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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숴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신의 땅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연숴드
그림/삽화
연숴드
작품등록일 :
2017.12.13 18:12
최근연재일 :
2018.05.02 19: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45
추천수 :
25
글자수 :
119,769

작성
18.01.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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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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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5장 하늘과 땅의 전쟁(3)

DUMMY

‘팍!’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검은 가죽의 낭족 사나이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도끼는 등 뒤로 한껏 제켜져 있었고, 인간의 도약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던 힘 그대로 땅으로 내리꽂히면서 도끼를 아래로 휘둘렀다.


“낭미! 비켜!”


호아의 입에서 다급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늘로부터 찍어오는 도끼의 박력은 무엇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몸을 던져 피하기에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

머뭇거리며 검을 치켜드는 낭미를 몸으로 밀쳐낸 호아는 자신의 검을 들어 내려치는 도끼를 막아섰다.


“챙!”


두 개의 철기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호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무릎이 굽혀지는 것을 느꼈다. 만일 북방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철기를 수차례 제련하여 만든 검이 아니었다면 검과 함께 호아의 얼굴이 반쪽이 날아갔을 것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 버티고 있는 호아의 입에서 저절로 ‘끄응~’하는 소리가 들리고 호아의 눈이 점차 흰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검을 치며들며 서서히 일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황한 것은 낭족의 전사였다. 그는 그의 공격을 호아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얼굴이 날아간 호아가 그려져 있었고, 그 반동 그대로 옆으로 도끼를 휘둘러 낭미의 허리를 노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호아는 묵직한 도끼를 한 자루 검으로 막은 것도 모자라 힘으로 자기를 밀치며 일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토록 믿고 있던 청동 도끼는 검을 잘라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에 의해 한 치나 베어져 있었다.


“크르렁~”


호아의 입에서 짐승의 소리가 나오면서 일어선 힘 그대로 낭족의 전사를 밀어붙였다. 검은 가죽의 낭족 전사의 입에서 힘을 쓰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장! 만만치 않은 놈이었구나.”


두 사람은 서로 검과 도끼를 대고 버티다가 서로 상대방을 힘껏 밀쳐냈다. 두 사람의 몸이 반대로 몇걸음씩 날아갔다. 둘의 사이에서 날카로운 긴장감이 돌았다.

잠시 호아를 노려보던 낭족의 전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핏빛기운이 돌던 그의 눈이 이제는 완전히 붉은 기운으로 덮이며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를 노려보고 있는 호아는 몸을 움츠린 상태로 상대방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허벅지가 팽팽히 부풀어 올랐다.


적당히 봐줄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이 호랑이의 기운을 다스릴 수 있듯이, 그는 틀림없이 늑대의 기운을 사용하는 자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몸이 찢어져 나갈 것이 틀림없었다.

낭족 전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아마도 단 한 번의 도약과 부딪침으로 승부는 결정 날 것이었다.


“멈추시오!~”


일촉즉발의 상황에 두 사람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들은 낭족의 전사는 순간 몸이 움찔 하였다. 눈 깜짝 할 정도의 머뭇거리는 순간! 호아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한 줄기의 섬광!


흰색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 쓴 호아의 모습이 한줄기 섬광으로 변하여 쏘아질 때, 호아가 앞으로 곧게 뻗은 검까지도 날카로운 흰색으로 변하며 낭족의 무사를 노리며 날아왔다.


‘쨍!’

“끄응”


낭족의 전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청동 도끼를 들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듯 하다가 하나의 점으로 변하여 들어오는 호아의 검을 막아섰다. 놀랍게도 호아의 검은 두꺼운 청동도끼를 뚫고 들어와 낭족 전사의 얼굴을 스쳤다. 그나마도 방향을 조금이나마 틀 수 있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멈추시오! 호족 전사는 검을 멈추시오!”


다급한 외침이 또다시 울렸다.


‘카라랑~!’


도끼에서 칼을 뽑아드는 날카로운 소리가 주변 사람들의 귀청을 뚫을 듯이 울려 퍼졌다. 칼을 뽑아들며 뒤로 훌쩍 몸을 날린 호아는 여전히 검을 적에게 겨누면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소리친 이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흰색의 머리와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와 있고, 허리도 잔뜩 굽은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오해가 있는 듯 하오! 두 사람 모두 검을 내리시오!”


