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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님의 서재입니다.

혈통빨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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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작품등록일 :
2024.06.22 03:01
최근연재일 :
2024.07.02 02:0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736
추천수 :
140
글자수 :
74,123

작성
24.07.01 02:15
조회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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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의심

DUMMY

 내가 힘겹게 거처까지 군장을 가지고 오자 시아와 설현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마 내가 퍽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 군장에 매달려 있는 소총을 보더니 이내 시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나한테 총총총 다가왔다.


 “우와!”

 “총이네요?”

 “그러게...! 소총 실물은 첨 봐!”


 시아의 뒤로 천천히 걸어온 설현과 시아가 퍽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다.

 시아는 이미 내려놓은 군장을 풀어헤치고 있었고. 설현은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이내 미간을 살짝 좁혔다.


 “왜?”

 “설마... 아는 사람도 털어먹을 줄은...”

 “...아니야 준 거야.”

 “...총을요?”


 나 대체 이미지가 얼마나 나쁜 놈인 거냐. 싶었지만 뭐 솔직히 이런 무장을 선뜩 제공해준 부대원들이 특이한 거다.

 김민서 하사는 나랑 친하지 않으니 반발할 줄 알았는데 그녀 역시 양손으로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대체 내 소문이 어떻게 퍼졌길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이런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거냐.


 “나랑 많이 친했던 사람들이거든,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준다고 한 거야.”

 “으음... 그렇군요... 미안해요. 괜한 의심을 했네요.”

 “아니 뭐...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근데 총이 네정이나 있네요?”


 인원은 셋인데 왜 총을 네정이나 줬냐? 아마 K2C1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필요시에 K7을 사용하라는 의미일 거다.

 K7용 9밀리 탄 총 50발에 K2C1용 5밀리 탄 360발을 준 걸 보면 아마 확실하다.


 “두 분이 두 정씩... 확실히 전력으로써는 큰 발전이네요.”

 “엉? 무슨 소리야?”

 “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아예 자신이 총을 받을 거라는 것을 상정하지 못한 건지. 나와 시아가 총을 두 정 사용할 거라 생각 중인 설현이었다.

 총 두 정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건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묘사지만,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냥 탄알집 교체법을 연습해두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나는 네가 써야지.”

 “네...?”

 “나나 시아는 애초에 기본적인 근접전투 능력이 있다 쳐도 이설현 넌 아니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뭐가?”

 “...만약 제가 총을 가지면 시후씨랑 시아씨를 쏘지 않을 거라는 보증이 있나요?”

 “음...”


 뭐 확실히 설현이 총을 들고 나쁜 맘을 품는다면 방심한 우리를 벌집으로 만드는 것도 일은 아닐 거다.

 그러나 아마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는 없다.

 일단 그녀는 부모를 죽인 우리에게 책임 져 줄 것을 부탁했다.

 한마디로 자신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했단 거다.


 우리가 죽음으로써 그녀가 얻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복수에 눈이 먼 상태라고 하기엔 그 어떤 수상한 움직임도 없었고. 무엇보다 총을 받을 수 있을 때 그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거다.


 “그냥? 감이야. 네가 우리를 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감.”

 “감? 그런 거에 목숨을 맡기는 건가요?”

 “애초에 너를 믿지 않았다면, 지금 자유롭게 풀어두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건...”

 “그런거야. 난 너를 신용하고 있다.”

 “...”


 그 말에 이설현은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군을 지그시 감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싶던 차 이내 설현이 나와 시아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래?”

 “감사해요. 이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네요.”

 “가, 갑자기?”

 “야! 시후 너 우리 설현이한테 뭐라 했어!”

 “아니 난 아무것도...”

 “후흐...”


 설현이 뱉은 작은 숨소리에 나와 시아가 잠깐 얼어붙었다.

 시아가 총을 만지다 말고 밝게 웃으며 설현에게 달려왔고. 이내 설현의 손을 꽉 잡은 시아였다.


