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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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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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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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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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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부패대마왕.

DUMMY

‘거사의 밤이 멀지 않았다.’


이재선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이번 거사의 핵심은 혁명군이 빠르게 궁을 장악해 고종을 생포하는 거였다.


그러려면 한성에 있는 군대를 묶어둬야만 했다.


5군영엔 대원군의 추종세력들이 많아 충분히 묶어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새로 창설된 교련병대는 달랐다.


그곳과는 도저히 연줄이 닿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의 부대장인 전봉준이란 인물은 도통 어떤 사람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남도에서 올라온 개화당사람이란 게 전부였다.


교련병대는 전원이 신식총으로 무장을 했고 병사들의 훈련상태도 매우 좋아 보였다. 거사당일, 이들을 출동하지 못하게 묶어 두는 게 성공의 열쇠였다.


이를 위해 백성들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한성엔 여전히 강화도조약에 따른 반일감정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을 선동해 교련병대앞에서 농성을 하면 이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신식총으로 무장했다고 한들, 같은 조선백성들에게 총을 쏘지는 못할터... 설령 쏜다고 하면 이들은 왜놈들과 다를 게 없었다. 5군영 전체 군인들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어 오히려 좋은 패가 될 수 있었다.


백성들을 선동하는 건 아버지 대원군의 측근인 안기형와 권종호가 맡기로 하였다. 조금 있으면 이들이 올 시간이었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이 찾아왔다. 바로 교련병대 부대장 전봉준이었다.


이재선은 긴장하였다. 혹시 자신의 계획이 발각된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까지 몰려왔다. 하지만 그랬다면 병사들과 함께 왔지 지금처럼 홀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를 맞았다.


“대감. 처음 뵙겠습니다. 교련병대 정령 전가 봉준이라고 합니다.”

“반갑네. 자네 얘기 이미 많이 들었네... 대단한 인사라고 칭찬이 자자하더군...”

“과찬이십니다. 저의 미천한 재주가 감히 대감에 비할 만 하겠습니까...”


봉준은 간단하게 인사를 뒤 곧바로 본론을 들이댔다. 이재선이 돌대가리가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충분히 눈치채고 있을 거라 사설이 길 필요가 없었다.


“내... 재주라... 나 같은 비루한 서자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나 모르겠군... 그대가 알면 좀 알려 주시게..”

“대감께선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지 않습니까?”

“허허허. 내가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다... 그들을 모아서 무엇을 하려고...”

“그건 대감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무어라?”


이재선은 심장이 뜨끔했다. 분명 이 전봉준이란 자는 역모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살려 둘 수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집주변에 항시 무사들을 배치해 두었다. 지금 이자는 무장하지 않았다. 충분히 목을 벨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선은 그러지 못했다.


“대감. 지금 저를 베신다면 대감도 무사치 못할 겁니다.”

“네. 이놈... 지금 나를 겁박하는 것이냐?”

“겁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여기에 왔겠습니까? 제 목이 떨어지는 순간 교련병대 병사들은 물론 의금부 도사들까지 이곳에 들이닥칠 겁니다. 영민하신 대감께서 이걸 모르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놈.... 원하는 게 뭐냐?”


봉준은 이재선이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대로 담이 작았다. 이런 배포로 무슨 혁명을 하겠다고...


지금 이재선을 비롯한 혁명세력들의 문제는 비단 배포만이 아니었다. 바로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능함이 제일 큰 문제였다.


이들은 5군영을 비롯한 지방 속오군까지 군부내에 대원군의 추종세력이 많다고 생각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지난 두 번의 양요기간에 걸쳐 조선의 군대는 대원군을 필두로 똘똘 뭉쳐 있었다.


비록 수백명의 군사가 죽고 각종 문화재에 심지어 장군기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지만 어쨌든 서양 오랑캐들을 조선땅에서 쫓아냈다. 이건 이들에게 승리나 다름없었다.


이로 인해 조선군의 사기는 좋았고 승리의 주역엔 대원군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를 추종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걸고 혁명에 가담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려 삼족이 멸할판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재선과 그의 세력들은 봉기만 하면 군인들이 따라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이들의 어리석음은 첫번째 시행단계에서부터 곧바로 나타났다.


