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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님의 서재입니다.

혈통빨로 꿀빠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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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스팁
작품등록일 :
2024.06.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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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895

작성
24.06.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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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주후

DUMMY

 이곳에서 생존한 지도 어언 4주가 지났다.


 라디오에서 가끔 나오는 군인들의 목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마 사회와 마찬가지로 생활관 내부에서 감염이 시작되었을 테니 손을 쓰기도 전에 대부분의 전력을 잃었을 거다.


 샛별 아파트 사건 이후로 빈집이나 아파트를 털어 식량을 챙기니 한동안 먹을 식량은 걱정이 없었다.


 몇몇 집은 누군가 빠루 등을 이용해서 털었던 모양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처럼 손쉽게 문을 뜯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확실히 신체 능력이 좋은 건 그 어떤 것보다 큰 메리트가 있다.


 “오... 잎이 커졌어.”


 아파트를 털던 와중 발견한 토마토 씨앗을 옥상 텃밭에 심었더니 어느새 떡잎이 자라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다.


 “잡아! 저 도둑놈의 새끼!”


 그런 토마토 잎으로 흐뭇하게 보고 있자 옆에 있는 아파트에서 성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누군가 우리 빌라 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옥상 사이 사이를 누비는 능력이 파쿠르를 좀 했던 사람인 거 같다.


 “어디 갔어...? 이 쥐새끼 같은 놈!”


 결국 성에 못 이겨 아파트 밖으로 나와 도둑을 찾는 아저씨가 여기저기 흝어보기 시작했고.

 그 타이밍이 하필 내 빌라 옥상에 놈이 다다랐을 때 였다.


 ‘하아... 귀찮게.’


 지금 여기서 저놈이 들킨다면 나까지 귀찮은 일이 휘말리게 될 것이 뻔했다.


 “으읍!?”

 “가만히 있어.”


 놈이 파쿠르로 우리 빌라 옥상의 담을 뛰어넘자 그 밑에 있던 내가 놈을 낚아채 빌라 안으로 끌고 갔다.


 “으으...으으읍!”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가라.”

 “으으...?”


 모자를 푹 눌러 쓴 놈의 모습을 보니 다소 왜소한 체구를 가졌다.

 모자 밑으로 보이는 하관이 다소 앳돼 보인다.


 “야... 너 뭐야 몇살이냐?”

 “으...으으으읍!”

 “아, 그래 놔줄게.”

 “푸핫! 이익! 입을 막아놓고 말을 시키는 건 뭐 신종 고문이야?”


 이윽고 손을 놔 주자마자 흘러나온 놈의 목소리는 다소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어리다는 것 까진 인지 했는데 설마하니 어린 소녀였을 줄이야.

 내가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모자를 벗고 한숨을 푹 쉬며 복도에 주저앉았다.


 “왜 도와준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고마워.”

 “도와준 거 아니다.”

 “? 그럼 뭐야.”

 “여기에 사람 사는 거 들키기 싫다.”

 “아... 오케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어.”


 일단 우리 빌라 옥상은 주변이 가려져 있는 데다가 난관도 높아서 텃밭이나 나를 발견하긴 어렵다.

 다만... 누군가 난리 치며 우리 빌라에 찾아온다면 그건 재앙이다.


 그러니까 이 소녀가 들키기 전에 내가 냅다 빌라 안으로 숨겨놓은 것이다.


 “뭐... 어쨌든 고마워.”

 “그래서 식량은 왜 훔친 거야.”

 “어? 어떻게 알았어?”

 “뭔소리야? 그야...”


 아 맞아 저 아저씨 처음에 집 안에서 소리 질렀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거리에서 아저씨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구나.

 요즘 사람이랑 교류를 별로 안 해서 그런지 너무 내 기준에 맞춰버렸다.


 “뻔하잖아. 저 아저씨가 갑자기 밖에 나와서 소리 지를 일이 뭐 있어.”

 “그... 런가?”

 “응 뻔해.”


 이럴 땐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줘야 별 의심을 안 한다.

 뭐 그리고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유추하는 것도 가능할 법한 상황이니까 문제 없을 거다.


