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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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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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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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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쪼금은 나아진 조약.

DUMMY

-백주대낮에 어찌 이런 날강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우리 일본인은 개항장에서 당당히 치외법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동래부사는 당장 그놈들을 잡아 물고를 내시오!


동래부사 정덕현은 일본상인 나카무리의 말에 기가 막혔다. 대체 누가 날강도란 말인가...


조선 쌀을 무지막지하게 매점매석하는 일본이야 말로 날강도 중에 날강도면서 이런 아전인수격의 행동이 가소로웠다.


그동안 일본상인을 잡아다가 개패듯 패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놈의 강화도 조약 땜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만 꾹 참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이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거 같았다.


-허허. 진정하시오. 그대들을 그렇게 두들겨 팬 건 아마도 지리산 쪽에서 넘어온 화적떼 같소이다. 우리도 최선을 대해 범인을 잡을 테니 그리 알고 돌아가 기다리시오.

-화적떼가 아닙니다! 분명 부산포 근처에 사는 놈들입니다.

-허허. 아니래도요... 부산포에는 그런 흉악한 놈들이 없습니다.

-흉악놈이 없다니요! 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옵니까?

-나카무라상 말대로 부산포에 사는 사람들이면 진작에 두들겨 팼지 왜 이제와서 그러겠습니까...우리 부산포사람들은 심성이 착해서 사람 못 때립니다. 개망나니 짓을 해도

꾹 참는 그런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허허허

-이보시오 동래부사 지금 날 놀리는 겁니까!

-놀리다뇨...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오. 당신네 일본상인들을 개 작살낸 건 지리산 화적떼가 맞으니까 나를 믿고 돌아가 기다리시오. 내 놈들을 꼭 잡아 물고를 내리다.


정덕현은 왜놈들을 작살낸 자들의 정체를 모르지 않았다. 동래 도임방 소속 보부상들.


그럼에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지리산 화적떼를 운운한 건 바로 조정에서 내려온 훈령 때문이었다.


-보부상들의 행동을 모른 척 해라.


정덕현은 오랜만에 조정대신들이 밥값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가막힌 생각을 누가 했는지 상이라도 주고 싶었다.


자신은 원래 대원군쪽 사람이라 그동안 조정에서 내려온 훈령은 대충 흘려 들으며 하는 척 시늉만 했었는데 이번엔 성심을 다해 이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단 부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개항장이 열린 원산과 제물포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곧바로 일본공사 하나부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일본상인의 쌀 창고가 털렸다니? 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 짓을 한 건가? 화적떼들의 짓인가?

-아닙니다. 조선 백성들이 한 짓입니다.

-무어라? 조선 백성들?


하나부사 공사는 조선백성들에게 일본상인의 쌀 창고가 모두 털렸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게다가 이 모든게 모두 대낮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엔 멘붕까지 오고 말았다.


-관아에 신고는 했는가?

-네. 몇 번 가서 신고를 하고 따져 물어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창고를 털린 일본상인들이 포도청에 적극 수사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포청관리들이 그저 알았다고만 할 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것 뿐이 아닙니다. 조선 사람들하고 일본 낭인들 간에 싸움이 벌어져서 여러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싸움이 벌어졌다고? 그동안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네. 갑자기 왜 일어나는 건가?

-지금 파악 중입니다. 근데 이상한 건 상당히 조직적인 거 같습니다.


하나부사는 비서의 말에 뭔가 짚히는게 있었다. 그는 그동안 일본상인들의 거래엔 관심 두지 않았다. 쌀 매점매석을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묵인하였다.


조선백성들이 불만을 갖는다고 해도 강화도 조약 때문에 저항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조선백성들이 저항을 하고 나왔다. 게다가 더 이상한 건 조선 관아에선 대놓고 묵인한다는 거였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명령을 내리는 곳은 분명 조선 정부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갑자기 조선 백성들이 지금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건 엄연히 민간상거래에 관의 개입을 금지한 강화도 조약 위반이었다. 하나부사는 이 사실을 조선 정부에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봉준은 통상참의 자격으로 하나부사를 만나 그의 불만을 듣고 있었다.