군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경기감영소속, 광주산성 장교들과 접촉했을 때 역성혁명이란 말에 기겁한 나머지 알아서 의금부에 신고한 결과 이 계획은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이들의 계획은 이렇게 허술하고 치밀하지 못했다. 이런 혁명이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심지에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대원군마저 중단하라고 파발을 보냈지만 그땐 이미 고변을 당한후라 어쩔 수가 없었다.


봉준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이 시대 상황에 맞게,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다. 또 다시 한 편의 소설이 탄생 되는 순간이었다.


“해서... 대감이 지금 하려는 계획은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행동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재선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불쌍한 우리 백성들은 어찌 한단 말인가...?”


이 시대 위정자들의 똑같은 레파토리가 이재선의 입에서도 튀어 나왔다.


백성은 무슨... 안중에도 없으면서... 아무튼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계획에 명분을 세울 때도 백성, 명분을 철회할 때도 백성이었다. 이러니 백성들만 피곤하지...


아무튼 이렇게 백성을 들먹이는 걸 보니 혁명의 생각은 어느 정도 접은 거 같았다.


하지만 자칫 사방이 막힌 절망은 묘한 똘끼를 발동시킬수 있었다. 이에 봉준은 살짝 퇴로를 열어 주었다.


“대감. 때를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참고 기다리시면 언젠가 대감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때 뜻을 이루십시오.”

“혹시... 그때가 되면 자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자네의 신식부대가 나와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네...”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여기에 온 이유가 이재선 자신을 지켜주기 위함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았다.


사실은 우리 교련병대를 비롯한 조선의 미래에 똥물이 튈 까봐 이 쌩쇼를 한건데...아무래도 소설을 너무 잘 쓴 거 같았다.


그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묘한 뉴앙스만 풍기고 나오는게 오히려 상대방을 애달프게 만드는 거였다.


“소인.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봉준은 혹시 몰라 당분간 교련병대 날랜 병사 한 명을 감시로 붙일 생각이었다.


**********


교련병대를 비롯한 조선의 앞길에 커다란 암초를 피해간 봉준은 다시 사관생도 교육에 집중하였다. 바로 역사교육이었다.


이 시대 조선사람들의 역사의식은 매우 낮았다.


중국을 사대하며 500년 넘게 속방처럼 살다보니 조선의 역사를 그저 중국역사의 일부로 생각해 자국 역사에 대한 자부심은 거의 없었다.


이에 꼭 알아야 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심지어 나라를 구한 위대한 영웅들의 이름도 잘 몰랐다.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을 이끌고 왜군을 섬멸한 장군이 누구인가?”

“선조대왕의 명을 받든 삼도수군통제사 아닙니까?”

“그 분 함자를 묻고 있다.”

“그러니까... 저희 집안에 수군장수가 안 계셔서... 잘모르겠습니다.”


미래에 유치원생도 다 아는 불멸의 명장 이순신장군도 모르는 게 지금 조선 역사교육의 현실이었다.


역사라는 것을 그저 보학(譜學)이라는 자기 집 족보에만 한정시키다보니 자기 집안과 상관없는 인물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를 모르면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지 않는다. 뭘 알아야 생기지... 이런 자부심이 없는 국가를 누가 목숨걸고 지키겠는가...


해서 사관생도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역사교육은 매우 중요했다.


다행히 모두 교육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을 따라왔다.


그런데 이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생겼다.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고있던 교련병대 병사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봉준의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뭐라고? 5군영을 없앴다는 게 무슨 소리야? 너 어디서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니야. 내가 지금 훈련도감에 있는 친구한테서 똑똑히 듣고 왔어. 총용청. 어영청, 수어청, 금위영을 두 개로 갈라쳐서 통합해 버린다고 하네!”

“이런 우라질. 대체 어떤 놈이 그따위 짓을 하는 거야!”

“이 친구야. 입조심해. 그게 누군지 몰라서 그래? 여흥 민씨 놈들아냐.”

“에이~경을 칠 놈들.”


이 소리에 봉준은 잠시 머리가 띵했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싶었다.


