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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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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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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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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식총이 필요해.

DUMMY

“저 놈은 파는 놈이 아니오. 정 그래도 저 놈을 갖고 싶다면 날 교련병대에 입교시켜 주시던가요...허허허”


개차반 양반놈이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 이단 옆차기에 암바를 걸어 팔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천천히 말로 달래 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 놈의 흥정조건은 오직 자신의 교련병대 입교였다.


‘그냥 입교시켜 놓고 뺑뺑이를 돌려 버려?’


그럴 순 없었다. 이런 쓰레기를 우리 교련병대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년 범도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다. 보아하니 이 개차반은 평양에서 방귀 좀 뀐다는 세도가같은데... 하는 꼬리자가 부패로 떡칠된 가문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부패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있는 여흥 민씨 나와바리 안에 있는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민영익에게 연통을 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개차반이 곧바로 꼬랑지를 내렸다.


“내가 민대감의 체면 때문에 한 발 양보하는 거니 그런 줄 아슈.”


봉준은 개차반 양반에게 쌀 한석 값을 내어주고 범도를 해방시켜 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이놈을 탈락시켰다. 그런데 왠지 곱게 보내주고 싶지가 않았다.


아랫사람을 개돼지 취급하며 상습적으로 매질이나 하는 놈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


“김수복!”

“네. 대장님. 부르셨습니까?”

“너. 일 하나만 하자.”

“뭐든 명령만 내리십시오.”


김수복에게 개차반 양반놈한테 뭉둥이 맛 좀 보여주라고 명령하였다. 저도 맞아 봐야 얼마나 아픈지 알지...


“구파발 재령고개를 넘어갈 때 죽지 않을 만큼만 패 주거라. 알겠느냐? 단 이건 비공식 작전이다.”

“알겠습니다. 산적으로 변복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근데 뼉다구 6개정도 부러뜨리면 되겠습니까?”


김수복이 말하는 뼉다구는 갈비뼈였다. 여기가 6개가 나가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너는 뭐가 그렇게 우악스럽냐... 3개만 해라. 그것만 해도 드럽게 아플거다.”

“네. 대장님. 매우 아쉽지만 그리하겠습니다,.”


김수복의 표정을 보아하니 왠지 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 개차반 양반놈의 정신교육을 끝냈다. 그런데 해방이 된 범도의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나으리... 저를 풀어 주신 건 감사한 일이오나... 전 갈 곳이 없사옵니다. 또 다시 다른 양반집에 저를 팔아야 하 옵니다.”

“팔긴 뭘 파니... 이제부터 그런 짓 할 필요 없다.”

“네? 그럼 나리께서 소인을 거두어 주시는 겁니까?”

“거두긴. 누가 거둬. 넌 지금부터 우리 교련병대 군인이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니 정식은 아니고 견습병이다. 이곳에서 전령을 하며 생활하거라.”

“감사합니다. 나리. 정말 감사합니다.”


소년 범도가 머리가 땅에 닿을 만치 고개를 숙여 연신 감사인사를 하였다.


“지금부터 나으리라 부르지 말고 대장님이라고 부르거라.”

“네. 나으리. 아니 대장님.”

“그리고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그게 무엇이옵니까?”

“이곳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반드시 이 나라 최고의 군인이 되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네. 대장님. 꼭 그리 하겠습니다.”


이렇게 소년 범도는 교련병대의 견습병이 되었다.


**********


일주일간의 테스트를 거쳐 80명의 사관생도를 선발하였다. 모두 시대정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깨어있는 양반자제들이었다.


그러했기에 중인인 우범선은 물론 평민 조교들을 하대할 일도 없었다.


그리고 이들 중에 예상하고 있었던 인물도 한 명 있었다. 바로 권동진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권동진은 교련병대 1기 사관생도였다. 이곳에서 6개월간 생도교육을 받고 조선 최초의 신식장교가 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력엔 좀 복잡한 부분이 있었다. 일본의 강제 병합이 평생동안 독립운동을 하며 살았지만 을미사변때 일본에 가담한 이력이 있었다.


