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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신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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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그림/삽화
연숴드
작품등록일 :
2017.12.13 18:12
최근연재일 :
2018.05.02 19: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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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1
추천수 :
25
글자수 :
119,769

작성
18.01.09 20:17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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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장 북방의 전설(3)

DUMMY

늑대고기는 쓴맛이 난다. 맛있기로 따지면 기름기가 풍부한 사슴이나 토끼, 멧돼지가 최고겠지만, 호족의 사냥터에서는 만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나마 쥐새끼나 하늘의 잡새 따위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 것들은 아무리 잡아간들 부족의 식탁에 오르기에는 턱없이 양이 부족했다.


환수를 부리는 낭미와 묘령, 그리고 철궁을 어깨에 둘러멘 ‘철풍’은 바위 뒤에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위에서 백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늑대였다.


“토끼야, 철풍하고 내가 늑대를 잡을 동안 너는 가능하면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기고 나오면 안된다!”


조용하지만 엄하게 말하는 낭미의 말에 묘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을 토끼라고 부르는 것에 투덜거리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자신의 환수가 ‘토끼’라는 사실에 불만이 가득한 묘령을 달래기 위해 낭미는 제사장에게 허락을 받고 함께 사냥을 나왔다. 그저 작은 들짐승이나 새를 잡을 요량으로 나왔는데 눈앞에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늑대였다.


아직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묘령을 달고 늑대 사냥을 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늑대는 식량일 뿐만 아니라 부족의 위협이 되기도 하는 존재였다. 게다가 왠일인지 저 놈은 혼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한 마리 정도야 자기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철풍이 먼저 조용히 화살을 철궁에 걸었다. 사냥을 할 때는 철로 된 화살이 아닌 평범한 나무로 된 살을 준비했다. 소중한 철 화살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철풍과 낭미는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짐승 털을 둘러쓰고 바닥을 기었다. 늑대 녀석은 별다른 이상을 못 느꼈는지 여전히 제자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에 도달하자, 철풍은 철궁에 걸었던 화살을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끼기기기...’


철풍의 어깨가 팽팽하게 부풀어오르고, 철궁이 휘어지면 기묘한 소리가 났다. 그 작은 소리가 늑대에게 들렸을까? 갑자기 어슬렁거리던 놈이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철궁과 낭미 쪽으로 돌렸다.


‘핑~’


바람을 가르는 화살의 소리가 울렸다. 화살은 철풍과 늑대 사이의 공간을 찢어놓을 듯 날아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때, 들판의 돌바람이 화살을 약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철궁에 실었다고 한들, 댓살로 만든 화살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늑대의 심장을 노리던 화살은 살짝 빗나가 바닥에 꼿히고 말았다.


‘크르릉~’


생명의 위협을 느낀 늑대가 송곳이를 드러내며 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허공을 향해 고개를 지켜들고, 큰 소리로 늑대 울음소리를 질렀다.


철풍이 재빨리 두 번째 화살을 뽑아 든 사이에 늑대는 ‘휙’하고 몸을 날려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철궁과 낭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웅덩이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철풍과 낭미는 당황하며 몸을 펴고 늑대가 사라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웅덩이를 오르고 있는 한 무리의 늑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마리의 늑대였다.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늑대로 보였고, 그 중에 하나는 다른 늑대에 비해 몸이 두 배는 컸고, 온 몸이 흑색에 가까운 털로 뒤덮여 있었다.


“헉”


낭미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터진 것이다. 늑대 여섯 마리를 한 번에 잡는 것도 어렵거니와 저놈은 이 지역의 늑대 중에서 왕 노릇을 한다는 놈이었다.

짐승의 영역에도 우두머리가 있고, 그 우두머리에 대해서는 사람들조차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영역에 크게 침범을 하지 않는다면 건드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외경하기까지 하였다.


“도망치자!”


철풍이 먼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옮기면서 입을 떼었다. 당연히 도망쳐야 하는게 맞는 판단이었다.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치다가 높은 곳이라도 보이면 올라가서 위에서 공격을 해야 한다. 이렇게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놈들의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늑대는 사람 이상으로 숙련된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안 돼, 여기서 싸워야 돼!”


낭미가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도망쳐야지!”

“안 돼, 우리야 어찌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묘령은 어떡하라고, 저 아이는 우리만큼 빠르지 않아. 자칫하면 우리 뒤에 뒤쳐졌다가 늑대에게 공격당할 거야.”


