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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신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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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그림/삽화
연숴드
작품등록일 :
2017.12.13 18:12
최근연재일 :
2018.05.02 19: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44
추천수 :
25
글자수 :
119,769

작성
17.12.14 18:27
조회
382
추천
2
글자
11쪽

1장 신의 나라(2부)

DUMMY

며칠의 밤이 지나고 다시 해가 떠올랐지만 호족의 족장은 환을 맞이할 뚜렷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이미 많은 부족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소문은 벌써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가 가진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재주를 가지고 그들을 복종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족장님! 멀리서 누가 오고 있습니다.”


다급하게 외치는 지킴꾼의 목소리에 족장은 펴지지도 않는 허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해는 머리꼭대기에 있었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다. 족장은 다시 지팡이를 짚으며 마을의 입구로 걸어갔다.


“족장님 응(鷹)족 입니다. 혼자서 오고 있습니다.”

“응족?”


족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 일행이 아니라 응족이라고?’ 응족은 매에게 제사를 지내는 부족이었다. 모든 응족의 남자들은 크고 작은 매를 자신의 어깨에 앉히고 다녔다. 그리고 매를 이용해 짐승을 잡았다. 멧돼지와 같은 큰 짐승을 수십 마리의 매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호족과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족장은 인상이 찌푸려졌다. 질서가 깨진 것이다. 감히 응족 따위가 호족의 부락에 혼자서 찾아오다니. 호족이 발톱을 드러내면 특유의 깃털 옷을 추스르며 두려움의 미소와 함께 사라지던 족속이 지금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호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가? 지팡이를 움켜쥔 족장의 손에 땀이 배어나왔다.


마을의 앞에 도착한 응족 남자는 괴이한 복장이었다. 족장이 알고 있는 응족들은 온 몸을 깃털로 장식하기를 좋아했다. 풀을 엮어서 만든 옷에 새의 깃털을 잔뜩 꽂아서 벌거벗은 몸에 두르고 다녔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니었다. 머리에 쓴 관이나 신발에 새의 깃털 장식을 꽂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손과 어깨에는 단단해 보이는 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족장이 놀란 것은 그의 어깨에 앉아있는 매의 크기였다. 생김새는 매와 같은데 그 크기가 엄청났다. 보통 매보다 서너 배는 커 보이는 매는 응족 남자의 어깨를 다부지게 움켜쥐고 있었다. 족장은 저렇게 큰 매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응족의 족장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입구에 있던 지킴꾼이 큰 소리로 물었다. 그는 잠시 하늘을 보는 듯 하더니 지킴꾼을 향해 외쳤다.


“나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응족의 족장이오. 지상을 호령하는 호족의 족장을 만나러 왔소.”


말은 지킴꾼에게 하는 것이었지만 시선은 지킴꾼의 한참 뒤쪽에 있는 호족의 족장을 뚜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어떤 적대적인 비장함도 없었다. 오히려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고 마치 옆집에 놀러온 사람과 같은 여유가 있었다. 호족의 족장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내가 호족의 족장이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호족의 땅에 발을 들였는가?”

“나는 하늘의 심부름으로 당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없애주려고 왔소. 이미 하늘의 아들인 환님이 가까운 곳에 계시오. 그분은 당신이 곧바로 이곳에 오면 호족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칠 것이라 하면서 나를 보냈소.”


호족 족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두려움? 호족에게 두려움이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고?’ 호족은 지상의 최강자였다. 누구도 호랑이를 사칭하지 못하며 호족만이 호랑이의 후손이라 칭해졌다. 족장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니 그 이전부터 그랬다. 그런데 ‘환’ 그자가 호족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알고 있다고? 족장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감히 응족 따위가 호족의 영토에 와서 두려움을 이야기 하는가? 너희들이 그렇게 하찮은 새 따위를 이용해 쥐새끼 같은 짐승들이나 잡아먹을 때 우리는 돌을 깨고 호랑이의 뼈를 갈아서 만든 이빨로 들판을 누비고 온갖 짐승과 요괴들을 사냥해왔다. 응족의 족장! 잊고 있었나? 너희도 우리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구부러진 몸의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노기어린 목소리 속에 부족에 대한 자부심과 그냥 뱉어내는 허언이 아니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었다.응족 족장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없었지만 천적의 앞에 선 본능적인 공포심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머리를 들어 그가 걸어온 뒷 편의 하늘을 보았다. 맑은 하늘 저 멀리 구름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그는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응족 족장은 먼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매를 가볍게 하늘로 밀쳐 올렸다. 매는 주인의 뜻을 알겠다는 듯 곧바로 하늘위로 치솟아 큰 원을 그리며 주인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호족의 무사들이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석검이나 발톱으로 손을 가져가고 자세를 낮추었다.

하지만 응족의 족장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허리춤에서 구릿빛으로 된 작은 단검을 꺼내어 자신의 앞에 놓았다. 호족 족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었다.


‘저것은 돌도 아니고 뼈도 아니다. 저 멀리 북방에서 쓰인다는 단단한 광물로 만든 것이다. 저자가 어떻게 저것을 가지고 있을까?’


응족 족장의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등 뒤에 메고 있던 보따리를 풀러놓고 그 속에서 흙으로 빚어 만든 그릇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한발 뒤로 물러나 맨 바닥에 털썩 앉았다.


“위대한 호족의 심기를 건드릴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다만 하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온 것이며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부디 저와 함께 잠시만 이야기를 나누어 주십시오.”


