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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신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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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그림/삽화
연숴드
작품등록일 :
2017.12.13 18:12
최근연재일 :
2018.05.02 19: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76
추천수 :
25
글자수 :
119,769

작성
18.03.14 01:50
조회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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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장 마지막 전쟁(3)

DUMMY

호아의 갑작스런 말에 전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눈앞에 있는 웅족연합을 두고 용족을 치다니 그렇다면 전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전사들을 보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은 반으로 쪼개졌고 웅족연합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호족연합과 웅족연합 모두 용족의 발아래 무릎 꿇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할 이 땅은 그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고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을 당할 것이며 살아남더라도 영원히 그들의 노예가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막고 싶다.”


호아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사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북방으로 돌아가자. 그럼 될 것 아니냐?”


가장 나이 많은 전사가 설득하듯 말했다. 하지만 호아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호족만 빠져나간다면 우리를 따르던 나머지 호족 연합은 남아서 웅족연합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용족이 바라는 일일 것이다. 용족의 뜻대로 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부족들에게 상대해야 할 적이 따로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몸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다시 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왜 그래야 하지?”


질문을 하는 무사를 향해 고개를 드는 호아의 눈에 눈물이 촉촉이 맺혔다.


“이 땅은 우리의 아버지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가꾸어 나가려고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전사들도 호아도 땅과 하늘을 보며 깊은 회한의 한숨만을 지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전사들은 한 번도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위대한 호족의 전사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는 수도 없이 들어왔고 그 이야기는 바로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도 강요하지 못한다. 나를 따를 사람은 지금 일어나라. 앉아있다고 비겁한 자는 아니다. 그는 우리 호족을 보살필 임무를 맡을 것이다.”


호아는 말을 끝내고 스스로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등을 돌리고 돌아섰다. 아침 해가 찬란히 떠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에 그가 뒤로 돌아섰을 때 그곳에는 위대한 호족전사들이 햇살을 받으며 서있었다.


*


아침부터 시끌벅적 했다. 그들은 검은색 가죽과 흰색 가죽을 반씩 섞어서 주머니에 넣은 후 차례대로 나와서 가죽을 뽑았다. 흰색 가죽을 뽑은 이는 환호를 했고 검은색 가죽을 뽑은 이는 눈물을 흘렸다.

흰색 가죽을 뽑은 이들이 오늘 용족과 전투에 나설 이들이었다. 죽음을 앞둔 전투에 나선 이들이 뒤에 남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알 수 없는 광경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


해가 완전히 하늘로 솟구쳐 올랐을 때 선발된 호족 전사들과 호아가 웅족과 호족이 대치하고 있는 전장의 한 가운데로 나섰다. 활, 호랑이 발톱, 장검으로 무장한 그들은 호족 진영을 향해 섰다. 양쪽 진영에서는 모두 소란이 일어났다. 그들이 습격해 온다고 오해한 웅족 진영은 급하게 전투 진영을 갖추느라 소란을 피웠고, 호족 진영에서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수선한 가운데 폭풍이 뛰어나왔다.


“무슨 짓이냐! 호아! 어서 돌아오지 못할까?”

“스승님, 저희는 용족을 치러 갑니다. 스승님께서는 절대로 진영을 움직이지 마시고 힘을 비축하십시오.”

“당장 돌아오지 못할까?”


소리치며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폭풍을 막아선 것은 남아있는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안 된다! 안 돼! 차라리 내가 가겠다. 내가 가겠다!”


폭풍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호족의 전사들은 땅에 엎드려 스승이자 아버지였던 폭풍에게 절을 올렸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호녀의 울부짖음이 호아를 괴롭혔다.


“어머니, 저는 이제 저의 운명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아버지들이 지키려고 했던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갑니다.”


