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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님의 서재입니다.

혈통빨로 꿀빠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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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작품등록일 :
2024.06.22 03:01
최근연재일 :
2024.07.01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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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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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2
글자수 :
68,895

작성
24.06.2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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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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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파국 (1)

DUMMY

 -꺄아아아악! 누가... 누가 좀!

 -오지 마! 으아아악!

 -흑...흐흑! 엄마아...!


 약국 건물을 빠져나와 옥상에서 쳐다본 거리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변해버린 놈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크르르릉!

 -키에에에!


 굶주린 맹수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 놈들은 주변에 멀쩡한 사람에게 뛰어가 물어뜯고 있었다.

 게다가 족히 1미터가 넘어가는 난간을 뛰어넘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무협지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좀비라니... 후... ”


 방금까지 옆에서 웃으며 떠들던 강아린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불안함이 느껴졌을 때 강제로 좀비랑 떨어뜨렸다면... 아린이는 살 수 있었을까?


 짝!


 “정신 차리자.”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집까지 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상황을 살피는 것이다.


 식량이라도 적당히 털어가야 하나?


 -키에에에에!


 ...아니 관두자.


 지금 거리에 있는 인원의 대부분이 놈들에게 물려버린 상태다.

 아마 곧이어 이 거리는 저 괴물들밖에 남지 않겠지.


 아무리 내가 성인 남성 이상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놈들 수십명이 달려들어 버리면 답이 없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버티자 그게 정답이다.


 휘익!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가능이야 하겠지만, 나처럼 안정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인원은 거의 없을 거다.

 아마도 나중에 밖을 돌아다닐 때 옥상을 자주 애용할 것 같다.

 인간들이 이곳으로 잘 도망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비교적 좀비들 역시 적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리로 오세요!

 -흑...흐흑! 감사합니다...


 옥상을 뛰어다니던 와중, 편의점 안에서 바리게이트를 놓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인원이 보였다.


 그러나... 저 안에는 얼핏 봐도 열 명 이상의 인원이 있어 보인다.

 과연 편의점 안의 물자가 많다고 해서 그 많은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뭐... 나랑은 관계없는 이야기다.


 발걸음을 재촉하자.


 타닷.


 “후우... 아직은 아무도 없군.”


 역시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인가?

 지금 시간대에 집 안에 있는 인원이 거의 없는 듯 하다.

 나에게는 상당히 좋은 소식이다.

 괴물로 변할 인원이 적다는 이야기니까.


 다만... 바리게이트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남아있는 양심이 뜯어말린다.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서 일주일 정도만 버텨 보자.

 뭐라도 바뀌어 있겠지.


 덜컥!


 대충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니 내가 아침에 나갔던 그때와 같은 풍경이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솨아아아...


 일단 집에 있는 목욕탕 안에 물을 받아놓기 시작했다.

 언제 전기가 끊길지, 물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목욕탕에 받아두는 물이면 충분하겠지.


 냉장고를 열어 식량도 적당히 체크해본다.

 빨리 상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앞쪽으로 옮겨 둔다.

 늦게 상하거나 상할 염려가 없는 식품은 최대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는 통조림을 많이 먹는 편이라는 거다.

 고추참치부터 번데기, 골뱅이 등 없는 게 없다.

 이정도 양의 통조림이면 1주일은 물론이요. 2주까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을 꺼내기 위해 베란다에 있는 창고 문을 열었다.


 피이...


 “윽! 콜록콜록!”


 문을 열어보자 건조한 냄새와 함께 먼지가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이 원룸을 짓자마자 짱박아둔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상당 오래된 냄새가 풍겨왔다.


 창고 밑을 보니 물먹는 하마가 가득 차 터지려 하고 있었다.

 이 안에 있는 것들은 습해지면 안 되기에 주기적으로 습기 제거제를 바꿔주고 있다.


 아무래도 한동안 바꿔주지 않았더니 습기가 조금 아슬아슬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아직 멀쩡해 보였다.


 스윽...


 손을 뻗어 두 자루의 검을 꺼내자 확실히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이 느껴진다.


 “하하... 아직 멀쩡하네?”


 길고 짧은 환도가 한 자루씩 내 손에 들려있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 유품이라길래 버리지는 못하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두 자루의 검.


 돌아가신 어머니 말로는 우리 아버지가 여우 영물일 때 세종한테 받았던 검이라 하던가?

 뭐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이제부터 이 두 자루의 검은 나를 지킬 호신용 검이 될 거니까.

 한국에서 이렇게 길고 질 좋은 검을 얻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날은 한번 세워야겠다.”


 숫돌은 있으니 오늘 저녁이 적당히 갈아두고 기름칠해 방구석에 세워두자.


 [자연재해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답니다.]

 [인류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하나의 먼지와 다를 바 없죠.]


 돌연 그런 말을 했던 교수가 떠올라 영 입이 씁쓸했다.

 확실히 이런 자연재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구나.

 그래 그건 동의한다.