 “웃었다...! 웃으니까 진짜 예쁘잖아...!”

 “그... 런가요?”

 “응응! 진짜 예뻐!”

 “처음엔 원망 많이 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뭐가?”

 “저희 아버지를 죽인 건 시후씨랑 시아씨가 아니에요.”

 “어...?”

 “그저, 먹을 것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한 나약함이 죽인 거죠.”


 그 말과 함께 설현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생생한 표정은 아니었고 기뻐보이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 걸려있는 씁쓸한 미소는 나와 시아의 마음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공허한 눈빛 속에 피어오르고 있는 작은 횃불이 우리의 마음을 녹여갔다.


 “미안해요. 함부로 집에 침입해서... 그리고 먼저 공격해서...”

 “아니...”

 “그리고 감사해요. 그런 사람의 딸인 저를 거둬주셔서...”


 갑자기 뭔가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이럴 때는 뭐 어떻게 분위기를 전환 해야 할까?

 아, 그러고 보니 송인아 상사가 먹을 것도 적당히 챙겨두었다 했었다.

 슬쩍 군장을 열어 안을 뒤적거리니. 즉각취식형 전투식량 수십 개랑 육포 몇 개가 들이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 아껴먹는다면 거의 한 달도 버틸 수 있는 양의 식량이다.

 대체 얼마나 통이 큰 거냐...


 “시아야 너 육포는 먹어지냐?”

 “유... 육포? 있어?”

 “응 좀 있네?”

 “설현이랑 같이 먹을게!”


 휙!

 포장도 뜯기지 않은 육포를 대충 시아에게 던지자 그녀가 한손으로 가볍게 캐치한 후 거칠게 육포 포장을 뜯었다.

 내가 있는 곳까지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뭐 나야 먹을 거에 환장하는 타입이 아니었으니, 대충 가지고 온 군장을 풀어 총의 상태를 점검했다.


 A급 소총인 티가 팍팍 나는 K2C1 세정과 K7 한정. 모두 광학 홀로그램 조준기가 달려있었다.

 K2C1은 수직 손잡이도 단단하게 잘 달려있었다.


 내가 가장 자주 쓰던 소총이다. 유지보수야 뭐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 외에도 컴벳나이프 세 자루와 총알이 들어있는 탄 상자 등등 필수품부터 자잘한 생필품까지 없는 걸 찾아보기 더 힘들 수준이었다.


 “오물오물... 와... 그 군인들이랑 엄청 친했나 봐?”

 “그렇지 거의 1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캬... 총이 엄청 멋있게 생겼다?”

 “한국 소총 K2의 개량형이야. 뭐 말이 좀 있는 총이긴 하지만, 나한테는 제일 익숙한 총이지.”

 “씨바알~ 좀비 새끼들 딱대.”

 “? 너부터 쏘라고?”

 “...개새끼야.”


 이미 K2C1 한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시아를 지나쳐, 설현에게 탄알집이 없는 총 한정을 내밀었다.

 내가 준 육포를 야무지게 씹던 설현이 힘겹게 육포를 삼키곤 총을 받아들었다.


 “이제부터 설현이 네 총이다. 잘 관수해야 해?”

 “쩝쩝... 꿀꺽, 네.”

 “자 그럼 이제 간단하게 K2C1 사용법을 알려줄게.”


 실사격은 소리 때문에 해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조준이나 호흡법 소지 방법 등은 가르쳐 줘야 했기에. 나는 K2C1 사용 강의를 진행했다.


 “질문이 있습니다. 왜 단발 연발 안전이 나뉘어 있나요 무조건 연발이 좋은 거 아닌가요?”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군요 시아씨 총을 사용해야 하는 분이 그런 기본적인...”

 “저도 궁금해요...!”

 “하하! 설현양 정말 타당한 질문입니다!”

 “...? 이 씨발?”

 “어허, 강의 중에 욕은 금지입니다.”

 “...”


