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송선 님의 서재입니다.

검적유화 劍跡儒話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송선
작품등록일 :
2022.05.18 01:11
최근연재일 :
2022.06.16 22: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81
추천수 :
142
글자수 :
170,238

작성
22.05.30 21:05
조회
21
추천
0
글자
16쪽

[6-9]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DUMMY

이때 심위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아가 검을 뻗어 가로막았다.


그러나 오종보는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팽팽한 검날을 일자로 눕힌 채 아무런 변화 없이 직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단순하여 아무런 위력도 없어 보였으나 실은 허(虛)한 가운데 실(實)이 있는지라 검 끝에 상승의 공력을 불어넣었기에 그 매서움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심위수는 오종보의 검이 갑자기 둔해지면서 단순해지자 문득 이상하였지만, 그 의미를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오종보의 성격이 급해 그저 영규스님만을 노리려 하는 줄 알고 심위수 자신 또한 정면으로 오종보의 검을 쳐내려 했다.


이어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검이 부딪혔는데 심위수는 순간 오른팔이 마비되는듯한 느낌과 함께 손아귀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아! 이자의 공력이 정말 무섭구나.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

심위수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끝까지 칼을 놓치지 않았다. 오종보는 그런 심위수를 보면서 미소 짓더니 말했다.

“요 녀석아. 힘들거든 물러나거라. 괜한 오기를 부리다간 정말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입으로는 계속 말을 하면서도 검은 쉬지 않고 휘둘러 대었다. 덕분에 심위수는 아무런 대꾸도 못 하고 그저 이리저리 정신없이 방어하기만 급급했다. 다시 몇 초식을 더 겨루자 심위수는 팔이 저려와 상대의 검을 받아치기가 힘들 듯하였다.


옆에 있던 영규스님은 자신의 부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힘겹게 선장을 들어 있는 힘껏 오종보의 늑골을 향해 내질렀다. 육중한 선장이 매섭게 밀고 들어오자 오종보는 힐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상체를 옆으로 살짝 틀고 검신을 눕혀 선장의 중앙을 가볍게 눌렀다. 그러자 맹렬한 기세가 일시에 사라지더니 맥없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졌다.


이것은 적은 힘을 이용해 상대의 큰 힘을 교묘히 틀어버리는 내풍화반(來風花搬)의 솜씨였다. 선장의 구조상 무게의 중심이 앞쪽에 있음을 알아채고 상대적으로 힘이 덜 받는 중앙을 누름으로써 전체적으로 힘을 분산 시킨 것이었다. 심위수와 영규스님 두 사람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젊은 승려 한 명이 더는 참지 못하고 급히 몽둥이를 들고나와 말했다.


“오시주! 차라리 죽이려면 단박에 죽일 것이지, 어찌 사람을 이렇게 가지고 놀면서 모욕을 준단 말이오? 참으로 더는 못 봐주겠소.”


젊은 승려는 말을 마치자마자 ‘휙’ 하니 몽둥이를 내질러 그의 손등과 어깨를 후려치려 했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가 스치듯 다가오더니 승려의 몽둥이를 가볍게 휘감아 뺏은 뒤 ‘뚝’하는 소리와 함께 분질러 버렸다.


그와 동시에 승려의 손목을 잡아끌어 옆으로 비틀더니 오른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고 왼손의 장법으로 그의 하복부를 세차게 밀쳐냈다. 그러자 승려의 몸이 둥실 떠오르면서 쏜살같이 오종보에게 날아갔다.


“오형! 새파랗게 젊은 놈이 겁도 없이 끼어들기에 대신 제압하였으니 나머지는 그대가 잡아서 분풀이하시오.”


젊은 승려를 제압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강혜였다. 그는 줄곧 세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모두 양패구상(兩敗俱傷)을 시킬까 궁리하다가 마침 누군가 끼어들자 산통을 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승려를 제압하자마자 재빨리 오종보에게로 날려 보냈다.


겉으로는 아무렇게나 잡아서 슬쩍 던지는 듯하였으나 실은 8할의 공력이 실려 있어 그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오종보는 날아오는 승려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그 기세가 강맹하여 쉽게 보아선 안 될 듯싶었다. 게다가 한창 재미나게 싸우고 있는데 흥취를 깨버리자 화가 치솟아 소리쳤다.


“제미럴! 그대는 쓸데없이 끼어드는 고약한 취미가 있군!”


