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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현의 서재입니다

8클래스 흑마도사의 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윤백현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5.24 10: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143
추천수 :
104
글자수 :
93,280

작성
23.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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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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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제13장

DUMMY

글로리 가문의 병력 100여 명이 소작지와 가까운 야산을 뒤지고 있었다.

병력들은 넓게 퍼져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대체 이딴 짓은 왜 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하피는 이미 죽였잖아.”

“바보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이건 하피를 놓친 거에 대한 벌이라고. 실수했으니까 고생 좀 해보라는 거지.”

“오. 그거 좀 설득력 있는데?”

병사들이 갑작스런 수색 명령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대부분 수색에 징벌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정확히 틀렸다.

“정말 공자님 말이 맞을까요?”

수색대 선두에 있던 그라두스가 곁에서 걷고 있는 루델에게 물었다.

“괜히 헛고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넌 뭘 모르는 구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헛고생이면 차라리 다행인 거지. 몬스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 안 그래?”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그라두스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

하피와의 결전이 끝난 후. 공자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야산에 하피의 서식지가 숨어 있을 테니 반드시 찾아서 박멸하라고 했다.

공자는 말했다.

하피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거주지는 잘 건드리지 않는다고.

위협을 감수하고 영지를 습격했다는 건 둥지를 틀고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함일 거라고.

“그걸 공자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책에서 봤다.”

공자의 대답이 짧고 굵었다.

책에서 봤다니 더 따질 것도 없었다.

그래서 루덴은 뒤늦게 현장에 합류한 병사들을 이끌고 야산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절대 불가능한 일일 줄 알았는데.’

공자를 떠올리며 루델이 혀를 찼다.

가문의 고용인들은 자기들끼리 공자를 무능 공자라고 불렀다.

착하기만 할 뿐.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사실....

공자는 잠들어 있던 용이었는지도 몰랐다. 여태껏 보여준 모습은 연기였을지도 몰랐다.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과 눈빛.

하피를 잡는데 결정적인 공을 올린 뛰어난 마법 실력 등등.

적어도 오늘 선보인 모습만 보면.

마그니 백작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제1공자나 제3공자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공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었다.

“찍. 찍. 찍.”

어디선가 쥐새끼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루델은 체외로 마나를 방출하여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장소는 몇 미터 떨어진 커다란 나무 꼭대기였다.

“다들 물러서라.”

“왜 그러십니까?”

“설명은 나중에 한다.”

루델은 등에 매달고 있던 도끼를 꺼내 나무를 수차례 찍어댔다.

퍽! 퍽! 퍽!

도끼질을 할 때마다 눈에 띄게 나무가 깎여나갔다. 나무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수색대원들은 루델이 뭘하는지 몰라서 눈만 깜뻑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끼이이익! 쿵!

이윽고 나무가 쓰러지면서 사방으로 흙먼지가 번져 나갔다. 몇몇 병사들이 마른기침을 했다.

“이.... 이건?”

쓰러진 나뭇가지에 새 둥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새 둥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피의 둥지였다.

3마리의 아기 하피들이 짹짹거리며 울어대고 있었다. 녀석들은 날 수 없는 날개를 퍼덕거리기에 바빴다.

‘또 공자님 말이 맞았군.’

루델이 혀를 찼다.


***


같은 시각, 마차 안

크로닌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영지 순찰에서 뜻밖에 수확을 건졌다.

하나는 마도사로서의 재능을 실전에서 확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법과 흑마법이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었다.

‘어쩌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일지도 모르겠군.’

크로닌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자신만만하게 나섰지만.

1클래스 서클도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피를 사냥하는 건 크로닌에게도 무리였다.

더욱이 흑마법까지 쓸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크로닌은 위기에서 오히려 재치를 발휘했다.

마법에 흑마법의 이치를 섞었다.

마나가 부족해서.

매직 미사일을 단 한 발도 허투루 쏘아낼 수 없었던 당시.

크로닌은 ‘꼭두각시 인형술’이라는 흑마법의 수법을 응용했다.

‘꼭두각시 인형술.’

이는 암흑 마나를 실처럼 뽑아내 사람이나 몬스터를 조종하는 흑마법이었다.

크로닌은 암흑 마나 대신 마나를 실로 사용했고.

사람이나 몬스터 대신 매직 미사일을 조종했다.

이를 테면 하늘을 나는 연을 조종하듯 매직 미사일을 조종했던 것이다.

고지식한 마법사들은 이런 발상을 할 수 없었다.

설령 했다고 치더라도

구현할 능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알고 조종도 조종을 해본 놈이 할 줄 아는 것이다.

마법에 마나의 실을 붙여 정교하게 조작하는 것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공자님. 정말 대단하셨어요!”

레미가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로닌이 고개를 돌려 레미를 바라보았다.

본인이 하피를 물리친 것도 아닌데 레미는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하피를 잡은 건 사실 전부 공자님 공이잖아요.”

“하피 정도로 호들갑은.”

“엄청 무서워 보이는 몬스터였는데요? 깃털이 막 땅에 박히고 그랬는데요?”

“넌 세상을 아직 몰라도 너무 모른다.”

크로닌이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았다.

“하피 정도면 동네 똥강아지 수준이지.”

“정말요?”

“그렇다.”

“어쨌거나 앞장서서 마법 쓰는 모습이 정말 멋지셨어요. 그런데....”

“그런데?”

“왜 오늘 일을 굳이 비밀로 숨기시려는 거예요? 오늘 일을 알게 되면 백작부인께서도 기뻐하실 텐데요. 돌아오실 백작님도 그렇고요.”

