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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로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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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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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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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어려워.

DUMMY

봉준은 지석영과의 종두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갑자기 병원 프로젝트가 생각이 났다.


국력을 신장하는데 있어 군사력과 경제력이 다가 아니었다. 국민의 보건위생도 매우 중요했다.


이참에 이쪽에도 힘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렌이란 인물이 떠올랐다.


조선에 의료선교사로 들어와 그야말로 스펙타클한 삶을 살다 간 인물.


그는 1884년 조선에 들어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되어 미국공사관이 폐쇄될 때 까지 장장 21년을 조선에 있었다.


처음 5년은 의료인이자 선교사로. 이어 7년은 미국공사관의 서기관으로 그리고 마지막 8년은 미국공사로 지냈다.


그의 조선살이에서 의료인으로서 삶은 비교적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후 외교관의 삶은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외교관이란 위치가 그런 삶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조선에 이래저래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다.


봉준은 이번 역사에서 알렌을 그저 존경받는 닥터로만 살게 해 줄 생각이었다.


이런 이유로 푸트 공사에게 알렌을 요청했다.


그의 등장은 실제 역사보다 1년이 앞서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청나라에서 개고생하고 있을 게 뻔했기 때문에 조선에서 콜을 하면 얼씨구 좋다고 달려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그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전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 알렌입니다.


알렌이 교련병대를 직접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푸트공사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에 군기(?)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어떻게 알고 초청했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전정령께서 저를 초청해 주신 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솔직히‘네가 필요해서 불렀다.’가 확실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은 0점짜리 답안지였다. 여기엔 감동이 없었다.


알렌이 사명감을 가지고 조선의 의료사업에 헌신하려면 뭔가 감동이 필요했다.


봉준은 그게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의료인이기 전에 선교사였다. 이런 선교사에게 감동을 주는 대답엔 반드시 이것이 있어야만 했다.


―하나님의 뜻입니다.

―오 마이 갓··· 아멘.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이고 기도를 했다.


조선의 관리가 하나님의 뜻으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양인 남자가 하느님을 안다는 것도 경이로웠는데 거기다 하나님의 뜻으로 자신을 선택했다니···.


이건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곳 조선이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할 땅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 눈 앞에 앉아 있는 조선 관리의 추가 설명을 듣고선 이 생각은 더욱더 확고해 졌다.


―나는 사실 닥터 알렌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때 갑자기 떠오른 이름이 바로 ‘호러스 뉴턴 알렌’이었습니다~!

―오우 지저스······할렐루야!

―할렐루야!!


봉준은 사실 종교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 살짝 개신교 신자 코스프레스를 했다.


이게 종교적으로 죄가 된다면 훗날 저승에서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 정도는 예수님도 귀엽게 봐줄거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 알렌을 단숨에 친한파로 만들었다.


이제 조선은 그에게 있어 가나안의 땅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실제 역사에도 알렌은 친한파였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령의 힘이 들어간 친한파였다.


이런 그에게 조선에서 확실한 소명을 부여해줄 차례였다.


―조선은 닥터 알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선의 병원에서 의사들을 교육해 주십시오.


봉준은 알렌을 지석영의 병원 사업과 엮을 계획이었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 알렌은 고종의 도움으로 제중원을 설립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의료인 양성에 힘을 쏟는다.


훗날 이 제중원이 신촌에 있는 S병원 모체가 될 만큼 유명했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조선 정부의 개입이었다.


병원 건물을 비롯해 각종 비용들을 조정에서 지원받다 보니 알렌은 수시로 고종한테 불려갔다.


한마디로 왕의 주치의나 다름없었다.


이러다 보니 정작 백성들을 치료하고 의료교육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청나라에서 푸대접받으며 도망치듯 쫓겨온 알렌이 궁궐을 드나들며 왕의 총애를 받자 콧대가 높아졌고 결국 초심을 잃고 만다.


당시 월급으로 한 달에 1,200달러를 받으면서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하인을 수십 명이나 거느렸다고 하니, 사실 콧대가 안 높아지는 게 이상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의료인의 삶을 뒤로하고 외교관으로 변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역사에서 이런 알렌은 없을 거였다.


봉준은 오직 의료인 알렌만 원할 뿐이었다.


만약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외교관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면···?


그땐 신의 이름으로 조선에서 추방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조선의 의료사업의 서막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는 굳이 봉준이 개입하지 않아도 지석영이 알렌과 함께 잘 이끌어나갈 거 같아 걱정을 접었다.


이러는 사이 보빙사로 미국에 갔던 일행이 구라파 순방을 마치고 드디어 돌아왔다.


**********


“어이― long time no see my friend―.”


구라파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옥균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바로 잉글리쉬 인사였다.


순방 기간 내내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배운 영어라는데··· 발음이며 악센트가 나쁘지 않았다.


역시 옥균이 이놈은 센스 하난 만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첫 마디부터 영어를 내뱉는 걸 보니 그의 생각이 이전보다 더 커진거 같았다.


