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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님의 서재입니다.

혈통빨로 꿀빠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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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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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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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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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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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반푼이들 (2)

DUMMY

 서로 대치하고 있기를 한참, 계속 이러고 있기도 뭐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놈을 데리고 들어갔다.


 “흐흥~ 남자가 혼자 사는 집에 여자를 끌고 가다니...”

 “그럼 계속 서서 이야기할래?”

 “싫다 한 적은 없어.”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놈이랑 붙어서 질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무기도 있는 데다가 완력도 크게 차이 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식탁에 마주 앉아 있으니 확실히 인간이랑 다를 바가 없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회색 머리칼에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쫓겨나는 거지?”

 “뭐?”

 “아니 너도 나랑 계속 있는 건 싫을 거 아니야.”

 “내가 왜?”

 “좀비랍시고 칼부터 들이밀어 놓고?”

 “너가 스스로 안전하다며, 날 물지만 않는다면 내쫓을 이유는 없지.”

 “허... 이거 신기한 놈이네?”

 “너나 나나, 상상에나 나올법한 놈들인데 뭘 이제 와서.”

 “뭐... 그건 맞지.”


 그리고 요 한 달 동안 저 좁은 창고 안에서 살아왔다는 것도 맘에 걸린다.

 딱 봐도 이성이 있고, 악의도 없는 애를 방치하는 것은 영 성미에 맞지 않는다.


 “애휴... 침대 같은 가구는 여기 빼고 전부 바리게이트에 박아버렸으니...”

 “...?”

 “어떻게 내가 거실에서 살 테니까 안방에서라도 살래?”

 “...뭐?”


 원래 여기에 터를 잡고 살던 놈이다.

 내가 조금 거슬린다고 내쫓을 명분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 저 창고에 짱박혀 있던 걸 본 이상 그냥 놔두기도 뭐하니, 임시방편으로 해본 말이었다.


 “내가 니 목을 물어뜯을 거라 생각 안 해?”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무기를 거둔 지금도 기회잖아?.”

 “아... 아니! 너 뭐야? 혹시 나한테 반했냐?”

 “나 금사빠 아니다.”


 근데 그러고 보니 내가 있다는 걸 알고도 여기서 몰래 살았던 거 같은데... 그럴 이유가 있나?


 “그러고 보니 너도 좀비면 그냥 밖에서 살아도 되잖아.”

 “...나도 물어 저 좀비들.”

 “엉? 왜?”

 “나도 몰라, 물려도 더 감염되거나 그러진 않던데... 물어 저놈들.”

 “그럼 넌...”

 “...”


 아, 이건 이것대로 머리 아프다.

 감염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더라도.

 놈은 인간 옆에도 끼지 못하고 좀비 사이에도 끼지 못하는 반푼이다.


 어디를 가든 배척당하는 존재라는 의미.


 “쩝... 그런 거야, 밖은 나한테 적들밖에 없는 곳이라고.”

 “힘들겠네 그건.”

 “뭐 너도... 그 꼬리 숨기면서 살고 있는 거 아니냐?”

 “난 숨기기라도 쉬우니 너보다는 형편이 좋지.”

 “그래도 피차일반이네.”


 분위기도 나름 훈훈해졌겠다.

 계속 놈이나 너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백시후다 뭐 편하게 시후라 불러.”

 “난 신시아.”

 “그래서, 어떻게... 여기서 살 거냐?”

 “...정말 그래도 돼?”

 “그렇다니까?”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하자 시아가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이내 볼을 긁적거리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 고마워, 잘 부탁해.”

 “별말씀을.”


 꼬르르륵...


 “너... 눈빛이 좀 무섭다 시아야?”

 “배고파도 넌 안 물어.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최근 뭘 못 먹었더니 간혹 이성이 오락가락하네...”

 “그런건 진작 말해...!”


 자다가 이성을 잃은 시아한테 덮쳐지는 건 별로 좋지 않다.

 보아하니 생식만을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덫은 이미 망가졌고...


 “이를 어떻게 한다... 아!”

 “왜? 혹시 잡아둔 생물 같은 거 남아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씨발... 어쩌지? 나도 도와준 사람 목덜미를 물고 싶진 않은데...?”