분명 이재선의 역모계획을 막아 5군영이 통폐합 되는 명분을 제거했는데... 왜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는지 너무도 의아했다.


하지만 병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정확한 진위를 알기 위해 서둘러 민영익을 만났다.


“대감, 조정에서 5군영을 통폐합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입니까?”

“맞네. 군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일세.”

“대감. 진정으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봉준은 황당했다. 군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5군영을 통폐합 한다니...


5군영은 나름 잘 정비되어 있는 군사조직이었다. 시스템이 구식이라 그렇지 업무의 세분화에 있어선 미래의 시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편제였다.


그런데 이걸 통폐합한다...


봉준은 뭔가 짚히는게 있었다. 조직이나 군대나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먹을 게 많아진다. 반대로 통제시스템은 헐거워진다.


통폐합의 목적은 바로 이거였다.


실제 역사에서도 5군영 통폐합의 목적이 대원군세력을 솎아내기 위함도 있었지만 또 다른 목적도 하나 있었다.


바로 군수물자를 삥땅치기 좋은 구조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하나의 명분으로 군조직을 통폐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이놈의 부패 세력들은 정말 불가능을 모르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 일을 꾸민 정점에 바로 그 놈이 있을게 분명했다.


“대감. 이번 일을 추진하신 분이 혹시 민겸호 대감이십니까?”

“그렇네... 사실 나도 반대를 했지만 집안 어른이 하시는 일이다 보니 나도 어쩔 수가 없었네...”


머리 좋은 민영익이 통폐합의 진짜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해도 아직은 짬이 낮기 때문에 이 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실제 역사에서 민겸호는 군대의 보급을 주관하는 선혜청 당상관으로 있으면서 자그마치 쌀을 10만석이나 해쳐먹은 부패대마왕이었다.


이러다보니 군인들에게 줄 봉급에 모래를 섞을 수밖에...


이런 부패가 임오군란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이었다.


모든 민란의 시작은 밥그릇을 건드리는 순간 일어났다. 하물며 얼마 되지도 않는 밥그릇에 쌀까지 빼앗아 먹었으니 민란이 안 날 수가 없었다.


5군영 통폐합을 막으려고 이재선을 찾아가 쌩쇼를 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확 그냥 군란이 일어나게 내 버려 둬!’


허탈했다. 부패대마왕의 불굴의 투혼에 정나미가 다 떨어진 봉준은 그냥 다 내려놓고 싶었다.


어차피 임오군란때 민겸호는 죽는다. 그것도 똥구멍에 찔린 죽창이 입으로 튀어 나올 만큼 잔인하게...


그냥 그렇게 죽게 놔두고 싶었다. 그래야 여흥 민씨 세력들이 백성 무서운 줄 알지...


하지만 개박살이날 교련병대와 조선의 잃어버린 10년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봉준이 또다시 발바닥 땀나게 품을 팔아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4.10 21:20
    No. 1

    있었는데 뒤의 .., 에서 , 를 . 으로 바꿔 ... 로 해주세요.

    솔직히 이재선이 적극 나섰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밀이 세어나오지 않은게 용하네요. 멈추면 반드시 배신자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와 더불어 이하응을 만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각 양요들의 결과는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주인공이 안일하게 생각한건 맞습니다. 이재선에 대해 흥인군 이최응등이 어찌할지 모르지만 슬슬 민겸호가 교련대대를 장악...

    Ps. 생각이상으로 조선은 자부심 큽니다. 특히 충무공 모른다는것이 이상하네요. 정말 폐급 양반 인사들인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대역
    작성일
    24.04.11 01:17
    No. 2

    임오군란은 안댓!!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청은이
    작성일
    24.04.20 15:43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다비드7
    작성일
    24.05.05 14:38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c1******..
    작성일
    24.05.07 16:53
    No. 5

    군대 키울 생각만 하지마시고 이순신 장군 초상화 실전에 쓰인 칼 이런거 잘 챙기시고 그럴 일은 없지만 훈민정음 혜례본 그리고 강점기가 없어져서 덜하긴 하겠지만 책들 이런거 수집할 계획도 세우세요 안 그럼 문화 유산들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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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59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86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35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60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42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70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611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48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77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67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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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32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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