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lueFox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의 흑막이나 되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BlueFox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0
최근연재일 :
2023.05.14 14: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74
추천수 :
24
글자수 :
31,015

작성
23.05.13 11:09
조회
26
추천
2
글자
10쪽

개인주의자 강무하 (3)

DUMMY

광수라는 놈,


키는 크지 않지만 체격이 좋다.


운동을 장난으로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제법 움직이 좋아 보인다.


광풍회 선배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속에 나를 잡겠다고 나선다.


아마 이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어쩌면 이 자리에 없는 숨은 실세들에게.


나를 바라보는 놈의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에서 욕을 뱉어낸다.


나에게 적대감이 무럭무럭 솟아나는가 보다.


평화주의자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지만 그런 인간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수준급의 유술가와의 싸움은 곤혹스럽다.


혹시나 그의 손에 잡히게 되면 복싱만 할 줄 아는 놈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


다행히 광수라는 놈은 그 정도 수준의 유술가는 아니다.


놈의 움직임에 맞춰서 강무하도 슬슬 스텝을 밟으며 광수 녀석의 주위를 맴돌아 본다.


오래지 않아 광수가 내 팔을 움켜잡으려고 들어올 것이다.


놈은 지금 마음이 급해 보이니까.


놈의 커다란 덩치가 놈에게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순간이다.


말라깽이 강무하를 단순히 이기는 것만으로는 선배들에게 인정받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원래 서두는 놈이 지게 되어있다.


주먹 싸움도.


그리고 돈 싸움도.


물론 돈 이야기는 아주 나중의 이야기긴 하지만.


어쩌면 강무하는 돈으로 싸우는 요령을 일진 새끼들과의 싸움판에서 익혔는지도 모르겠다.


놈이 치고 들어 온다.


딱 한 방이면 충분하다!


깨끗한 스트레이트 한 방!


광수 녀석이 내 손을 잡으려고 들어올 때 카운터 펀치를 녀석의 턱에 꽂아줄 것이다.


아니, 스트레이트까지도 필요 없다.


체중이 조금 실린 잽 한 방이면 된다.


녀석은 멧돼지 같이 나를 향해 돌진할 테니까.


나의 주먹 끝에 묵직한 감촉이 온다.


광수 녀석의 턱에 가볍게 내지른 내 주먹이 꽂혔다.


"어억!"


광수 녀석이 받침대 빠진 통나무처럼 무너져내린다.


더는 손을 쓸 필요가 없다.


다행이다.


내 생각처럼 되어서.


선배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니, 설마 나 강무하가 이런 놈한테 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선배님들,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것 아냐?


아무튼 되었다.


나는 조용히 살고 싶다.


나의 아버지 강석진 씨가 좋아하던 1980년대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말씀처럼.



"선배님들, 저 가보겠습니다."


"어쭈? 건방진 놈! 아직 멀었어. 원기야!"


이번에는 키가 큰 선배 하나가 팔자 걸음으로 나온다.


걷는 모양으로 보아 발길질에 능해 보인다.


걷는 품새로 보아 태권도를 오래 한 모양이다.


"원기야! 강석현 저놈은 펀치력은 별로야. 네 발차기 한 방이면 나가떨어진다. 한방만 제대로 맞춰!"


맞다.


내가 펀치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선배들이 나에 대해서 제법 파악이 되는 모양이다.


황송하게도.


하지만 그건 8온스 글러브를 끼고 헤드기어를 하고 링 위에서 스파링을 할 때나 적용되는 이야기다.


맨주먹에 아무런 보호장구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학교 선배님에 대한 대접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 방!


옳지. 명치가 비었다.


"우, 우욱!"


한강고등학교 2학년 김원기 씨가 옥상 바닥에 자신이 점심때 먹은 것을 늘어놓는다.


옥상이 조용해진다.


"야, 태식아! 안되겠다. 아무래도 복싱을 하는 네가 나서야겠다."


무리 뒤 편에 있어서 미쳐 확인하지 못했던 선배 하나가 껄렁한 걸음으로 나온다.


응? 체육관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웰터급의 박태식!


이제 고등학교 삼학년인가?


"깡무현! 나 알지?"


"네."


"그럼 그만 숙이고 들어와라. 긴 말하고 싶지 않다, 엉?"


박태식이 눈을 부라리며 협박을 한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무엇보다도 나와는 체급 차이가 난다.


내가 페터급이니 체급차이가 꽤 난다.


고교 복싱계에서도 펀치력 하나는 인정받았던 박태식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숙이고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내가 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깡무하니까!



"오! 히트맨(Hit man)! 어서 와! 오늘도 잘 해보자!"


내게 복싱을 가르쳤던 최 관장님은 나를 히트맨이라고 부르셨다.


우리말로는 '저격수' 란다.


그 유명한 복싱 챔피언 디트로이트의 코브라 '토머스 헌즈(Thomas Hearns)' 의 별명이다.


처음부터 나를 좋게 보아주셨다.


약골이었던 나에게 천부적 재능이 있다며 좋아하셨다.


깡마른 체격은 체급 경기에서 체중조절에 이상적인 체격이라며 칭찬받았다.


펀치력이 약한 편이었지만 그것은 체중이 증가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며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강무하한테 싸움꾼으로서의 재능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다.


그 격려가 없었다면 강무하의 인생은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칭찬이 나를 변화시켰다.


좋은 쪽으로든,


혹은 나쁜 쪽으로든.


그 칭찬이 나를 변화시켰다.


밴텀 급으로 출전한 아마추어 중등부 경기에서 강무하는 두각을 나타내었다.


