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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님의 서재입니다.

혈통빨로 꿀빠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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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작품등록일 :
2024.06.22 03:01
최근연재일 :
2024.07.01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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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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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95

작성
24.06.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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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자연재해

DUMMY

 [자연재해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답니다.]

 [인류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하나의 먼지와 다를 바 없죠.]


 사람이 가득한 강의실에 웬 철학적인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교수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자연재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하아아암~”


 나는 별 시답잖은 개소리라 생각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태풍이나 폭우 폭설, 하다못해 지진마저도 발생 이전에 감지하고 경고해주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인데 자연재해 따위... 뭐 세상을 위협할만한 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인명 피해야 내겠지만... 끽해봐야 도시 하나 나라 하나가 피해를 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전부.


 “보잘것없네.”


 그런 별 보잘 것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강의가 끝나 학생들과 교수님이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별거 없는 군필 복학생의 하루였다.


*


 “야... 야! 백시후!”

 “으엑!? 스읍... 강아린?”

 “너는 새꺄... 또 점심시간에 쳐 자고 있냐?”

 “하아아아암~ 어제 서바이벌 크래프트를 늦게까지 했더니...”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학교 3학년생 백시후.


 그게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미친 듯이 흔들며 깨우는 대학 동기 강아린은 고등학교부터 친구였던 사이다.


 나랑 대학같이 다닐꺼라며 휴학하고는 2년을 쳐 놀아재낀 희대의 미친년... 뭐 나한테는 결국 고마운 친구였지만.


 “오늘 점심 개노맛이래.”

 “학식을 왜 먹어? 근처 국밥집이나 가자.”

 “또...? 세상에 너처럼 국밥에 환장하는 여자가 어디 있냐?”

 “에헤이... 뭘 모르네 어!? 이럴 때야 말로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먹고 어!? 강의를 들어야 하는 거야.”

 “예~예 알겠습니다.”


 솔직한 말로 국밥은 이미 질려버렸지만, 아린이가 좋아하니 맨날 같이 먹어주는 거다.


 전생에 국밥 못 먹고 죽기라도 했는지 평상시에 학식이나 다른 음식은 반도 못 먹는 주제에 국밥은 공기만 두 번 추가해서 먹으니 같이 안 먹어 줄 수야 있나.

 뭐가 되었든, 나랑 같이 학교생활하고 싶다며 2년을 꿇은 친구다.


 이정도야 당연히 해줄 수 있는 거다.


 “흥~ 흥흥~”

 “신기하네... 그렇게 국밥을 처먹고도 살이 안 찌다니.”

 “나야 다른 건 잘 안 먹잖아.”

 “아니... 그래도 국밥만으로 하루 권장 칼로리는 채울 거 같은데.”

 “어허! 땍! 여자한테 그런 말은 금지야 금지!”


 그렇게 칙칙한 강의실을 벗어나 국밥을 먹으러 가며 아린이와 대화하고 있으니.

 제법 기분 전환이 되어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았다.


 “흐으으읍!”


 아... 맑고 신선한 공기.


 뭘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은 먼지보다 못하다는 건가.

 항상 자연은 이렇게 우리를 만족시켜주는 고마운 존재였거늘.


 삐이이이! 삐이이!


 그렇게 한참을 상쾌한 기분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데 돌연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났나 싶어 휴대폰을 들어 올리려 했더니.


 털썩.


 웬 사람 한명이 풀썩 쓰러져 경련하기 시작했다.


 -두근!


 감각이 일순 날카로워지고 불안감이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괘... 괜찮으세요? 뇌전증인가?”


 아린이가 쓰러진 남자에게 달려가 옆으로 눕혀 옷의 지퍼를 풀어 해치기 시작했다.

 간호학과 출신 아니랄까 봐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털썩.

 털썩...!


 쓰러진 아저씨 말고도 몇몇 인원이 더 쓰러지기 시작했고.

 이내 확인하지 못한 재난 문자가 다시금 내 손에서 울려대기 시작했다.


 두근!


 불안하다.


 나는 재난 문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아린이에게 뛰어가 응급처치를 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야... 뭔가 이상해 아린아!”

 “손 좀 치워봐! 지금 여기서 그만두면 이 사람 위험해!”


 그러나 응급처치에 집중한 아린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손을 뿌리치곤 계속해서 할 수가 있는 조치를 취했다.


 이내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삐익! 삐이이익!


 [현재 원인 불명의 이유로 쓰러지거나 사망한 인원이 시민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만약 주변에서 쓰러지거나 사망한 인원을 발견 시 절대 가까이 가지 마시고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머리가 일순 얼어붙었다.


 뭐? 쓰러지거나 사망한 인원...?


 “야! 일어나 그거 건들지 말고!”


 본능적으로 아린의 팔을 붙잡고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콰직!


 “아악!”

 “크르르릉!”

 “아! 아파! 아파요 아저씨!”


 내가 아린이를 강제로 일으켜 세우던 찰나 쓰러져 있던 아저씨가 아린이의 팔을 붙잡아 물었다.


 “꺼져!”


 빡!


 거세게 놈의 머리를 발로 차 아린이에게서 떨어뜨린 후, 아린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거칠게 물어뜯겨 살점이 너덜너덜해진 채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흑... 아... 아파...”

