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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Fox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의 흑막이나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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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Fox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0
최근연재일 :
2023.05.14 14: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77
추천수 :
24
글자수 :
31,015

작성
23.05.10 11:15
조회
85
추천
8
글자
10쪽

엄마의 결혼식

DUMMY

“아들! 아빠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정말? 해줘! 어서!”


내가 설마 아빠의 이야기를 마다할까?


나는 아빠의 곁에 턱을 괴고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우리 아빠는 이야기꾼이었으니까.


그것도 타고난.


“어느 연못에 입 큰 개구리가 있었어. 입이 졸라 큰. 그래서 자기 입이 크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는 입 큰 개구리가 있었어.”


“입 큰 개구리? 히히히!”


강무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웃고 있었다.


마치 인기 절정의 개그맨이 멘트도 치기 전에 웃음보가 터지듯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아버지와 아들.


강성진과 강무하.


우리 둘은 친구였다.


그야말로 막역한.


나의 아빠 강성진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였다.


세상에서 제일 아는 것 많은 남자였고,


세상에서 제일 정의로운 남자였고,


게다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였다.


그리고 아빠이기 이전에 친구였다.


친구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절친.


트고 지냈다.


평생이 야자타임이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친구끼리는 존댓말 따위는 쓰지 않는 법이라 배웠다.


“우리 무하 말이야. 어른들한테 너무 버릇없는 거 아냐? 곧 중학생 될 녀석이 아빠한테 반말하는 건 심하지 않아?”


“괜찮아. 그 정도 분별은 할 줄 아는 놈이야. 후후후.”


“아들이랑 격의 없이 지내는 건 좋아. 하지만···!”


“아들이 아빠한테 반말 좀 하면 안 되나? 난 상관없어.”


“당신이야 상관없겠지.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욕한다니까?”


“수진이 너도 알잖아? 내가 무하랑 약속한 거. 평생 친구 먹기로!”


“......!”


“다섯 살 때였지? 무하 그 녀석이 나한테 그러더군. 앞으로도 친구처럼, 아니 친구로 남아달라고.”


“아빠랑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거랑, 아빠랑 친구 먹는 거랑 뭐가 다른데?”


“달라. 그것도 제법!”


“......”


“......”


“몰라! 알아서 해! 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 당신도, 그리고 당신 아들도.”




강무하의 아버지 강석진은 멋진 남자였다.


나의 아버지여서만이 아니라.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강무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아버지인 강석진에게 직접 배웠다.


좋은 것이든, 혹은 나쁜 것이든.


강무하는 강석진 같은 남자가 되고 싶었다.




강무하의 친모이자 강성진 씨의 법적 배우자 되시는 이수진 씨의 견해는 나와는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졸라 많이.


“무하 넌 커서 아빠 같은 사람은 되지 마!”


“응? 나는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빠가 어떤 사람인데?”


“멋진 사람! 정의로운 사람! 그리고 똑똑한 사람!”


“헛똑똑이야. 멋은 개뿔!”


“난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사회운동할 건데?”


“안돼! 무하 넌 공부하지 마.”


“공부를... 하지 마? 왜?”


“돈을 벌어! 돈을!”


“돈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세상을 바꾸는 일 보다도?”


“그럼! 중요하지! 세상에서 제일!”


“아빠는 정의가 제일 중요한 거라던데?”


“그러니까 우리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거지!”


“우리가 어때서? 난 좋기만 한데?”


“우린 빈털터리야. 집도 절도 없는. 가진 건 몸뚱아리 밖에 없는.”


“인생은 원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랬어.”


“.......!”


“......?”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의대를 가서 의사를 해! 쓸데없는 공부해서 남 좋은 일 시키지 말고! 누구처럼!”


“의사?”


“의사도 피부과나 성형외과, 아니면 안과···.”


“싫어. 그건 재미없을 거 같아.”


“그럼 공부하지 마. 차라리 배우를 해. 엄마처럼.”


“난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아빠처럼!”


강무하의 아버지 강성진은 이상주의자였다.


혹은 현실 부적응자였거나.


그리고 강무하의 어머니 이수진은 현실주의자였다.


혹은 속물이었을지도.


돌이켜보건데 강무하의 어린 시절은 늘 그런 식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현실 부적응자의 속성과 속물의 본능을 나누어 놓은 담벼락 위를 맨발로 달리는 뭐 그런···.


굳이 운명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쓰지 않으련다.


혁명가, 혹은 현실 부적응자의 DNA와 너무도 속물적인 현실주의자의 DNA를 골고루 물려받았다고 해 두자.




**




“신랑 백상훈과 신부 이수진은 이렇게 신성하고 순결한 혼인의 서약을...”


한번 시작된 결혼식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단지 우스꽝스러울 뿐.


“신부 이수진 양은 재능있는 영화배우로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허연 분가루를 뒤집어쓰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의 엄마 이수진 씨가 무척이나 낯설게 여겨진다.


“신랑 백상훈은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건실한 사업체의 CEO로서···.”


그리고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매고서 나의 엄마 곁에서 웃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흐뭇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있다.