일단 호아는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뒷걸음질 하여 낭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검은 늑대가죽의 상대방도 뒷걸음질을 하면서 서서히 도끼를 내렸다. 그제야 호아도 검을 내렸고 주변을 팽팽하게 만들었던 긴장된 공기가 바람과 함께 부드러워졌다. ‘휴~’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는 저희가 처리할 테니 나오시지 말라니까요.”


키가 크고 깡마른 체격 탓에 노인을 바라보는 낭족 전사는 허리를 한참 구부려야 했다.


“이 놈아! 내가 도착할 때까지 싸움을 걸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리 급한 성격으로 앞으로 부족을 어찌 이끌어 가려 하느냐!”


노인은 자신보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 자신을 보고 있는 무사의 머리를 짚고 있던 지팡이로 ‘땅’ 하고 내리쳤다.


호되게 머리를 맞은 탓인지 낭족의 무사를 머리를 감싸 쥐며 투덜거렸다.


“아버지! 이 싸움은 저 놈이 먼저 시작한 거라구요!”


“닥치고 잠시 내 뒤로 물러 서거라!”


낭족의 전사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아버지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노인은 호아와 낭미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혹시 환웅에 의해 북방으로 쫓겨난 호족이 아니시오?”


“노인장은 누구신데 우리를 알고 있소?”


“나는 낭족의 족장이오. 그대들은 나를 모를 나이인 것 같은데, 혹시라도 호족이 인근에 와 있소? 그렇다면 부족 안에 나를 알 만한 사람이 있을 것이오. 우리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오.”


호아가 고개를 돌려 낭미를 바라보았다. 낭미도 당혹스럽다는 듯 호아를 바라보았다.


*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호족이 머물고 있는 한 움막 안에 다섯 사람이 둘러않았다. 호족의 폭풍과 호녀, 그리고 호아가 안쪽에 앉았고, 그 맞은편에 낭족의 족장과 그의 아들이 앉았다.

먼저 입을 뗀 것은 폭풍이었다.


“낭족의 족장, 기억하고 있소, 호족과 함께 사냥터를 양분하고 있었지. 세월이 흘러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낭족의 기세는 여전하구려.”


폭풍은 이제는 완연한 노인이 된 낭족 족장의 옆에 앉아 있는 검은 늑대가죽의 무사를 바라보며 말을 던졌다.


“기억하시겠지만 그 때에도 호족과 낭족은 서로 적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사냥터를 두고 서로 작은 갈등은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있었다고 믿습니다.”


낭족 족장의 말에 호녀가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녀 역시 낭족을 기억하고 있었다. 낭족 족장의 말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기 때문이다. 사냥으로 부족을 이끌고 있는 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낭족과 호족은 많은 점에서 같은 기질을 보여 왔고, 어느 정도는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호족과 낭족이 동등한 입장은 아니었다. 호족이 사냥을 나서면 낭족은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강한 부족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에 낭족은 호족이 없는 곳에서는 군주로 군림할지 몰라도 호족이 나타나면 당연히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부족이었다.


“뭐가 우습소?”


은근히 자신들을 하대하는 호족의 행동에 처음부터 불만이 가득했던 낭족 족장의 아들이 퉁명스럽게 말을 했지만 낭족 족장은 그의 손을 잡고 가만히 눌렀다.


“당신들이 떠나고 나서 이곳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순수하게 사냥만으로 부족을 이끌던 종족들은 대부분 농사와 사냥을 겸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모든 부족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요. 다만, 태고부터 내려오던 부족들의 강인함은 점차 사라졌지만···.”


말을 하는 낭족 족장의 말끝이 흐렸다. 환웅의 세상에서 먹고 살기는 편해졌지만 뭔가 불만이 있다는 의미를 말끝에 숨겨둔 것이다.


“당신들은 여전히 낭족의 기운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호녀가 족장의 아들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깡마른 몸, 다른 남자들에 비해 머리 서너 개는 더 올라가는 듯한 큰 키. 검은 늑대 가죽을 두른 몸에서 풍겨지는 날카로움은 영락없이 황야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늑대의 기세를 품고 있었다.