호녀를 향해 호아는 또다시 깊은 절을 올리고 모든 부족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위대한 호족의 전사들이다. 누구도 우리의 전투에 관여하지 마라. 그리고 똑똑히 봐라. 진정 우리가 맞서야 할 적이 어떤 자들인지. 그리고 위대한 호족의 전사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호아의 소리는 호족 연합의 전체에 퍼졌고, 웅족 연합의 맨 앞에 서있는 단과 흑산의 귀에도 들어 왔다. 단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다만 흑산의 굵은 손이 자신의 몸을 단단히 잡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다.


호족의 전사들은 어깨에 걸쳤던 호랑이 가죽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수많은 검은 호랑이와 하나의 흰 호랑이가 음산하게 보이는 숲을 향해 서서히 이동했다.


그들은 먼저 활을 꺼내어 화살을 힘껏 쏘아 올렸다. 화살은 숲의 여기저기에 떨어졌는데 ‘쨍!’하는 쇳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으악!’하는 비명소리도 들렸다. 다시 한 번 화살을 날리자 용족의 무리들이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위장을 하기 위해 온 몸에 진흙을 바르고 끝이 뾰족하게 생긴 투구를 쓴 모습이었다. 그들은 숲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호족의 전사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에 맞서 호족의 전사들도 앞으로 뛰어나갔다.


호족 전사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나오는 용족을 향해 가장 먼저 날아간 것은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철궁의 화살이었다.

호족 전사들이 용족을 향해 달려 나갈 때, 후미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호족의 전사들이 화살에 힘을 실어 용족을 향해 철 화살을 날린 것이다. 그들은 비록 제비뽑기에서 떨어져 전투에 뛰어들지 못하지만 있는 힘껏 활을 당겨 용족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활시위를 당기는 그들의 눈에는 촉촉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삐이이익~’

‘퍽’

‘으악’

‘쨍그렁’


하늘을 가르는 철궁의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용족의 머리위로 화살이 떨어졌다. 비록 수백 보나 되는 거리였지만 철궁이 가진 위력은 일반적인 활을 능가하였고, 맹렬한 기세로 용족의 머리와 가슴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용족은 강철로 만들어진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화살이 날아오자 방패를 들어 앞을 막아섰다. 아무리 철궁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만 먼 거리에서 강철 갑옷과 방패를 뚫을 수는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용족은 화살이 주춤해지자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호족 전사들을 향해 다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달리는 기세 그대로 등 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것은 호족의 장검보다 가늘지만 날카로운 예기와 함께 섬뜻함이 느껴지는 살기를 주변으로 뿌려대고 있었다.


한순간! 용족을 향해 달려 나가는 호족 전사들의 무리에서 굵직한 명령이 터져나왔다.


“환수!”


선두를 치고 나가던 호아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뒤를 따르던 한 무리의 호족 전사들이 손에 들던 대검을 들고 하늘로 도약하였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인 호아와 나머지 전사들의 머리위로 튀어 오른 환수의 전사들은 공중에서 허리를 활처럼 뒤로 재꼈다. 그리고 마치 앞으로 대검을 던지리라도 할 기세로 용족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동시에 그들의 검에 희뿌옇게 서려있던 흰색의 기운들이 앞으로 쏘아져 나아갔다.

셀 수 없는 흰색의 기운들! 그것들이 한덩어리로 뭉쳐 하늘을 가로지르며 용족을 덮쳐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너무도 빠르게 돌격하는 흰색의 기운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을 뒤덮은 하나의 섬광처럼 보였지만, 용족의 입장에서 그것을 보았을 때는 수많은 흰색의 동물 형상들이 귀신처럼 자신들을 덮치는 것처럼 보였다.


‘으아악!’


자신들을 향해 맹렬히 날아오는 환수의 무리를 보고 용족의 선두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용족의 질주가 멈춰섰고,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환수들이 맹렬하게 부딪쳐갔다.


“오오.......”