재력가 백상훈.


건실한 중견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업가.


이제 나의 새 아버지 될 사람의 이름이다.


구역질이 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저 두 사람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조차 드는 것은 왜일까?


“엄마가 왜 결혼하는지도 모르지? 이게 다 강무하 너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재능 하나로 성공하던 시대는 예전에 끝났어. 타고난 재능에다 부모의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하는 시대야.”


“그건 엄마 말이 맞아. 무하가 똑똑하다고 들었어. 친 아빠를 닮았으면 공부는 조금만 노력해도 잘 하겠군. 아저씨가 도와주지. 우리 집으로 들어와. 이제 가족이잖아?”


“백상훈 사장님! 말씀은 고마우나, 사양합니다. 정중하게!”


결혼식 자리는 끝까지 버티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정도면 예의를 차릴 만큼은 차린 것 아닌가?


친엄마에게도.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새아빠에게도.


그리고 나는 집을 나갔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중학교 3학년 강무하는 울지 않았다.


“으앙!”


정작 울음을 터뜨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백상훈 씨의 전처소생의 딸 백수아가 서럽게 울더라.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동생의 곁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던 키 큰 사내 새끼의 서슬 퍼런 눈빛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흔히들 그러더라.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남자아이가 가출하면 걱정할 것 없다고.


돈 떨어지면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가출한 지 사흘 안에 돌아올 것이라는 어른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강무하는 무려 석 달 하고도 열흘을 더 버텼다.


그리고는 돌아왔다.


쓰디쓴 인생의 교훈과 함께.


돌아왔을 때 강무하의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생각도, 행동도,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까지도.


“강무하! 이 나쁜 자식! 어떻게 엄마 속을 이렇게...!”


뺨이라도 한 대 얻어맞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잔소리 한 바가지로 끝이 난다.


싸게 막은 거다.


어쩌면 야단을 맞는 동안 히죽히죽 웃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강무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수진 여사의 얼굴이 점점 시뻘게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그만 해요. 당신도! 겨우 마음잡고 돌아온 아들한테 그러는 거 아니에요.”


건실한 중견 기업체의 CEO님께서 말려 주신다.


“우선 학교부터 옮겨야지. 그래야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거 아냐. 원래 중학교 3학년 때 강남으로 보내는 건 원칙적으론 안 된다고 하지만. 나한테 노하우가 있어.”


“무하 너를 위해서 아저씨가 얼마나 신경 써 주고 있는데 넌 그것도 모르고서는...!”


“학교는 다니던 학교를 다니고 싶은데요?”


“그건 안돼! 강남에 살면서 강북 끝탱이에 붙어있는 학교를 다닌다는 게 말이 돼? 엄마 체면이 뭐가 되냐? 사람들이 흉봐!”


참으로 이수진 배우님다운 말씀이 아닌가.


예상했던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버팅기는 것은 쿨하지 못하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가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부터 예견되어 있던 상황이니까.


“엄마 말씀이 맞아. 무하 너도 한강중학교에 다니게 될 거야. 수아랑 같이. 그래야 지율이 형처럼 한강고등학교에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어.”


백상훈 사장님께서는 무척이나 꼼꼼하신 분이신 모양이다.


그깟 학교쯤은 컴퓨터가 점지해 주는 대로 적당히 다니면 안 될까?


학교나 선생이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강남은 무슨!


아아, 덧없어라!





“야!”


“......”


“어쭈. 대답 안하지!”


어딜 가나 그런 놈들 있지 않나?


자기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텃세를 부리는 놈들.


조용히 살고 싶다.


그러니 조용히 넘어가자.


좋은 게 좋은 거라더라.


“어이! 단백질 도둑 아들!”


“......”


큭큭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남자 새끼들은 영화배우 이수진을 단백질 도둑이라고 부르더라.


노출 수위가 높은 영화를 몇 편 찍어서인 모양이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한강 중학교의 일진 놈들이 생각하는 최고 수위의 도발에도 강무하는 심드렁하기만 하다.


설마하니 득도를 해서 그럴까?


그저 귀찮을 뿐이다.


같잖은 새끼들.


도발에 곧장 반응하는 것은 하수라고 배웠다.


남자의 모든 행동에는 명분이 있고, 실리가 있어야 한다고 이수진 씨의 엑스 허즈번드(Ex-husband)께서 말씀하셨단 말이다.


네놈들의 도발은 기억해 두기로 하자.


그러다가 시기가 무르익으면 되갚아 줄 것이다.


이자까지 철저히 붙여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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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인주의자 강무하 (5) 23.05.14 23 3 10쪽
6 개인주의자 강무하 (4) 23.05.14 26 2 11쪽
5 개인주의자 강무하 (3) 23.05.13 27 2 10쪽
4 개인주의자 강무하 (2) 23.05.13 36 2 10쪽
3 개인주의자 강무하 (1) 23.05.12 39 2 10쪽
2 펜이 강하냐, 칼이 강하냐, 그것이 문제로다. 23.05.10 41 5 10쪽
» 엄마의 결혼식 +1 23.05.10 8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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