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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 님의 서재입니다.

검적유화 劍跡儒話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송선
작품등록일 :
2022.05.18 01:11
최근연재일 :
2022.06.16 22: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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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
추천수 :
142
글자수 :
170,238

작성
22.05.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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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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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6-8]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DUMMY

이제 심위수는 영락없이 오종보의 칼날에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게 될 판이었다. 이윽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 끝이 요혈을 향해 들어왔다. 한데 그 순간 ‘챙’하는 소리와 함께 쇳소리가 나더니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심위수가 놀라면서 엉겁결에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난 덕에 다행히 옷깃만 스쳤을 뿐 베이지는 않았다.


“이 빌어먹을 땡 중놈아!! 아주 잘하는 짓이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구나. 빌어먹을 땡 중 퉤! 퉤!”


오종보가 성질이 잔뜩 났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방금 위기일발의 순간에 손을 쓴 사람은 다름 아닌 영규스님이었다.


처음에 오종보와 심위수가 서로 대결할 때부터 불안한 기색으로 지켜보던 영규스님은 상황이 급박해지면 도와주려고 은근히 거리를 좁히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종보의 검이 순간적으로 꺾이며 심위수의 급소를 노리자 황망히 선장을 부여잡고, 달려 나와 오종보의 검을 밀쳐냈던 것이었다. 영락없이 죽을거라 생각했던 심위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기허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야.”


듣고 있던 오종보는 비웃듯이 말했다.

“네놈들은 정말 뻔뻔해. 이것 봐 젊은 선비! 그렇게 남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하니 퍽이나 좋겠군. 나라면 차라리 죽었을 거야.”

영규스님은 버럭 고함을 쳤다.

“뻔뻔한 건 당신이지. 본래 순수하게 검 초식으로 승부를 내기로 하지 않았소? 한데 그대는 공력이 얕은 후배를 상대로 비열하게 내력을 사용하여 검을 구부려 희롱하였으니, 퍽 좋겠소. 나라면 그런 식으로 이기느니 그냥 죽었을 거요.”


그는 교묘하게 오종보의 말투를 흉내 내며 조롱했다. 그러자 주위에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종보는 영규스님이 자신의 말투를 따라 하며 비꼬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재밌는 땡중이군. 외우라는 불경은 안 외우고 어디서 잡스러운 것만 배워왔구먼.”


이때 심위수가 읍을 하며 말했다.

“방금 후배가 선배님의 삼 초식을 피해냈으니 이제 삼십 초식이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 후배의 내력을 알아내셨습니까?”

영규스님이 크게 맞장구치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아 그렇군!! 보시오. 오시주! 그대는 내 아우님의 내력을 알아내셨소?”


오종보는 비웃으며 말했다.

“네놈들은 갈수록 웃기는 소리만 해대는구나. 대체 내가 언제 삼십 초식 안에 네놈 내력을 알아내겠다고 약속을 했더란 말이냐? 자! 말해봐라. 내가 네 앞에서 그런 약속이나 맹세를 하였느냐? 네 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 게지. 앞으로 내가 오십 초식을 공격하든 백 초식을 공격하든 나는 전혀 상관이 없다.”


심위수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군.”

영규스님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아우 걱정하지 마시게. 자네와 내가 힘을 합하면, 오십 초식이든 백 초식이든 어찌 버티지 못하겠는가?”


오종보는 그 이야기를 듣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것 봐! 땡중. 이건 저자와 나와의 일이니, 그대가 끼어들 수 없어. 내가 금방 저놈을 끝장낸 뒤에 다시 자네와 놀아주겠네.”

영규스님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오시주!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내가 언제 그대 앞에서 두 사람의 싸움에 절대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 있소? 자 말해보시오.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이나 맹세를 하였는지 말이오.”


영규스님은 이번에도 오종보의 말투를 교묘히 따라 하며 놀려대었다.

오종보는 가만히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을 했다.

“그래. 그대의 말에 일리가 있군그래. 생각해보니 두 명을 동시에 저승으로 보내버리면 되는데 굳이 힘들게 한 사람씩 상대할 필요가 없지. 두 명을 상대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야.”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한번 흔들더니 어느새 영규스님과 심위수를 향해 연속으로 다섯 번씩 검 초식을 펼쳤는데 실로 변화무쌍하고 교묘하여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찔러 들어오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영규스님은 크게 기합 소리를 내며 선장을 휘둘러 상반신을 보호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심위수는 정신을 집중하여 하나하나 검초를 받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영규스님이 커다란 선장으로 상대를 견제해주자 오종보의 검초식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상 그의 검법을 자유롭게 받아치지는 못하고, 가까스로 위기만을 넘기고 있었다.

