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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쏘 님의 서재입니다.

주사위를 굴려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프레쏘
작품등록일 :
2015.12.17 22:01
최근연재일 :
2016.01.19 11: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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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글자수 :
153,042

작성
15.12.1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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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연습게임의 시작

DUMMY

“초대라고요? 죄송합니다만 부디 저희들을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영수가 최대한 공손하게 청년에게 요청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렇고 자기 말로 악마라고 하지않았는가. 함부로 심기를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에이, 그건 예의가 아니죠.”


“제발 부탁드립니다.”


“초대해주신건 고맙지만 역시 집에 계실 어머니가 걱정되어서 돌아가야겠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가세했다. 특히 차혁은 어머니까지 팔아먹어가며 귀환을 요구했다.


“하하, 한 번 초대한 사람은 게임이 끝나기 전에는 보내지 않는다. 그게 제 철칙입니다.”


청년은 웃었다. 뱀처럼 요사스러운 웃음이었다.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차혁은 이를 악물었다.


“저, 그러면 그 게임이라는 걸 하면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정확히는 끝까지 살아남으면, 이지요.”


청년의 대답에 질문을 한 영수를 포함한 사람 전원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큭, 스릴 넘치는 게임이지 않습니까.”


청년의 모습을 한 악마는 입가를 비틀었다.


“살아남아....? 대체 뭘하면 되는 겁니까. 막 서로 싸워서 단 한 명만 남아라 이런 겁니까?”


어렸을 적 본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며 영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영수, 너.....”


“진정해. 저 녀석이 설마 그러겠어.”


그냥 궁금해서 묻는 최영수에게, 혹시 다른 의도가 있나 해서 으르렁거리는 박훈. 차혁은 영수를 변호했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럼 뭐인가요.”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끼리의 배틀로얄도 아주 흥미로운 구경거리입니다만, 제가 원하는 건 바로 이겁니다.”


악마는 오른손의 집게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구부려 서로 맞닿게 하고는 들어보였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돈이라고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는 수신호. 하지만 이 악마는 다른 의미로 착각하고 썼다.


“이거 참.....제가 실수를 저질렀군요.”


자신의 실수를 자각한 악마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자 했던 본래 의미를 입에 담았다.


“여러분들께 원하는 건 바로 협동심입니다. 다같이 힘을 합쳐 게임을 플레이해주십시오. 크큭, 뭐 혼자서 살아남으려드는 것도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게임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렇게까지 하기 싫으시다면 놔둘 수밖에 없지요.”


“그렇지만 아까 당신은 게임이 끝나기전까지는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네, 그렇죠. 여기 사람들은 333법칙이 적용된다면서요? 공기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0일. 공기 정도는 계속 제공해주겠지만 나머지는 그럴 용의 없습니다. 크흐흐, 나중에 참 볼만하겠군요”


악마는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은 체 낄낄거렸다.


“해볼 수밖에 없겠어.”


“으응.....”


“살아남으면 되는 거야, 살아남으면.”


게임을 거부하면 죽는다. 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게임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악마는 그들의 표정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허, 게임은 즐겁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기 싫어하는 일을 즐거운 일, 적어도 해볼만한 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악마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신들이 살아가는 곳은 지구, 한반도라는 장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거기서는 이게 최고라고 하지 않습니까."


악마는 다시 한 번 집게손가락과 엄지로 제스쳐를 취했다.


"큭, 당신들의 옷차림 같은 걸 볼 때 재력이 상당히 부족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 게임을 클리어하면 돈을 드리지요. 그것도 엄청난 돈을요. 평생 다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자 분위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위조의 걱정일랑 하지도 마십쇼. 저는 악마. 이 세상의 인지를 초월하는 일 따윈 얼마든지 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하지 마십쇼.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존재이니까요."


악마는 혹시라도 그들이 믿지 못할까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래뵈도 저는 꽤 공부를 많이 했죠. 여기서 아무 일 없이 돌려보내진다해도 남는 건 고통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면서요. 그럴 바에는 아예 한 방을 노리는 게 어떠십니까. 남자라면 한 방 아니겠습니까."


악마의 달콤한 언변이 그들의 마음 속에 불을 일으켰다. 저마다 주먹을 부르르 쥐거나 침을 꼴깍 삼켰다. 새로 의욕이 생긴 것이다.


'저 말이 맞다. 우리들의 미래는 암울하다. 죽는 것보다도 못한 삶을 보낼 수도 있다.'


차혁은 눈을 감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알바조차 구하지 못하고 백수 신세가 된 미래의 자신을 떠올렸다. 허울뿐인 졸업장. 자식을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어머니. 효자는 아니어도, 적어도 자기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에 보답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


박훈도, 최영수도, 김민철도 각자의 미래를 생각했다. 흙수저인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며 술만 퍼마시거나,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임에나 매달리거나, 위험천만하고 돈도 제대로 못 받는 일을 하다 죽거나. 하나같이 한심한 말로였다.


"후....."


깊게 숨을 내쉬며 결의를 다진 그들. 악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큭큭, 이제야 제대로 하실 마음이 드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볼까요?"


......


"운칠기삼인가......"


악마의 설명을 다 듣고 난 뒤, 차혁이 중얼거렸다. 게임의 본질을 한 번에 요약했다고 평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런 게 우리 운명을 결정한다니, 웃기지도 않네."