“이 놈은 제 아들 ‘낭아’입니다. 제 아들만큼은 다행히 늑대의 기세를 제대로 물려받아 부족의 가장 강한 자에게 부여되는 이름을 받았지요. 하지만, 제 아들 정도로 늑대의 기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날카로운 사냥도구와 농사를 통한 풍족함 덕분에 태고부터 전해진 늑대의 기운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족장의 말을 들은 폭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웅의 땅에 발을 들이기 전에 미리 정찰을 하고 온 터잡이꾼들의 보고도 그와 일치했다. 폭풍의 기억에 이곳은 강한 부족의 힘이 지배하던 야생의 땅이었다. 그런데 터잡이꾼들의 보고로는 대부분의 부족이 농사와 수렵을 겸하고 있으며 적에 대한 날카로운 경계보다는 평화로운 모습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에 비해 호족은 북방의 땅에서 혹독한 시간을 생존을 위한 전투를 벌여왔다. 그 덕분에 이 땅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전사의 소질을 갖춘 아이들이 태어나고 성장했을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감추기도 하고, 더 많이 드러내기도 한다. 더구나 그 환경이 생존과 직결되었을 때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증폭되어 나타난다. 생존은 의식적인 활동이 아니다. 본능처럼 피어오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비록 낭족의 용맹함은 잊었을 지라도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준 환웅에게 감사를 해야겠군?”


폭풍의 말에 낭족의 족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물론 거친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가던 과거에 비해서 살기가 편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우리 낭족에게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슨 말이오?”


이제야 본심을 꺼내 놓을 것 같은 낭족 족장의 한숨과 푸념을 들으면서 폭풍이 되물었다.


“과거에 힘 있는 부족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부족마다 힘을 키우려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족처럼 강력한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부족을 통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배는 하지만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부족이 환웅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르게 나눠져 있던 힘의 권력이 하나로 뭉쳐진 것을 뜻하지요.”


오랜 세월 낭족을 이끌어온 부족장은 괜스레 바닥에서 작게 피어오르고 있는 화톳불의 끄트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


“집중된 권력 밑에는 그 권력의 힘을 업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려는 세력들이 생겨납니다. 반대로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이들일수록 과거의 영광은 잊고 현재의 배부름에 젖어 그들의 지배를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요.”


“환웅의 지배가 그대에게는 달갑지 않은 것 같군요?”


잠시 말이 끊어진 사이에 못 참겠다는 듯이 호녀가 말을 건넸다. 그런 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낭족의 족장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환웅의 지배아래 있기도 하지만, 웅족의 지배를 받는다고 해도 무관합니다. 웅족의 딸이 환웅의 아이를 낳았고, 웅족의 주도아래 환웅은 신정을 지었습니다. 웅족은 환웅을 등에 업은 권력을 쥐고,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부족들을 독려하고, 신정을 유지하기 위한 조공을 걷어갑니다. 과거 웅족은 우리 낭족과 대등한 관계였지만 지금은 낭족이 환웅에게 아니, 웅족에게 조공이라는 명목으로 수확물을 바쳐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환웅의 지배는 권력의 집중이다. 심지어 족장으로서의 권력을 넘어 제사장으로서의 권력까지 집중시키며 모든 존경과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리고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그늘이 생긴다. 그 그늘에서 권력으로부터 소외받은 부족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폭풍이 다시 한 번 낭족 족장에게 물었다.


“그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부족들이 또 있소?”


“사실 웅족은 환웅이 말했던 ‘사람다운 삶’을 살기에 적합한 부족입니다. 사냥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짓는 전통도 가지고 있었지요. 그들은 환웅의 가르침을 따르지만 자신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낭족과 형제지간인 견족, 여우의 후예라 자칭하는 호족, 심지어 초기에 환웅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던 매의 부족 응족 등은 달랐습니다. 거친 사냥터에서 그들만의 전투를 벌이며 용맹스러운 모습을 자랑하던 부족들이 이제는 웅족 따위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불만이 없겠습니까?“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아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환웅의 땅으로 이동하기 전에 폭풍, 호녀와 함께 의논을 할 때, 가장 불안했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환웅을 죽이더라도 그 후에 남는 문제였다.


환웅의 지배를 받는 부족이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고, 환웅을 제거하더라도 세상 모든 부족들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자칫 그들 모두 호족을 적으로 돌려 전쟁이라도 벌인다면 제아무리 호족이라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런 고민들이 낭족 부족장의 입을 통해 실마리가 풀리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낭족은 호족과 적이 아닙니다. 나는 호족들이 왜 환웅의 땅으로 다시 돌아 왔는지 알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당신들과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될 수 없지만, 당신들이 큰 뜻을 펼칠 기회를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들의 뒤에 서게 될 것입니다.”