이용익이 생각보다 일을 더 잘한 거 같았다.


조선상인들을 협박하는 일본상인과 낭인들을 두들겨 패 준 것은 물론이고 마치 의적처럼 백주대낮에 일본상인의 창고를 부수고 들어가 쌀을 꺼내 백성들에게 나눠 주는 행동들이 마치 잘 짜여진 시나리오 같았다.


‘이 양반 꽤 쓸만한데...’


봉준은 이용익이란 인물이 나중에 꽤나 요긴하게 쓰일 거 같았다. 뭐 지금도 잘 쓰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이용익과 보부상들의 활약으로 지금 일본공사의 항의를 대놓고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봉준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봉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선을 쥐새끼처럼 갉아먹고 있는 강화도 조약의 문제를 하나씩 뜯어 고쳐 나갈 생각이었다.


-아이고 공사님~ 이 일을 어찌 합니까... 일본상인들의 피해가 정말 막심하겠습니다.

-이르다 뿐입니까. 피해뿐 아니라 다친 사람들도 여럿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왜 조선 조정은 가만있는 겁니까!

-가만있다뇨... 우리 포도청에서도 이 흉악스러운 놈들을 잡기 위해 지금 백방으로 노력 하고 있습니다.

-전정령. 지금 나를 바보로 아는 겁니까! 지금 포도청에서 하는 수사가 정말 백방하는 노력입니까? 내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똑바로 수사해서 일본상인들에게 피해를 준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이시오!


하나부사가 마치 부하에게 명령하듯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이단 옆차기를 날려주고 싶었지만 나이 40이 넘은 중년의 남자가 과연 이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잘못하면 갈비뼈가 모조리 다 부러질 수도 있었기에 꾹 참고 미소로 받아주었다. 그것도 아주 빈정댐이 가득한 미소로...


-그러게... 일본상인들이 매점매석을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뭐요? 이보시오 전정령. 매점매석은 상거래의 일종이오. 우리 일본상인들은 정당한 상거래를 한 것뿐입니다.

-우와~ 매점매석이 정당한 상거래라고요? 아니 일본에선 그래요? 말도 안돼... 메이지헌법을 만들고 있는 이노우에 고와시 경한테 한번 물어 볼까요?


지금 일본에선 아시아 최초로 헌법 초안이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이런 헌법 정신이 과연 매점매석을 정당하다고 인정할까..?


일본이 지금 조선에서 제국주의 갑질을 한다고 해도 19세기 개화된 선진국이었다. 최소한 지성이 통하는 국가였다.


엘리트 외교관인 하나부사가 이걸 모를리 없었다.


-전정령...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일본상인들이 피해를 보는 게 강화도 조약에 어긋나는 일이란 말입니다.


꼬랑지를 내린 하나부사가 다시 강화도 조약을 언급하며 말을 돌리고 있었다. 봉준은 길게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바로 직진을 해 버렸다.


-그러니까. 강화도 조약이 문제에요. 그것만 없었어도 이런 일이 안 났을텐데... 공사님. 우리 이참에 이 강화도 조약을 수정하는 건 어떠십니까? 안 그러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대체 무슨 큰일이 난단 말이오?


봉준은 하나부사에게 그 큰일이 뭔지 알려 주었다.


-우리 조선은 군인들의 월급을 쌀로 줍니다. 헌데 지금 일본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하는 바람에 쌀이 부족해서 군인들한테 줄 쌀이 없습니다. 그럼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군란이라도 일어난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임오군란의 발생 원인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쌀 매점매석이었다.


관리들의 부정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매점매석으로 인한 쌀 품귀현상도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에 당시 기근까지 들었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아무튼 하나부사에게 실제 역사에 일어났던 임오군란의 실상을 한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스펙타클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본군 교관 호리모토가 하도감에서 구식군대 군인들에게 처참히 살해당하고 일본공사관마저 불타 없어져 버린다.