“봉준아. 니 말대로 세상은 정말 넓더라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이 정말 많을 거 같아.”

“그럼. 당연하지 내가 그걸 깨달으라고 널 구라파까지 보낸 게 아니겠니.”

“역시. 넌 대단한 녀석이야. 난 말이다.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의 좋은 점만 뽑아 와서 우리 조선에 도입할 거야.”


옥균이 이제야 뭘 좀 깨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비단 옥균만이 아니었다.


구라파 순방을 다녀온 보빙사 단원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조선은 이들을 구심점으로 개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옥균이 화제를 돌려 개화와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봉준아. 너 혹시 법국 혁명이라고 들어 봤어?”


법국 혁명이면 프랑스 혁명을 말하는 건데··· 뜬금없이 이 말을 왜 꺼낸 건지···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지 대충은 알고 있지.”

“역시 대단해. 어떻게 모르는 게 없냐···그럼 이것도 알겠네?”

“뭔데?”

“파리코뮌.”

“뭐라고?”


옥균의 입에서 프랑스 혁명에 이어 파리코뮌(paris commune)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게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그런데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옥균의 입에서 이런 과격한 단어가 나오면 안 됐다.


특히 프랑스 혁명은 그렇다 쳐도 파리코뮌은 매우 위험했다.


1871년 3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시민들이 세운 세계 최초의 민주 정부 파리코뮌(paris commune).


파리 시민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왕당파(王黨派) 세력들을 몰아내고 시민과 노동자로 구성된 자치 위원회를 구성하여 질서 있게 파리를 통치 하였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왕당파 정부군들에 의해 무참히 진압되는 바람에 이들의 꿈꿨던 사회민주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들의 생명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로 이 혁명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프랑스 사회당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사회당에서 파리코뮌이 해체된 지 110년 후인 1981년에 드디어 프랑스의 21대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옥균은 지금 이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된 파리코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옥균아. 너 대체 파리코뮌 애길 어디서 들은 거야?”

“파리에서. 거기 ‘르 피가로’ 신문사 기자한테 들은 거야.”


르 피가로(le figaro)는 1826년에 창간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3대 일간지 중에 하나다.


여기 취재기자가 파리에서 특이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옥균을 보고 접근해 취재했던 모양이었다.


“야~ 그 기자 양반이 일본 말도 잘해. 나가사키하고 동경에 2년이나 있었다더만.”


일본에 2년 동안이나 파견되었던 기자라면 당연히 조선에 대해 알 것이고, 옥균과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파리코뮌에 대한 말도 나온 거 같았다.


“옥균아. 너 파리코뮌이 뭔지나 제대로 알고 말하는 거야?”

“당연하지. 무능하고 부패한 놈들을 쓸어버리고 만든 붕당이잖아.”


지금 1883년은 파리코뮌이 해산된 지 10여 년 밖에 되질 않아 그 평가와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시기였다.


해서 시민과 노동자 그리고 민주주의 개념이 약한 옥균이 파리코뮌을 제대로 이해했을 리가 만무했다.


그저 ‘집권당을 몰아냈다’라는 혁명 문구만 귀에 쏙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봉준아. 우리 조선도 지금 그런 게 필요해.”


그는 지금 정변(政變)을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 김옥균이 벌였던 무모하고 어리석은 혁명 갑신정변(甲申政變).


실제 역사에서 조선의 잃어버린 10년은 임오군란에서 시작되어 갑신정변으로 완성되었다.


갑신정변은 이렇게 조선 치명적인 데미지를 가져다준 실패한 혁명이었다.


이 사건을 한 편의 영화로 생각해 보면 이런 거였다.


조선을 친청(親淸) 국가에서 친일(親日) 국가로 만들기 위해 일본 메이저 정권의 실세인 ‘이토 히로부미’가 기획을 맡는다.


그리고 그의 1급 참모인 외무경(外務卿) ‘이노우에 고와시’가 일본이 조선 개화당을 지원해 조선을 훌륭한 근대화 국가로 만든다는 스토리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연출은 조선 주재 일본 공사‘다케조에 신이치로’가 맡기로 한다.


그럼 이제 이 작품의 주연 배우를 찾아야 하는데···


때마침 조선에는 이 스펙타클한 정치 액션 스릴러물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옥균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 주연을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熱演)을 펼쳤다.


하지만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과 더불어 연출을 맡은 감독‘다케조에 신이치로’와의 불화로 인해 결국 흥행 참패를 하고 만다.


물론 이 작품은 수익배분 구조가 철저하게 일본이 다 가져가는 구조라 설령 흥행에 성공했어도 문제가 될 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작품은 폭망했다.


그런데 작품이 망했으면 그 책임은 응당 기획자나 감독이 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이 작품의 흥행 참패 책임은 오로지 주연 배우가 다 뒤집어쓰게 된다.


이 결과 김옥균이란 배우는 이 작품을 끝으로 조선의 은막(銀幕)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지금 옥균이 이 망한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친구야··· 제발 진정해다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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