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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신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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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그림/삽화
연숴드
작품등록일 :
2017.12.13 18:12
최근연재일 :
2018.05.02 19: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47
추천수 :
25
글자수 :
119,769

작성
18.05.02 19:20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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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6장 마지막 전쟁(4)-완결

DUMMY

지축을 울리는 ‘어흥’ 소리와 함께 호족의 전사들은 적진의 중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칼을 휘둘러 용족의 가슴을 쳤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진흙 속에 숨겨진 그들의 갑옷이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다시 호랑이 발톱을 세워 그들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피가 튀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검은 호랑이와 진흙으로 위장한 용족 사이에서 흰색 호랑이는 가장 쉽게 눈에 들어왔다. 쌍검을 들고 화려한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때마다 호아의 칼은 정확하게 용족의 목젖을 베어냈다. 그러나 그늘이 깊어 안쪽은 보이지도 않는 숲에서 용족들은 끊임없이 꾸역꾸역 나왔다.


처음에는 한 겹, 두 겹으로 호족의 전사들을 에워싸더니, 나중에는 그들의 무리 속에 갇혀 점차 호랑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속에서 그들의 호랑이 발톱이 부러져 튀어 오르는 것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젠장! 가자!”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었다. 족장이 시켜서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호족 연합의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나갔다. 웅족연합의 사람들은 울분을 느끼고 있었으나 족장인 흑산의 기세에 눌려 앞으로 뛰어나가지 못했다.


흑산은 무서운 눈으로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용족의 무리 속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붉은 수염과 붉은 머리.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바로 20년 전에 추방당한 적산이었다.

그제서야 흑산은 용족들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이 땅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분노가 치솟고 부끄러운 마음에 온 몸이 떨려왔다. 그는 도끼를 집어 들었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이 웅족의 일원이라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가자!”


흑산의 이 한마디에 웅족연합 전체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사람들의 기세에 놀란 용족들은 갑자기 썰물 빠지듯이 숲속으로 돌아갔다. 몇몇 부족장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숲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전체가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부족장들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호족 전사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의 수호신이던 호랑이 가죽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청동으로 만든 검과 발톱은 모두 부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 흰색 가죽이 핏빛으로 붉게 물든 호아가 누워있었다.

칼에 맞은 수많은 상처와 창에 찔린 복부에서는 피가 콸콸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숨을 헐떡대고 있는 그를 사람들은 들쳐 업고 뛰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올 때는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었다.


*


“헉! 헉!”


곧 숨이 넘어갈 듯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도 호아는 살아있었다. 호녀의 흐느낌이 들렸는지 힘겹게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단을 보았다. 숨을 헐떡대며 호아는 폭풍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단과 둘이만 남게 된 호아는 한마디 한마디씩 힘겹게 말을 이었다.


“미··· 안··· 하···다.”


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내가···비밀을 하나··· 알려···주지. 너희는···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눈치 챌까봐··· 전전긍긍했어··· 하하하.”


이 와중에 웃다니. 단은 그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 말하고 좀 쉬지 그래.”

“조금 있으면 아주 푹 쉴거야··· 그보다··· 중요한건··· 네가 가진 것은 너희가···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는 거야.”


그리고 호아가 더 이상 말하기 힘든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단은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그의 입에 귀를 가져갔다. 그렇게 이상한 대화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 단은 이전보다 더 가쁘게 숨을 쉬는 호아를 두고 뒤돌아서며 말했다.


“하늘의 선택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야. 너 역시 그렇잖아···.”


움막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호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래··· 그걸··· 너무 늦게 알았지.”


그리고 얼마 후, 호녀의 울음소리가 온 진영 안에 크게 퍼졌다.


*


숨막힐 듯한 긴장감과 분노의 날들이 며칠 지난 후, 인내심을 바닥내고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용족이었다. 그들은 검은 숲속에서 나와 너른 들판에 자리를 잡고 진영을 갖추었다. 그제서야 온전하게 드러난 용족은 웅족연합과 호족연합을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많아 보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전장을 휘돌아다닐때, 용족의 맞은 편에 진영을 갖추고 있는 무리는 호족과 웅족의 연합군, 아니 원래부터 한 민족이라고 여겨졌던 사람들이 진영을 갖추고 있었다. 호아가 죽음을 맞은 후, 그들은 용족에 맞서기 위해 함께 진영을 이룬 것이다.


진영을 헤치고 앞으로 나선 것은 갑옷이 아닌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전장에 어울리지 않게 새하얀 옷을 입은 무리의 중간에는 단이 서 있었다. 단은 하늘을 향해 팔을 올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하늘이시여. 여기 이 땅을 오랫동안 지켜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이들을 사랑한다면 힘을 빌려주십시오.”