 “야 혹시 너 피로도 배 채울 수 있냐?”

 “어? 응... 아마 될 거 같은데?”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자다가 목덜미를 물리는 것보다 약간의 생채기 한번이 훨씬 이득이다.


 나는 적당히 찬장에 있는 컵 하나를 꺼냈고 식칼 하나를 들고 와 팔뚝을 그었다.


 픽!


 “야! 너 뭐 하는 거야!”

 “너 밥 준다.”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물리는것보다 낫고. 이정도 상처는 하루면 나아.”

 “...반인반호 좋네.”


 인간과 차원이 다른 회복력을 가진 나였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뭐가 되었든, 이걸로 시아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문제없다.


 “자 마셔라.”

 “윽... 인간의 피는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뭐 어쩌겠...”

 “츄릅... 존나 맛있어 보인다 씨발...”

 “...”


 역시 피를 주길 잘한 거 같다.

 그게 아니었을 오늘 이후로 난 눈을 뜨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꿀꺽꿀꺽...!”


 시아가 컵에 담아둔 피를 가져가더니 원샷을 때려버릴 기세로 마시기 시작했다.


 “키야! 죽이네!”

 “기분이 묘하다 이거?”


 이윽고 맥주를 마시는듯한 감탄사와 함께 빈 컵을 탁 내려놓는 시아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내 피를 저렇게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난 기뻐해야 하는 거냐 무서워해야 하는 거냐.


 “덫을 더 놓긴 해야겠네.”

 “아! 맞아 덫... 망가뜨려서 미안하다! 그땐 정말 미쳐버리기 직전이어서...”

 “그럴수 있지, 만드는 거나 좀 거들어 줘.”

 “오오... 관대하시네?”


 뭐 어쩌겠냐, 이런 세상이다.

 기왕 반푼이끼리 모였는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러고 보니 시아는 그 근육질 좀비에 대해 아는 게 있을까?

 보니까 일반 좀비보다 훨씬 강하고 튼튼해 보였는데.


 “근육질 좀비? 아 그 괴물?”


 내가 적당히 운을 띄우니 어느 정도 아는듯한 반응을 보였다.

 밖에 나가 동물을 사냥하던 와중 발간했던 걸까?


 “너도 괴물인데 그건 못 이겨.”

 “그 정도야? 하긴... 철문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놈인데...”

 “전에 그놈이랑 경찰들이랑 싸우는 걸 봤는데, 힘도 힘이고 회복력도 괴물이더라. 총에 맞아도 멀쩡하던데?”

 “스읍... 어렵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시아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후 너 다른 변종 좀비는 못 본 거냐?”

 “어? 다른 게 있어?”

 “못 봤구나? 생각보다 여려 개체가 있는데.”

 “자세히 설명 좀 해줘 봐.”

 “오케이.”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시아의 설명은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상상 이상으로 변종 좀비가 많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근육질 좀비는 간단하게 그냥 신체 능력이 매우 강하다.

 그 외에도 뼈를 칼날처럼 사용하는 좀비도 있고.

 네발로 기어 다니며 엄청 빠른 개체도 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변종이 언급되었지만, 시아가 제일 위험하다고 말했던 좀비는 따로 있었다.


 “오버로드. 나는 그렇게 불러.”

 “오버로드? 너 수타크래프트 했니?”

 “...지금 그게 중요하냐?”

 “쏘리 설명 계속해봐.”

 “뭐 간단해, 근처의 좀비들을 조종하는 개체지.”

 “...조종한다고?”

 “내가 후... 쓰벌... 그놈한테 걸려서 진짜 뒤질 뻔했었다.”


 좀비를 조종한다니... 그건 지성이 없는 좀비의 유일한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고 보니 시아도 좀비인데... 설마?


 “조종당했으면 이렇게 안 있지, 지성이 있으면 조종이 어려운 것 같더라.”

 “그럼 변종들은? 조종할 수 있어?”

 “일단... 가능하긴 한데, 끽해봐야 두세마리를 잠깐 조종하는 것 뿐이야.”

 “그건 다행이네.”


 뭐 제일 좋은 방법은 놈들 눈에 띄지 않고 살아남는 거다.