그나마 신법이 뛰어나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몇 번이나 상처를 입었을 터였다. 한 사람은 양날 검이요, 또 한 사람은 커다란 선장으로 서로 호흡을 맞추며 오종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검법은 쾌활하고 날렵하여 상대의 의표를 찔러 견제하는 반면, 선장은 우직하고 동작 하나하나가 무거워 조금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무예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무거운 것으로 빈틈을 메우고, 가볍고 빠른 것으로 상대를 압박해나가니 자연스레 경중(輕重)이 조화를 이루어 허점이 제법 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무거운 선장은 자연스레 음(陰)이 되어 내부에서 지키는 역할을 하고 쾌할하고 날렵한 검은 양(陽)이 되어 활발하게 기운을 발산하니, 무공의 위력이 크게 진일보하는 것이었다. 심위수와 영규스님 두 사람의 솜씨가 점점 비범해지자 오종보는 내심 놀라워했다. 그러나 대종사라는 세 글자가 결코 헛되이 붙여진 것은 아니기에, 두 사람의 공세를 차분히 막아내면서 그들의 허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세 사람의 무기가 사방팔방으로 움직여 대며, 갈수록 치열해졌는데, 한쪽이 후려치면, 다른 쪽이 내려찍고, 또는 찌르거나 튕겨 내는 등 서로 간의 공방에 일말의 양보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흐르자 영규스님의 선장이 다소 둔해지기 시작했다. 본래 심위수와 영규스님 두 사람의 공력은 오종보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편이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호흡이 뛰어나고 서로 초식 또 한 잘 아는 터라 빈틈을 메워주었기에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싸움이 길어질수록 초식의 변화가 점점 줄어들고 체력도 떨어지니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가 떨어짐은 물론이고 공격방식 또한 앞서 사용하던 초식을 다시 펼치는 등 슬슬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오종보가 이 사실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생각했다.

‘이 미련한 놈들이 스스로 밑천을 드러내는구나. 잘됐다. 단숨에 제압해서 두 번 다시 강호(江湖)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지.’


상대의 수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자신감이 붙은 오종보는 더욱 신들린 기세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심위수가 감당을 못하고 돌연 검을 거두며 상반신을 지키자 자연스레 빈틈이 노출되었다. 영규스님은 급히 상황이 안 좋음을 눈치채고는 재빨리 선장을 일자로 내뻗어 오종보의 공격을 견제하였다.


그러나 오종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전혀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몸을 날려 더욱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교묘한 검 초식으로 선장의 공격 방향을 엉뚱한 데로 돌려버린 후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여 영규의 오른쪽 어깨의 견정혈(肩貞穴)을 향해 모질게 내질렀다. 영규스님의 선장은 무거웠기 때문에 한번 방향이 틀어져 버리면 다시 거두는 데 있어서 검만큼 빠르지 못했다.


이제 영락없이 오종보의 검이 영규스님의 어깨를 찌르게 생겼다. 이를 보고 있던 심위수가 깜짝 놀라 급히 검을 수평으로 내뻗으며 막으려 했다. 그러나 오종보의 공격은 사실 허초로서 심위수를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는 생각대로 심위수가 달려들자 재빨리 검을 돌려 심위수의 미간을 향해 찔렀다.


그와 동시에 왼발로는 영규스님의 허벅지를 걷어차 쓰러뜨렸다. 여기까지의 동작이 마치 물 흐르는 듯이 이어져 끊어짐이 없었으며 동작도 쾌속하여, 주변 사람들 또한 공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분간이 안 되었다.


심위수는 상대방이 허초를 이용해 자신을 끌어들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급히 몸을 기울여 피하려 했으나 오종보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검의 방향을 바꾸더니 그대로 심위수의 오른쪽 손목을 향해 그어 내렸다.


자칫하다간 손목이 잘려 나가게 생기자 심위수는 망설임 없이 검을 땅에 떨구고 양팔을 옆으로 벌린 채 오종보의 검을 피하더니 그대로 허리를 뒤로 젖히고 발끝으로 떨어져 내리는 검을 공중으로 차올렸다.


이때 영규스님은 재빨리 틈을 파고들어 오종보의 단전을 향해 선장을 내질렀다. 오종보는 하는 수없이 검을 거두고 상반신을 보호하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동시에 영규스님은 몸을 굽히면서 말했다.