최영수가 지급받은 주사위를 만지작거렸다. 정육면체의, 1부터 시작해서 6까지 눈이 각 면에 그려져있는, 손가락 세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평범한 주사위.


"그냥 굴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되게 복잡하네. 장비? 특수 카드? 무슨 말이야."


박훈이 투덜거렸다. 그는 별로 머리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머리 쓰는 일을 상당히 싫어했다.


"부루마블 같기도 한데....."


민철은 어렸을 적 다 같이 모여했던 추억의 보드게임을 떠올렸다. 해본 게 그런 거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주사위를 굴린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들이 참여하게 될 게임은 일종의 생존 + 사냥게임이었던 것이다.


"훗, 다들 이해가 어려우신 모양이군요. 처음 접하는 것이니 당연하겠지만요."


"죄송합니다만 다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차혁의 요청에 악마는 다시 친절히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간단한 게임의 개요. 차혁, 박훈, 영수, 민철은 플레이어로 4인 1조가 되어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폐허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몬스터를 조종하는 건 게임 마스터(GM). 그 역할은 악마가 맡는다.


게임 시작 전 플레이어는 각자 클래스를 고르고 시작하며 그에 맞는 능력과 장비를 부여받는다. GM은 특수 카드를 3장을 부여받는다. 특수 카드는 플레이어용과 GM용이 나뉘어져 있으며 게임에서 여러 특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로 상충되는 효과가 있어서 상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레이어가 활동하게 되는 무대는 한 마디로 커다란 시계판이다. 크게 중앙자리가 있고, 1시부터 12시까지 쫘르륵 구역이 있다. 각 구역마다 특수한 능력이 있으며 이걸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게임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시간보다는 행동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악마의 선공, 플레이어의 후속 행동 이렇게 1턴으로 구성되며 15턴까지 목표를 달성해야 게임을 클리어한 걸로 간주한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15턴이 끝나는 시점에서 중앙에 놓인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각 구역에 흩어진 키 3개를 찾아 장치에 꽂아넣어야한다.


플레이어와 GM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사위의 숫자. 장비나 특수 카드 같은 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자, 어떠셨습니까. 다시 설명이 필요한가요?"


기나긴 설명을 끝낸 악마는 4인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아직 아리쏭하다는 표정이었다.


"음....그게,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한다고 생각하니 이리저리 헷갈려서....."


"그러시군요. 그럼 적당하게 연습게임 한 판, 해볼까요?"


"네?"


"직접 해보시면 금세 체득이 가능할 겁니다. 아,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당신들의 목숨에 지장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악마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새까만 공간은 순식간에 을씨년스러운 폐허로 변했다.


"우와악!?"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놀라는 4인방. 악마는 공중에 커다란 책을 소환했다.


"혹시 헷갈리는 게 있을 경우 이걸 보면서 하면 될겁니다. 하하, 사실 저도 헷갈리는 구석이 있거든요. 이건 본 게임에서도 적용할테니 걱정말고요."


악마는 잿빛 하늘로 훌쩍 뛰어올라 옥좌를 소환해 앉았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체 둥둥 떠있는 옥좌. 악마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고했다.


"자, 원하는 클래스를 선택해주십시오."


악마의 손짓 한 번으로 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당황하는 4명 근처로 날아가는 여러 장의 반 투명한 카드. 거기에는 각자 선택할 클래스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었다.


"어떻게 할래?"


빨리 정신을 차린 차혁이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어쩌긴 어째, 골라봐야지!"


박훈은 자기 근처에 정지한 체 둥둥 떠다니는 카드를 대강 훑어보고는 이거다, 하고 골랐다. 그가 고른 클래스는 운동선수이었다.


"그걸로 되겠냐?"


"난 이게 제일 잘 맞는 것 같아. 너희들도 빨리 골라봐!"


"음....그럼 나는 이거."


민철은 의사 클래스를 골랐다.


"역시 힐러가 있어야 뭘 하든 할테니까."


"그렇지! 짜식, 뭘 좀 아는구만. 백업 부탁한다."


"난 이게 좋겠는 걸."


최영수는 경찰 클래스를 골랐다. 근거리 전투 및 돌파에 유리한 운동선수와 그 뒤를 보조하는 의사에 맞춰 이번에는 원거리에서 적을 견제하는 클래스였다.


"그래, 그것도 중요하지. 차혁이 넌 안 고르고 뭐해."


"음....그게....."


차혁은 고민했다. 지금까지 클래스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좋은 구성이었다. 탱커, 딜러, 힐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완벽한 구성.


'여기에 뭘 더 넣는 게 좋을까.'


아쉽게도 같은 클래스를 중복해서 고르는 건 불가능했다. 부랑배, 장인, 건달, 신부 등 남아있는 여러 클래스를 둘러보던 차혁은 큰 마음 먹고 하나를 지목했다.


"난 이걸로 할 게."


"엥? 그거? 더 좋은 클래스 없어?"


"차라리 건달이나 신부를 고르지."


"아니, 이게 좋아. 해보고 정 안되면 본 게임에서 다른 걸 고르면 되잖아."


차혁은 영 못마땅한 눈치들의 친구들을 달랬다. 그가 고른 클래스는 행운아. 다른 이들이 고른 쟁쟁한 클래스에 비하면 별 볼일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골랐다. 구성적인 측면으로 완벽해보이는 팀에 마지막으로 더할 것은 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오차혁, 박훈, 최영수, 김민철. 연습게임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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