말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여전히 검을 빠르게 휘둘러 심위수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고, 남은 왼손으로는 반원을 그리듯 휘두르면서 날아오는 승려의 몸 방향을 돌리려 하였다. 그런데 막상 손끝이 승려의 몸에 닿자 순간적으로 손목이 욱신거리며 통증이 밀려오는 게 아닌가.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한 손으로 받아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부득이하게 옆쪽으로 물러나 승려의 몸뚱이가 땅바닥으로 떨어지게끔 했다. 비록 그 모양새가 꼴사나웠으나 손목이 부러지는 것보다는 낫 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강혜는 슬그머니 웃더니 말했다.


“오형! 참으로 너그럽소.”


오종보가 싸늘히 웃으며 말했다.

“그렇고말고! 당신보다야 한참 너그럽지. 저 승려가 나에게 달려드는 틈을 노려 교활하게도 상대를 제압했으니 정말 창피한 노릇이야.”


오종보는 자신의 공력이 모자라 우강혜의 힘을 정면으로 받아치지 못해 날아오는 승려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해있었는데 상대가 먼저 자신에게 너그럽다고 비꼬자 이것을 기회 삼아 은근슬쩍 자신의 무능을 덮으려 하였다.


오종보가 교묘히 말꼬리를 잡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맞받아치자 졸지에 우강혜는 비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우강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긴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형을 도와주려 한 것인데 어찌 그리 매정하게 말씀하시오? 괜찮다면 내가 오형을 도와 저 젊은 선비와 승려를 제압해 드리겠소.”


우강혜는 고개를 돌려 심위수와 영규스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때 오종보가 펄쩍 뛰며 말했다.

“개방귀 같은 소리 하네! 만일 당신이 조금이라도 끼어든다면 나를 무시하는 처사로 알겠소. 내 분명히 경고하건대 만일 방해하려 든다면 내 검이 무정하다고 하지 마시오. 농담 아니외다!”


그러나 우강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형께서 두 명을 상대하려 하니 힘에 부친듯하여 하는 소리요.”

그는 어느새 굵은 쇠 지팡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재빠르게 다가오더니 벼락같은 속도로 심위수의 어깨 머리와 가슴부위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오종보는 눈썹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나를 무시하시겠다? 빌어먹을 우가놈!”


오종보는 심위수를 겨누고 있던 검을 급히 선회하여 다가오는 우강혜의 쇠 지팡이를 쳐내려 했다. 그런데 쇠 지팡이는 오종보의 검 날을 타고 그대로 중간 부분까지 훑어 내리더니 살짝 반원을 그리며 힘줄기를 심위수에게로 돌려버렸다.


오종보 또한 급히 검을 비틀어 빼내려 하였는데 어쩐 일인지 검이 쇠 지팡이에 지남철(指南鐵)처럼 찰 삭 달라붙어 우강혜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우강혜는 암암리에 공력을 돋우어 지팡이 끝에 응집시켰는데 오종보는 그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엉겁결에 검만 뻗어냈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레 검은 지팡이 끝에 내력에 이끌려 이리저리 휘어지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심위수는 검과 지팡이가 동시에 자신에게 날아오자 급히 한 발짝 물러서며 검으로 튕겨내려 했다.


그런데 두 개의 검과 한 개의 지팡이가 서로 동시에 부딪치자 심위수는 검을 잡고 있던 오른쪽 손아귀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악’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놓치고 말았다. 심위수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다.

‘이자들의 내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한데 두 사람은 사이도 안 좋으면서 어째 나 한 사람을 못 죽여 안달이란 말인가?’


심위수는 조금전 일격에 충격을 받고 검을 놓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의아스러운 건 대종사의 신분에 있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 자신 같은 무명소졸에게 그토록 득달같이 달려드는지 몰랐다. 그러나 사실 심위수는 이들의 교묘한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다.



우강혜는 처음부터 심위수나 영규 같은 이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이번 싸움을 이용해 오종보를 돕는척하다가 마지막에 망신이나 주려 했던 것이 목적이었다.


오종보 또한 이런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애초에 불순한 마음으로 끼어든 우강혜를 곱게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그 또한 온몸의 공력을 끌어올려 검 끝에 주입했는데 그 바람에 우강혜의 공력과 합쳐지면서 그 위력이 배가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심위수가 무심결에 검을 내질러 두 무기 사이에 끼어드니 공력이 얕은 심위수가 어찌 두 고수의 내공을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 이것은 마치 강아지가 범에게 대드는 꼴이요.