“아우. 내 어깨를 이용하게”


심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규스님의 어깨를 밟고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다시 자신의 검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오종보의 천령개(天靈蓋)를 향해 내려쳤다. 이것은 스승 장생이 알려준 낙천세(落天勢)라는 초식이었는데 그 위력이 실로 무궁무진했다. 만일 공력이 심후한 사람이 쓴다면 적은 손 쓸새 없이 머리통이 두 쪽이 나며 죽게 되는 무서운 살수(殺手)였다.


오종보는 지금의 일초가 실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검 끝에 일신의 공력을 집중시켜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렇게 해서 심위수의 검을 두 동강 냄과 동시에 목을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상대적으로 공력이 약한 심위수는 오종보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칠 수 없었기 때문에 손목을 살짝 돌려 자신의 검을 그의 검신에 가져다 올려놓았다.


이윽고 ‘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둥글게 휘어지는가 싶더니, 그 반탄력으로 말미암아 심위수는 일장 밖으로 날아갔고, 오종보는 약 세 발짝 뒷걸음질 쳤다. 비록 심위수의 공격이 성공은 못 했지만 오종보를 긴장시키기엔 충분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갈채를 보내며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종보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풋내기에게 세 걸음씩이나 뒤로 물러났다는 사실에 크게 자존심이 상해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의 갈채 소리조차도 자신을 향한 조롱으로 들려왔다.

오종보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영규스님의 어깨에 일 검을 찔러 넣었다. 워낙 거리도 가깝고 창졸간에 벌어진데다 사전에 어떠한 준비동작도 없었기에 영규스님은 아무런 방어도 못 한 채 상처를 입었다.


주변에 다른 승려들과 몇몇 무인들의 입에서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심위수 또한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전력을 다해 오종보의 안면으로 집어 던졌다.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었기에 검으로 상대하기엔 늦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실 검법만을 겨루는 자리에서 이미 한쪽이 검에 찔리고, 또한 후배가 선배에게 단검을 던지니 사실상 정상적인 대결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여기에 어떤 격식이나 예의는 무의미했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심위수의 단검이 매섭게 날아오자 오종보는 화가 나서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육시랄 놈!! 감히 암기를 쓰다니!!”


그는 검을 치켜들어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려 하였는데 어쩐 일인지 검이 들리지 않았다. 오종보가 순간 이상하여 내려다보니 검 끝이 영규스님 어깨에 박혀있고 검 날은 영규스님이 맨손으로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오종보는 영규스님을 상대할만한 여유가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맨손으로 단검을 쳐내려 마음먹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한줄기 강맹한 기운이 밀려들어 오더니 그대로 단검을 휘감아 절 마당 한쪽에 있던 굵은 나무쪽으로 날려 보냈다.


날아간 단검은 끝 쪽의 손잡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혀있었다. 주변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직접 손으로 집어서 던져도 반절 정도의 깊이로 박힐까 말까 한 데 이것은 허공에서 방향을 돌린 것도 모자라 단순히 장력(掌力)만으로 이 정도의 결과를 도출해내었으니 상대의 공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종보 또한 내심 감탄을 하였지만, 겉으로는 표정을 관리하며 누가 자신을 도왔는지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백호악산 우강혜가 우두커니 서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수염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고 있었다. 오종보는 자신이 싫어하는 우강혜가 손을 쓴 것을 알고는 심사가 크게 뒤틀렸다.


만일 다른 사람이 손을 썼다면 ‘고맙소’라고 말을 했을 터인데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은 자가 자신을 위해 힘을 썼으니 무슨 간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평소에 자신의 무공이 우가 문중의 무예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공력은 자신보다도 윗길인 듯 하자 기분이 더욱 편치 않았다.

오종보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욕설을 해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너무 속 좁은 인간으로 비추어질지도 모를 일이기에 다시 씹어 삼키며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우형! 참으로 괜한 짓을 하셨소. 나 혼자서도 저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괜한 공력을 낭비하셨구려. 자고로 대장부는 남의 위급함을 틈타 자신의 뛰어남을 과시하지 않는 법인데.... 허허 우형께서는 어째 어린아이 같은 호승심이 아직도 남아 있나 보오.”


우강혜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럴 리야 있겠소? 나는 오형을 항시 좋은 친구로 생각했으면 했지 결코 내가 호승심을 부릴 만큼 그대를 마음에 둔 적이 없소이다. 오형의 지나친 착각이오. 껄껄”


우강혜의 말을 듣자 오종보는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 말의 뜻은 한마디로 자기를 경쟁자로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강혜가 손을 쓴 것은 자신을 모욕하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애초에 날아오는 단검을 한 손으로 쳐내버렸으면 그만인 것인데 괜히 우강혜가 나서는 바람에 다른 이가 보면, 꼭 위급함에 처한 오종보를 우강혜가 도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것은 단순하게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중의 위신마저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열이 뻗쳐올랐다.


