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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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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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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310

작성
20.07.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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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름다운 대나무 3

DUMMY

금강 야차가 뻐드렁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 반역자! 너는 내 손에 죽는다!”


야차의 철퇴는 삐죽삐죽한 쇠가시가 박혀있는데, 한번 스치면 살가죽이 박살나게 생겼다. 황건역사들은 쇠망치와 거치도를 들고 조화종을 슬금슬금 둘러쌌다.


“ 쳐라!”


금강야차는 조화종이 뿜어내는 강렬한 기도(氣度)를 무시하고 철퇴를 휘두르며 뛰어들어왔다. 그 좌우를 황건역사들의 쇠망치와 거치도가 위에서 치고 옆으로 휩쓸면서 조화종의 뼈와 살을 으스러뜨리려 하였다. 이와 같은 동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은 없어보였다.


무기들은 무겁고 속도는 완강했다. 빈 공간은 없었다. 그런데 그 공간은 조화종이 성큼 앞으로 나섬으로써 오히려 비워졌다. 철퇴와 거치도는 서로 엇갈리며 벽과 바닥을 쳤고 쇠망치는 뒤로 굴렀다. 조화종은 철퇴가 내리치자 오히려 쇠망치를 든 황건역사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그의 멱살을 잡아 뒤로 던졌다.

그러자 거대한 황건역사의 몸이 조화종의 평범한 손놀림에 마치 종이장처럼 가볍게 날려갔다.


’쿵‘


하고 돌덩이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황건역사의 거대한 몸은 문갑을 부수며 나가떨어졌다. 이때 자리에서 일어난 청후의 사모가 꿈틀거리며 조화종의 전신을 노리고 들어왔다. 배교의 창술 영사(靈蛇) 십육식이었다. 마치 뱀이 머리를 흔들 듯 창 끝이 변화하며 줄어졌다 길어졌다하였다. 조화종은 이리저리 피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얏‘


하는 짧은 기합과 함께 창밖으로 뛰어나갔다. 더 이상 싸워보아야 무익하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뛰어나가자 양쪽으로 검이 들어왔다. 시비(侍婢 )들이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검으로 공격했다. 조화종은 들어오는 검을 붙잡고 양쪽으로 당겼다. 두 시비는 서로를 찌르고 절명했다. 그리고는 난간을 뛰어내렸다. 아래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연연은 조화종을 따라왔던 중년 무사와 검을 겨루고 있었다. 그 옆에도 언제 왔는지 절정산장의 푸른 옷을 입은 무사들이 호려정이 이끄는 이화원의 무사들과 대결하고 있었다. 시연연은 면검을 사용했는데 불빛을 받아 푸르고 붉은 빛을 내었다. 중년 무사의 검은 무겁고 느렸지만 면검의 휘두름을 적절히 제어했다. 그가 조화종이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소리질렀다.


“ 주공! 속히 산장으로 가셔야합니다. 개방이 공격해 왔습니다!”


“ 무엇이? 개방이 왔단 말이냐?”


“ 개방 방주가 나타났다는 전갈입니다!”


조화종이 노기를 터뜨렸다.


“ 이놈들이 오래전부터 나를 노렸구나! 종리권! 나를 따르라!”


그러면서 훌쩍 몸을 날려 개울을 넘었다. 종리권이 시연연의 공격에 뒤로 물러서며 급하게 소리쳤다.


“ 주공! 뒤는 제가 막을테니 먼저 돌아가십시오!”


종리권은 자신의 중검을 무겁게 내리쳐 면검의 움직임을 후퇴시키고 시연연을 압박했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 너희들은 주공을 호위하여 산장으로 돌아가라!”


그러자 조화종이 냉소했다.


“ 이들은 나를 막지 못한다! 종리권! 후퇴하라!”


시연연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의 기세를 꺽었다.


“ 목생아! 오늘 살아서 달아날 생각은 단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녀의 검에서 무지개 빛 같은 경기가 솟구쳤다. 시연연이 검을 사방에 흩뿌리자 중검의 경기가 급속히 약화되었다. 그러면서 은은한 여인의 교태서린 음성이 종리권에게 속삭였다.