거센 풍랑 앞에 초라한 나무배 한 척이 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두 개의 거대한 힘줄기를 심위수가 혼자 받아내게 되자 검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두 명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심위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정말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우강혜와 오종보는 서로 눈치만 볼뿐 선뜻 무기를 빼내 심위수를 공격하려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믿지 못해 행여나 자신이 무기의 방향을 돌려 틈이 생겼을 적에 공격당할까 싶어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공력으로 치면 우강혜가 조금 더 윗길이었지만 병장기를 다루는 솜씨로 보자면 오종보가 한 수 위였다. 본래 우가 문중에도 검법이 있었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강호에 명성을 떨치지는 못했다. 우강혜와 오종보가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사실은 이와 관련이 있었다.


수십 년 전에 우가 문중과 오가 문중은 나란히 검법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두 문중 간에 조금씩 알력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제자들끼리도 서로 마주치면 싸우거나 비방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중에는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당시 문중을 이끌던 대표자들이 만나 수습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때 우가 문중을 이끌던 이는 우강혜의 조부인 우일신(禹佚晨)이였고 오가 문중을 이끌던 이는 오종보의 숙부였던 오연초(吳延礎)였다. 두 대종사가 만나 처음에는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으나 말이 길어질수록 점점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가자 급기야는 병장기를 들고 결판을 내어 패한 쪽이 다른 지역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두 사람은 나흘간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대결하였는데 결국에는 우일신이 순간의 실수로 왼쪽 무릎에 일 검을 맞고 패하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하여 우가 문중은 약속대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우일신은 이때 얻은 무릎의 후유증으로 일평생 지팡이를 짚고 다녔으며 두 번 다시 검을 들지 않았다. 대신 죽을 때까지 공력을 가다듬고 지팡이를 이용하여 검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방법을 암암리에 생각해내어 자기 아들에게 전수하고 숨을 거두었다.


우일신이 마지막까지 힘들게 새로운 무공을 만들고 공력을 개발한 것은 언젠가 반드시 치욕을 씻으라는 무언의 유훈인 셈이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우가와 오가는 감정이 골이 한층 더 깊어져 늘 상 기회만 되면 서로를 짓누르고 비방하기 일쑤였다. 그러니 우강혜 입장에서는 오늘이야말로 치욕을 씻고 오종보를 쓰러뜨림으로서 선대의 한(恨)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생각이 이럴 진데 어찌 심위수를 공격하겠는가? 오종보 또한 마찬가지로 이제는 심위수보다도 우강혜의 검은 속내에 맞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판이라 다른 것은 돌볼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간에 눈치만 보며 병장기를 맞댄 채로 힘겨루기만을 하고 있는데 문득 흰 그림자가 번뜩이며 시야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땅에 떨어진 심위수의 검이 둥실 위로 떠 올랐다.


마치 대통에 쏜살같이 들어가는 뱀 마냥 ‘휙’ 하니 소리를 내며 심위수의 오른손으로 감겨 들어갔다. 얼떨결에 자기 손에 다시 무기가 쥐어지자 영문을 알 수 없던 심위수는 잠시 머뭇거렸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무형의 힘줄기가 세차게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검을 앞으로 내뻗어 우강혜와 오종보가 들고 있던 두 개의 병장기 사이로 대뜸 내질렀다.


우강혜와 오종보는 별안간에 심위수가 검을 낚아채 공격을 하자 어리둥절하였으나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듯이 병장기를 거둘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심위수의 검과 부딪히자 한줄기 굳건하며 웅혼한 내력이 파도가 밀려오듯 덮쳐왔다. 우강혜는 순간 깜짝 놀라 급히 공력을 거두어 단전을 보호한 뒤 지팡이를 뒤로 빼며 물러났다.


오종보 또한 손아귀가 얼얼할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물러나지 않고 더욱 공력을 돋우어 받아치려 했다. 그러나 속으로 미심쩍은 부분도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그것참 희한하군. 저 녀석 몸에 갑자기 장군 귀신이 들어왔나? 어찌 공력이 갑자기 늘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우가놈은 뭐가 무서워 급히 무기를 거두었을까? 옳거니, 저놈은 내력이 깊지 못해 나와 겨룬 뒤 힘이 많이 쇠약해진 게 틀림없을 거야. 허허’


그러나 오종보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실 우강혜의 공력은 이곳에 모인 사람 중 당연 히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대단하였다. 본래 내공이라는 것이 강한 것끼리 부딪히면 그 되돌아오는 충격 또 한 만만치 않은 것인데, 이것은 마치 주먹에 힘을 빼고 벽을 치면 상처를 입지 않지만 강하게 힘을 주어 벽을 치면 뼈에 심한 손상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따라서 심위수의 검을 타고 내려오는 알 수 없는 강한 힘줄기는 자연스레 더 강력한 우강혜의 공력과 먼저 맞닿게 되었고 그 충격을 우강혜가 먼저 맛보았기에 소스라치게 놀라 급히 물러난 것이었다.