전장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단아와 호아의 무리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단아는 물론 흑산도 호족의 전투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수백의 호족 전사들이 쏘아내는 기세지만 아직도 검은 숲에서 꾸역꾸역 몰려나오는 용족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흑산은 그 모습을 보며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신전을 공격하여 단 하루만에 환웅과 신족을 몰살시킬만 하구나. 우리가 저 공격을 받았다면 벼텨낼 수 있었을까···’


흑산은 저렇게 용맹한 전투력을 가지고 용족과 맞서고 있는 호족이 지금 이 순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저들은 죽음이 뻔히 보이는 공격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 비록 호족의 용맹한 공격에 용족이 주춤하는 모양이었지만, 흑산의 머릿 속에 든 생각처럼 호족 전사들의 공격은 너무도 무모한 것이었다. 아직도 검은 숲에서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있는 용족의 숫자는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수 천을 예상했지만 이미 그 예상치를 넘는 숫자가 숲에서 밀려나오고 있었고, 그에 맞서는 호족의 전사들은 너무도 적었다. 아무리 호랑이가 용맹하다 한들 한 마리의 호랑이가 수십의 들개를 당할 수는 없는 것이 이치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무리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큰 외침이 용족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말을 탄 한 사람의 무사가 있었다. 아마도 용족을 이끌고 있는 장수가 틀림없었다. 용족 전체에게 들릴만한 큰 외침이 들리자 환수의 기세에 눌려 움찔하던 용족들이 다시 한 번 전방을 향해 칼과 창을 세워들었다.


방패를 앞에 세우고, 칼을 치켜든 그들은 환수의 공격으로 쓰러진 자신들의 동료들을 밟으며 앞으로 한걸음씩 진격하였다.

어깨를 붙이고 점점 가속도를 붙이며 진격하는 그들의 위세에 눌린 탓인지 어느새 흰색의 환수들은 자신들의 주인 곁으로 돌아갔다.


순간, 지축을 울리는 호랑이의 으르렁 소리가 들려왔다.


- 6장 마지막 전쟁(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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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장 마지막 전쟁(4)-완결 18.05.02 80 0 8쪽
» 6장 마지막 전쟁(3) 18.03.14 104 0 10쪽
22 6장 마지막 전쟁(2) 18.02.06 143 0 9쪽
21 6장 마지막 전쟁(1) 18.02.01 173 0 10쪽
20 5장 하늘과 땅의 전쟁(4) 18.01.29 165 0 13쪽
19 5장 하늘과 땅의 전쟁(3) 18.01.23 196 0 18쪽
18 5장 하늘과 땅의 전쟁(2) 18.01.22 141 0 12쪽
17 5장 하늘과 땅의 전쟁(1) 18.01.18 150 2 10쪽
16 4장 북방의 전설(6) 18.01.16 162 0 12쪽
15 4장 북방의 전설(5) 18.01.11 146 0 14쪽
14 4장 북방의 전설(4) +2 18.01.10 203 3 10쪽
13 4장 북방의 전설(3) 18.01.09 182 0 12쪽
12 4장 북방의 전설(2) 18.01.09 154 1 13쪽
11 4장 북방의 전설(1) 18.01.05 174 1 10쪽
10 3장 곰의 아들(3) 18.01.04 188 1 9쪽
9 3장 곰의 아들(2) 18.01.04 175 1 11쪽
8 3장 곰의 아들(1) 17.12.29 212 1 12쪽
7 2장 호랑이의 아들(4) 17.12.27 229 2 15쪽
6 2장 호랑이의 아들(3) +2 17.12.19 261 2 14쪽
5 2장 호랑이의 아들(2) 17.12.18 271 1 10쪽
4 2장 호랑이의 아들(1) 17.12.15 288 1 10쪽
3 1장 신의 나라(2부) 17.12.14 386 2 11쪽
2 1장 신의 나라(1부) +2 17.12.13 679 2 11쪽
1 프롤로그 - 신의 죽음 17.12.13 815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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