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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환 님의 서재입니다.

Auguste(오귀스트) NO. 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일화환
작품등록일 :
2013.10.01 06:59
최근연재일 :
2013.11.11 05:07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853
추천수 :
30
글자수 :
29,132

작성
13.10.10 13:07
조회
750
추천
5
글자
7쪽

[일상] 바다와 함께

DUMMY

먼 수평선 너머로 루루니 섬을 보고 난 뒤로 해적들은 극도로 조심하기 시작했다. 대륙의 상업 중심지 체페리스 연합의 상인들은 저들의 무역선을 습격하는 해적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해적 군도 근해에서는 왕처럼 군림하는 악명 높은 해적들도 체페리스 연안은 얼씬도 못했다.

하지만 역으로 해적들이 연에 한 번 꼴로 꼭 들르는 곳이 또 체페리스였다. 글록의 도서지방을 돌아다니며 납치한 노예, 무역선을 털어 나온 장물 등등. 불법으로 번 재물을 마음껏 교환하고 쓸 수 있는 곳은 체페리스의 암시장만한 곳이 없었다. 밝은 태양 아래 나온 시장을 아발론, 이러한 암시장을 발로니라고 불렀다.

해적선이 향한 곳도 그러한 암시장이었다. 바위 항목에 간신히 들어가지 않을 크기의 섬이 육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떠 있었다. 바위섬에는 해수욕을 즐길만한 모래사장 따위는 없고 바다로 뚝 떨어지는 가파른 절벽뿐이었다. 이 볼품없는 섬에 유일한 자연 경관이라곤 바다가 파 놓은 해식동 하나였다. 그리고 이 해식동은 오래 전부터 체페리스의 해안 경비대의 눈을 피해 거래를 하려는 해적들과 암상인들이 일찌감치 둥지를 틀어서 관광에 적합한 장소라 할 수는 없었다.

라라는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이 암상인에서 저 암상인으로 돌아다녔다. 결국 마지막으로 임펠러의 어져 상단의 손에 들어갔다. 임펠러의 갖은 돈 덩어리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거대 암상인이었다. 어져 상단의 중간 관리자는 라라를 보더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임펠러로의 수송을 명했다.

라라는 가로 세로 1. 5 미터 정도 되는 상자에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철로 된 상자였는데 사방이 물 샐 틈도 없이 막혀 있고 천장만 구멍을 몇 개 뚫어 산소를 공급했다. 인어니까 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대충 몇 양동이 부어주었는데 거의 바닥에 깔릴 정도만 물이 찰랑거렸다.

라라는 거의 살아 있는 둥 마는 둥 상자 안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라라를 가둔 자들이 부어준 것은 소금물도 아니고 그냥 민물이었다. 라라는 신진대사가 민물에 적응하기까지 꼬박 며칠을 앓듯 누워있어야 했다.

아침마다 누군가 뚜껑을 젖히고 물을 부어주었다. 그러면서 꼭 체페리스의 부자들이 물개나 돌고래를 제 풀장에다 기르듯 물고기를 몇 마리 던져주었다. 라라는 한 마리도 먹지 못하다가 상행 3일 만에 한 마리를 집어서 물어뜯었다. 라라가 먹는 걸 지켜 본 남자의 환호를 들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이후부터 라라는 깨어있을 때는 미친 듯이 상자의 벽을 두들겨 대서 간간이 주던 음식도 잘 주지 않았다. 라라는 그럴수록 격렬하게 벽을 두들겼다. 마치 그렇게 치다 보면 언젠가 철벽이 부서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보통 이러면 관리자가 씩씩 거리며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식이 없었다. 라라는 이번에는 꼬리를 세워 텅 쳤다. 철벽은 당연하게도 멀쩡했다. 라라는 이를 악물고 몇 번을 반복해서 상자를 쳤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라라가 갇힌 철제 상자에 무지막지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철제 상자는 거의 반으로 접히듯 찌그러져 어딘가에 거세게 부딪혔다. 라라는 억 소리도 못 내고 숨을 헐떡였다. 비슷한 비명이 이젠 사방에서 들려왔다. 라라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뭘 잡으려는 듯 주먹을 이리저리 움켜쥐었다. 하지만 상자 안에는 잡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잘게 부서진 별빛이 어지럽게 꿈틀거리며 시야를 막았다. 쫄쫄쫄 물 흐르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응?”