“ 종리권 대왕! 이만하고 쉬시는게 어떻겠어요?”


종리권은 한 때 진령산맥의 녹림 십육채를 다스리던 산적 괴수였다. 원래 이름은 종삼(鍾 三)으로서 종남파의 속가제자였다. 그러다 섬서 도 지휘사의 공물을 약탈하다 잡혀, 죽게 된 것을 조화종이 위충현의 힘을 빌려 구해내었다. 그 뒤부터 산채 생활을 그만두고 조화종의 측근 팔선의 하나로서 지내게 된것이었다.


그의 무공은 종남의 진전을 얻어 장문인의 실력과 겨루어도 오히려 한수 위로 평가받았다. 무림에서 조화종을 제외하고 그와 일대일로 정면 승부를 펼쳐 꺽을 수 있는 자는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의 중검(重劒)은 참마도와 같아 한번 휘두르면 말의 목도 한번에 참했다. 그의 검과 정면으로 마주 칠 수는 없고 검로를 비켜 빈 곳을 베어야했다.


하지만 종리권의 호신기공은 강하여 상대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중검이 휩쓸면 내가 기공이 사방 넉자를 점하여 버티기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시연연은 그의 경기를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만들며 나찰마음을 쏟아부었다. 달콤한 음성이 물결치듯 찰랑거리며 단단한 돌같은 종리권의 경기를 안개처럼 흩어버리기 시작했다.


종리권은 순간 흔들려서 중검을 잡은 손이 떨렸다. 시연연의 날렵한 면검은 그 빈틈으로 들어왔다. 면검이 팔목을 때리려는 순간 조화종의 백우선이 날아와 면검을 잡은 시연연의 팔목을 기습했다. 시연연은 면검의 등으로 백우선을 쳐내며 조화종을 노려 보앗다. 어느덧 조화종의 주위에는 절정산장 시위들의 시체가 쌓이고 금강야차와 역사들이 청후와 같이 그를 둘러 쌌다. 청후가 앞에 나서며 준엄하게 꾸짖었다.


“ 목생아! 너는 의형과 그 식구를 해하고 중원에 우리 부족을 팔아 마침내 그 터전마저 잃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죽이려고한 그 여식마저 탐하니 죽어 마땅하다! 그만 포기하고 교주의 영전에 잘못을 빌라!”


조화종이 크게 웃으며 오히려 면박했다.


“ 가소롭다! 이 천하의 이치는 혼돈과 그것을 다스리는 힘이다! 이 두 가지에서 모든 질서가 나오느니라! 그것이 귀곡자의 가르침이며 귀곡 무경의 하권 이치이다! 반야바라밀이 말하는 공(空 )도 혼돈과 질서를 다스리는 힘이니라!


나는 그것을 깨달으니 모든 사물의 나고자람이 환히 보이는구나! 이제 천하에 과연 누가 있어 나의 독패를 막겠느냐? 나를 따르면 너희 배교가 살길을 열어주고 그 터전을 찾아주겠다. 하지만 나를 거스른다면 모두 죽여버릴것이니 그리 알라!”


시연연이 깜작 놀라 되물었다.


“ 그렇다면 그대 목생아가 귀곡무경의 하권 내가 운공편을 구하였단 말인가?”


“ 무도하다!”


조화종이 눈을 흘겼다.


“ 나는 너의 사장(師長)에 해당하거늘 어찌 함부로 속명(俗名)을 부르는가? ”


청후가 그말을 받아 조화종을 면박했다.


“ 너는 배교의 원수이니 예를 논할 것 없다! ”


하고는 뒤를 향해 눈치하였다. 뒤에 섰던 호려정이 손짓하자 숲 이곳저곳에서 활을 든 무사들이 조화종을 향하여 화살을 겨누었다. 그리고 곧 화살들이 쏟아지며 조화종의 머리위 나무에서 커다란 그물이 떨어져 내렸다.