간신히 몸을 피한 하나부사와 공사관 식솔들은 제물포로 도망치다가 성난 군인들에게 붙잡혀 바위로 머리통이 으깨지는 고통 속에 모두 처참하게 몰살 당하는 대목에선 하나부사의 눈빛이 겁먹은 강아지로 변하고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 임오군란때, 하나부사를 포함한 공사관 식솔들은 거의 대부분 제물포로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천운이었다.


만약 이 천운이 없었더라면 모두 몰살당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봉준의 대하드라마에선 이 천운이 없다보니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고 잔인하게 전개가 되었고 이러다보니 하나부사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 나라의 고급 관리였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만약 일본공사관이 습격을 받으면 일본군대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전쟁이 나겠죠. 근데 전쟁이 나면 조선은 가만있겠습니까?


봉준은 지난번 정여창을 겁준 것처럼 미군의 참전을 거론하며 판을 키웠다.


여기다 일본과 사이가 안 좋은 러시아까지 참전시키고 나니 쌀 문제로 시작된 소동이 동북아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들 세계대전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조선이나 일본 둘 다 죽습니다. 공사께선 정녕 이렇게 되길 바라십니까?


하나부사는 국제정세에 밝은 사람이었다. 봉준의 말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상인의 쌀 매점매석 문제는 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까지 판을 키울 일이 아니었다.


조선에서 아무리 쌀을 들여온다고 한들 일본 생산량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양인데 이것 때문에 전쟁이 나는건 결코 일본도 원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일본내에선 지방 세력들이 중앙정치 참여를 요구하는 자유민권운동 바람이 일어나 곳곳에서 정치테러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때 자칫 조선의 쌀 문제가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니 지금의 쌀 파동은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문제였다.


-좋습니다. 강화도 조약의 일부를 개정할 수 있게 본국에 요청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게 다 누이 좋고 매부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실제 역사에서 임오군란을 조사하던 일본은 일본상인들의 쌀 매점매석이 군란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판단해 강화도 조약을 개정하였다. 이게 바로 제물포 조약이었다.


물론 제물포조약은 쌀 매점매석 때문에 맺은 조약이 아닌, 임오군란에 책임을 물어 배상금까지 요구하고 어업권까지 빼앗아간 더 불평등하고 악랄한 조약이었지만 쌀 문제만큼은 일본이 한 발 양보를 했다.


그 일환으로 조선관리가 상황에 따라 쌀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소위 ‘방곡령’ 이 들어간 조약이었다.


봉준은 이번에 이 방곡령 조항만 쏙 빼서 새로운 수정조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조선의 쌀을 지킬 수 있으니까...


사실 마음 같아선 강화도 조약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싶었다. 이 조약은 요리보나 조리보나 곳곳이 독소조항 투성이었다.


하지만 불평등조약이라도 엄연히 국가 간에 맺은 약속이라 거지 쪽박 깨듯 파기할 순 없었다. 이건 조선의 국력이 엄청 강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건 훗날을 기약하기로 하고, 이번엔 쌀의 매점매석을 막은 것 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게 어디랴...


사실 이번 협상은 일본본국의 상황이 평온했더라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일본의 자유민권 세력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 바람에 이 덕도 좀 봤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들의 급진적 행동들이 일본의 대외정책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유민권세력들이 나중에 일본 극우파들의 뿌리가 된다.


절대 조선에 도움에 안되는 종자들...


조선이 뭐야... 미래 대한민국에도 도움 안되는 쓰레기 새끼들... 하지만 이번만큼은 탱큐다~


아무튼 쌀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였다.


그런데 해결된 건 비단 쌀 문제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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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51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79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28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52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33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63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604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42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70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60 50 11쪽
28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85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22 50 11쪽
26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30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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