 “...굶어 죽을순 없잖아.”

 “엉? 그럼 빈 집을 털면...”


 아... 이 근방은 내가 다 털어버렸지.


 “안돼, 어떤 욕심쟁인지 몰라도 주변 집은 다 털려 있었다고.”

 “아... 그래? 그거 속상하겠네.”

 “진짜... 어떤 미친놈이 도어락을 그렇게 통으로 뜯어낼 수 있는 거야?”

 “...”

 “...?”


 그렇게 말하는 소녀 앞에서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이에 소녀가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쳐다보았다.


 “설마...”


 우리집 빼고 전부 뜯겨 있는 도어락에.

 이곳이 나 말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파악한 소녀가 경악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너였냐!?”

 “큼... 큼... 일단 집으로 들어와라.”

 “가겠냐?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그것도 그렇네... 근데 뭔짓 할 거면 이미 하지 않았을까?”

 “그... 그런가?”

 “여긴 이미 폐쇄된 공간이라고?”

 “...”


 그냥 밖에 있기 싫어서 안으로 들어오라 하는 건데, 누가 보면 순진한 소녀를 꼬드기는 나쁜 어른처럼 보이려나.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오, 엄청나게 잘살고 있네?”

 “적당히 머물다 가라.”

 “음... 근데 아저...”

 “백시후! 시후라 불러.”

 “...”


 아저씨라는 말에 내가 발끈하자 소녀가 잠깐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세희야 김세희 17살이고.”

 “어 음... 그래 세희야.”

 “와 다른 사람이랑 이렇게 이야기 한 게 얼마 만이야.”


 확실히, 지금 내가 세희를 강제로 제압하고 아무것도 안한 이 상황이 이상한 거지.

 보통이면 이렇게 빨리 서로 긴장을 풀지 않는다.


 뭐 아직 서로 온전히 믿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한 달이 지난 시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욕망에 눈이 멀어있는 상태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잡혔으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는 거다.


 물론 아까 그 파쿠르 실력으로 볼 때 웬만해선 잡히지 않을 거다.


 “근데 난관 높이만 3미터였는데 나 어떻게 잡은 거야?”

 “점프?”

 “...혹시 오빠도 좀비인 거 아니지?”

 “아냐 그냥 좀... 운동했었어.”

 “운동만으로 그게... 아휴 아니다.”


 뻔뻔하게 당당하게 나간다.

 그게 내 정체를 감추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투포환... 세계기록 아니냐 시후야?’

 ‘...보니까 포환이 불량이었어.’

 ‘아니 방금... 다른 사람이 던졌던거잖...’

 ‘국밥! 먹으러 가자.’

 ‘와... 국밥!’


 이제 와선 제법 익숙해졌는지 아린이 생각이 나도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진 않다.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는구나.


 “오빠... 오빠...! 이익! 이봐 아저씨!”

 “어? 음...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그냥 좀 옛 생각이 나서.”

 “나 간다고, 숨겨줘서 고마워.”


 언제 신발을 신은 건지 현관에 잠깐 내려둔 가방을 맨 세희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녀석이 고생하는 이유가 내 탓도 없잖아 있으니 약간은 도움을 줄까?


 “야 세희.”

 “어?”


 내가 부르자 문을 열려다 말고 잠시 고개를 돌아본 세희였다, 나는 적당한 쇼핑백에 통조림을 담아 세희에게 던졌다.


 “자, 받아라.”

 “으앗!?”

 “남쪽은 안 털었으니까 그쪽으로 가봐.”

 “어... 응, 이건... 주는 거야?”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만나면 갚아.”

 “...고마워.”

 “빨리 가봐라 곧 해 지겠다.”

 “나중에 봐.”


 세희가 날 보더니 방긋 웃으며 문손잡이를 밀었다.


 철컥.


 턱.


 이윽고 방금까지 세희가 있던 현관은 조용한 정적만이 남았다.

 뭐 세희 저놈은 알아서 잘 살아남을 것이다.

 언젠가 남쪽에 갈 일이 생기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섭섭한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나중에 만나려면 나부터 살아남야겠지.


