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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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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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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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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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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국 돈이 필요해.

DUMMY

민영익은 지금 고민에 빠져 있었다. 바로 나라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지금 조정에선 근대식 개념의 새로운 화폐, 당오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다.


화폐를 유통 시킬 때 통화의 안정성과 가치를 확보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돈에 대한 담보가 있어야 했다.


보통 이 담보는 금이나 은으로 했다. 하지만 금이나 은은 단순히 교환수단으로 쓰기엔 너무나 아까운 자원이었다.


해서 이것을 대신해 나온 근대적 화폐개념이 바로 금본위제(金本位制)였다.


쉽게 말해 돈을 가지고 오면 언제든 금으로 바꿔 주는 개념이었다. 이렇게 되면 철이나 구리로 만든 동전으로도 충분히 화폐가치를 높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근대식 화폐제도를 조선에 도입하는 게 우려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번 당오전(當五錢)에는 이 금본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사실 조선엔 담보할 금도 없었다.


이렇게 담보가 없는 화폐가 유통이 되면 물가상승을 유발시켜 백성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대원군이 발행했던 당백전(當百錢)의 경험이 이러한 현상을 증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정에서 당오전을 유통시키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찌되었든 화폐를 발행하면 조정의 금고에는 돈이 쌓인다. 조정에선 이 돈으로 조선팔도에서 나는 모든 물건들을 사들일 수가 있다.


이후 이 돈이 백성들 사이에서 유통된 후 돌멩이보다 못한 가치로 떨어져도 일단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조정은 지금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기라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근대화로 인해 백성들은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무엇을 위한 근대화인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백성들의 희생을 담보로 잡는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이런 생각에 민영익의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한 가지 방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어전회의에서 공론화 시켰다.


“전하. 당오전을 발행하는 대신 일본에서 차관을 들여오는 게 어떠하겠습니까?”

“차관이면 언젠가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닌가... 그 이율은 또 어찌 감당하려 하느냐?”

“전하의 말씀대로 차관은 빚이 맞사오나 당오전을 발행해 백성들이 얻는 피해보다 차라리 이것이 나을 것입니다.”


민영익은 백성들이 궁핍해지는 것보다 차라리 국가가 빚을 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당인 여흥 민씨 관료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나라 조선을 위해 서라면 백성들의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오. 저들이 충성스런 전하의 백성들이라면 이 정도 고통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소.”

“언제까지 백성들에게 고통만 강요하실 겁니까? 무릇 부국의 근본은 백성이오, 강병의 근원 역시 백성이라 하였습니다. 부디 백성들의 고단함을 헤아려 주십시오.”

“이보시게 당상. 주상전하가 살고 조선이 살아야 백성들도 살 수 있네. 더 이상의 반대는 전하를 능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민영익의 의견은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하지만 당오전을 발행했을 때 생길 피해가 너무도 선명했기에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


이에 간신히 대신들을 설득해 얼마간의 유예를 두고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역시나 해결책의 소스는 봉준이었다.


**********


“당연히 방법이 있습니다.”


봉준은 민영익으로부터 당오전 얘길 들었을 때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실제 당오전 발생은 지금부터 일 년 뒤인 1883년에 발행되어 십년 넘게 유통되면서 조선 경제에 엄청난 혼란과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조정은 지금 이 멍청한 짓을 일 년이나 빨리 시행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라리 다행이었다. 상황에 딱 들어맞는 해결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감. 지금 조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견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보게 전정령. 어떻게 미리견을 이용한단 말인가? 혹시 차관을 빌리려는 것인가?”


이미 어전회의에서 차관이 불가하다는 말을 들은 민영익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봉준이 생각하고 있는 건 차관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 거였다.


"미리견에서 투자를 받는다고?"

"네. 그렇습니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투자를 받아낸다는 말인가?"

“대감. 우리 조선엔 미리견이 탐낼 만한 물건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혹시 홍삼이나 수달피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것보다 몇 갑절 더 가치 있는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대체 그것이 무엇이냔 말이네?”

“바로 금입니다.”


민영익이 갑자기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보게 전정령. 이번엔 자네가 틀린 것 같아.”

“틀리다니요?”

“자네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조선은 미리견에서 탐을 낼 만큼 많은 금이 묻혀 있는 땅이 아니야.”


사실 민영익에게 운산금광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과 구체적인 업무협약을 맺기도 전인데 이 사실이 혹여 여흥 민씨 세력들의 귀에 들어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직 운산금광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개꼼수를 써서 여흥 민씨 이름으로 사유화시킬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상금광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완벽한 플랜이 섰기 때문에 감출 필요가 없었다.


“대감. 평안북도 운산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운산이라고?”

