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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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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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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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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너무 좋아해~

DUMMY

실제 역사에서 보빙사 일행은 1883년 7월 15일 제물포에서 미국 아시아함대 소속 전함 모노카시호를 타고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뒤,


그곳에서 다시 태평양 횡단 여객선 아라빅호를 타고 9월 2일에 미국 샌프란시스코항에 도착했다.


이 루트는 이번 보빙사도 마찬가지였다.


꼬박 한 달 반이나 걸린 뱃길에 다들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으나 항구에 발을 내딪는 순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모두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었다.


“야. 봉준아. 정말 미리견이 큰 나라가 맞을까?”

“갑자기 웬 의심을 하고 그래?”


미국에 오는 내내 김옥균답지 않게 별다른 말도 없이 사색하듯 책만 읽던 그가 갑자기 미국이란 나라에 크기를 물어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큰 거 같아서 그래. 혹시나 과장된 게 아닐까 싶어서 그러지.”

“눈으로 직접 봐. 그럼 알게 될 거야.”


봉준은 김옥균이 대륙횡단열차를 타는 순간 이 의문은 확실하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야~~~~~~야~~~~~~야~~~~~~”


이 소리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제노를 거쳐 솔트레이크 시티 그리고 중부인 덴버와 오마하를 지나,


동부의 클리브랜드와 피츠버그에 이어 마침내 종착역인 워싱턴에 도착하는 내내 김옥균이 내뱉었던 탄성이다.


미국의 크기에 대한 의심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연신 입을 벌리고 탄성을 내뱉는 탓에, 옥균의 입 냄새로 미쳐 죽는 줄 알았지만 그만큼 그의 식견은 넓어졌으리라...


아무튼 이런 기차여행을 마치고 맞이한 첫 번째 일정은 바로 미국 대통령 접견이었다.


-전권대사님. 며칠 뒤면 워싱턴에 있는 화이트 하우스에서 미국의 대통령님을 만나게 될 겁니다.


미국 안내를 맡은 퍼시벌 노웰이 미국 대통령 접견 장소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잘못 알고 있었다.


현재 미국의 21대 대통령 체스터 아서(Charter Arthur)는 워싱턴에 없었다.


-미안하지만. 대통령께선 지금 위싱턴 말고 뉴욕에 있을 겁니다. 확인해 보세요.


봉준의 말에 노웰이 서둘러 대통령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고 실제로 뉴욕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전권대사님. 이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뭐... 그냥 감이죠. 어서 뉴욕으로 가시죠.


봉준이 이렇게 대통령의 위치를 맞춘 건 감이 아니라 팩트였다.


실제 역사에서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머물고 있어 보빙사 일행은 부랴부랴 그쪽으로 이동해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였다.


덕분에 뉴욕 맨허튼에 있는 호텔도 가보고, 거기서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보고는 지진이 났다고 쌩난리를 피우는 해프닝까지 벌이게 된다.


'이번에도 한 번 태워 줘봐?'


봉준은 이 익사이팅한 경험을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옥균이 때문에 김이 팍 새버렸다.


"봉준아.... 미리견에는 말이야... 승강기라는 움직이는 방이 있단다. 이거 탔을 때, 뭐 지진이 났다느니, 살려 달라느니 이런 주접떨면 안돼... 나라 망신이다. 알겠지?"


헐.... 옥균이 엘리베이터에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야. 니가 승강기를 어떻게 알아?"

"참나... 얘가 나를 뭐로 보고... 내가 도쿄에서 딱 한 번 타 봤거든. 그때 아주 난리를 피웠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아주 쪽팔려 죽겠어... 넌 그러지 말라고. 명색이 조선의 전권대사 아니겠니..."


그렇네... 옥균이는 나름 일본 유학파였지.... 근데 이때 도쿄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나? 뭐... 서양식 건물을 한창 짓고 있을 때니까 구라는 아닐 듯... 아무튼 김은 확실히 샜다.