경량급 치고는 큰 키에서 쉴 새 없이 뻗어 나오는 잽은 상대방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고 잽과 섞여서 나오는 원투 스트레이트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중등부 아마추어 경기에서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쉬운 것은 결승전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처음 출전한 대회이니만큼 거듭되는 시합에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그 결과는 판정패였다.


처음으로 우승을 맛보고 싶었던 소년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는 허탈함에 도저히 링을 내려올 수가 없었다.


조금 더 힘을 냈어야 했는데, 몇 번만 더 주먹을 뻗었으면 이길 수도 있었는데...


바보같이 엉엉 울고 말았다.


인생의 큰 교훈을 얻은 채로.


어차피 강무하의 길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무하 넌 똑똑해.”


“아빠를 닮아서?”


“아니? 아빠보다도 훨씬 더!”


“......!”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귀엽다지 않나?


강석진 씨의 눈에도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 놈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려 강석진의 칭찬이다.


겂 없이 그 말을 덜컥 믿어버렸다.


공부 쯤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수 있는 주머니 속의 동전 같은 것으로 말이다.



복싱을 그만두려는 강무하를 전 동양 챔피언 최무룡 관장님께서 붙드시더라.


"나는 강무하 네가 자랑스럽다. 우리 체육관에서 너처럼 빨리 느는 얘는 없었어. 넌 앞으로 키가 많이 크게 될 거야. 몸도 불어날 거고... 내가 보기엔 너는 페더급, 아니 라이트 급 선수일 때 가장 힘을 잘 쓸 수 있어! 서두르지 말자! 넌 할 수 있어! 내가 장담해!“



과분한 격려를 받았고, 다행히도 최 관장님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강무하는 다시 대회에 출전했고 아마추어 복싱 중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주먹도 제법 매워졌다.


이제는 솜 주먹이 아니었다.


혹자들은 나에게 '한국의 사라테(Carlos Zarate)' 라는 과분한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지도자들도 생겨났다.


소위 스카우트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무하를 스카우트 하려는 또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 있더라.


뒷골목의 조직 폭력배들 말이다.


검은 양복에 검은 구두, 그리고 검은 색 색안경을 끼고서 시커먼 외제차를 탄 아저씨가 강무하의 이름을 부르더라.


”강무하! 네가 그렇게 야무지다며? 우리 패밀리에 들어와라. 키워주마!“


”싫은데요?“


”짜식! 앙탈은!“


”......“


”네 눈동자에 씌여 있어. 넌 양지보다는 음지가 어울리는 놈이야.“


기분이 좋지가 않더라.


주먹 실력을 인정받은 것과는 별개로, 멀쩡한 남의 눈알을 보고서 양지보다는 음지가 어울리는 놈이라는 둥.


이건 칭찬이 아니라 저주맞지?


아닐 걸?


강무하는 양지에서 살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인생을 살 거란 말이다.


그런데 그 저주인지 욕설인지 모를 건달 아저씨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음지라니!



'쉭! 쉭! 쉭!'


박태식의 훅이 허공을 가른다.


박태식은 하드펀쳐(Hard Puncher)다.


다른 건 몰라도 펀치력 하나는 일품이라고 소문이 난 복서다.


아니, 복싱 선수 출신 양아치다.


그리고 강무하는, 소위 테크니션이다.


"야! 태식아! 저 놈은 솜주먹이야! 솜주먹!"


광산상고 옥상에 모인 관중들이 열렬히 박태식을 응원한다.


이 대결에서 나는 철저한 악역이 되고 말았다.


박태식이 파고든다.


자신의 주무기인 양 훅을 휘두르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페더급과 웰터급의 대결이다.


실제 시합은 불가능할 정도의 체급 차이다.


하지만 자신있다.


체육관에서 페터급이나 라이트급 선배들과 스파링을 뛴 경험이 있다.


선배들이 경량급의 나를 스파링 파트너로 삼은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내 큰 키 때문이다.


한계 체중 54kg 의 밴텀급이지만 173cm 의 신장에서 내려꽃는 스트레이트는 중량급 선배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이란다.


아마추어 복싱에서 가장 점수를 따기 좋은 주먹은 역시 스트레이트다.


밴텀급으로는 장신인 173cm 에서 내려꽂는 원투 스트레이트!


이것이 강무하의 주무기였다.


박태식은 웰터급 치고는 키가 크지 않다.


170cm 를 겨우 넘을까?


밴텀급 출신인 강무하보다도 약간 작다.


더구나 팔 길이는 나하고 차이가 꽤 난다.


그 대신 근육이 잘 발달한 복서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이런 놈의 주무기는 십 중 팔구는 양 훅이다.


그리고 인파이터일 수밖에 없다.


가드를 단단히 하고는 턱 밑으로 파고들 것이다.


가벼운 잽은 가드로 흘려버리고 내 주무기인 원투 스트레이트는 더킹과 위빙으로 흘려버리고는 내 턱에 훅 한방을 꽃아 넣으려 할 것이다.


내 예상대로다.


박태식과의 싸움은 내 예상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나의 잽과 스트레이트를 안면에 계속 허용한 박태식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의 흑막이나 되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개인주의자 강무하 (5) 23.05.14 23 3 10쪽
6 개인주의자 강무하 (4) 23.05.14 25 2 11쪽
» 개인주의자 강무하 (3) 23.05.13 27 2 10쪽
4 개인주의자 강무하 (2) 23.05.13 35 2 10쪽
3 개인주의자 강무하 (1) 23.05.12 39 2 10쪽
2 펜이 강하냐, 칼이 강하냐, 그것이 문제로다. 23.05.10 41 5 10쪽
1 엄마의 결혼식 +1 23.05.10 85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