 “야 진정해! 괜찮아 일단 근처 병원이라도...”


 삐이이익! 삐이이익!


 아린이를 달래며 몸을 피하려던 순간, 급작스럽게 울려 퍼진 경보음이 들려와 휴대폰을 들어보았고.


 그 내용은 나와 아린이를 절망시키기엔 충분했다.


 [만약 이성을 잃은 시민에게 물렸을시, 몇분 이내로 이성을 잃고 공격성을 띄게 됩니다. 가족 연인 혹은 친구가 공격받았더라도 즉시 그 자리를 피하십시오.]


 “시후야... 나...”

 “야 괜찮아 아린아 걱정하지 마.”


 나는 우선 아린이의 손을 이끌고 근처 약국으로 데려가 소독약을 뿌리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내 유일한 친구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 나랑 계속 친하게 지내준 내 절친이란 말이다.


 “으흑... 미안해... 말 잘 들을걸...”

 “야! 강아린 괜찮다고! 일단 이리와 저 병원 가서...”


 스륵.


 몸에 힘이 풀린 듯 아린이가 내게 몸을 맡겼다.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다.


 아닐 거야 설마 아닐 거야... 이거 하나 물렸다고 아린이가... 무슨 영화도 아니고.


 그러나 아린이가 서서히 내 몸을 강하게 옥죄이는 게 느껴진다.

 마치 무언가 참아내듯, 그러나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지 서서히 아린의 몸에 힘이 풀려간다.


 “야... 시후야...”

 “가만히 쉬라고!”

 “나한테... 숨길 필요 없었는데...”

 “뭐...?”


 이윽고 아린이가 반쯤 풀린 동공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미소 짓더니.

 이내 내 몸을 툭 밀쳐냈다.


 “...”

 “야... 야...! 강아린!”


 이윽고 나에게서 뒷걸음질 치는 아린이가 창문을 열어 아슬아슬하게 몸을 기대며 다시 한번 싱긋 웃어주었다.


 “너...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우리 시우... 이 누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지...?”


 이미 밖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는지 사람의 비명과 욕지거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미안... 해...”

 “야!”


 스으...


 이윽고 한계에 다다랐는지 결국 아린이는 창밖으로 몸을 밀어 넣었고.

 어느새 그녀는 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콰직!


 이윽고 들려온 진득한 파육음만이 내 귀를 때리는 곳에서.

 나는 창문 밖을 보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 숨길 필요는 없었는데...’ 라고?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이젠 아무것도 알려줄 수가 없는데.

 진작 그런 말이라도 해줬으면 용기라도 냈을거 아니야.


 “크르르릉!”


 날카로운 짐승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약국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이 보였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놈을 쳐다보니 피거품을 문 채 눈깔을 까뒤집으며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아아악!”


 꽉 깨문 입에서 진득한 피비린내가 난다.

 한계까지 몰린 머리는 더 이상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슬픔과 절망이 서서히 놈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바뀐다.


 “네놈들만 아니었으면...”

 “카아!”

 “씨발 개 같은 새끼들아!”


 이내 나에게 달려드는 놈에게 나 역시 달려들었다.

 놈의 목덜미를 먼저 욱여 잡아 그대로 공중에 띄워 올려 목을 강하게 졸랐다.


 내 동공이 날카로워지고, 손톱이 길어져 칼날처럼 예리해져 가기 시작했다.

 흑발이었던 머리칼은 서서히 백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그런 머리 위에 서서히 부드러운 동물 귀가 튀어나왔다.


 우득... 으드득!


 “커...커핡!”

 “강아린... 이 나쁜 년아...”


 이내 내 뒤쪽에서 새하얗고 부드러운 꼬리가 하나, 둘씩 생겨나더니.

 이윽고 아홉개까지 늘어난 꼬리가 우아하게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진작 말했으면... 더 좋았잖아...”


 이미 후회해 봤자 늦었다.

 누구보다 밝았던 내 친구는 이제 없었다.


 으득!


 “케...”


 털썩.


 목이 부러진 놈을 냅다 던져버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윽고 다시 몸을 일으켜 아린이가 떨어진 장소를 쳐다보았다.


 “...”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흥건한 핏자국만이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진득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작별 인사가 너무 살벌하잖아...”


 아마 놈들 사이에 섞여 살기 위해 도망치는 생존자들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겠지.


 계속 이렇게 좌절하고 있으면, 몸을 던진 아린이가 하늘에서 욕지거리를 할 거다.

 어느덧 분노로 인해 튀어나왔던 꼬리는 사라져 있었고.

 눈에 띄는 동물귀도 사라져 언뜻 보기에 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흰 머리칼과 붉은 눈을 지닌 다소 눈에 띄는 인간.


 “...일단 움직이자.”


 눈에 띄지 않으며 철저하게 살아남는다.

 아린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놈들한테 물리는 순간 게임 오버다.


 일단 내가 살아가던 원룸으로 돌아가자.

 여기서 가까우니 옥상 사이를 건너뛰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먹을 것은 꽤 쟁여져 있으니 일단 집에서 상황을 살피자.


 이 저주받은 핏줄도 지금은 도움이 될 거다.


 나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반인반호(半人半狐)였으니까.



작가의말

반인반호(半人半狐) : 인간과 여우의 혼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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