본래 우강혜의 공력이 강맹하여 버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연히 내력(內力) 싸움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 고수들끼리도 꺼리는 것이었다. 하물며 우강혜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로 목숨을 걸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미련 없이 물러났던 것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오종보는 그런 우강혜를 보며 내심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그가 자신보다도 못해서 먼저 손을 뗀 것으로 생각하였고, 결국 자신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증명해 본인 셈이 된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오종보가 한창 득의양양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을 잡고 있던 오른쪽 손아귀가 벌겋게 달아오르며 뻐근해지는가 싶더니 한줄기 무서운 내력이 팔뚝을 지나 전중혈(膻中穴)로 매섭게 쳐들어왔다. 전중혈은 심장 부위 근처에 있는 중요한 혈인데 이곳이 손상되면 심장에도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던 오종보는 급히 공력을 돋우어 전신에 고루 퍼지게 하여 몸의 오장을 보호하려 하였으나 상대의 기운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단전에 기가 모이기도 전에 이미 전중혈에 타격을 입었다.


오종보는 더 늦기 전에 급히 검을 버리고 손을 빼려 하였으나 마치 진흙 속에 푹 빠져버린 것처럼 팔 전체가 무거워지며 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중상을 입을 것이 자명(自明)하기 때문에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평소라면 욕지거리라도 거나하게 했을 터인데 지금은 진기가 새어나갈까 싶어 입조차 벌리지 못하고 간신히 운공을 하였다.


‘이런 빌어먹을. 너무 방심하였다. 처음부터 공력을 돋우어 단전을 보호했어야 하는데... 여우같은 우가 놈이 먼저 몸을 빼낸 이유가 있었구나. 그런데 이 망할 선비 놈이 대체 무슨 요법을 쓴 것일까?’


오종보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심위수의 등 뒤에 다소 왜소한 사내의 몸이 얼핏 비추었는데 낡은 도포를 걸치고 있었고 찌그러진 갓을 쓰고 있었다. 그는 앞서 공근의 정체를 제일 먼저 밝혔던 오십 여세 안팎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적유화 劍跡儒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7-5]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16 17 0 10쪽
29 [7-4]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16 20 0 10쪽
28 [7-3]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06 24 0 16쪽
27 [7-2]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1 22.06.02 28 2 17쪽
26 [7-1]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01 22 0 15쪽
25 [6-10]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31 25 0 16쪽
» [6-9]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30 22 0 16쪽
23 [6-8]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9 23 1 17쪽
22 [6-7]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8 26 0 15쪽
21 [6-6]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7 25 1 13쪽
20 [6-5]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7 22 1 14쪽
19 [6-4]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6 25 1 14쪽
18 [6-3]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6 26 0 15쪽
17 [6-2]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5 30 3 12쪽
16 [6-1]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4 30 0 14쪽
15 [5-6]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4 30 0 9쪽
14 [5-5]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3 92 0 9쪽
13 [5-4]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3 48 0 12쪽
12 [5-3]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 22.05.22 34 1 12쪽
11 [5-2]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2 28 2 12쪽
10 [5-1]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1 32 2 12쪽
9 [4-3]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1 31 0 12쪽
8 [4-2]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0 37 1 12쪽
7 [4-1]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0 32 2 10쪽
6 [3-2] 달빛 아래 한잔 술에 벗을 사귀다. 22.05.19 45 3 10쪽
5 [3-1] 달빛 아래 한잔 술에 벗을 사귀다. 22.05.19 60 7 10쪽
4 [2-2] [사나운 이리떼들 모습을 감추네] 22.05.18 82 18 10쪽
3 [2-1] [사나운 이리떼들 모습을 감추네] +1 22.05.18 90 19 12쪽
2 [1-2] 풍악산 봉우리에 유가(儒家)의 도(道) 전하니....... +1 22.05.18 132 33 10쪽
1 [1-1] 풍악산 봉우리에 유가(儒家)의 도(道) 전하니....... +2 22.05.18 244 4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