"읏차..."


토마토에 마저 물이나 주러 가자.


***


 남쪽? 흐음... 생각해 보니 그쪽에 샛별아파트 602호 그 사람 있는 곳 아니던가?


 세희 자신이 깨끗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악랄한 사람도 아니다.


 자신의 백팩이 평소보다 더 묵직한 게 느껴진다.

 대체 며칠 치 식량을 준 건지, 결국 본인이 직접 찾은 식량들인데 착해도 너무 착한 놈이었다.


 솔까 호구다.


 그런 식량을 자기 혼자 독차지한다 생각하니 영 껄끄럽던 그때.

 갑자기 식량이 필요하다던 602호 생존자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던 차 식량을 나눠준다는 명분까지 생겼다.


 “이건 안 가볼 수가 없잖아 흐흐...”


 뭐 결국 선의라는 감정보다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더 큰 세희였지만, 그 얄팍한 선의라도 선의다.


 누가 누구한테 호구라는 건지, 시후가 지금 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있었을 거다.


 엄청난 파쿠르 실력으로 옥상 사이 사이를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샛별아파트 2동이 보였고.

 좀비가 우글거리는 아파트 밑으로 갈 순 없으니, 가방에서 갈고리를 하나를 꺼내 들어 아파트 난관에 던졌다.


 휘릭! 착.


 “좋았으... 흡!”


 잘 고정된 로프를 타고 올라간 세희가 겨우겨우 아파트 난관 안쪽으로 기어들어 가 몸을 던졌다.


 “허억.. 아잇 가방이 무거워 힘드네 이거.”


 오랜만에 로프를 타고 올랐더니 조금 지치고 배고팠다.

 602호에 있는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잠깐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해볼까?


 “흐흥~ 육백...이호 찾았다!”


 똑똑... 똑 똑똑...


 잔뜩 신이 난 세희가 문에 노크했지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 없나 보네..”


 어쩐지 요즘 방송하지 않는다 했더니 그렇게 된 거구나 싶어.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다른 곳으로 가려던 세 희었다.


 끼이이...


 그러나 뜬금없이 바로 옆집인 603호가 열리더니, 얼굴을 빼꼼 내민 연아와 세희의 눈이 마주쳤다.


 “어! 602호?”

 “저... 누구세요?”

 “식량! 필요하신가요?”

 “아! 하하... 이제 식량은 많아요.”

 “아...”


 식량난이 해결되어 방송하지 않았던 거구나.

 기껏 찾아왔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에 속상해해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잘 살고 계신걸 기뻐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저... 여기까지 오셨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실래요?”

 “네? 정말요? 그래도 돼요?”

 “네! 그럼요! 여성분 혼자서 힘드셨을 텐데...”

 “아싸! 감사합니다!”


 밝게 웃으며 식사하고 갈 거냐는 연아의 질문에 세희가 신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

 “...”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자 남자 한명이 칼을 갈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덜컥!


 닫힌 현관문 쪽을 바라보자, 천천히 걸어오는 연아가 매우 섬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수였다.


 시후 그 호구랑 있었던 감각 때문에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그리 생각하며 가방 옆에 있던 칼을 집으려는 찰나.


 텁.


 칼을 갈던 남성의 손이 자신이 쥐려는 검을 먼저 낚아채 가져가 버렸다.


 “어...”


 큰일났다 더 이상 반항할 수단이 없다.

 아...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허무하다.


 “...”


 결국 세희는 한숨을 푹 쉬고 허심탄회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다.

 절대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디 이들이 자신을 거칠게 다뤄주지 않길 바라며 눈을 감고 앉아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각오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거 악취미야 연수야...”


 이윽고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에 어깨를 흠칫 떨린다.


 턱.


 “저기...”

 “힉?”


 이윽고 자기 어깨에 손이 올라간 것을 느끼자 세희는 서서히 시야가 검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지 못한 뇌가 전원을 내려버린 것이다.


 스으... 털썩.


 “...?”

 “...”


 이윽고 세희의 몸이 허물어지고.

 그곳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남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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