그의 목적은 일본낭인들보다 먼저 민비를 찾아내 암살하는 것이었다. 그는 김옥균을 뿌리로 둔 급진개화당 출신이었다.


해서 그에게 민비는 원수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일본과 손을 잡고 민비를 죽이려고 했던 거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인생에서 큰 오점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외세의 힘을 빌리는 건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 차라리 영화에서처럼 라이플을 들고 저격이라도 하던가...


왜놈낭인 손에 조선의 왕비를 죽게 만든 건 분명히 그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권동진의 인생에 이런 오점은 없었다. 그는 지금부터 오직 정도만 걷는 충직한 이 나라의 군인일 뿐이다.


이렇게 권동진을 비롯한 80명의 사관생도들을 데리고 6개월 간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미래의 육군사관학교 4년의 교육과정을 지금 시대에 맞게 변환하여 엑기스만 뽑아내 커리큘럼을 짰다.


생각 같아서 사관교육을 지금의 서구열강처럼 3~4년으로 하고 싶었지만 앞으로의 조선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못했다. 최대한 많이 근대적 마인드를 가진 장교들을 배출해야 했기에 6개월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차 교육기간을 늘릴 예정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사관교육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군대는 장교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지(四肢)인 병사들도 필요했다. 이들에게도 장교만큼은 아니지만 신식군대의 교육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필요성은 민영익 역시 공감하고 있었다.


“전정령. 5군영 병사들에게도 신식군대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병사들에게도 필요한 교육입니다.”

“근데 이들을 사관생도처럼 교육할 순 없지 않은가... 인원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텐데... 무슨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당연히 있습니다.”


봉준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바로 19세기 조선식 논산훈련소를 만드는 거였다.


대한민국 육군병사 양성의 요람인 논산훈련소의 4주짜리 기초군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 맞게 변환해서...


현재 조선의 중앙군인 5군영의 병력은 대략 5700여명 정도였다. 이들을 한 달에 한 번 100명씩 순환구조로 훈련을 시킬 계획이었다.


다행히 하도감 부지가 넓어서 막사를 짓고 따로 훈련장을 만드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좋은 생각이야. 지금 교련병대 병사들 수준이면 충분히 5군영 군사들을 훈련시킬 수 있을 거야. 근데 말이네... 한 가지 걱정이 있네.”


민영익의 걱정이 뭔지 짐작이 갔다. 명석한 그의 머리에서 이 문제가 떠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신식부대로 바꾸려면 제일 중요한 게 총 아닌가? 최소한 1000정은 있어야 모양이라도 갖출 텐데...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군. 일본이 이것까지 지원해 주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렇습니다. 신식총은 조선 조정에서 구매를 해야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겠군... 안 그래도 통리기무아문을 설치하느라 예산이 많이 들었는데... 어디서 총기 값을 구해야 할지 난감하네...”


사실 난감할 것도 없었다. 정부예산은 빠듯해도 여흥 민씨 곡간은 차고 넘쳤다. 여기서 조금씩만 각출해도 신식총 1000자루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꿈 같은 일... 이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총 사라고 사비를 내줄 턱이 없었다.


지금 있는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대감. 쌀 100석 값 정도는 확보할 수 있습니까?”

“100석? 자네 그 값으로 신식총을 사겠다는 건가? 그것도 1000정을?”

“네. 그렇습니다.”

“내가 알기론 그 가격이면 100정도 못 사는 걸로 알고 있네...어떻게 열 배나 되나 1000정을 산단 말인가?"

“살 수 있습니다. 제가 그 가격에 신식총을 구해 오겠습니다.”


100자루 가격에 1000자루를 구해 오겠다고 하니... 민영익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서 서 있는 이 사내는 언제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믿어 보기로 하였다.


“쌀 100석 값을 내어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 가격에 1000정을 구해 오겠습니다.”


봉준의 총 구입처는 바로 일본이었다. 호리모토를 통해 곧바로 일본공사관에 기별을 넣었다.


**********


일본공사 하나부사는 한 번 만나자는 교련병대 정령 전봉준의 전갈을 받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간파했다.