철풍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묘령을 안고 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철궁은 철화살을 뽑아들었다. 귀중한 철화살이라고 할지라도 아낄 게재가 아니었다.


철풍은 철화살을 시위에 걸고 천천히 당기면서 늑대 무리를 겨냥했다. 동시에 낭미는 검을 가슴 앞으로 모아 환수를 불렀다. 족제비 모양의 환수가 칼끝에서 스며나와 낭미의 주위를 멤돌았다.


‘삐이이익~’


철궁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바람의 움직임 따위를 무시한 철화살은 다섯 마리의 늑대 중 가장 우두머리인 검은색 늑대를 향해 날아갔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속도였지만 우두머리는 확실히 달랐다. 검은 늑대는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뒤틀었고,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화살은 검은 늑대의 옆에 바짝 붙어있던 다른 늑대의 다리를 뚫고 바닥에 꼿혔다.


그 순간 ‘크르렁’소리와 함께 나머지 늑대들이 적을 향해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납게 내딛는 그들의 입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순식간의 늑대와의 거리가 반으로 좁혀졌을 때, 낭미는 검을 앞으로 곧게 뻗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을 멤돌던 환수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족제비의 형상을 한 그것은 늑대의 무리를 향해 뻗어나가더니 검은 늑대를 향하던 방향을 살짝 돌려서 왼쪽의 늑대 머리에 부딛쳤다. 단순히 부딛친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운 돌격으로 인해 늑대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맹렬하게 돌격하던 늑대들이 움찔하고 멈춰섰다. 낭미의 환수는 다시 낭미의 칼끝으로 돌아왔고, 늑대들이 잠시 멈춰선 사이에 다시 한 번 철화살의 비명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삐이이익~’


이번에는 아예 검은 늑대가 아닌 다른 늑대를 조준했고, 짧아진 거리 탓에 더욱 피할 새가 없었던 화살은 정확하게 늑대의 정수리에 박혀 들어갔다.


‘캥~’


늑대의 비명이 터졌고, 철화살은 늑대를 뒤로 한참이나 날려버렸다. 동시에 낭미의 환수가 다시 한 번 허공을 갈랐다.


‘크르렁~’


그런데! 검은색 늑대의 우두머리가 전방을 노려보며 낮지만 큰 소리로 크르렁대자 날아가던 환수가 순간 움찔하는 기운이 보였다. 그러더니 검은 늑대는 크게 앞으로 도약하면서 움찔하는 환수를 입으로 물어챘다.


“말도 안돼!”


낭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환수는 귀신이다. 귀신은 신기가 없는 존재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만져지지도 않는다. 다만 환수대는 필요한 찰나의 순간에 검법을 이용해 환수에게 물리적인 힘을 부여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환수를 잡아 챌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잡아챈다고 한들 귀신으로 돌아가서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낱 짐승이 자신의 환수를 물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그 입에서 족제비의 환수는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었다.

낭미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은 짐승들은 오히려 사람보다 귀신의 존재를 더 잘 본다는 것이다. 하물며 수십 년을 광야의 왕으로 살아온 검은 늑대에게 작은 귀신 따위는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싸움의 상성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리저리 몸을 뒤틀던 족제비의 환수는 어느 순간, 축 늘어지더니 검은 늑대의 입속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낭미는 다시 한 번 칼을 가슴으로 모으고 환수를 불러보았다. 다행이 흰색 기운이 칼 끝에 모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맺히지는 않았다. 아마도 타격을 입은 환수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쳇!”


낭미는 흰색 기운이 간신히 맺힌 칼끝을 앞으로 내밀면서 한쪽다리를 뒤로 딛고 전방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검술로 저놈들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의 기운을 타고난 호격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검술만으로도 능히 전사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 환수대이다. 늑대 한, 두 마리쯤이 두렵지는 않았다.


철풍도 마찬가지였다. 철궁을 당기기 위한 수련이 만든 강인한 육체는 단순히 화살을 날리는 궁수의 역할에서 멈추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철화살을 단도처럼 휘두르며 싸우는 근접전에서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두려운 것은 저 검은 늑대였다. 다른 늑대에 비해 두 배나 큰 덩치하며, 귀신까지 물어재낄 수 있는 영험함은 저놈이 평범한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철풍, 일단 오른쪽 놈을 잡아, 난 왼쪽 놈을 잡는다. 그리고 검은 놈은 둘이 같이 잡는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철풍의 화살이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이번에도 철화살은 오른쪽 늑대의 어깨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


“깨갱”


늑대의 단말마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검은 늑대와 나머지 한 마리의 늑대가 허공에 도약을 했다. 이미 거리는 한번의 도약으로 그들을 덮치기에 충분한 거리에 도달해 있었다.