 위험한 놈들이 있든 말든 눈에 띄지만 않으면 위험할 일이 없다.


 나한테는 그런 변종보다 위험하다 생각하는 게 사람이다.

 악의가 없이 본능 만에 충실한 좀비들과 달리 사람들은 언젠가 우리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살아 있다면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갈 것이 분명했기에.

 그리고 우리 같은 반푼이는 보통 배척당하는 게 당연한 거다.

 나야 어떻게 평범한 사람인 척 살아갈 수 있더라도, 시아는 그것조차 쉽게 할 수 없다.

 입을 계속 닫고 살 순 없으니까.


 나야 나한테 우호적으로 행동한 이들까지 약탈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과격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


 -쨍그랑!


 “무, 뭐야!”

 “쉿! 아무래도 슬슬 약탈자들이 한번쯤 올 때가 됐지.”


 그리고 마치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빌라 1층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과연 놈들은 우리에게 우호적일까 적대적일까.


 지금까지는 상황이 좋아 우호적인 인간들만 만났다.


 “...”

 “왜 뭘 봐.”


 우호적인 좀비도 말이지.


 어찌 되었든, 저렇게 유리창을 깨부수고 쳐들어오는 것을 보면 약탈을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컸다.


 또각... 또각 또각...


 들려오는 발소리로 보아 다섯명의 인원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똑 똑똑...


 이윽고 놈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자 나와 시아는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지켜봤다.


 “저기요... 제발 도와주세요...!”

 “흑...흑흑...! 배가 너무 고파요!”


 가녀린 여자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내가 천천히 문 앞까지 다가가 렌즈로 밖을 쳐다보니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 둘이 렌즈에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셋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참 고전적인 수법이다.


 남자들이 환장할만한 여자를 앞에 두고 유인하는 방법은 언제나 잘 먹혔지.

 저번에 두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고.


 “도와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흐윽... 도와주세요!”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이곳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시아에게 자세를 잡으라는 눈짓을 했다.


 “죄송합니다. 도와드릴 일이 없네요.”

 “진짜 뭐든 할게요... 안될까요?”

 “아쉽게 됬네요.”


 “......쯧.”


 이후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여자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될 거 같아 씨발... 고자 새끼인가.’

 ‘큭큭 우리 학과 여신 성아연이 한물갔네?’

 ‘닥치고 문이나 따. 김민정 이년이 연기를 좆같이 못하잖아 개같네 진짜.’

 ‘미, 미안해.’


 이윽고 방금까지 가녀린 척 하던 여자의 목소리와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그나저나 이 시벌럼들이 내 문에 상처를 만드는 꼴은 못 본다.


 나는 시아에게 문을 열 거라는 손짓을 했고.

 시아가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지금이라도 꺼져라.”


 내가 목소리를 내자 밖에 있던 남자가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랄~ 지금 당장 이거 안 열면 뜯고 들어가서 죽여버린다?”

 “야아~ 그렇게 말하면 쫄아서 안 나오지~”


 아이고 아주 그냥 지랄을 해요.


 철컥!


 “뭐야 씨발? 열렸다!”

 “꼴에 남자라고 자존심이라도 상했나 보지?”


 내가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이내 놈들이 문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나와 힘겨루기를 하던 놈들 여러 명이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나는 문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놔버렸다.


 “으악!”


 콰당!


 이윽고 남자 두놈이 넘어지고 야구 배트를 들고 있던 남자가 나한테 배트를 휘둘렀지만 저 정도야 피할 필요도 없었다.


 까앙!


 “어?”


 내 어깨를 강타한 야구 배트가 경쾌한 소리를 냈지만 나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잔뜩 당황한 놈의 면상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꾸엑!”


 면상이 반쯤 함몰되어 날아간 남자의 옆으로 넘어졌던 놈들이 일어나 칼과 망치를 휘둘러 왔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만 골라보자.


 여기서 깔끔하게 조진다는 선택지와 살려서 놈들의 배후가 있는지 털어 싹 다 조진다는 선택지가 있다.


 나중에 편하려면 아무래도 후자가 낫겠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다니 이놈들은 운이 좋구나.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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