“ 주공!”


종리권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시연연을 뿌리치고 뛰어 오는데, 청후가 팔을 휘둘러 자하공의 강력한 타격을 뿌렸다. 종리권은 마음이 흔들려 미처 그 타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그 직전에 그물에 덮힌 조화종을 향하여 창수들이 달려와 사방으로 창날을 찔렀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찌르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며 온 사방이 안개로 덮였다.


“ 태허지공(太虛之功) ”


거대한 파도가 치는듯한 경기가 밀려오며 사방공간을 수축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안개가 걷히며 참혹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물은 찢기고 창수들은 팔다리가 뜯겨 나간채로 여기저기서비명을 질렀다.


“ 크흐악!”


조화종의 눈처럼 하얀 비단옷의 상의가 찢겨져 나가며 탄탄한 상체가 흘깃 보였다.


“ 흐흐흐! 마침내 진기가 역연하여 천지의 조화와 합하였다. 이것이 바로 귀곡 내가경의 운용편이다! ”


마침내 귀곡무경 하권의 내가 운용이 정반역연(正反逆延)의 무상일체 요결임을 조화종은 밝혔다.


“ 나는 이것을 얻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보냈느니라! 마침내 도가 일문의 최후 정종을 얻었으니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무학을 우롱하느냐?”


조화종은 자만하였다. 그는 시연연을 위시한 배교의 사람들을 오만한 자세로 바라보았다. 이 때 기세에서 눌리면 교도들의 사기가 떨어져 배교는 다시 조화종을 상대하기 어려웠다.그래서 청후가 나서려는 것을 시연연이 눌렀다.


장수의 싸움은 결국 장수가 해결해야했다.


그녀는 치마를 살짝 걷으며 고혹적인 자세로 조화종을 향했다. 나찰의 연보행(蓮步行)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고 옥과 같은 목소리를 굴렸다.


“ 천하의 이치가 어찌 귀곡의 도 뿐이리오? 남방 천축에도 유가(瑜伽)의 술이 있어 능히 귀곡과 겨뤄 볼만하니, 내가 한번 승부를 결하리라!”


낭랑하게 웃음 소리를 내었으나 눈빛은 비장하였다. 조화종이 냉연히 서서 그녀의 말을 듣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 좋다! 나 역시 이 도를 얻고 위력을 시험코자하였으니, 배교의 신녀라면 나쁘지 않지! 다만 아깝구나!”


하고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이 때 청후가 시연연의 앞에 나란히 섰다.


“ 배교의 역적에게 어찌 강호의 도의를 따지리요? 나도 같이 너의 도와 부딪치고 싶구나!”


조화종은 다시 호탕한 웃음을 내었다.


“ 좋다! 너 역시 내가 없애야 할 사람이니 지금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선선히 허락하자 시립하였던 종리권이 조화종을 만류했다.


“ 주공! 도를 이룬지 오래지 않으니 청후는 제가 맞겠습니다!”


조화종이 거절했다.


“ 그럴 것 없다! 내 보기에 저들은 초개와 같으니 한 합에 쓰러뜨리리라!”


종리권은 감히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시연연도 슬쩍 냉소를 뿌린다음 다섯 손가락을 위로 뻗치고 손바닥을 밖으로 한 시무외인의 자세를 취하였다. 조화종도 두 손을 명치께에 늘어뜨린 다음 눈을 아래로 감은 선정의 자세를 취하였다.


시연연의 몸이 시무외인의 자세로 반자 정도 떠올랐다. 그러더니 몸이 수평으로 향하였다가 거꾸로 섰다. 그녀의 몸에서 운무가 품어져 나가며 대리석 같은 몸을 가렸다. 청후의 머리에서도 자색의 김이 피어나며 얼굴빛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갔다. 자하공이 구성의 힘을 드러내며 둥근 원을 그려내었다. 그들은 그 자세에서 서서히 회전하며 자리를 바꾸었다.