허우적거리던 손이 갑자기 매끈한 단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단면 밖으로 나간 손가락으로 차가운 공기가 스쳐지나갔다. 라라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손이 닿은 곳을 치고 밀었다. 곧 끼리릭 하며 나사 빠지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축축한 땅바닥이 라라의 몸뚱이를 받아 안았다.

“으으으.”

철판을 두들긴 손이 얼얼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숲으로 둘러싸인 공터였다. 달은 벌써 지고 해는 아직 뜨지 않아 푸르스름한 빛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아직도 사방에서 비명소리와 쇳소리가 들렸다. 라라는 본능적으로 쇳소리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어깨 너머로는 아직도 처절한 전투의 소음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라라는 온 힘을 다해 눈앞의 나무를 향해 기어갔다. 십 수 번을 땅을 짚고 몸을 밀어보았지만 라라의 눈에 비치는 나무는 한 치 가까워진 것 없이 그 자리 그대로였다. 라라는 철판에 부딪치고 돌에 긁힌 손을 부여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꼬리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라라는 저항할 틈도 없이 시커먼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터지듯 수면에 부딪친 라라는 물에 빠진 인간처럼 허우적거렸다. 어둠 속에서 두어 번을 우물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나서야 우물 벽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하늘이 붉었다.

‘나가야 돼. 여기서 나가야 돼.’

라라는 우물 벽을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우물은 매끈하게 깎은 돌 벽돌을 완벽한 원형으로 쌓아 올린 형태였다. 라라는 벽돌과 벽돌 사이 닳아서 생긴 틈에다 왼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오른손은 그보다 더 높은 틈으로 뻗쳐 집어넣었다.

“끙차.”

라라는 작은 틈들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우물 벽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꼬리가 물을 완전히 벗어나자 여린 손가락들이 파들파들 떨려왔다. 라라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다시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도 손가락을 베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라라는 다시 우물 벽을 몇 번 기어올라보다가 다섯 번을 더 떨어졌다. 라라는 한 번 더 둥근 벽을 쳐다보더니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시커먼 우물 물속에서는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라라는 수면으로부터 3, 4 미터 아래에 축축한 흙으로부터 지하수가 솟아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올라왔다. 우물 아래에도, 위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라라가 다시 물 위로 올라왔을 때 우물 바로 위로 해가 비쳤다.

‘“우리 상단에서 다시 찾으러 올 테니.”’

라라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도로 잠수했다. 꽤 오랫동안 라라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시 수면으로 숨을 쉬러 나왔을 때 라라는 거의 코를 밖으로 빼지도 못하고 다시 물에 머리를 담갔다.

‘동물. 동물.’

라라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고 다시 거꾸로 1까지 세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물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횃불처럼 빛이 났다. 아니, 그녀의 온 몸에서 빛이 났다.


작가의말

임펠러(Impeller)의 어져(Urger)상단......레귤러 아닙니다. 그냥 막 지은 이름이에요. 라라가 육지로 올라오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끙!

 

* * *

 

라라 현재 상태

무기(F) : 50/30
마법(E) : 50/100
생명력(C) : 50/200
신성력(E) : 50/30
마력(F) : 50/50
지능(F) : 50/50
신체능력(E) : 50/100
탐사(F) : 50/70
행운(F) : 50/30
과학(F) : 50/30
친화력(C) : 50/170 -> 200 (바다의 공주 + 30)

 

잔여 스탯 : 6

잔여 골드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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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투 결과] 바다로 13.11.11 145 1 7쪽
8 [이벤트 참여] 바다와 함께 (3) +3 13.10.11 228 3 11쪽
7 [수련] 바다와 함께 (2) 13.10.11 580 1 8쪽
» [일상] 바다와 함께 13.10.10 751 5 7쪽
5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3) 13.10.09 449 2 7쪽
4 [이벤트 참여]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3 13.10.04 304 5 10쪽
3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13.10.03 452 4 11쪽
2 [프롤로그] 인어공주 미라라소얄 13.10.01 266 4 3쪽
1 [공통 프롤로그]Auguste 13.10.01 382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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