"그래. 좋은 정보 알려 줘서 눈물나게 고맙다."


이렇게 익사이팅 체험학습은 포기하고 곧바로 뉴욕을 향했다.


그런데 가는 내내 옥균이가 뭔가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을 취해 보였다. 그 이유가 뜻밖이었지만 대수롭지는 않았다.


“봉준아. 우리 조선 복장 말이야. 지금 미리견하고 너무 안 어울리지 않아? 우리도 서양 옷 입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괜찮아. 조선 복장이 독특해서 더 좋아할 거야.”


실제 체스터 아서 대통령은 패션광이라 옷에 관심이 많았다.


해서 보빙사 일행의 복장에 관심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 굳이 서양 옷을 맞춰 입을 필요는 없었다. 돈도 없는데...


"그래... 알았다. 그럼 미리견식으로 인사하는 법이나 알려 줘.”

“별거 없어. 그냥 절만 하지 마.”


실제 역사에선 전권대사와 부대사로 왔던 민영익과 홍영식이 미국 대통령에게 큰절을 했다.


우리 딴에는 예의를 갖춘 거라지만 미국인들의 눈에는 이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고, 이 낯섦 때문에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생겨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했다.


하지만 봉준이 전권대사로 왔는데 이따위 낯선 짓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절 말고 뭘 하냐? 그냥 멀뚱하게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그냥 나 따라서 가볍게 목례하고 악수하면 돼.”

“정말 그것만 하면 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런 말 같은 거 없어?”

“그런건 조선에서나 하는 말이지. 그냥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대통령님. 이렇게 하면 돼.”

“야! 미리견 말로 알려줘야지. 그래야 좋아할 거 아니야.”


사실 옥균은 동문학에 입학은 했지만 다니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홍문관에서 교리직을 수행하는 직장인이다 보니 정규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틈틈이 짬 나는대로 영어의 기초는 배웠지만 그래도 대통령에게 하는 인사법은 알지 못했다.


“Honor to meet you. Mr. President. 이렇게 하면 돼.”

“호너 투 미투 유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렇게?”

“오우~ 발음 좋은데...완전 아메리카 스타일이야~”

“야.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동문학 제대로 다녔으면 너보다 미리견말 훨씬 잘했어!”

“그래 니 똥 굵다.”


이렇게 김옥균을 비롯한 보빙사 일행에게 미국식 인사법을 알려준 뒤 미국 대통령 체스터 아서(Charter Arthur)와의 접견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그와의 접견은 그야말로 형식적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힘없는 대통령 체스터 아서. 그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었다.


원래 그는 미국의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의 부통령이었다. 하지만 가필드가 작년, 그러니까 1881년에 매사추세스 윌리엄스 타운에서 암살당했다.


그는 당시 스톨워터(Stalwarts) 불리는 공화당 최대 계파 의원들의 부패 스캔들을 조사를 지시했다.


사실은 가필트는 이 스톨워터와의 타협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케이스라 이들의 불만이 높았다.


게다가 타협 당시 약속했던 공직마저 나눠주지 않자 이에 격분한 스톨워터의 지지자 이자 살짝 맛이 간 변호사 찰스 J 기토의 총에 맞고 중상을 입었다.


당시는 아직 엑스레이 의료 촬영이 기술이 없던 시절이라 15명의 의사가 달라붙어 몸에 박힌 총알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심지어 전화기 발명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그레엠 벨이 금속탐지기까지 가져와 온몸을 뒤졌지만 소용없었다.


이렇게 총에 맞고 두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던 가필드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덕에 부통령이자 스톨워터 계열인 체스터 아서가 어부지로 대통령직을 승계받았다.


그런데 그는 무능하고 엉뚱한 사람이었다. 잘하는 거라고 음식비평과 패션 센 밖에 없었다.


심지어 공무원의 전형인 칼퇴의 정석을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었다.