밤이 깊어져 북극성이 찬연하고 바람은 따듯한 봄기운을 풀어내었다. 꽃 향기가 짙었다. 나뭇가지들이 선선히 흔들리며 달빛을 받아들였다. 시연연은 그 달빛의 한가운데를 솟구쳐 다시 항마촉지인의 자세를 취하였다.


청후의 자하공은 조화종을 향하여 물컥물컥 움직였다. 조화종이 두 손을 펼쳐 손바닥을 위로 향한 순간, 벼락치는듯한 소리가 하늘과 지상에서 동시에 울렸다. 조화종의 몸에서 흰기운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쉬이잉! ‘


하며 심연의 울림이 숲을 빙글 돌았다. 보랏빛 기운은 급속히 줄어들고 시연연은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나찰 마음을 터뜨렸다. 요요한 교음(嬌音)과 심연의 음이 부딪치더니 교음이 점점 약해져 갔다. 다시 흰 기운이 회오리치며 검게 변하더니 시연연을 덮쳤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 주인!”


하는 단말마의 외침이 들리며 검은 기운 가운데를 거대한 물체가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검은 기운이 위축되자 보랏빛 기운이 시연연을 보호했다.


“ 흐흐흐! ”


조화종이 경기를 회수했다. 그리고 호흡을 고르는 시연연을 향해 덤덤히 한마디 던졌다.


“ 좋은 부하를 두고 있구나! 제 죽을 줄도 모르고 경기 가운데를 뛰어들다니!”


그리고 좌우를 살폈다. 경기의 충돌이 일어나는 가운데로 뛰어들어 시연연을 구한 사람은 금강야차였다. 그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숨결이 약했다. 시연연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안고 주위를 불렸다. 호려정이 나서서 황건역사에게 금강야차를 병실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조화종이 시연연과 청후를 없애기 위해 발을 성큼 떼자, 도부수와 창수들이 앞으로 도열하여 시연연을 보호했다.


“ 모두 비켜라!”


조화종이 노하여 호통치는데, 종리권이 그를 말렸다.


“ 주공! 절정산장이 위험합니다. 지금 그들을 구하러 가야합니다!”


조화종은 그 말을 듣고 수긍했다.


“ 우선 산장을 구하고 다시 이들을 치겠다! 시연연!”


조화종이 시연연을 불렀다.


“ 오늘은 그냥 가겠다만, 이들을 구하고 싶다면 절정산장을 찾아오라! 그렇지 않으면 양양의 배교는 살 생각을 하지 말라!”


그때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주공!”


중후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다.


“ 여동빈인가?”


“ 주공! 지금 빨리 이 곳을 떠야합니다. 무당과 개방이 같이 공격해와서 절정산장은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속히 가셔야합니다.”


“ 화공에 당했느냐?”


“ 예! 하지만 개방의 방주와 무당이 협격하여 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주공! 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22 19:18
    No. 1

    잘 봤습니다. 화종으로선 한 발 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의 절치부심이 느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23 06:46
    No. 2

    독행도는 은원으로 엮어 놓았습니다. 젊은 세대와 감성이 잘 맞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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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금의위 조자훈 1 +2 20.07.20 435 9 14쪽
88 혼원천강정 2 +2 20.07.18 406 10 14쪽
87 혼원천강정 1 +2 20.07.15 427 8 13쪽
86 조국구 2 +2 20.07.13 393 6 15쪽
85 조국구 1 +2 20.07.08 431 5 14쪽
» 아름다운 대나무 3 +2 20.07.06 445 6 13쪽
83 아름다운 대나무 2 +2 20.07.04 452 8 14쪽
82 아름다운 대나무 1 +2 20.07.01 478 8 12쪽
81 어룡첨 +2 20.06.29 452 6 13쪽
80 결투 +2 20.06.27 422 5 13쪽
79 절명고독(絶命蠱毒) +2 20.06.24 441 5 14쪽
78 화승권총 +2 20.06.20 439 8 13쪽
77 수정궁 +2 20.06.17 458 7 16쪽
76 비사문(毘沙門) +4 20.06.15 46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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