호족 족장은 잠시 그를 쏘아보다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의 뒤에는 한 뼘이나 되는 호랑이 발톱을 손에 낀 주검이 따라나섰다.

호족 족장은 천천히 다가가 응족 족장이 펼쳐놓은 물건 앞에 털썩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신묘해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검날은 자신이 보아온 어떤 것보다 날카로웠고, 그릇은 흙으로 빚은 듯 한데 표면이 매끈했다. 그리고 가까이 와서 본 응족 족장의 옷 역시 신묘했다. 짐승의 가죽은 당연히 아니고 풀을 가늘게 엮어서 만든 옷인데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였다.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물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북쪽에서 온 것인가? 아니면 정말 하늘에서 온 것인가?


“나한테 왜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가?”

“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드리려고 보여드리는 겁니다. 그는 청동을 녹여 검과 농기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돌밭도 개간하여 곡식을 가꿀 수 있게 되었고, 무서운 짐승이 달려들어도 당당히 맞서 그 배를 갈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게 되니 이제는 아무렇게나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지 않고, 몸을 구부려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하늘에서 왔지만 사람을 위해 왔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그 증거들입니다.”


호족의 족장은 코웃음을 쳤다.


“흥 고작 이따위 잡스러운 것들 몇 가지 만들 줄 안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는가? 이런 것들은 땅위에 있는 인간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의 말이 맞았다. 청동검과 그릇, 옷감이 신묘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소문으로 그런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미 호족 내부에서도 좀 더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이런 하찮은 것들은 환님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하여 가져오신 몇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분이 하늘과 땅을 만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늘과 땅을 만나게 하였다니. 그가 하늘을 끌어내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호족 족장의 말에 응족 족장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지금은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시기입니다. 그가 땅의 소망을 하늘에 알리면 하늘에서는 기꺼이 그것을 들어줍니다. 그 증거로 그는 바람을 다스려 구름을 일으키고, 구름을 몰아 비를 내리게 합니다. 그리고 물길을 다스려 메마른 땅을 적시게 합니다. 그는 하늘과 땅을 잇는 역할을 하는 방울을 가지고 있으며 땅의 사람을 지배할 검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 거울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족 족장은 도대체 이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인간이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뿌리게 한다고? 하지만 한 가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호족의 제사장이 말한 것처럼 그는 그가 다스리는 부족 안에서 하늘의 소식을 전하는 대제사장이자 인간을 다스리는 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응족의 족장이 뒤를 돌아보며 지평선 너머의 하늘을 가리키고 말을 이었다.


“저기 구름이 몰려 있는 곳에 환님이 이미 오고 계십니다. 그 뒤에는 그와 함께 나타난 신족들이 함께 따르고 있습니다. 그 분은 호족을 해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오시는 겁니다.”


호족의 족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마득히 보이는 곳에 구름이 이상한 모양으로 뭉실대고 있었다. 확실히 아까부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호족의 족장은 환이란 자가 자기가 생각한 것 이상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너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는 법. ‘그’가 우리 부족에 도착하면 그와 함께 직접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서 그분께 호족의 족장이 당신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전하겠습니다.”


조용히 일어선 응족 족장은 호족 족장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보인 후 천천히 뒤로 돌아 걸어갔다. 뒤돌아 가는 그가 손을 들자 하늘을 맴돌던 매는 다시 그의 어깨로 돌아와 앉았다. 마치 일이 잘 끝났으니 쉬고 싶다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구름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그 사이에도 하늘의 구름은 점차 호족을 향해 다가왔고 점차 그 아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장 신의 나라 끝>


작가의말

생각보다 진행이 더디네요... 다음 장에서는 환웅이 부족을 다스리게 된 전개 과정을 생략하고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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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장 마지막 전쟁(4)-완결 18.05.02 78 0 8쪽
23 6장 마지막 전쟁(3) 18.03.14 102 0 10쪽
22 6장 마지막 전쟁(2) 18.02.06 141 0 9쪽
21 6장 마지막 전쟁(1) 18.02.01 173 0 10쪽
20 5장 하늘과 땅의 전쟁(4) 18.01.29 165 0 13쪽
19 5장 하늘과 땅의 전쟁(3) 18.01.23 194 0 18쪽
18 5장 하늘과 땅의 전쟁(2) 18.01.22 140 0 12쪽
17 5장 하늘과 땅의 전쟁(1) 18.01.18 148 2 10쪽
16 4장 북방의 전설(6) 18.01.16 162 0 12쪽
15 4장 북방의 전설(5) 18.01.11 142 0 14쪽
14 4장 북방의 전설(4) +2 18.01.10 202 3 10쪽
13 4장 북방의 전설(3) 18.01.09 182 0 12쪽
12 4장 북방의 전설(2) 18.01.09 154 1 13쪽
11 4장 북방의 전설(1) 18.01.05 171 1 10쪽
10 3장 곰의 아들(3) 18.01.04 185 1 9쪽
9 3장 곰의 아들(2) 18.01.04 175 1 11쪽
8 3장 곰의 아들(1) 17.12.29 211 1 12쪽
7 2장 호랑이의 아들(4) 17.12.27 228 2 15쪽
6 2장 호랑이의 아들(3) +2 17.12.19 260 2 14쪽
5 2장 호랑이의 아들(2) 17.12.18 270 1 10쪽
4 2장 호랑이의 아들(1) 17.12.15 287 1 10쪽
» 1장 신의 나라(2부) 17.12.14 383 2 11쪽
2 1장 신의 나라(1부) +2 17.12.13 679 2 11쪽
1 프롤로그 - 신의 죽음 17.12.13 813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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