나는 몽사녀(夢事女)이니 밤꿈을 조심하라! ”


여자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며 류사를 쏘아봤다. 그 빛이 강렬하여 류사는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러다 류사가 쫓아가려니 아이가 소매를 잡았다.


“ 아저씨!”


아이의 온 몸이 불덩이 같이 타올랐다. 류사가 설귀인에게 부탁했다.


“ 더운 물과 수건을 준비해 주시오!”


그리고는 점소이의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운기행공했다. 아이의 몸이 와들와들 떨었다. 류사는 명문혈에 손을 짚어 양기와 음기의 흐름을 중화시키려하였다. 그러나 아이의 기운은 좌우로 갈라져 맹렬히 흩어졌다. 이대로라면 아이는 두 시진을 버티기 힘들었다. 류사는 대후두신경이 모인 천주혈을 눌렀다.


일푼의 힘을 주어 정신을 잠시 마비시킨후, 대장경으로 진기를 흘려보내 날뛰는 음양기를 진정시켰다. 그다음에 구허, 태충 소해혈을 차례로 짚어나가며, 막힌 기를 흘려보냈다. 이러다 보니 한 시진이 훌쩍 지났다.


눈을 뜨니 설귀인이 조심스레 더운물을 대야에 담아가지고 왔다. 아이의 온 몸을 딱아주라 이른 후, 잠시 마당에 서 있다가 들어갔다. 아이는 혼곤히 늘어져 있었다.


“ 대인!”


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 아이는 괜찮겠습니까?”


류사는 고개를 저었다.


“ 나로서는 어렵소! 우선 기혈을 안정시켜 급한 일은 면했으나, 치료는 다른 의원을 찾아보아야 할것이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류사는 그들을 점소이의 방에 재우고 자신은 그 옆방에서 잤다. 아침에 주방에 있던 만두를 찾아내어 요기를 한 후 류사가 여자에게 물었다.


“ 설귀인은 어디에서 왔소?”


“ 서주의 이가부에서 팔려왔습니다. 이가부주는 구문제독을 지낸 분인데 저를 탐하여 본가를 위협하였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본래 소잡는 백정인데 관에서 납품하라는 고기를 시일내에 준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옥에 가두어 죄를 묻겠다 겁을 주고, 비밀리에 저를 탐하여 시첩으로 갔습니다만 결국!”


여자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기구한 일생에 류사도 마음이 갑갑해졌다. 아름다움도 죄가 되는 세상이었다.


“ 말씀 다 안 하셔도 알겠소이다! 우선 집으로 가실 수 있도록 도와는 드리겠소!”


아이는 장안의 기름집 딸이었다. 그녀를 고쳐주겠다는 도인의 말을 듣고 따라나섰는데, 오히려 팔려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류사는 이 두 사람을 양양에 데리고 가서 표국에 운송을 부탁해 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의견을 설 귀인과 주고받는데, 바깥에서 사람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류사가 밖에 나가보니 검은 포장을 친 마차 한 대가 서 있고, 체격이 커다란 사내 하나가 객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류사를 보고는 물었다.


“ 주인이시오? 한참 찾았소이다! 아침 식사를 하려 하니 준비해주시오!”


말하면서도 류사의 복장이 미심쩍어서 자꾸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류사도 민망하여 공수하며 인사했다.


“ 저희도 손님입니다! 객잔 주인은 어디로 가고 아무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객잔에 주인이 없다니! 밤새 산적이라도 들었단 말이오?”


그러면서 사내가 굵은 눈썹을 치켜뜨며 식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 꽥 소리가 들리더니 사내가 되돌아 나오며 류사를 향했다.


“ 너 이놈! 이 집에서 무슨 행패를 부렸느냐? 죽은 사람들은 누구며, 객잔 주인은 어디 갔느냐? 네가 죽인 것이 아니냐?”


류사는 난처해졌다. 자신이 했다고도 아니했다고도 할 수 없는 묘한 입장에 놓였다. 그래서 얼버무렸다.


“ 우리도 조금 전에 왔소이다! 일행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 부득이 잠시 머물 뿐. 저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소이다!”


“ 거짓말 마라! 네가 한 짓이 분명하니 너를 잡아 포청에 넘겨야겠다. 순순히 나를 따라라!”


하고 류사의 혈을 짚으려 하였다. 류사가 그 손을 뿌리쳤다. 뜻밖의 저항에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등에 맨 박도를 뽑으려 하였다. 그렇게 승강이가 벌어지자 마차 안에서 사내를 만류하는 소리가 들리며 백의를 걸친 청년이 내렸다.


몸이 후리후리하며 얼굴은 옥과 같고 눈은 서늘한 아름다운 남자였다. 류사도 그의 아름다움에 잠시 멍했다. 청년은 류사를 바라보고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사내를 꾸짖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칼부터 뽑으려 하니, 잘못 일을 벌리면 뒷일을 어찌 감당하려느냐?”


음성이 맑고 부드러워 남자의 목소리같지 않았다. 하지만 위엄이 있어 함부로 대하기 어려웠다.


“ 이분은 호북 도지휘사 대감의 자제이니 각별히 대하여라!”


하고 사내가 을르는데 방안에서 설귀인이 달려나왔다. 그녀는 머리를 아직 빗지 않아 산발하고 있었다.


“ 이 분은 산적에게서 저를 구하였으니 죄를 묻지 마시오!”


하는데 산발한 중에도 미모가 빛났다. 그녀를 보고 청년의 눈이 놀란 빛을 띄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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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양려 +2 20.08.01 414 9 12쪽
» 칠절산수(七絶傘手) +3 20.07.29 445 10 12쪽
92 어둠의 천강 +2 20.07.27 430 9 12쪽
91 장진인 +2 20.07.25 439 9 12쪽
90 금의위 조자훈 2 +2 20.07.22 446 8 13쪽
89 금의위 조자훈 1 +2 20.07.20 438 9 14쪽
88 혼원천강정 2 +2 20.07.18 409 10 14쪽
87 혼원천강정 1 +2 20.07.15 430 8 13쪽
86 조국구 2 +2 20.07.13 396 6 15쪽
85 조국구 1 +2 20.07.08 434 5 14쪽
84 아름다운 대나무 3 +2 20.07.06 449 6 13쪽
83 아름다운 대나무 2 +2 20.07.04 457 8 14쪽
82 아름다운 대나무 1 +2 20.07.01 483 8 12쪽
81 어룡첨 +2 20.06.29 457 6 13쪽
80 결투 +2 20.06.27 426 5 13쪽
79 절명고독(絶命蠱毒) +2 20.06.24 445 5 14쪽
78 화승권총 +2 20.06.20 443 8 13쪽
77 수정궁 +2 20.06.17 462 7 16쪽
76 비사문(毘沙門) +4 20.06.15 4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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