바로 지금이 조선정부에 무기를 팔 기회였다.


교련병대의 훈련상태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호리모토가 도야마 군관학교 우등졸업생답게 조선병사들을 잘 훈련 시킨 거 같았다.


사격술과 제식이 일본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일본군의 우수성을 조선조정에 충분히 알렸을 터.


무기를 팔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조선에선 분명히 신식총을 원할 거였다. 그것도 이번 춘당대 시범 때 선보인 스나이더 엔필드로...


한 자루에 얼마를 받을지 계산해 보았다. 최소한 쌀 한석(약 160킬로)정도 값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많이 사용한 중고품이라 쌀 두말(약 16킬로)이면 충분했지만 그동안 2차에 걸쳐 무상으로 제공해준 100자루의 총값과 제복값을 뽑아내고 많은 이득을 남기려면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했다.


아마도 세상물정 모르는 조선관리들은 쌀 한석 값에도 얼씨구나 좋다고 살 멍청이들이었다.


다만 오늘 만나기로 한 전봉준은 좀 마음에 걸렸다. 미국과 직접 통상조약을 맺을 정도로 견문이 있는 자라 경계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의 웨스트포인트를 꿈꾸는 허무맹랑한 몽상가였다. 이런 자가 일본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는 총의 시세를 알 턱이 없었다. 하나부사는 잠시나마 마음속에 일었던 경계심을 단숨에 허물어 버렸다.


그러는 사이 전봉준이 왔다는 전갈을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전정령. 우리 일본에서 신식총을 구매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우리 일본이 좋은 가격으로 공급해 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사님... 역시 우리 조선을 생각해 주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습니다. 하하하


봉준은 이 립서비스를 날리면서 살짝 닭살이 돋았다. 일본이 조선을 생각해 주다니... 엄청 바가지 씌울게 뻔한데...


암튼 거래의 시작은 포커페이스였다. 일본에 대한 칭찬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뒤 본격적인 딜을 시작했다.


-일본에 있는 스나이더 엔필드 1000정을 우리 조선이 사겠습니다.

-오우~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이 총은 우리 일본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 만들자마자 바로 들여와서 새것이나 다름없는 총들입니다.


이 말을 백프로 구라였다. 스나이더 엔필드 총을 일본이 제일 많이, 그리고 직접 들여온 건 맞지만 그게 일본의 보신전쟁 직전이니까 대략 1866년 아니면 1867년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일이다. 여기저기 굴러다녀 구제도 이런 구제가 없을 텐데, 새 거라니... 하나부사의 장사멘트가 거의 꾼 수준이었다. 일본공사 하지 말고 장사를 해보라고 권유해봐...?


아무튼 세상물정 모르는 촌놈처럼 연기를 하며 계속 흥정을 이어 나갔다.


-아하~ 그렇군요. 정말 좋은 총이네요. 그거 우리 조선이 사겠습니다. 쌀 두말 값이면 어떻겠습니까?

-뭐라고요? 쌀 두말 값이요?


하나부사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무언가 정곡을 찔린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외교관답게 포커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전정령께선 농담도 잘 하시는 군요. 쌀 두말이면 총알정도 밖에 못사는 가격입니다. 최소한 쌀 한석 값은 주셔야 합니다.

-쌀 한석이라...

-네. 저희가 청국이나 안남에 팔 때 여기에 쌀 다섯말을 얻어져 거래를 합니다.

-우와~엄청 비싸네요.

-써 보셔서 아시잖습니까? 총이 워낙 좋아서요... 하지만 조선엔 시원하게 다섯 말 빼고 쌀 한석 값에 드리겠습니다. 우리 일본과 조선은 친구 아닙니까... 하하하하


하나부사가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한 일. 봉준은 태연하게 여기에 맞게 응수해 주기로 하였다.



**********

2019091701425_0.jpg

스나이더 엔필트 소총 사진입니다. 참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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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노블리스 오블리제. +6 24.05.14 1,096 40 13쪽
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57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83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32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57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40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68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608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45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74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64 50 11쪽
28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89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26 50 11쪽
26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35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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