“하하하 그렇구려. 우형 내가 착각했나 보오. 그대가 나를 친구처럼 생각했다니 참으로 고맙소. 내가 어느 날 어느 시에 그대를 만나러 방문할 적에 문전 박대하면 아니 되오. 세상에 멀리서 찾아온 친구를 내쫓는 경우는 없으니 훗날 내가 가면 꼭 직접 마중 나오시오.”


오종보는 말을 하면서 언제 손을 썼는지 영규스님을 밀쳐내고 검을 회수하고 있었다. 우강혜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부가 있겠소? 언제든 방문하면 우리 문중의 사람들이 모두 나가 마중할 것이오. 다만 우리 집 문턱이 너무 높아서 그대가 걸려 넘어질까 염려되오.”


오종보도 지지 않고 말했다.

“그건 걱정마시오. 집 문턱 높이가 한 척이면 그 밑에 그대의 아랫사람을 잡아다가 깔아놓고 올라서면 되고, 두 척이면 두 놈을 잡아다가 밑에 깔아놓으면 될 일이오. 그리되면 걸려 넘어질 염려가 없지.”


두 사람은 서로 반 마디 말도 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상대의 속을 긁어 놓는 말만 골라 해대고 있었다. 다행히 이 두 사람이 말싸움하는 동안 어느 정도 틈이 생겨 영규스님은 급히 다른 승려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빼낼 수가 있었다. 심위수는 한걸음에 달려가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영규스님의 어깨에 단단히 동여매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이런 변고를 당하시는군요.”


영규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오히려 자네가 이곳에 와서 고생하는 게지. 게다가 이 정도는 상처라고 할 것도 없네.”


오종보는 영규스님이 하는 말을 듣더니 대뜸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 정도는 상처가 아니라고? 그렇지 그렇고말고. 팔이 잘려 나가야 비로소 상처라고 할 만하지. 내가 네놈 때문에 저 선비 놈에게 세 걸음 빚졌으니 내 삼검을 받아내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내가 한걸음 물러난 것을 일 검으로 치면 공평하리라 생각되네.”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한번 기우뚱하더니 바람처럼 달려와 검을 겨누었는데 그 일 검 아래에 영규스님의 6군데 중요 대혈(大穴)이 모조리 그 위세 아래에 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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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4]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16 20 0 10쪽
28 [7-3]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06 24 0 16쪽
27 [7-2]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1 22.06.02 28 2 17쪽
26 [7-1] 산봉우리 붉은 해는 자취를 감추고... 22.06.01 22 0 15쪽
25 [6-10]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31 25 0 16쪽
24 [6-9]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30 22 0 16쪽
» [6-8]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9 24 1 17쪽
22 [6-7]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8 26 0 15쪽
21 [6-6]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7 25 1 13쪽
20 [6-5]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7 22 1 14쪽
19 [6-4]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6 26 1 14쪽
18 [6-3]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6 26 0 15쪽
17 [6-2]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5 30 3 12쪽
16 [6-1] 대장부에게 어찌 두 마음이 있으랴. 22.05.24 30 0 14쪽
15 [5-6]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4 30 0 9쪽
14 [5-5]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3 92 0 9쪽
13 [5-4]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3 48 0 12쪽
12 [5-3]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 22.05.22 34 1 12쪽
11 [5-2]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2 28 2 12쪽
10 [5-1] 떨어지는 꽃잎에도 무연자비(無緣慈悲) 있으리... 22.05.21 32 2 12쪽
9 [4-3]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1 31 0 12쪽
8 [4-2]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0 38 1 12쪽
7 [4-1] 봄꽃의 붉은 기운 채 가시지 않았건만... 22.05.20 33 2 10쪽
6 [3-2] 달빛 아래 한잔 술에 벗을 사귀다. 22.05.19 45 3 10쪽
5 [3-1] 달빛 아래 한잔 술에 벗을 사귀다. 22.05.19 60 7 10쪽
4 [2-2] [사나운 이리떼들 모습을 감추네] 22.05.18 82 18 10쪽
3 [2-1] [사나운 이리떼들 모습을 감추네] +1 22.05.18 90 19 12쪽
2 [1-2] 풍악산 봉우리에 유가(儒家)의 도(道) 전하니....... +1 22.05.18 132 33 10쪽
1 [1-1] 풍악산 봉우리에 유가(儒家)의 도(道) 전하니....... +2 22.05.18 244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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