 그러나 인류가 발버둥 쳐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먼지와 다를 바 없다?

 이 말은 아직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이 망해가는 세상에서도 이를 꽉 깨물며 끈질기게 살아갈 테니까.


***


 그날 이후 하루 이틀이 지나갈 무렵엔 밖이 계속해서 시끄러웠다.

 어디 건물 사이에 숨어있던 생존자가 발견되어 좀비들한테 물어뜯기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고.


 탕! 탕탕!


 처음에 잠시 들여왔던 몇발의 총성은 이틀 차에 접어들며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마 경찰서에 머물던 경찰들의 총성 아닌가 싶은데... 저 총성으로 인해 몰려든 좀비들한테 당한 거 아닐까?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총은 거의 치트 무기처럼 나오지만, 그건 반쯤 정답이다.

 이미 법이라는 질서 체계가 무너진 세상 속, 우리의 적은 좀비뿐만이 아니다.


 여러 목적을 품고 인간들을 습격하는 인간들 역시 분명 생겨날 테고. 이 인간들을 상대할 때 총은 치트키나 마찬가지다.

 다만... 총을 사용했다는 건 좀비들한테 우리 여기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인간을 이기더라도 그대로 몰려온 좀비들한테 물어 뜯겨 죽기 딱 좋은 무기라는 거다.


 그렇게 서서히 멎어간 총성이 온전히 잦아들며 이틀 차의 날이 저물어 갔다.





 삼일 차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아마 숨을 사람은 전부 숨어버렸을 테고 숨지 못해 여기저기 도망쳐 다니던 사람은 전부 죽어버린 거겠지.


 우리 빌라에도 급한 발소리가 몇 번 들려왔었으니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만약 좀비한테 물린 채로 복귀했다면 생존자가 아니라 좀비가 있겠지만...


 언젠가 이 건물 자체를 테라포밍할 거기 때문에 싹 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은 지켜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집 안에서 조용히 상태를 살폈다.


 삼일 차는 그렇게 별일 없이 지나갔다.





 사 일차부터 사람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꺼져! 이건 내가 발견한 거다!

 -웃기고 있네? 씨발 뭐 그 통조림에 침이라도 발라놨어?


 물론 좋은 소리는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자리 때문에 싸우거나 식량이나 생필품도 한몫을 할 거다.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무서운 건 지성이 없는 좀비 따위가 아니다.

 악의라는 것을 품으며 뛰어난 지능으로 타인의 것을 강탈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인간이 가장 위험하지.

 물론 대부분의 인간이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그 사실을 깨우치지 못하고 타인을 필요 이상으로 믿는 바보가 있다면 아마 몸으로 직접 깨우치게 될 거다.


 -키에에에엑!

 -이런 미친! 사, 살려줘!


 물론 인간과 싸우고 있다 하더라도 좀비를 경계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제발... 이 통조림 다 줄 테니까...!

 -히익 무... 물렸잖아! 저리 꺼져! 오지 말라고!


 좀비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 파훼하기 쉽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끄...끄윽... 크에에에!

 -으...으아아악!


 방심한 결과 역시 자기 몸으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시는 써먹을 수 없겠지만...




 오일차에 들어서자 묵묵부답이었던 라디오에 여러 활성 주파수가 생겨났다.


 -저희 생존자 벙커는 강남역을 기준으로 번영하고 있고 수십명이 몇 달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뭐 듣도 보도 못한 생존자 무리에서 자신들이 있는곳은 안전지대 라며 인원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분... 저항하신 마세요... 이 또한 신께서 이 더러운 땅을 정화하기 위한...


 미친 광신도들이 말도 안 되는 신앙을 퍼트리거나.


 -제발... 제발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 좀 구해주세요...! 배가 너무 고파요 흐윽... 여긴 샛별아파트 2동 602호...


 처절한 목소리로 울먹거리며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듯한 내용의 방송까지.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는 어차피 만날 이유가 없으니 그냥 지나친다 치고.


 세 번째 부류를 그냥 지나치는 건 너무 매정한 거 아닌가 싶지만, 한낱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가 어떻게 송신기를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정말 우연으로 얻어서 집에 박혀 송신기를 이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좋은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사익을 취하려는 집단일까?

 이런 상황일수록 특히나 남성들은 저 가련한 여자 목소리에 꿰이기 쉽다.


 -으흐흑... 흑!


 그러나 살짝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저 미세한 떨림은 진심으로 무언가를 무서워 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그게 과연 곧 굶어 죽을 미래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공포심 때문일까.


 애석하게도 지금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2동 602호라...”


 뭐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흝어 보는 것도 좋겠지.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은 나 살아남는 데에 급급하다 누군가를 도울 처지가 아니다.


 이번 라디오를 끝으로 별사건 없이 오일 차가 지나갔다.


 쾅!


 “미친? 저게 뭐야...!”


 그리고 육 일째가 된 날 점심 즈음에 내가 사는 지역에 큰 이변이 일어났다.



작가의말

뵈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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