늙은 낭족의 족장이 눈을 반짝이며 호녀를 바라보았다. 호녀는 그가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호족과 함께 하지 않겠다?’ 한 마디로 환웅을 없애고 새로운 권력자로 등극하면 그 때 호족 곁에 서겠다는 뜻이었다. 집중된 권력의 힘을 알게 된 낭족은 어느 한쪽이건 승리자의 편에 서겠다는 말을 교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쯧쯧’ 혀를 차며 호녀는 낭족의 족장에게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지금 그대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할 정도로 호족이 약하지는 않소. 호족이 마음먹는다면 몇 개 부족 따위는 한 번에 멸족시킬 수 있으니···. 다만 우리가 다시 한 번 호족의 세상을 만들 때 낭족과 함께 하면 좋겠군.”


가시를 담은 호녀의 말에 낭족의 족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몇 마디의 말이 오고 간 후, 낭족 족장과 그 아들 낭아는 호족의 거처를 떠났다. 낭아는 호족에서의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렸다.


“아버지! 저깟 몰락한 호족 따위에게 무얼 그리 고개를 숙이십니까? 비록 저희 부족이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호족도 대부분의 전사들이 어리고 이 땅이 처음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맘에 안 들면 견족 등과 연합해서 공격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쯧쯧, 가만히 있거라. 우리 부족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느니라. 심지어 환웅조차 저 호족에 대한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쓸데없이 호족과 갈등을 겪을 필요는 없다. 만일 호족이 정말로 환웅을 없앤다면 그 때는 다시 한 번 호족과 이 땅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환웅의 족장과 그 아들이 자신들의 잇속을 따지는 말을 하며 사라져갈 때, 호녀의 움막 안에서 폭풍과 호아, 호녀는 여전히 말을 나누고 있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호녀의 말에 폭풍과 호아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환웅의 땅에 발을 들인지 벌써 수 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신정까지 가는 길목에서도 큰 위험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환웅이 어떤 속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정을 기습하기 위한 외부 요건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폭풍이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이미 환웅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부족이 있다는 것도 확인하였으니, 그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 한 번의 기습으로 환웅을 죽여 호족의 원수를 갚고 앞으로의 계획을 우리가 세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승님······”


결의에 찬 말을 하는 폭풍의 말에 머뭇거리며 말을 꺼낸 것은 호족의 족장 호아였다.


“아마도 환웅은 우리가 자신의 땅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낭족 족장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따르는 부족들에게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자신의 충복인 웅족은 물론 다른 부족들을 앞세워 우리를 공격하라 명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의 의중을 이 어미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분명하다. 신정까지의 길목은 환하게 열려있고, 다른 부족들이 개입하지 않는 기회가 또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한 번의 기습으로 환웅을 죽이고 호족을 재건할 계기를 만들 것이다. 비록 그가 신정 안에서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호족의 전사들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직 그 한 번의 공격만을 준비하기 위해 스무 해를 살았으니.”


호녀의 말에 호아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미 수도 없이 환웅과 그의 부족이 어떤 방식으로 호족과의 전투에서 그들을 제압했는지 들어왔다.


‘우리는 그를 알고 있지만 그는 우리를 잘 모른다. 승산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그는 모를까?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복잡한 생각이 호아의 머릿속에서 떠돌 때도, 신정의 피바람이 일어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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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장 북방의 전설(5) 18.01.11 142 0 14쪽
14 4장 북방의 전설(4) +2 18.01.10 202 3 10쪽
13 4장 북방의 전설(3) 18.01.09 182 0 12쪽
12 4장 북방의 전설(2) 18.01.09 154 1 13쪽
11 4장 북방의 전설(1) 18.01.05 171 1 10쪽
10 3장 곰의 아들(3) 18.01.04 185 1 9쪽
9 3장 곰의 아들(2) 18.01.04 175 1 11쪽
8 3장 곰의 아들(1) 17.12.29 211 1 12쪽
7 2장 호랑이의 아들(4) 17.12.27 228 2 15쪽
6 2장 호랑이의 아들(3) +2 17.12.19 260 2 14쪽
5 2장 호랑이의 아들(2) 17.12.18 270 1 10쪽
4 2장 호랑이의 아들(1) 17.12.15 287 1 10쪽
3 1장 신의 나라(2부) 17.12.14 383 2 11쪽
2 1장 신의 나라(1부) +2 17.12.13 679 2 11쪽
1 프롤로그 - 신의 죽음 17.12.13 813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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