기사가 했던 질문을 레미가 또 했다.

보통 관점에서 보면.

레미나 기사의 접근 방식이 맞았다.

안 그래도 미운 털이 박힌 처지인데 활약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할망정.

활약한 걸 꽁꽁 숨기겠다니.....

제3자 입장에서는 이런 크로닌이 답답하게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크로닌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크로닌은 마나와 암흑 마나를 같이 익히고 있었다.

‘그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최대한 주변의 관심을 피할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더 놀래켜 드리기 위해서다.”

크로닌이 대충 둘러댔다.

레미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미.”

“네. 공자님.”

“오늘 저녁 식사 시간 이후로는 침소에 들지 말거라.”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혼자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

“알겠습니다.”

크로닌은 손등에 턱을 괸 채 창밖을 응시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크로닌의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꼭 크로닌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었던 것처럼.


***


그날 저녁(2)

크로닌은 침소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통밀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스프를 여러 차례 떠먹었다. 빵이 퍽퍽해서 잘 넘어가지를 않았다.

크로닌이 스프가 담긴 그릇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빵을 손에 쥐고 스프에 듬뿍 찍어 먹었다.

스프에 젖은 빵이 매끈하게 목구멍을 통과했다.

“형아. 형아. 이렇게 먹으면 빵 맛있다!”

해맑게 웃던 막내 동생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오래 전에 메마른 줄 알았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막내 동생은 스프에 빵 찍어먹는 것을 좋아했다.

귀족의 예절에 어긋난다며, 그런 건 평민이나 하는 거라며 어머니가 주의를 주었지만.

어머니의 눈길이 닿지 않을 때면.

막내는 항상 빵을 스프에 찍어 먹었다.

그 때마다 막내는 뭐가 좋은지 시시덕거렸다. 크로닌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막내는 이제 세상에 없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른 동생들도 하늘에 별이 되었다.

가족들은 내가 기억한다.

그리고 너희들의 죄악도 내가 기억하고 있지.

크로닌은 헥스와 6영웅을 떠올리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심호흡 하며 금방 마음을 가라앉혔다.

듀얼 마법사로서의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다. 눈부신 성장을 통해 녀석들을 짓밟아줄 일만 남았다.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막내 동생이 그랬듯, 크로닌은 스프에 빵을 찍어 먹으며 식사를 끝마쳤다.

식탁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이동했다.

저녁 계획을 점검하는데.

등 뒤에서 으스스한 기운이,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크로닌이 등 뒤를 돌아보았다.

집사 변장을 했던 이전과 달리 아가레스가 본래의 모습으로 침소에 나타났다.

아가레스의 상·하의는 정장 스타일이었다.

머리는 기름으로 뒤로 넘긴 올백 머리였고 고위 마족 특유의 뺀질뺀질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이젠 노크도 안 하는 건가?”

“우린 거의 부부 사이나 다름없는데 노크가 필요해?”

“징그러운 소리하지 마.”

크로닌이 진저리를 쳤고 아가레스는 껄껄껄 웃기만 했다.

“낮에는 재밌는 일을 벌였더군.”

“무슨 소리지?”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하피를 보낸 건 너잖아?”

크로닌이 확신하는 어조로 아가레스를 추궁했다.

기사들과 대화를 나눈 바에 따르면 영지에 하피가 출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뭐,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게....

이런 저런 새로운 일이 터지기 마련이라지만 하피의 출현은 다소 의아한 구석이 있었다.

글로리 가문의 영지는 하피의 서식지로 좋지 않았다.

넓은 땅이 대부분 평지라서.

하피가 몸을 숨길 은신처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피의 출현에 누군가가 개입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크로닌은 자연스레 아가레스를 떠올렸다.

“역시 우린 부부나 다름없어. 서로를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잖아?”

“염병 떨지 마. 한판 붙고 싶은 게 아니면.”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네가 마계 서열 2위인 줄 알겠군.”

한낱 인간인 크로닌이 건방지게 굴고 있음에도 아가레스는 유쾌하게 상황을 넘겼다.

아가레스의 수더분한 성격 덕분도 있었고.

크로닌이 아가레스에게 무척 중요한 인물이기도 해서 그랬다.

“왜 하피를 보냈지?”

“네 마법 실력이 궁금해서. 네 손에서 매직 미사일이 나가는 걸 보니까 웃음이 멈추질 않더군. 8클래스 흑마도사가 매직 미사일이라니.... 크크큭.”

아가레스가 배를 붙잡아가며 웃어댔다.

목젖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이젠 내가 듀얼 마법사가 됐다는 걸 믿겠나?”

“그래. 역시 넌 대단한 녀석이야. 내가 수천 년을 살면서 지켜본 인간 중에 가장 흥미로운 인간이기도 하지.”

아가레스가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은 까맣게 몰랐지만.

아가레스는 알았다.

크로닌의 매직 미사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흑마법의 조종술을 응용해.

마법에 유도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을.

이는 대륙에서 오로지 크로닌만 가능한 수법이었다.

왜냐고?

대륙에 듀얼 마법사가 존재한 적이 없었으니까.

먼 훗날 듀얼 마법사로 성장한 크로닌의 영혼을 꿀꺽 삼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 몸이 짜릿했다.

“그래서 찾아온 용건은?”

“나도 앞으로 내 일이 바빠서 말이야. 널 자주 찾아오지 못할 것 같군.”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는데.”

“섭섭한 소리 말고. 이것부터 받아라.”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아가레스가 크로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가레스의 손바닥 위에.

검은 푸딩 같은 것이 올려 져 있었다.

크로닌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거.... 혹시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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