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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Fox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의 흑막이나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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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Fox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0
최근연재일 :
2023.05.14 14: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75
추천수 :
24
글자수 :
31,015

작성
23.05.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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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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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개인주의자 강무하 (2)

DUMMY

신입생들은 잔뜩 긴장해서 교실에 앉아있고 그 교실을 선배들이 차례로 돌아다닌다.


동아리 홍보의 시간이다.


선배님들이 자신들이 속한 서클에 가입을 하라고 권하는 순수(?)한 홍보행사라고 한다.


고등학생들은 중학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키도 훨씬 크고 덩치도 크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긴장한 눈치다.


하여튼 한심하다.


내가 이들과 같은 반의 일원이라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나는 서클활동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으니까...



우락부락하게 생긴 일군의 선배들이 떼를 지어 들어온다.


신입생들이 갑자기 각을 잡고 바로 앉는다.


지금껏 고운 얼굴을 한 선배들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들어온 선배들은 그 기세가 확연히 다르다.


신입생들도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들이 수컷 특유의 거친 성정을 온몸으로 뿜어댄다.


"반갑다. 나는 '광풍(狂風)' 22기 한석호라고 한다!"


교단에 서서 일장연설을 하는 선배는 그다지 거친 말을 하지 않는데도 나름 위압감이 있다.


덕분에 신입생들이 잔뜩 쫄아붙는다.


마음 약한 몇몇은 거의 울상이 된다.


'광풍(狂風)'이라면 나도 진작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불량 서클!


그러니까 한강고교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존재다.


내가 들어서 알 정도면 그 악명이 대단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신입 회원을 뽑으러 온 것이리라.


귀찮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개인주의자니까······.





"어이, 너!"


"예! 한강고 신입생 김광수!"


"너 끝나고 옥상으로 와!"


"넷!"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매서운 눈빛으로 동급생들을 훑어보던 놈이 선배들의 간택을 받는다.


놈은 그것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처음부터 나를 견제하던 눈을 가진 놈이 앞으로 더욱 설치게 될 것 같다.


피곤한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선배들은 매의 눈을 해가지고 야무진 후배를 찾아다닌다.


이른바 스카우팅(Scouting)이다.


한강고등학교가 유명한 것은 진학실적만이 아니다.


철저한 우열반 편성으로 되는 놈을 몰아주는 시스템이다.


초반 경쟁에서 치고나가지 못하면?


다른 놈들의 내신 셔틀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학부모들이 왜 이런 모순투성이의 학교 시스템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인지 강무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꿈많은 신입생 시절엔 자기 아들, 딸이 경쟁의 승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양이더라.


복싱 세계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이 말했었나?


누구나 나름의 계획은 있다고.


한 대 쳐맞기 전에는!


내신 경쟁의 패배자들은 일진 놈들에게 시달려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차라리 일진이 되어 버리거나.



체격이 좋거나 눈빛이 날카로운 놈들이 선배들의 부름을 받는다.


아무튼 눈을 아래로 깔아야 한다.


괜히 눈이 마주치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이, 너!"


"······."


"이놈 봐라? 선배 말이 안 들려? 너!"


덕분에 모두들 나를 쳐다본다.


"저 말씀입니까?"


"그래, 너! 이놈이 귀가 먹었나? 선배가 부르면 재깍재깍 대답을 해야지!"


"······."


"이놈 봐라? 선배가 지명하면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거 몰라?"


"예! 일학년 강무하!"


"너도 끝나고 옥상으로 와!"


"전, 끝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요? 그리고 광풍(狂風)에 가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선배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소에 가까울 것이다.


동급생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눈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하나다.


'저놈, 미쳤구나! 이제 죽었다!'


개인주의자의 삶은 피곤하다.


바람은 고요하고자 하나 나무가 그냥두지 않는다.


아니, 꺼꾸로던가?



방과 후의 학교 옥상은 조용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늘 입학식 날의 한강고등학교 옥상은 소란스럽다.


그중 몇몇은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머리는 너무 길고 복장은 학생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성인의 그것에 가깝다.


그것도 뒷골목의······.


"자! 네놈들은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해 보도록 해! 출신 중학교, 해 본 운동, 뭐든지 좋아! 누나나 여동생이 있으면 그것도 이야기해도 좋아! 그러면 여기 계신 선배님들한테 사랑받을 수 있어. 아, 대신 예뻐야 해! 안그러면 말도 꺼내지도 말고! 알았나?"


"넷!"


뽑혀온 신입생들이 고함을 지르듯 대답한다.


인상들을 보니 힘깨나 쓰게 생겼다.


아마도 중학교 때 좀 놀던 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선배들의 위세에 눌렸는지, 아니면 본성은 소심한 놈들인지 말을 참 잘 듣는다.


'결심했어! 나도 오늘은 이놈들처럼 순한 양이 되자!'


매사에 첫인상이 중요하다.


괜히 첫날부터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


조용히 물처럼 흘러가자.