 얼굴을 잔뜩 구긴 시아가 작게 개새끼...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표정을 보니 아마 나만 들으라고 중얼거린 것 같은데... 뭐 꼬우면 배우지 말던가.


 아이 재밌어.


 그 이후로 훈련소에서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훈련과 테스트를 마치고 난 후. 적당히 총을 거치하고. 각 개인 장비를 내가 싸주었다.


 전투 조끼에 응급처치 키트와 방독면, 그리고 실탄이 들어있는 탄알집 3개씩 넣어두고.

 세열수류탄은 아무래도 위험하니 내 전투 조끼에만 따로 두발 넣어두었다.

 이렇게 보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아마 저번에 봤던 근육질 좀비도 순식간에 다진고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거다.


 물론 소음 때문에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야 겠지만...


 K7이 소음기가 달려있다고 한들 시끄러운 건 다를 게 없다. 그저 조금 덜 시끄러울 뿐.

 총기는 결국 최후의 보루이자 대인전 전용 무기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나이프술이요?”

 “총은 최후의 수단, 근접전은 주력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맘 편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신체 능력이 약하더라도 약점만 잘 노린다면 성인 남성도 한 번에 보내버릴 수 있는 게 날붙이야.”

 “...가르쳐주세요.”

 “그럴 거야.”


 설현의 나이는 올해로 열 살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한테 사람을 죽이는 기술 따위를 알려주고 싶진 않았지만, 이 망할 세상에선 필수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했지만, 악착같이 훈련을 따라오는 설현의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


 한 달, 소녀가 나이프술로 인간의 모든 급소를 공격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이거, 까딱 방심하면 몸에 바람구멍 나겠는걸?”

 “하하... 걱정하지 마요 두 분한테 남은 원한은 없으니까.”

 “...한번쯤은 찔려줄 수 있는데?”

 “제가 용납 못해요.”


 웃음기 하나 없던 소녀는 어느새 감정표현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고.

 공허했던 눈빛은 서서히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이 망할 세상에 어렴풋이 적응해 나가는 소녀의 모습은 나에게 묘한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빨리 관계가 개선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묘한 뿌듯함에 잠겨있던 때였다.


 -치지직! 치직!


 -백시후! 시후야! 듣고 있냐?

 “소대장님?”

 -시후야! 빨리 연락 좀 받아!


 갑작스럽게 울려 퍼진 무전기 소리에 서둘러 송수화기를 들어 올려 송신 버튼을 눌렀다.


 “백시후입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저번에... 네가 했던 말이 맞았던 모양이야...

 “네...?”

 -시후 네 감이 맞았다고... 강남역 벙커에 있는 놈들 수상한게 한둘이 아니야...!

 “...지금 어디 계십니까?”

 -강남역 근처에 있는 백화점 안에 있어, 아직 직접적인 접촉을 해본 건 아닌데... 영 미심쩍은 게 많아.

 “예를 들면?”

 -어떻게 한 건진 몰라도... 놈들 근처로 좀비가 접근 자체를 안 해.

 “예? 그냥 우연 아닙니까?”


 좀비가 접근 자체를 안 한다고? 애초에 지성 없이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는 놈들이다.

 그런 좀비가 접근 자체를 안 한다니 그게 가능한가?


 -아니야, 가까이 가려다가도 갑자기 경로를 트는 좀비들이 수십을 넘더라.

 “그게... 말이 됩니까?”

 -내 말이... 마치 주변에 원형 돔이라도 쳐져 있는 느낌인데?


 뭐지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걸까? 주변에 자기장이나 초고주파 스피커라도 달아 놨나? 애초에 그런 거로 내쫓을 수 있는 것들인가?


 -그리고 이게 제일 미심적은데...

 “또 있습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식량을 구하러 나가는 인원과 별개로 백골을 들고 와 근처 땅에 묻는 인원이 있더라.

 “...예? 백골?”

 -그래, 핏기 하나 없는 깨끗한 백골.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인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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