재임 기간 내내 오전 10시 출근에 오후 5시 퇴근을 어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 하랴...


이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당시 백악관 서기의 기록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서 대통령께서는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일을 결코 오늘 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코스프레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보빙사가 이런 사람을 접견했으니 무슨 말을 했겠는가...


그저 신기한 조선사람 의복에 대한 호기심 표명이 전부였을 거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우~ 조선의 의복은 정말로 독특합니다. 특히 옷의 품이 서양의 것보다 훨씬 크고 넉넉한 거 같은데 혹시 생활할 때 불편하지 않나 모르겠군요...


이런 쓸데없는 질문과 대답으로 한 시간가량의 접견을 마쳤다. 한마디로 영양가 없는 시간이었다.


실제 역사에선 이 영양가 없는 시간을 보낸 보빙사 일행은 40여 일간 동안 미국을 순방하였다.


미국의 각종 관공서 시찰과 더불어 산업박람회도 보고 대규모 집단 농장에, 병원과 전신화사, 소방서, 우체국, 상점. 제당공장 그리고 마지막에 웨스트포인트까지 두루 견학을 하였다.


하지만 봉준은 그런 홈쇼핑 패키지 단체 여행과 다름없는 일을 하기 위해 미국까지 온 게 니었다.


대통령 접견을 마친 뒤 보빙사 일행들에게는 예정대로 산업시설 시찰을 하게 한 뒤 곧바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였다.


바로 허수아비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을 운영하고 있는 실권자 국무장관 프레더릭 T. 프렐링하이센을 만나러 갔다.


이미 푸트공사를 통해 면담 신청을 해 놨기에 어렵게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국무장관이 동북아시아 변방에서 온 보빙사 대표를 단순히 환영 차원에서 만나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프레더릭은 봉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미국 국무장관 프레더릭은 오후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조선에서 온 전권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한낱 변방의 작은 나라 조선의 전권대사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주한미국공사 푸트가 보고한 금광 때문이었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조선에 최소한 3백만 톤의 금광석이 존재한다고 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양이었다.


지금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신흥 강국 독일, 러시아와 함께 보이지 않는 화폐전쟁을 하고 있었다.


이 화폐전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방법은 뭐니 뭐니해도 보다 많은 금이 보유량이었다.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큼 미국의 달러 가치는 올라간다.


그러면 모든 무역에 있어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건 곧 화폐전쟁에서 승리를 의미했다.


이런 소중한 금을 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처음 조선 진출을 추진했던 선임 국무장관 윌리엄 에바츠의 혜안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조선의 전권대사가 왔다는 전언을 받았다. 프레더릭은 서둘러 그를 맞이하였다.


-어서 오시오. 전권대사. 미국까지의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별말씀을요. 미국의 국무장관님을 뵈러 올 생각에 전혀 힘들 줄 몰랐습니다.


이젠 어느덧 봉준의 입에서도 아부성 멘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부라기보다 외교적 수사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봉준의 스타일대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프레더릭 국무장관에 대한 데이터는 솔직히 별로 없었다. 그는 지금부터 1885년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 국무장관을 했음에도 기록이 부실했다.


하지만 봉준은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미국은 소위 말하는 도금 시대((鍍金 時代, Gilded Age)였다.


1873년에 시작되어 1893년까지 미국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한 20년간의 시대를 일컫는 말이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찰스 두들리 워너가 쓴 동명의 소설 《도금 시대, 오늘날 이야기》(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에서 유래한 이 말은 지금 미국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대변해 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돈이면 되는 다 되는 배금주의(拜金主義) 시대였다.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배금(拜金)은 역시 금(金)이었다.


봉준은 프레더릭 장관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 도금시대의 미국인이, 그것도 미국의 국무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욕망의 아메리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미국의 욕망을 살살 긁어줄 예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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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49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27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58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599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38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68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58 50 11쪽
»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83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20 50 11쪽
26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29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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