그리고 단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단의 뒤에 있던 흰옷을 입은 무리도 동시에 웅장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우사, 운사, 풍백의 제자들이었다. 환웅은 지상을 떠났지만 하늘은 땅과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웅장한 목소리가 서서히 주변으로 퍼지는 듯 하더니 돌연 세찬 바람이 불더니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비가 쏟아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용족들은 술렁대더니 곧 앞으로 뛰어나올 기세를 보였다.


그 순간!

하늘에서 한줄기 섬광이 땅으로 내리 꽂혔다. 지축을 쪼갤듯한 굉음과 함께 용족의 한 가운데 떨어진 벼락은 용족의 강철 갑옷을 타고 용족의 진영 속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헤집고 다녔다. 푸른 불빛과 붉은 불길에 동시에 터녀올랐고, 용족들은 온 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며 땅바닥에 굴렀다.

그렇게 용족의 진영을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한 번의 섬광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전사들이 함성과 함께 앞으로 뛰어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여기저기에서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종족의 구분도 없었고 약한 자와 강한 자의 구분도 없었다. 그저 얼싸안고 기쁨의 함성을 지를 뿐이었다. 그들의 가운데로 단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단의 옷은 아직도 티끌하나 없이 백색의 광채를 유지하고 있었다. 누군가 단을 보고 무릎을 꿇었다. 단을 중심으로 서서히 무릎 꿇는 사람이 늘어나더니 온 평야를 가득 메운 사람이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가운데 홀로 서있던 단은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버지, 그리고 형제여 보고 계십니까? 이 사람들이 이 땅의 주인입니다.’


<개천-신의 땅, 끝>



- 에필로그

환웅이 세상을 떠난 신단수 앞에 호녀가 서있었다. 그녀는 거대하지만 이미 죽은 나무와 그 나무를 감싸고 올라가 나무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이 당신이 하늘로 가신 곳이군요.

이 나무를 보십시오. 사람들은 거대한 나무만 보지만 그 나무자체는 죽어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 나무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감싸고 올라간 작은 나무들입니다.

당신이 이 땅에서 살다간 세월, 그리고 이 땅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위대한 세월. 그것들은 아마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을 남기지도 못한 영웅들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요?”


호녀는 힘에 겨운 듯 신단수의 뿌리를 베고 누웠다. 그리고 곧 평온하고 긴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휴재가 길었습니다.

준비했던 완결편도 급한 감이 있네요. 여러모로 부족하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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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마지막 전쟁(4)-완결 18.05.02 79 0 8쪽
23 6장 마지막 전쟁(3) 18.03.14 102 0 10쪽
22 6장 마지막 전쟁(2) 18.02.06 141 0 9쪽
21 6장 마지막 전쟁(1) 18.02.01 173 0 10쪽
20 5장 하늘과 땅의 전쟁(4) 18.01.29 165 0 13쪽
19 5장 하늘과 땅의 전쟁(3) 18.01.23 195 0 18쪽
18 5장 하늘과 땅의 전쟁(2) 18.01.22 140 0 12쪽
17 5장 하늘과 땅의 전쟁(1) 18.01.18 148 2 10쪽
16 4장 북방의 전설(6) 18.01.16 162 0 12쪽
15 4장 북방의 전설(5) 18.01.11 142 0 14쪽
14 4장 북방의 전설(4) +2 18.01.10 202 3 10쪽
13 4장 북방의 전설(3) 18.01.09 182 0 12쪽
12 4장 북방의 전설(2) 18.01.09 154 1 13쪽
11 4장 북방의 전설(1) 18.01.05 171 1 10쪽
10 3장 곰의 아들(3) 18.01.04 186 1 9쪽
9 3장 곰의 아들(2) 18.01.04 175 1 11쪽
8 3장 곰의 아들(1) 17.12.29 211 1 12쪽
7 2장 호랑이의 아들(4) 17.12.27 228 2 15쪽
6 2장 호랑이의 아들(3) +2 17.12.19 260 2 14쪽
5 2장 호랑이의 아들(2) 17.12.18 270 1 10쪽
4 2장 호랑이의 아들(1) 17.12.15 287 1 10쪽
3 1장 신의 나라(2부) 17.12.14 383 2 11쪽
2 1장 신의 나라(1부) +2 17.12.13 679 2 11쪽
1 프롤로그 - 신의 죽음 17.12.13 813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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