그것이 개인주의자 강무하가 강남 8학군의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살아가는 방법이어야 한다.



"신입생 김광수! 광산 중학교 출신입니다! 태권도랑 유도를 했습니다!"


"오, 그래? 나도 광산 중학교 나왔는데! 그러고 보니 얼굴을 본 것도 같다. 야무져 보이네! 앞으로 잘 하자!"


"넵!"


저놈은 나와 같은 반이다.


어깨가 딱 벌어진 것이 한눈에 봐도 힘깨나 쓰게 생겼다.


공부 좀 하는 놈들은 주로 한강중학교, 일진 놈들은 주로 광산 중학교 출신이라고 들었다.


광수 놈의 눈빛이 밝아지고 살기가 등등해진다.


하긴,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더구나 새로이 모실 주인이라도 보이면 강아지 새끼의 기세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신입생 강무하! 한강 중학교 출신입니다."


"뭐야? 그게 끝이야? 네놈은 운동할 줄 아는 거 없어?"


"없습니다."


"이 새끼가 어디 뻥을 치고 있어? 너 깡무하잖아? 한강 중학교 짱!"


"짱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한강 중학교 출신입니다."


"이놈이 겸손한 거야? 아님, 선배들을 놀리는 거야?"


"......"


"너, 복싱 하잖아? 권투 말이야."


"......"


"네가 그리 잘 친다며? 소문 이미 좌악 났는데 어디서 헛소릴!"


아니다.


내가 복싱을 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다.


주먹을 쓸 줄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더구나 링 밖에서 주먹을 쓰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다.


링 밖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그것이 깡패새끼지 학생인가?


어린 놈이 뭐 대단한 지킬 것이 있다고 권투까지 배웠냐고?


모르시는 말씀!


세상은 정글이다.


학교도 정글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강석진에게 배웠다.


학교생활에서, 아니 사회생활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자 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몸 정도는 지킬 줄 알아야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던지, 집안이 잘 살던지, 그런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법이 멀어졌을 때 인간의 본성이 튀어나오는 법이라고 강석진 씨는 말씀하셨단 말이다.



한강고등학교에는 광풍회라는 유서 깊은 동아리가 있다.


한때는 한강고등학교 최고의 엘리트들이 만든 동아리였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말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에는 이상한 전통을 가진 서클이 있다더라.


서클 회원들이 런던 시내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시켜먹고서는,


그 레스토랑의 집기를 모조리 박살 내 버리는 기괴한 전통.


그 피해 보상은 그 명문 사립학교 출신의 쟁쟁한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선배들이 해 준단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미친 놈들 아닌가?


놀라운 것은 그 회원들 중에서 역대 영국 수상들이 줄줄이 나왔다더라.


하긴.


세상은 넓고 또라이들은 많은 법이니까 뭐.


그런데, 그 흉내를 내지 못해서 안달을 하는 놈들이 있나 보더라.


한강고등학교의 클럽 광풍회가 바로 그런 놈들이 모인 곳이다.


매년 학기 초에 그 난리를 치고, 그 보상금을 지불 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며 킬킬거리는 사이코들의 모임이 광풍회의 본질이다.


곁으로 드러난 광풍회 회원들은 곁가지일 뿐이다.


혹은 감춰진 광풍회의 진짜 멤버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충성스러운 부하들일 뿐이다.


'미친 새끼들!'


지금 이놈들은 광풍회의 실세들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실세 놈들에게 붙어서 혹시 자신에게 떨어질지도 모르는 떡고물이나 줏어먹으려는 똥개 같은 놈들일 뿐이다.


이 똥개 같은 놈들이 강무하에게 자신들과 같은 똥강아지가 되라고 강요를 하고 있다.


살짝 빈정이 상하려고 한다.


"야, 강무하! 선배들이 장난하는 걸로 보이나?"


"아닙니다. 진지하시다는 것 압니다."


"일단 이 자리에 네 발로 왔지만, 가는 건 네 마음대로 못 가! 깡무하 너는 우리 광풍(狂風)에 들어와야겠다."


"......"


"좀 있다 선배님들이 열어주는 환영식이 있다. 빠지지 말고 참석해!"


"전, 가야 됩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자리를 뜰 것이다.


나는 아주 예의 바른 신입생이니까.


"어쭈? 주는 술잔을 마다하고 꼭 벌주를 마시겠다는 거지? 야! 김광수! 네가 광산중학교 짱 출신의 실력을 보여라!"


태권도와 유도를 배웠다는 동급생 김광수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하아!


세상을 예의 바르게 살기는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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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인주의자 강무하 (3) 23.05.13 27 2 10쪽
» 개인주의자 강무하 (2) 23.05.13 36 2 10쪽
3 개인주의자 강무하 (1) 23.05.12 39 2 10쪽
2 펜이 강하냐, 칼이 강하냐, 그것이 문제로다. 23.05.10 41 5 10쪽
1 엄마의 결혼식 +1 23.05.10 8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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