“네. 그곳에 많은 금이 묻혀 있습니다. 그것을 담보한다면 미리견에서 충분히 돈을 투자받을 수 있습니다 .”


많은 금이란 말에 민영익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충분한 금이 있다면 대부분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묘수 중에 묘수였다.


그리고 당분간 이 사실은 자당인 여흥 민씨들이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봉준과 같았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협상을 하려면 미리견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네. 당연히 가야지요. 원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근데 말이네... 모든 일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네. 금광 협상을 하러 미리견에 간다는 게 조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드네.”

“대감 말씀이 맞습니다. 금광협상만으로 미리견에 가는 건 명분이 약합니다. 미리견 관리들이 만나 줄지도 의문이구오. 근데 우리 조선엔 아주 좋은 명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바로 보빙사입니다.”


보빙사(報聘使)를 말 그대로 풀이하면 ‘답례로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조선과 통상조약을 맺었고 그 결과 푸트가 조선주재 미국공사로 왔다. 그럼 여기에 합당하게 미국에도 조선 공사를 보내는 것이 외교의 일반적인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 조선은 미국에 전권공사를 보낼 형편이 되지 못했다. 비용도 많이 들고 결정적으로 영어를 할 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봉준 밖에 없었는데, 지금 조선을 떠나 미국에서 한가하게 외교업무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조선에서 할 일이 아직 산더미처럼 많이 남아 있었다.


결국 미국에 공사를 보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행위를 비슷하게라도 흉내내야만 했는데 그게 바로 보빙사였다.


게다가 보빙사는 미국정부에서도 원하고 있는 일이라 미국을 방문할 충분한 명분이 되고도 남았다.


실제 역사에도 보빙사는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정도 후인 1883년 7월에 11명의 인원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대통령도 만나고 새로운 선진문물도 많이 보고 돌아왔다.


봉준은 지금 이 보빙사를 꾸려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보빙사란 말에 민영익의 눈이 동그래지며 무언가를 열망하는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보게. 전정령. 이번 보빙사에 나도 같이 갈 수 있겠는가? 나도 서구 열강이 어떻게 개화를 해서 발전하고 있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네.”


민영익이 미국 방문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그도 얼마나 서구의 선진문물을 보고 싶겠는가...


게다가 그는 조선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 중 하나 였다. 당연히 미국의 선진문물을 경험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민영익은 미국에 가면 안 된다.


“대감께선 이곳 조선에서 할 일이 너무 많으십니다. 미리견 순방은 다음 기회로 미루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민영익이 실망한 표정과 함께 불쾌한 기색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그를 만난 이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미국에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 가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줘야만 했다.


“지금 대감께서 조선을 비우시면 한창 싹을 틔우고 있는 개화당은 궤멸되고 말 것입니다.”


이 말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만약 그가 자리를 비우면 개화당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수구파가 무슨 빌미를 잡아서라도 조정에서 이들을 끌어내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실제 역사에선 보빙사 전권대신으로 민영익이 갔다. 그는 1년 여 동안 미국은 물론 유럽을 거쳐 심지어 이집트까지 다녀온 조선 사람 최초의 세계일주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를 다녀온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구파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가 이렇게 변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학설과 사설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해외의 여러 나라들을 보고 난 뒤 조선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깨닫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조선은 독자적인 힘으론 절대 근대화에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버린다.


한마디로 ‘현타’ 가 쎄게 온 거였다.


그리하여 의지할 나라를 찾다보니 역사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조선을 도울 나라는 역시 중국밖에 없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친청주의(親淸主義)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다보니 일본과 가까운 개화당과의 사이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고 종국에는 청나라편인 수구파로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이것 역시 조선의 비극이라면 비극이었다.


해서 민영익의 잘못된 선택을 막으려면, 그가 조선을 힘없고 작은 나라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려면 이번에 미국에 가면 안된다.


물론 봉준이 옆에 있는 한, 이 같은 현타가 올 가능성은 적겠지만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조선이다.


매사 불여튼튼해서 나쁠 게 없었다.


민영익의 미국 순방은 개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았다.


“알겠네. 자네 말이 맞네. 아직 개화당은 햇병아리 아닌가... 내가 이번 순방은 포기 하겠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그럼 나대신 누가 가면 좋겠는가?”


누가 가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바로 조선의 또라이 김옥균이 민영익의 대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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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레벌업~ 조선. +5 24.05.17 1,022 37 11쪽
41 슬기로운 무당 생활 +5 24.05.16 961 34 11쪽
40 만만치 않은 놈들. +6 24.05.15 1,048 38 11쪽
39 노블리스 오블리제. +6 24.05.14 1,094 40 13쪽
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54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81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30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54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36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65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607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44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73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64 50 11쪽
28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89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26 50 11쪽
»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34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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