낭미는 칼을 들어 자신을 향해 도약하는 늑대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늑대도 만만치 않았다. 날아오는 자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을 실을 수 있는지 앞발로 칼날을 쳐냄과 동시에 낭미의 목을 노리고 큰 입을 벌리며 낭미를 덮쳤다.


“으윽!”


묵직한 신음이 저절로 낭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수년을 단련해온 몸은 머리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 날카로운 이빨을 간신히 피해서 허리를 뒤로 잔뜩 재낌과 동시에 늑대의 두툼한 갈기를 손으로 잡으면서 땅바닥에 함께 뒹굴렀다.


코앞에서 늑대의 비릿한 입 냄새와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크르렁, 컹! 컹!’


사납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어떻게든 적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늑대의 밑에 깔려 낭미는 온 힘을 다해 늑대의 갈기를 잡고 버텼다. 조금이라도 간격이 좁혀지면 늑대의 이빨에 의해 낭미의 목덜미가 너덜너덜해질 것이 뻔했다.


그 때, 뒤편에서 무언가 하얀 물체가 낭미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늑대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은 바로. ‘토끼’였다.


몇 걸음 위에서 검을 가슴에 모으고 있는 묘령이 서있었다. 묘령의 검을 따라 앞으로 날아온 토끼는 낭미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늑대의 머리에 와서 그야말로 박치기를 하듯 머리를 부딛쳤다.


토끼의 형상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환수의 힘을 실은 공격이었기에 늑대의 머리가 잠시 뒤로 재쳐지는 순간!

낭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들었고, 망설임 없이 늑대의 갈비뼈 사이를 파고 들었다.


‘깽~’


늑대의 비명이 울려퍼질 때, 한 움큼의 핏덩이와 함께 단검을 뽑아든 낭미는 위에서 자신을 누르고 있던 늑대를 안은 채로 빙글 몸을 돌려 늑대의 위로 타고 올라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늑대의 갈비뼈 사이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축 늘어진 늑대를 살필 겨를도 없이 낭미는 몸을 돌려 철풍과 검은 늑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축 늘어진 철풍의 어깨를 입에 물고 피를 턱 아래로 뚝뚝 흘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검은 악마가 서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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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6장 마지막 전쟁(4)-완결 18.05.02 78 0 8쪽
23 6장 마지막 전쟁(3) 18.03.14 102 0 10쪽
22 6장 마지막 전쟁(2) 18.02.06 141 0 9쪽
21 6장 마지막 전쟁(1) 18.02.01 173 0 10쪽
20 5장 하늘과 땅의 전쟁(4) 18.01.29 165 0 13쪽
19 5장 하늘과 땅의 전쟁(3) 18.01.23 194 0 18쪽
18 5장 하늘과 땅의 전쟁(2) 18.01.22 140 0 12쪽
17 5장 하늘과 땅의 전쟁(1) 18.01.18 148 2 10쪽
16 4장 북방의 전설(6) 18.01.16 162 0 12쪽
15 4장 북방의 전설(5) 18.01.11 142 0 14쪽
14 4장 북방의 전설(4) +2 18.01.10 202 3 10쪽
» 4장 북방의 전설(3) 18.01.09 182 0 12쪽
12 4장 북방의 전설(2) 18.01.09 154 1 13쪽
11 4장 북방의 전설(1) 18.01.05 171 1 10쪽
10 3장 곰의 아들(3) 18.01.04 185 1 9쪽
9 3장 곰의 아들(2) 18.01.04 175 1 11쪽
8 3장 곰의 아들(1) 17.12.29 210 1 12쪽
7 2장 호랑이의 아들(4) 17.12.27 228 2 15쪽
6 2장 호랑이의 아들(3) +2 17.12.19 260 2 14쪽
5 2장 호랑이의 아들(2) 17.12.18 270 1 10쪽
4 2장 호랑이의 아들(1) 17.12.15 286 1 10쪽
3 1장 신의 나라(2부) 17.12.14 382 2 11쪽
2 1장 신의 나라(1부) +2 17.12.13 679 2 11쪽
1 프롤로그 - 신의 죽음 17.12.13 813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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